243편
<-- 클론 -->
사건은 끝났다. 유적지에는 클론을 이동시키느라 사용된 커다란 강철관들이 가득했지만 큰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들의 숙소 위에도 강철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미리 숙소 사방에 깔아둔 키르비르의 강화마법 덕분에 숙소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 키르비르의 선견지명에 다시금 감탄하며 나는 이동에 방해가 되는 강철관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으쌰아!”
그런 내 곁에 방금전까지 우리의 적이었던 클론. 그러니까... 일명 타이 1호라고 불리우는 녀석은 해맑게 웃으며 내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 1호를 감시하듯 타이도 멀지않는 거리에서 그녀를 노려보며 관을 치우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버린지는 오래인것 같았다. 단지 그녀는...
“아빠아빠! 나 관 10개 옮겼어! 그러니까 포상을~”
단숨에 땅에서 뽑아낸 강철관을 한쪽에 던져 쌓아둔 1호는 쪼르르 나에게 달려와 내 팔에 달라붙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향해 입술을 삐쭉 내민다. 그런 1호를 보자마자 타이는 어느새 나와 1호사이에 끼어들어 나에게 엉겨붙은 1호를 밀어낸다.
“너... 왜 방해하는건데?”
“...”
1호의 투정어린 질문에 타이는 그저 침묵을 지킨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그녀의 눈썹이 심기가 편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클론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닌다면.. 솔직히 누구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타이는 자신이 보고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듯이 아무말없이 1호를 째려봐 준 뒤 조용히 다음 관을 치우러 움직인다.
그런 타이와 1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은 나는 어느세 산처럼 쌓인 강철관들을 바라본다. 1호가 우리편이 된 이후. 그녀는 에페리아에 대한 세세한 사실을 우리들에게 알려줬다. 1호의 말로는 그녀와 비슷한 등급의 클론으로 2호라고 지칭되는 녀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2호는 자신과 전혀 다른... 냉철한 이성적인 녀석이라고 했다.
“난 오리지날을 깨우치게 함으로써 나와 오리지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고 했어. 하지만 2호는 달라. 그녀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고해.”
즉 1호와 달리 2호와는 서로의 생명을 노리는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동에 방해되는 강철관들을 대충 치운 나는 타이와 1호에게 뒤처리를 부탁하며 중앙 도서관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부르기 위해 중앙탑을 향해 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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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메르가 떠나간 후. 1호와 타이 사이에는 묘한 적막감이 흐른다. 아무말없이 쌓여있는 강철관을 돌아보던 타이는 조용히 자신에게 걸어오는 1호를 발견하고 그녀를 조용히 주시하며 말한다.
“앞으로 그런 짓 하지마. 최소한 체면은 지켜.”
마치 지시를 하듯이 1호에게 말하는 타이. 하지만 1호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어께를 으쓱거리며 웃어보인다. 그런 1호의 행동에 타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왜 그래? 맨날 홀로 상상하고 즐기고 하잖아. 왜 새삼스레 내숭이야?”
뻔뻔한 1호의 말에 타이의 얼굴이 새빨게진다. 하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은 타이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 1호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한다.
“최... 최소한 자존심은 지켜야지. 그렇게 들이대는 여자를... 좋아할 남자는 없잖아?”
“으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관할바 없잖아?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자신의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타이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1호는 이내 작은 한숨과 함꼐 얼굴에 띄워진 미소를 지운다. 그리고 조금은 씁쓸해진 눈으로 타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미안하지만... 난 너를 이해못해. 내가 너의 클론으로 만들어진 존재지만... 난 이성보다 감성쪽이 발달되었으니까.”
“그게... 무슨소리야?”
“뭐... 말 그대로야. 내가 좋으면 그만. 그 이상의 복잡한 인간관계나 사건의 연관같은걸 생각하기 능숙하지 못하다는 거야.”
“....”
흘끗 타이를 바라본 1호는 쌓여진 관을 쓰다듬는다. 곧이어 그녀는 차가운 관위에 살짝 걸터앉으며 타이를 보고 말한다.
“우리들은 불완전해. 오리지날인 너에 비해서. 그러니까 내가 하는 행동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꺼야. 하지만... 참아 줄 수 없어? 조금만...”
“조금만... 이라니?”
“나. 여기에 있을 수 없으니까.”
관에 걸터앉은 1호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내 가슴 깊은곳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한숨을 내쉰다.
“내 마지막 비장의 한 수 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타이의 매서운 질책에 1호는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타이를 향해 돌린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가늘게 뜬 눈으로 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지금 내가 보는 시야, 감각, 경험은 전부 2호와 공유돼. 내가 배우는 모든 것을 2호도 배우는거야.”
“마계에 있다는... 그 2호라는 클론과?!”
“응. 내 창조주는 나보다 차가울 정도로 이성적인 2호를 마음에 들어했어. 그래서 나를 던져놓고 얻은 경험을 2호에 주입시켜 완벽에 가까운 클론을 만들려는 계획이야.”
“.....”
1호의 말에 타이는 입을 꾹 다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면 2호에게는 지금 유적지에서 싸운 모든 경험이 흡수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 유적지의 인물들과 함께 타이의 비장의 한수중 하나인 광혈의 증폭. 그 또한 2호도 배웠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연결은 아직도 유효해. 그래서 나는 이걸 이용해 2호에게 하나의 감정을 알려주고 싶어.”
“하나의 감정?”
타이의 질문에 1호는 장난끼가 가득 들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짙꿎게 한단어 한단어를 강조하며 또박또박 타이에게 말한다.
“그건 바로... 사.랑. 이려나?”
“자... 장난치지마!!”
타이는 기겁하며 소리를 친다. 하지만 1호는 오히려 그런 타이의 외침에 진지한 얼굴로 타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난 진심이야. 그 사랑이란 감정이... 2호의 삭막한 이성을 조금 적셔줬으면 좋겠는데...”
“.....”
1호의 말에 타이는 1호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진실된 목적이나 이유. 그것을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자신을 일꺠워주겠다고 했으면서 지금와서는 마치 2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나도 처음엔... 창조주의 지시대로 다 쓸어버리려했어.”
1호는 타이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주려는 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내기 시작한다. 타이는 아무말없이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뭐랄까... 아빠를 만난뒤에 기분이 묘해졌달까?”
1호는 자기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듯이 멋쩍게 머리를 긁저기며 말한다.
“그 사람이랑 같이 싸우는 네 모습이 부럽더라... 그런걸 지켜보면서 나도 그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녀는 조용히 타메르가 떠나간 자리를 바라본다.
“그럼 넌...”
“그래. 그냥... 아빠의 도움이 되고 싶어. 널 각성시키려고 한것도 그 이유고... 2호에게 조금이나마 약점을 만들어두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야.”
자신의 말을 마친 1호는 조용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내고 자신의 곁에 서 있는 타이를 바라보며 웃어보인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오늘 하루만 눈감아줘. 어자피 나는 이곳에 있지 못하니까... 내일 떠날게.”
1호의 진심이 서린 부탁을 타이는 거절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한 것으로 그녀의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런 타이를 바라보며 1호는 의미심장한 미소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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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지하에 숨겨진 에페리아의 비밀 연구소. 푸른빛을 내뿜는 마법진을 확인한 레오는 이제 곧 에페리아가 돌아올 것을 깨닫는다. 그녀를 반겨줄 준비를 하기 위해 레오는 옷매무세를 다시금 정돈하고 마법진 정면에서 에페리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화악!!
은은히 푸른빛을 발하던 마법진에서 갑작스럽게 강한빛이 폭사된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러자 레오는 허리를 굽히며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그녀를 반기며 허리를 굽힌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환한 빛이 흘러나오는 마법진에서 에페리아가 걸어나오지 않는다. 분명 마법진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에페리아님...?”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레오는 환한빛이 흘러나오는 마법진을 바라본다. 곧이어 차원이동이 끝나고 마법진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뿜어져나온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에페리아님!!!”
빛이 고요하게 잠든 마법진 위에는 붉은 핏물이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마법진 한가운데는 바닥에 주저앉은 에페리아가 고통스러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 이게 도데체...”
레오는 지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이정할 수 없었다. 마계에서 마왕을 제외하고 최강자라 불리우는 에페리아. 그런 그녀가 치명상을 입은 채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크으으...”
에페리아는 복부에 생긴 총상을 움켜쥔채 괴로운 신음을 흘린다. 아리엘의 공격이 치명적인 것도 있었지만 그런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치료를 미루고 로터스를 만나는 일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지... 지금 당장 응급처치를...”
레오는 황급히 주저앉은 에페리아를 부축하려고 한다.
“내.. 내 몸에 손데지마!!”
하지만 에페리아는 매정하게 레오의 손을 거칠게 쳐낸다. 자신의 도움이 거절당하자 레오는 어찌할바를 모른채 에페리아를 바라볼 뿐이다.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숨결이 약해지며 바닥에 흐르는 핏물의 양이 많아진다.
“내가... 내가 알아서하니까... 크으으..”
입술을 꽉 깨문 에페리아는 고통을 삼키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후들후들 떨리는 그녀의 다리가 그녀의 상태가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움따윈 안받아... 내가 전부 알아서하니까... 신경쓰지마.”
배에 난 총상을 움켜쥔 에페리아는 비틀비틀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발밑으로 진득한 핏물이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에페리아님...”
그런 에페리아의 뒷모습을 레오는 복잡한 얼굴로 바라본다. 상처입은 그녀에게는 과거와 같은 위엄이나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여전히 걱정되었던 레오는 발소리를 죽인채 천천히 그녀의 뒤를 쫓는다.
“내가... 이런걸로 쓰러질줄 알아... 망할... 아리엘 자식...”
그녀는 곧바로 쓰러질듯 좌우로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레오의 마음같아서는 그녀의 어꼐를 부축해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높고 높은 자존심이 남의 도움을 허락해주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뒤를 쫓으며 레오는 그녀가 행여나 쓰러질때를 대비해 그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간신히 방에 들어선 에페리아는 손을 뻗어 책상을 잡으려한다. 하지만 거리감도 많이 사라졌는지 그녀가 내뻗은 팔은 허공을 두어번 더듬다 간신히 책상의 모서리를 움켜쥔다. 간신히 붙잡은 책상 모서리를 더듬어 자신이 앉을 의자를 찾는 에페리아.
쿠당탕!!
“에페리아님!!!”
하지만 손에 잔뜩 묻어있는 핏물 때문에 그녀의 팔이 미끌어진다. 그러자 상체를 제대로 세울 수 없었던 에페리아는 그대로 요란스럽게 책상위로 넘어져버린다. 레오는 그런 에페리아를 걱정하며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본다.
“하으... 하아... 크으으...”
쓰러진 에페리아는 자신의 곁에 레오가 다가온지도 모른채 괴로운 숨을 불규칙적으로 내뱉는다. 움켜쥔 복부의 상처에서부터는 끊임없이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에페리아의 몸상태를 확인하려 해보려하지만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라는 명령을 떠올린 레오는 그녀의 몸에 손을 데는 것을 주저한다.
“오라방... 오라방..”
“....”
힘겹게 눈을 뜬 에페리아의 눈동자는 흐릿했다. 마지막 환각이라도 보는 걸까. 그녀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마왕을 찾으며 책상을 더듬는다. 그런 에페리아를 바라보던 레오는 입술을 잘근깨문다.
“죄송합니다.”
지금의 에페리아에게 들릴 리가 없는 사과를 하며 레오는 에페리아의 몸에 손을 덴다. 책상에 쓰러진 에페리아의 몸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힌 레오는 그녀의 상처를 살펴본다. 다행히 의식이 흐릿한 에페리아는 그런 레오의 손길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축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상처는 복부에 총상... 하지만 무리한 움직임으로 상처가 벌어졌어.”
배를 움켜쥐고있는 에페리아의 손을 조심스럽게 옆으로 치우고 상처를 확인한 레오는 인상을 찡그린다. 예상외로 심각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연적으로 치료되기는 커녕 과도한 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할 정도의 상처였다.
“어떻게 이런 상처를 가진채로...”
새삼스럽게 에페리아의 정신력에 다시한번 감탄하는 레오였다.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 그녀를 치료해야한다는 생각에 레오는 자신의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 조심스럽게 피범벅이 된 에페리아의 상의를 잘라낸다.
“응급 치료도구가 분명 여기에...”
상처부위를 확인한 레오는 에페리아의 책상 서랍을 뒤진다. 여러 가지 서류와 책들 사이에 파묻힌 낡은 가죽 상자. 겉에는 분명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상자였다. 에페리아의 집기를 정리하던중 우연히 발견했던 구급상자를 레오는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다.
“오래된 것같지만... 이것밖에 없어.”
낡은 구급상자를 꺼낸 레오는 삭아서 조각조각 떨어져나가는 가죽을 대충 털어내며 천천히 상자를 열어본다.
“....?”
그 안에 들어있는 구급약품은 레오가 기억하는것과 달랐다. 형형색색의 액체가 담긴 시험관. 그리고 마치 주사기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들어있었다. 안에 내용물을 꺼내본 레오는 이걸 어떻게 쓸줄 짐작도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한다.
“이게 사용법인가?”
약물들 사이로 얇게 접힌 종이. 오래된 종이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펼쳐본다. 레오의 예상대로 그 종이는 약물의 사용법이 적혀져있었다. 세월에 바래 흐릿해진 단어를 찬찬히 읽어본 레오는 약물의 정체를 깨닫는다.
“그니까.. 이건 강심제.. 이건 지혈제... 세포재생제... 그러니까...”
손에 약물 세 개를 들고온 레오는 끊어질 듯이 가느다란 숨을 내뱉는 에페리아 곁에 선다. 그리고 설명서에 본대로 지혈제를 상처에 조심스럽게 뿌린다. 천천히 지혈제가 에페리아의 상처에 스며드는 것을 확인하면서 주사기를 꺼내 강심제를 주사기안에 가득 담아낸다.
“이걸 주사한 다음...”
어께를 더듬어 강심제가 담겨진 주사기를 가볍게 찌른다. 그리고 조금씩 강심제를 주사해넣는다.
“크... 하읏..!!”
그러자 에페리아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터져나온다. 양조절을 실패한걸까. 레오는 이미 절반이나 주사한 강심제의 주사를 멈추고 황금히 에페리아의 맥박을 확인해본다. 곧바로 터질듯이 격하게 박동하는 맥박. 너무 많이 주사했다는 것을 직감한 레오는 황급히 주사기를 빼낸다.
“흐아... 하욱!!”
“이... 이거 괜찮은건가?!”
다행히 에페리아의 호흡은 정상 그 이상으로 돌아와버렸다. 격한 호흡에 레오는 우왕좌왕하며 에페리아의 몸을 살펴본다. 다행히 지혈제의 효과로 출혈은 크게 줄어들어있었다. 거기다 강심제의 효과로 흐릿해졌던 숨결또한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일단 치료부터 끝내자.”
또다른 약병에는 세포재생제가 담겨져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약을 지혈된 상처에 쏟아붙는다. 약간의 기포와 함께 상처부위에서 새살이 돋아나 처참하게 찢어진 살갗을 이어나간다. 더 이상의 출혈은 없을 정도로 상처부위가 치료되자 레오는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에페리아를 내려다본다.
“흐욱... 크하으...”
강심제의 영향으로 에페리아는 괴로운 듯 격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숨결도 차츰 진정되어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에페리아의 안색을 살피던 레오는 조금씩 그녀의 호흡이 진정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레...오...?”
크게 숨을 헐떡이던 에페리아는 파들파들 떨리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려 자신의 곁에 앉아있는 레오를 바라본다. 그런 에페리아를 조용히 내려보던 레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을 감겨준다.
“우으...으..”
그런 레오의 행동에 저항하려는 듯이 에페리아는 옅은 신음을 흘리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은 그녀의 의지를 배반한다. 레오가 억지로 눈을 감겨주자 드리워진 어둠의 장막속에 에페리아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버린다.
“....새근...”
고통에 몸부림치던 숨소리가 어느새 편안히 안정되어진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자 레오는 그제서야 에페리아의 눈을 감겨주던 손을 놓는다.
“고생하셨으니... 푹 쉬시길. 명을 어기고 제 멋대로 한 벌은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금 에페리아에게 사과를 한 레오는 피로에 지쳐 세상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있는 에페리아를 조심스럽게 안아든다. 힘없이 축 늘어진 에페리아를 품에 안은 레오는 한동안 가만히 자리에 서서 자신의 품안에 안긴 에페리아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어 잡념을 털어낸 그는 에페리아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침실로 걸음을 옮겨갔다.
“.....”
그녀의 침실 입구에는 마치 경비병처럼 네이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대충 본다면 마치 정교한 석상처럼 보일정도로 가만히 서있는 네이. 이미 죽은 몸이라 숨조차 쉬지 않았기에 레오조차도 예민하게 감각을 돋구지 않으면 그녀의 존재를 알아챌 수가 없었다.
특별한 에페리아의 지시가 없는 이상 그 자리에 계속 대기중인 네이는 에페리아를 품에 안은채로 그녀의 침실로 들어서는 레오에게 관심조차 주지않는다. 그저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 네이를 흘끗 바라본 레오는 별다른 방해없이 에페리아의 침실로 들어선다.
“후우...”
짧게 한숨을 뱉어내며 축 늘어진 에페리아를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힌다. 평소와는 달리 흩으러진 모습으로 무방비하게 침상에 눕혀진 에페리아를 조용히 내려보던 레오는 슬쩍 눈을 돌려 방앞을 지키고 있는 네이의 동태를 확인해본다. 그녀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석상처럼 정면을 응시할뿐 침실 내부 상황엔 관심조차주지 않고있었다.
“.....”
에페리아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치명상에 가까운 중상으로 인한 온몸에 걸친 피로. 그녀는 한동안 깊은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에페리아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레오는 작게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에페리아를 향해 손을 뻗어간다.
사각..
가볍게 손톱을 세운 레오는 천천히 에페리아의 상의를 베어낸다. 그러자 피범벅이 된 그녀의 상의가 좌우로 흘러내리며 검은 마녀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뽀얀 에페리아의 살결이 여과없이 들어난다.
“꿀꺽...”
조심스럽게 에페리아의 상체를 한손으로 들어올려 피범벅이 된 상체를 빼낸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킨다. 평소에는 사적인 대화 하나조차도 제대로 나눌 수 없었던 에페리아. 마계에서 2인자라 불리우는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무방비하게 놓여있었다.
한손으로 피범벅이 된 에페리아의 상의를 들어올린 레오는 약간의 주저함이 서린 손을 조심스럽게 에페리아의 가슴을 향해 내뻗는다.
“웃...”
겉보기보다 상당히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 한손에 넉넉히 잡히는 부드러운 촉감에 레오는 짧게 신음을 흘린다. 금단의 과실에 손을 댄 듯 레오는 평소와 달리 갑작스럽게 끓어오르는 욕정에 당황한다.
“크으... 에.. 에페리아님...”
레오와 같은 뤼베크족에게 가장 매력적인 이성은 남성 여성을 불문하고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에페리아는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매력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의 존재가 존경이나 경외에서 벗어나 이성으로 느껴지는 순간. 레오는 뤼베크족 특유의 소유욕에 의하여 레오는 격한 욕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안돼.... 그러면... 안돼...”
지금의 현상을 격렬히 거부하는 이성과 달리 그의 몸은 충실한 본능에 따른다. 거기다 레오는 뤼베크족에서 가장 성욕이 왕성할 나이였다. 앞 뒤 상황을 고려하지않고 지금 이 순간. 에페리아를 가져야한다는 격한 소유욕에 레오의 몸이 움직인다.
최강이라 불리우는 마녀 에페리아. 그녀와의 교미로 통해 태어날 자신의 아이또한 최강이라 불리울 것이다. 에페리아가 인간이란 사실을 망각한 레오는 황홀한 환상속에 빠져 본능에 천천히 몸을 맡겨나간다.
“아... 읏..”
절대로 접근이 불허했던 에페리아의 침상에 올라간 레오는 그대로 에페리아의 다리사이로 들어가 그녀의 양 가슴을 움켜쥔다. 시선을 두는 것조차도 허가되지 않았던 그곳이 그의 의지에 의해 마음껏 만지고 느낄 수 있었다.
양 손에 한가득 느껴지는 황홀한 감촉에 레오의 이성또한 점점 흐릿해진다. 자신의 몸이 타인의 손에 마음것 유린당하는 와중에서도 에페리아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작게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에페리아... 당신을... 가지겠습니다...”
그녀의 몸위에 올라탄 레오는 이성을 잃은 흐릿한 눈동자로 에페리아를 내려보며 천천히 바지를 풀러나간다. 그러자 잔뜩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그의 남근이 그 모습을 들어낸다. 레오는 격한 숨을 내쉬며 상처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번져있는 속옷을 살짝 끌어내린다.
“내가... 에페리아를... 흐.. 흐흐흣..”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레오의 입가에는 기묘한 미소가 서린다. 성숙하고 요염한 외모와 다르게 에페리아의 음순은 경험이 거의 없다는 듯이 핑크빛을 머금고 있었다. 자신의 남근보다 미묘하게 크기가 작은 에페리아의 음순사이에 첨단부분을 갔다덴 레오는 에페리아의 허리를 감싼채 천천히 허리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으... 으으으읏..”
자신의 몸에 벌어지는 일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에페리아는 저항을 하려는 듯이 작게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이미 피로에 지친 몸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런 에페리아를 억누르며 레오는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며 좀더 강하게 허리를 누르기 시작한다.
“우... 으우우...”
천천히 에페리아의 음순을 벌려가는 레오의 남근. 하지만 에페리아의 질구보다 크기가 큰 레오의 남근은 쉽사리 삽입되지 않으며 미끄러질 뿐이었다. 두어번의 시행착오 끝에 레오는 자신의 손으로 성기를 잡고 억지로 에페리아의 음순사이에 첨단부분을 맞춘다. 다시금 힘껏 힘을 주려는 순간...
“오라방... 싫어.. 이런거...”
에페리아의 울음소리가 고요히 울려퍼진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눈가에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에페리아를 내려보며 레오는 온몸을 딱딱히 굳힌다.
“오라방...”
“....”
그토록 끓어오르던 욕망이 너무나도 어이없을 정도로 차갑게 식어버린다. 에페리아의 몸 위에 올라탄 레오는 눈물을 흘리는 에페리아를 내려보다 이내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린다. 곧이어 그는 모든 증거를 숨기려는 듯이 옷매무세를 정돈해간다.
흩으러진 자신의 옷을 바로잡고 옷장에서 에페리아의 새옷을 꺼내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입혀준다. 치마와 속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그녀의 나체가 스스럼없이 들어나지만 전처럼 격한 욕정을 일어나지 않았다.
레오는 에페리아를 새 옷으로 전부 갈아입힌 뒤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그녀의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준다.
“내 주제에...”
에페리아가 마왕을 거론하는 순간 레오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왕. 그는 자신이 눈을 마주치기는 커녕 그림자조차도 밟으면 안되는 존재였다. 에페리아가 그런 마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레오는 에페리아를 육체적으로 가질 수 있었지만 마왕보다 보잘것없는 자신이 에페리아에게 기억될 리가 없었다.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에게 마음이 뺏긴 그녀에게 레오가 아무리 용을 써도 그녀에겐 레오는 한낯 미물일 뿐이었다. 자신이 구애를 해도... 억지로 그녀의 몸을 가진다해도 그것은 그녀에게 큰 의미로 남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깨달은 레오는 감정을 추슬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다시한번 사과를 한다. 곧이어 레오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조용한 발걸음으로 그녀의 침실을 빠져나온다.
========== 작품 후기 ==========
하얀범 / 모... 모녀는... 윽..
Solar Eclipse /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법이죠. 타이와의 플래그를 위해 클론의 생존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식적썩소 / 윽... 오타. 앞으로 주의하곘습니다.
빨간달팽이 / 우와! 달팽이씨가 말을 하셨어! 열심히하겠습니다!
일단 빠른시일내에 H가 나올것 같구...
레오와 에페리아 사이에도 플래그를 세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