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편
<-- 클론 -->
“도데체... 너의 목적이 뭐야... 고작 그런말을 전하려고 온거야?”
“고작 그런 말이라니... 서운할 정도로 너무 낮게 평가해주네.”
이제야 다시 실없는 웃음을 터트린 클론은 조용히 타이를 바라본다.
“내가 먼저온걸 다행이라 생각해... 2호는 나와 많이 다르니까.”
“넌 도데체 누구 편이야.”
나는 내 몸에 기대고 있는 클론을 향해 묻는다. 그러자 클론은 타이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 질문에 대답한다.
“난 내편이야. 어자피 난 쓸모가 없거든. 창조주님은 나보다 2호를 더 마음에 들어하니까.”
“그게 무슨...”
“내 머릿속에 시한장치가 들어있어. 앞으로 약 30분. 어자피 우린 돌아갈 방법도 없어. 여기서 죽어 사라질 운명이었으니까.”
시한장치란 말에 나와 타이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폭탄같은걸까? 에페리아다운 잔인한 발상이었다.
“걱정마... 피해가 안갈정도로 거리를 벌려둘테니까.”
클론은 자신의 말을 증명해주듯 다시금 손짓을 하여 우리 주변에 서 있는 클론들을 이동시킨다. 그녀들은 마치 인형처럼 흐느적흐느적 걸으며 유적 외곽쪽을 향해 이동해간다.
“너는...”
“죽겠지. 이제 한... 25분정도 남았나? 아아...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드리는 클론의 태도에 나와 타이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아마도 시한장치가 심어져있는 것 같은 자신의 뒷목을 매만지던 클론은 그런 우리를 돌아보며 걱정말라는 듯이 씨익 웃어보인다.
“에이... 왜 그런 얼굴을 해. 이미 난 각오하고 왔다니깐.”
그녀는 애써 우리를 위로하려하지만 그녀의 말로 우리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작게 한숨을 쉰 클론은 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하여튼. 마지막 유언이니까 잘들어줘. 오리지날. 너가 아빠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아. 사랑하는 마음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아빠가 괴로워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것도 아주 잘 알아.”
“아... 아니 그건...”
“유언은 방해하는게 아니야. 그냥 입닥치고 들어.”
“....”
클론의 차가운 말에 움찔거린 타이는 얌전히 입을 다문다. 그러자 클론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엄마가 사라지며 너희 아빠는 괴로워했지. 너는 그런 아빠를 위로하려했지만... 너 하나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불가능했지. 결국 괴로워하는 아빠를 보며 엄마에 대한 증오심이 생겨난 것 같은데... 꼭 그 증오를 가슴에 끝까지 품고 가야겠어?”
“난... 아빠를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그러면. 우리 아빠를 죽인 그 놈에 대한 복수는 상관없다는거야?”
“그것과 이것은 상관이 없잖아!!”
타이의 반박에 클론은 차가운 조소를 흘린다.
“너도 스스로 잘 알잖아. 너의 힘으로 절대로 복수할 수 없다고. 고작 광혈의 저주를 증폭하는 걸로... 완전히 저주를 지배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
“.....”
클론의 말에 타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 타이를 바라보던 클론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엄마를 용서해.”
“....”
“그녀의 힘을 받아드려. 엄마가 너에게 남겨준 마지막 유품이니까.”
“그런거... 젠장...”
타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짧게 욕을 내뱉는다.
“아아...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 이제 시간도 얼마 안남았네.”
짧게 탄식을 내뱉은 클론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곧이어 그녀는 대뜸 자신이 기대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갑작스럽게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움찔 놀라지만 클론은 오히려 그런 내가 재미있다는 듯이 싱긋 웃어보인다.
“사랑해요.”
“....뭐?”
곧이어 나오는 뜬금없는 사랑고백. 그녀의 고백에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푹 숙인채 뭔가 고민하고 있던 타이조차도 섬광처럼 고개를 들어올려 나와 클론을 바라본다.
“사랑한다니까요. 아빠. 부녀지간이 아니라 이성으로써 사랑한다고.”
“자... 잠깐!!!!”
괴성을 지른 것은 내가 아닌 타이였다. 클론은 그런 타이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흘끗 바라봐주고 다시금 나를 돌아본다.
“막지 말아줘요. 나... 시간 얼마 없으니까.”
그리고 마치 매달리듯이 내 목을 끌어안는다. 그런 클론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어떻게 할지 모른채 그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타이의 본심이라 생각해도 되니까. 부담갖지 않아도 되요.”
“아... 아니야!! 그... 그만두지 못해?!”
타이는 시뻘개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지만 그런 그녀의 비명은 클론의 입가에 생긴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날 어떻게 해도 괜찮아. 난 아빠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그녀는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녀는 마치 나를 매혹하듯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니야... 난.. 나는...”
뭐라 웅얼거리던 타이는 결국 자신의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다시 푹 숙이는 것으로 침묵을 지킨다.
“이제... 시간이 거의다 된것 같네... 아쉽다.”
씁쓸한 목소리로 웅얼거린 클론은 내 목을 감싼 팔을 풀어낸다. 그리고 비틀비틀 나로부터 두어걸음 물러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미련이 남았는지 조심스럽게 감싸쥔 내 손을 놓지못한다.
“시한장치가 어떤거라서 잘 몰라요. 하지만 곧 터지겠죠.”
그녀는 애써 웃음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의 두려움을 대변하듯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방법이 있을꺼야.”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시간이 좀 부족할것 같네요.”
클론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손이 붙잡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본다. 이내 그녀는 마지막 미련까지 접어버렸다는 듯이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럼 이만...”
짧게 사과를 한 그녀는 이제 떠나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있는 손을 놓으며 등을 돌리려한다.
“기다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그녀의 손을 다시 붙잡는다.
“저와 거리를 두세요. 폭발에 휘말릴 거에요.”
“나도 광혈의 저주를 가지고 있어. 어느정도의 폭발인지 모르지만... 죽지는 않으니까 걱정마.”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두려움에 떨고있는 그녀를 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아무리 타이를 본따 만든 클론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타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너의 두려움. 반은 내가 부담해줄테니까.”
“.....”
내 말에 클론은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그녀는 아무말도하지 않고 있었지만...
꽈악..
내 손을 움켜쥐는 그녀의 손에서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고마워요.”
“고맙기는 무슨.”
스스럼없이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또한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죽을 걸 알면서도 여기에 온게... 후회되지는 않네요.”
이제 곧 자신이 죽는 다는 사실에 그녀의 손에 긴장된 땀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클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오히려 더 환하게 웃어보인다.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기뻤으니까... 이렇게 멋진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역시 기억과 경험의 차이는 상당히 크네요.”
삐빅...
그 순간.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이 들린다.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환히 웃고있는 클론의 얼굴이 공포로 물든다. 간신히 덮어뒀던 공포가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 수면위로 들어난것이다.
“나... 싫어... 싫어...”
곧이어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잔뜩 차오른다. 마치 죽기 싫다는 그녀의 의지를 대변하듯 내 손을 움켜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모든게 슬로우모션처럼 느려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덜미 근처에서 붉은 빛을 흩뿌리는 기폭장치...
“...아..”
그런 슬로우모션 속에서 누군가가 개입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타이.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혐오하던 짐승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한채 클론의 목 뒤를 노린다.
촤악!!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그려지는 붉은 섬광. 클론의 목덜미를 노린 그녀의 일격은 붉은 피보라와 함께 작은 구슬같은 것을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콰아앙!!!
붉은 구슬은 사방으로 강한 적광을 폭사시키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큭!!”
동시에 나는 반사적으로 내가 잡고있는 클론의 팔을 끌어당겨 그녀를 보호하듯이 품에 안는다. 그런 나를 향해 뜨거운 열풍이 몰아치지만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도... 도데체 이건...”
나는 내 품안에서 온몸을 잔뜩 긴장시킨채 눈을 휘둥그레뜨고 바들바들 몸을 떨고있는 클론을 내려다본다. 그녀는 살아있었다. 목덜미에 깊은 상처가 남았지만 그 상처는 광혈의 저주에 의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갔다.
“후우....”
등뒤에서 들려오는 무거운 한숨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타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갈라진 눈동자와 섬뜩하게 솟아난 자신의 손톱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동자로 내려보고 있었다.
“너... 어째서...”
“그 녀석을 구할 방법이에요. 스피드나 순발력은... 네베르족의 특징이니까... 그 찰나의 순간을 노리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스르륵..
곧이어 타이는 자신의 변신을 풀어버린다. 그러자 솟아났던 손톱이 살갗안으로 숨어
들어가버리고 갈라졌던 눈동자또한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흐... 으아아아앙!!”
뒤를 이어서 요란스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클론은 간신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자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복바쳐올랐는지 시원스럽게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 괜찮아. 이젠 괜찮아.”
나는 그런 그녀를 위로하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인다. 그러자 녀석은 내 몸에 매달린채 더욱 구슬프게 울음을 터트려나간다.
“.....”
그런 클론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타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보기 싫다는 듯이 등을 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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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면 안돼.”
지상에서 소란이 진정되어가는 순간. 중앙탑에는 또다른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중앙탑 상층부에서 전달되는 미세한 신호를 쫓아 중앙탑을 내부로 순간이동한 아리엘은 자신을 막아서는 의외의 존재에 눈살을 찌푸린다.
“어째서?”
아리엘은 막아선것은 다름아닌 또다른 그녀 자신. 그런 그녀의 행동을 현재의 아리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돌아가. 이 이상 다가오면... 넌 후회해.”
“특이 신호가 그쪽에 있어. 확인해봐야해.”
“안돼. 나를 믿어줘. 넌 후회해.”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 아리엘들. 이 세계에서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이리엘은 현재의 아리엘에게 노출되면 안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있는 과거의 아리엘은 현재의 아리엘이 자신처럼 특이 신호를 쫓아 이리엘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려는 것이었다.
타앙!!
그 순간.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중 과거의 아리엘은 예고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자 허공에서 날카로운 불똥이 튀면서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서 망가진 쇳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탐색드론도 안돼. 절대로... 이 곳 넘어를 보면 안돼.”
“그 넘어의 무언가가... 나에게 위험해?”
과거의 아리엘의 고집을 꺽을 수 없다고 판단한 현재의 아리엘은 그녀가 숨기려는 존재에 대해 유추해보기 위해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 아리엘의 질문에 과거의 아리엘은 고개를 가로 젖는다.
“위험하지않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너가 이 녀석을 본다면... 많이 혼란스러울꺼야.”
“......”
현재의 아리엘은 침묵을 지킨다. 지금 그녀의 앞길을 막는 것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 장난이나 농담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았어.”
결국 현재의 아리엘은 자신의 고집을 꺽는다. 규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해를 가할 존재를 숨겨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과거의 자신을 믿기에는 조건이 필요했다.
“대신... 여기서 죽어.”
“.....”
“증거를 보여줘. 너가 아직... 내 자신이란걸.”
아무리 자기자신이라고 해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차원내부에 노출된 아리엘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규율 규칙하에서 새로운 아리엘이 존재한다면 과거의 아리엘은 죽어야만했다. 여기서 과거의 아리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그런 그녀를 현재의 아리엘은 믿어줄 생각이었다.
“......”
현재의 아리엘의 조건에 아리엘은 조용히 현재의 아리엘을 바라본다. 그리고 슬쩍 자신이 지키고 있는 문을 돌아본다.
“이리엘...”
그녀는 아리엘에게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리엘의 이름을 웅얼거린다. 이리엘이 있을 문을 바라보는 아리엘의 눈에는 잔잔한 눈물이 스며든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그런 눈물을 삼킨 아리엘은 현재의 아리엘을 돌아본다.
“알았어.”
곧이어 과거의 아리엘은 현재의 아리엘이 넘겨줬던 독약을 이빨사이에 맞물린다. 이대로 턱에 약간의 힘만 준다면 해독이 불가능한 독약이 입안에 퍼지며 빠른속도로 그녀의 몸이 죽어갈것이다.
“.....”
그녀의 이빨이 덜덜 떨린다. 평소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아리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모르게 죽음이 두려웠다. 아니. 두렵다기보다 미련이 많이 남았다.
까득...
두 눈을 질끈감은 아리엘은 자신의 동요를 억누른채 결국에 턱에 힘을 준다. 그러자 이빨사이에 맞물린 독약이 깨지며 퀴퀴한 맛이 가득한 독약이 입안에 퍼지기 시작한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빠른속도로 혀가 마비되며 그녀가 제어할 틈도없이 독약은 아리엘의 식도넘어로 흘러들어간다.
“윽...”
식도로 흘러들어간 독약은 접촉한 세포들을 빠르게 괴사시켜나간다. 순식간에 식도가 매말라버리는 듯한 통증에 아리엘은 짧은 비명을 지른다.
“....”
그 자리에서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아리엘을 바라보는 현재의 아리엘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 과거의 아리엘을 믿기로한 그녀는 그녀가 숨긴 이리엘의 존재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한 것이다.
키이잉..
곧이어 죽어가는 아리엘은 놔두고 그녀는 자신의 함선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끼이이익...
그때. 천천히 열리는 문. 그런 소리에 순간이동 준비를 하는 아리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문을열고 나오는 존재를 확인하기도전. 푸른 빛이 그녀를 휘감는다. 이동하는 와중에 그녀가 본것은 자신과 비슷한 신체를 가진 누군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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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방문을 열고나온 이리엘은 죽어가는 아리엘을 끌어안으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이미 독약에 의해 죽어가는 아리엘은 말은 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못하고 있었다.
“이리엘님!!”
그 사이 이리엘을 걱정하여 올라온 블랙로즈팀이 도착한다. 이리엘이 아리엘을 끌어안고있는 모습을 발견한 이누시카의 눈이 매서워진다.
“이리엘님 그 녀석은 적입니다!!”
“아니야!! 도와줘 로잔나!”
“네.. 넷!!”
아리엘을 떨어뜨려 내려는 이누시카를 밀쳐내며 이리엘은 로잔나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멍하니 서있던 로잔나는 화들짝 놀라며 이리엘의 말대로 쓰러진 아리엘을 부축한다.
“수... 숨을 안쉬는데요?”
“안돼... 이대로 보낼 수 없어...”
로잔나에 의해 억지로 몸이 일으켜진 아리엘은 빠르게 생기를 잃어가는 눈으로 이리엘을 바라본다. 마지막 순간. 이리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딱딱히 굳어가는 아리엘의 얼굴에 그녀도 모르게 미소가 서린다.
“언니!! 정신잃지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행복...해야해..”
간신히 벌어진 아리엘의 입술에서 마지막 숨을 짜내는 듯한 매마른 목소리로 마지막 한마디를 이리엘에게 남긴다.
“아냐... 아냐!! 방법이 있어.. 있을꺼야...”
“이리엘님!!”
그때 평소와 다르게 혼란스러워하는 이리엘을 바라보고 있던 로잔나는 날카롭게 그녀를 부른다. 그런 로잔나의 외침에 움찔 놀란 이리엘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로잔나를 바라본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던 로잔나는 대뜸 그녀의 손을 낚아채 힘없이 축 늘어진 아리엘의 손을 잡아준다.
“언니..”
“.....”
손안에서 천천히 식어가는 아리엘의 체온을 느낀 이리엘은 그 작은 체온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양손으로 아리엘의 손을 꽉 움켜쥔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 다르게 아리엘의 눈동자의 빛은 천천히 희미해질뿐이었다.
마지막 눈동자가 감기는 순간까지. 아리엘은 이리엘을 향한 시선을 떼지못한다. 그런 아리엘의 시선을 말없이 마주하고 있던 이리엘은 끝에 가서 아리엘의 눈이 감기자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일뿐이었다.
“언니...”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리엘을 부른다.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갑기 그지없는 아리엘의 목소리였지만 지금 이 순간처럼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간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조용히 눈을 감은 아리엘은 아무런대답도 하지못한다. 그저 조금은 만족했다는 듯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은채로 숨이 멎어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akdldkssm / 원래 타메르는 공기였어요. 음~ 공기!
dgfdgzvc / 한놈만 한놈만... 착한놈과 나쁜놈.
abcbbq / 대탈출이라구요? abcbbq님이 추천해주시다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solar eclipse / 예전 로하와는... 거의 연관이 없을 듯 싶네요.
빨간달팽이 / ㅇㅅㅇ!
클론은 살리고 아리엘은 죽이고.
공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