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편
<-- 클론 -->
타앙! 타앙!
아리엘은 서슴없이 클론들의 무리를 향해 걸으며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움츠려든 클론들을 목표로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긴다.
퍼억..
클론들은 이누시카의 권총을 막아냈던 것처럼 팔을 들어 급소를 가린다. 하지만 그것은 클론들의 오산이었다. 이누시카의 자동권총과 다르게 아리엘의 리볼버의 총탄은 강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긴 총신을 통한 총탄의 회전력은 가로막은 팔을 뒤틀어 찢어버리며 그대로 클론의 미간에 격중한다.
타앙! 타앙!
날카로운 한발한발에 클론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하지만 리볼버의 탄창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5명의 클론이 쓰러질떄쯤 리볼버의 탄환을 다써버리자 아리엘은 약실에 남아있는 탄피를 뺴낸다.
“위험해요!”
무방비한 아리엘을 목표로 클론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순식간에 포위된 아리엘을 걱정한 에스멜라다가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아리엘은 느긋하게 원통형 실린더에 탄환을 하나하나 찔러넣어갈뿐이다.
쉬익!!
아리엘이 클론들의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사방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붉은 혈검이 아리엘을 향해 쇄도해온다.
철컥.
그제서야 리볼버의 재장전을 끝낸 아리엘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조여오는 혈검들을 바라본다.
촤악!
그 순간 그제서야 아리엘은 한손에 들고있던 검은 장검을 크게 휘두른다. 마치 커다란 거미줄을 걷어내듯이 크게 휘두른 그녀의 검이 그려낸 검은 검광은 그녀를 위협해오는 붉은 검광들을 가로지른다.
투두둑..
곧이어 아리엘의 발밑으로 진득한 핏물들이 쏟아지며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낸다. 아리엘의 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클론들의 피도 아니었다. 아리엘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그녀의 검이 스치듯 지나간 클론들의 혈검이 마치 두부 썰리듯이 날카로운 단면으로 베어져나간 것이다. 본체에서 떨어진 혈검은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핏물로 돌아가며 그녀의 먼지 투성이의 검은 단화를 적실뿐이었다.
“....?”
클론들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검이 못베면 못벴지 이런식으로 너무나도 손쉽게 베어져나갈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허리가 뭉텅 잘려진 혈검들과 다르게 아리엘이 들고있는 검에는 흠집 하나도 새겨져있지 않았다.
스윽.
곧이어 아리엘은 멀뚱멀뚱 서있는 클론들을 몸을 검으로 베어낸다. 마치 생명체를 잘랐다고는 믿을 수 없도록 부드러운 절삭음과 함께 조각난 클론들의 신체가 떨어져나간다. 자신이 베어졌다고 믿지 못하는 눈으로 아리엘을 바라보는 클론의 신체를 리볼버의 총구로 슬쩍 밀어 넘어뜨린 아리엘은 그 뒤에 서있는 클론을 노린다.
타앙!!
또다시 총성이 울려퍼진다. 단순한 학살이 시작되고 있었다. 막을 수 없는 총탄. 막을 수 없는 검격. 클론들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나고있는 아리엘을 어떻게 상대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베어지거나 머리가 꿰뚫릴 뿐이었다.
촤악!
아리엘이 검을 휘두르자 반사적으로 혈검을 들어 그런 검격을 막아보려하지만... 이내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칼과 같이 클론의 머리가 잘려나간다. 막을 수 없는 아리엘의 공격에 몇몇 클론들은 무모한 돌격을 시작한다.
방어를 포기하고 오직 아리엘을 죽이겠다는 의지만 가득 들은듯 클론들은 최소한의 방어조차 포기하고 날카로운 칼날을 아리엘을 향해 들이민다.
촤악!! 타앙!!
사방에서 클론들이 무모하게 달려들고 있었지만 아리엘은 한걸음도 뒤로 물러서지않는다. 그녀는 어느때보다도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 클론들부터 차근차근 처리해나간다.
“말도안돼...”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에스멜라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수 십명이나 되는 클론에게 둘러쌓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아리엘은 오히려 클론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클론에게 전의란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명령을 수행해야한다는 일념 아래 무모하게 불구덩이로 몸을 던지는 나방처럼 보일 뿐이었다.
뻐억!!
수십명이나 되는 클론들은 빠른 속도로 정리되어간다. 어느세 좌우로 쌓인 시체들이 만든 길 한가운데에 서있는 아리엘은 마지막 남은 클론의 다리를 베어 넘어뜨린 뒤 가슴을 밟은채 클론의 미간을 향해 리볼버를 겨눈다.
“임무... 완료.”
탕!!
클론의 머리가 터지며 진득한 핏물이 어느세 붉은 단화로 색이 변한 아리엘의 신발을 따듯하게 적신다. 움직이지 않는 클론의 시체를 내려보던 아리엘은 리볼버의 약실에서 탄피를 빼내며 이누시카를 돌아본다.
“.....”
“.....”
둘은 아무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왠지 미묘하게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에스멜라다는 주춤주춤 이누시카 등 뒤로 몸을 숨길 뿐이었다.
찰칵... 찰칵...
고요한 침묵속에서 아리엘이 리볼버의 약실에 탄환을 찔러넣는 소리만 고요히 울려퍼질 뿐이었다.
찰칵... 착.
6발의 탄환이 전부 장전되고 실린더를 다시 리볼버에 삽입시킨 아리엘은 천천히 이누시카를 향해 걸어온다.
“이리엘을 떠나.”
천천히 걸어오던 아리엘은 이누시카를 스쳐지나가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철컥.
아리엘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누시카는 섬광같이 몸을 돌리며 아리엘의 뒤통수에 자동권총의 총구를 갔다 덴다. 허튼 짓을 하려는 순간 방아쇠를 당길 요량인지 절반정도 방아쇠를 당긴 이누시카는 매서운 눈으로 아리엘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그녀는 이 세계에 모순된 존재... 그 모순점이 너희들에게도 옮겨가고 있어.”
하지만 아리엘은 별 위협이 안된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누시카를 바라본다.
“너희들도 곧 모순인자로 판단될꺼야.”
“그렇게 된다면?”
아리엘의 말에 이누시카는 짧게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짧은 대답에 조용히 이누시카를 바라보던 아리엘은 입을 연다.
“다음은... 너희들이야.”
타앙!!
아리엘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누시카는 아리엘의 미간을 겨누고 있던 자동권총의 방아쇠를 주저없이 당긴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의 근육이 움직이려는 순간을 포착한 아리엘은 고개를 옆으로 젖힌 것으로 손쉽게 이누시카의 사격을 피해낸다.
“다음은 너희들이니까. 조심해.”
이누시카의 총격을 피해낸 아리엘은 다시금 그녀에게 경고한다. 그런 아리엘을 노려보며 다시금 그녀를 권총으로 조준해보려는 이누시카였다.
카앙..
하지만 그녀의 자동권총은 사선으로 매끄럽게 베어져 바닥에 툭하고 떨어질뿐이었다. 사격을 피한 순간 그대로 이누시카의 자동권총을 베어낸 것이었다. 망가진 권총을 내려보는 이누시카를 바라보던 아리엘은 몸을 돌려 이리엘이 있는 상층부를 향해 걸음을 옮겨나간다.
“이... 이누시카님...”
“장전해.”
불안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에스멜라다의 부름에 이누시카는 어꼐에 짊어지고 있는 레일건을 그녀에게 건낸다. 그러면서 상층부로 통하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아리엘의 뒷모습에서 눈을 뗴지 않는 이누시카였다.
“어떻게 하시려는 거에요?”
“쫓아간다. 저 녀석... 이리엘님에게 용건이 있는거야.”
“네... 넷!!”
황급히 레일건의 약실에 새로운 탄환을 장전한 에스멜라다는 앞서 걸어가는 이누시카의 뒤를 쫓아 레일건을 품에 안은채 빠른 걸음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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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당했나보네.”
날카로운 검격만 교차하던 싸움터에서 고요한 목소리가 낮게 울려퍼진다. 그런 목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나와 타이를 향해 검을 휘두르던 클론들이 일제히 정지한다.
“예상외로 강적이 있는 모양이야. 이렇게 순식간에 당하다니...”
곧이어 유적지 위에서 나와 타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한 클론이 사뿐하게 지상에 내려선다.
“이런 소모전으로 얻어낼 것도 더 이상 없으니... 빨리 용건을 보도록 할까?”
처음으로 대화가 가능한 클론을 마주한 나와 타이는 작게 마른침을 삼킨다. 인형과도 같은 다른 클론과 다르게 우리를 향해 걸어온 클론은 자신은 평범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살짝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너가 우두머리냐?”
외모는 판에 박은듯 똑같았지만 언제나 나를 향해 최소한의 격식을 차리는 타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가볍게 미소지은 클론은 손에 들고있는 혈검을 허공에 빙글빙글 휘두르며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뭐... 그런셈이야. 나와 2호가 오리지날과 가장 근접했으니까.”
“너와... 2호?”
이해못할 클론의 말에 나는 가볍게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그런 것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우리를 향해 걸어온 클론은 마치 관찰하는 듯이 타이를 바라본다.
“흐음... 내가 너랑 가장 비슷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걸 보니 2호 쪽이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아닌가? 성격도 반반 나눠진건가?”
자신이 말하고도 웃긴지 클론은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다. 나는 그런 클론으로부터 타이를 보호하듯 앞에 나서려하지만 타이는 손을 들어 그런 나를 제지한다.
“너는 어떻게 다른 클론들과 다를 수 있지?”
타이의 침착한 질문. 그런 그녀의 질문에 클론은 가볍게 볼을 긁으며 대답한다.
“별거 아니야. 너가 네이에게 심장이 꿰뚤릴때 바로 네이의 뒤에 있던게 나였거든. 물풍선처럼 팡하고 터져버린 핏물을 나도모르게 삼켜버렸는데... 이렇게 되어버렸네?”
마치 일상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말투와는 다르게 그녀가 한말의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귀를 자극하는 한 단어. 그것은 바로 네이.
“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네이가 네이지 그게 무슨 소리냐니?”
클론은 마치 정신병자보듯이 나를 바라본다. 그런 클론을 노려보지만 내 의문에 답해주는 것은 타이였다.
“네이는 네베르족 최고의 전사를 칭하는 호칭이에요. 타메르가 아는 네이도 네이지만... 제가 만난 네이도 네이에요.”
“하여튼. 네 피를 약간 마시고 나는 다른 클론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어.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없는 클론을 내가 지휘하지.”
타이의 말을 끊은 클론은 그 사이를 끼어들며 말한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말이야... 내가 너의 피를 좀더 마시면 어떻게 될까? 오리지날과 가까워지겠지? 그래서 이렇게 손수 찾아온거야.”
“클론주제에 오리지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클론의 말에 콧웃음을 친 타이는 곧바로 달려드려는 듯이 가볍게 자세를 낮추며 자신의 검으로 클론을 겨눈다. 그러자 클론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 함정에서... 내가 전력을 다 했을거라 생각해? 너희들이 보고 배운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데?”
“하지만 너. 살기 위해서 발버둥쳤잖아. 그 네이라는 존재에게...”
“물론 나름대로 최소한의 노력이었어. 하지만 말이야 아직 선보이지 않은 필살기같은게 많거든.”
이젠 타이쪽에서 가볍게 눈웃음을 짓는다. 지금 이 클론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가 누군지 포착한 상황. 무모하게 앞에 나선 클론만 제거하면 이 싸움은 우리들의 승리가 될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타이또한 클론의 목을 베어버릴 준비를 한다.
“너의 실수야. 내 짝퉁아.”
타이의 말이 끝을 맺는 순간. 다른 클론들을 상대할때는 보지 못했던 날카롭고 얇은 검광이 허공에 그어진다. 온몸의 탄력을 이용한 빛과 같은 속도의 발도. 나또한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간신히 검의 궤적을 쫓을 수 있었다. 이런 검에 의해 방심한 클론의 목이 베어나갈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이러면... 위험하잖아.”
하지만 클론은 예상외로 느긋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검광이 그어졌지만 그 순간 클론이 뒤로 살짝 한보 물러서는 것이 더 빨랐다. 검광이 스치고간 코끝을 가볍게 매만지던 클론은 다시 웃음짓기 시작한다.
“어떻게 그걸...”
좀 비겁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날카로운 기습이었다. 그런 기습을 피해낸 클론을 타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난 오리지날과 달라. 비록 너의 힘에 반도 못미치지만... 나는 쪼오끔 특별하거든. 너와 다르게...”
클론을 코끝을 매만지던 손으로 가볍게 눈을 비빈다. 그러자 평범한 검은 눈동자가 고양이 눈처럼 갈라지며 붉은 기운이 휘감겨가기 시작한다.
“엄마라는 존재가 물려준 네베르족의 피를 억제하지 않거든.”
========== 작품 후기 ==========
Solar Eclpise / 흐뭇한걸 많이 써야죠... 빨리 이 편을 끝낸다면요.
마스터칼솔럼 / 원래 좀... 금지된게 더 끌리는 법이거든요.
dgfdgzvc / 그... 그정도라니... 그런 사랑에 보답할 방법이 없다는게 슬프네요.
빨간달팽이 / 언제나 ㅇㅅㅇ!
으으으... 넷북을 수리한지 얼마되지않아 세제범벅이 되어버리다니..
이건 저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