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38화 (238/298)

238편

<-- 클론 -->

“후우으으으...”

4개의 층정도를 꿰뚫어버린 걸까. 로잔나는 무너진 잔해위에 서서 머리위로 뻥 뚤려버린 구멍을 올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이정도의 파괴력이 있을줄 로잔나또한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치이이익...

지나치게 과부화된 강화파츠는 과열된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로잔나의 다리를 조금씩 태워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정도 고통정도는 감수할 각오를 하고있던 로잔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강화파츠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일단... 이걸로 처리된걸까?”

이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직격으로 맞고도 살아있으면 그것은 생물이 아니다. 그냥 괴물일 뿐이지. 자신이 만들어낸 잔해를 둘러본 로잔나는 올리비아와 합류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한다.

콰득..

그때. 그녀의 발밑의 땅이 들썩이며 피범벅이 된 하나의 팔이 솟아오른다.

“뭐야?!”

그건 다름아닌 클론의 팔. 땅에서 빠져나온 팔은 자신이 빠져나온 잔해를 거칠게 긁어낸다. 그런 손에 의해 큼지막한 잔해들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하고... 곧이어 흙투성이가 된 클론이 천천히 잔해 속에서 너덜너덜해진 몸을 일으켜나갔다.

“괴물이네...”

상대를 확인한 로잔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몸을 일으킨 상대는 다름아닌 클론들을 지시하던 리더. 묘하게 침착하며 가라앉아있는 분위기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클론의 몸상태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크고 묵직한 잔해에 짓눌러 한쪽 팔은 짓이긴 고깃덩어리가 되어있었고 얼굴이나 신체의 살갗도 군데군데 찟어지거나 벗겨져 붉은 근육조직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료 수집할 가치... 없음.”

몸을 일으킨 클론은 조용한 목소리로 로잔나를 도발한다. 그런 클론의 말에 눈썹을 움찔거린 로잔나는 가볍게 다리를 풀어낸다. 한번의 과부화가 있었지만 그 정도로 무용지물이 될 이리엘의 작품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과열된 강화파츠는 로잔나의 다리를 상처입힐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건들인 상대앞에서 그런 상처는 로잔나의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걸레가 되었는데도 입은 아직 팔팔하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로잔나는 클론과 거리를 가늠한다. 아주 적합한 사정거리. 최적의 동선에서 최고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거리였다.

“그 입... 다물게해줄테니까!!”

그녀는 예고없이 온몸을 비틀며 다리를 휘두른다. 정확히 클론의 관자놀이를 노린 발차기. 직선적이고 솔직했지만 강화파츠로 강화된 힘이 서려있는 이상 걸레조각이 된 몸으로 막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콰앙!!

“....?!”

하지만 클론은 막아냈다. 검이나 방패가 아니라... 그녀또한 슬쩍 들어올린 다리로.

퍼억!

로잔나가 당황하는 사이. 막아낸 로잔나의 다리를 가볍게 밀쳐낸 클론은 아주 교묘한 각도로 다리를 움직이며 기습적으로 로잔나의 가슴을 강타한다. 불의의 일격에 뒤로 두어걸음 물러선 로잔나는 자신의 가슴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을 내려다본다.

“......”

이건 단순한 조롱이었다. 만약 클론이 그녀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있는 힘껏 그대로 로잔나의 가슴을 으깨버렸을 것이다. 힘이 담겨있지 않은 발차기를 얻어맞은 로잔나는 벙찐 얼굴로 클론을 바라본다.

“너... 이 자식...”

하지만 그런 로잔나의 얼굴은 험악하게 뒤틀려버린다. 그녀의 자존심을 자극한 거에 이어서 그녀를 조롱한 클론의 행동을 그냥 바라봐줄 수는 없었다.

“약간.. 놀아줄테니까...”

순간 클론의 눈에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곧이어 클론의 입술을 비집고 마치 짐승처럼 날카로운 송곳니가 돌출된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 클론의 모습에 로잔나는 자신도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뭐야 이건..”

마치 제어가 불가능한 짐승을 눈앞에 둔 것과도 같은 긴장감. 심장을 옥죄어오는 야성 그대로의 살기에 로잔나는 입술을 잘근 깨문다.

“갈테니까...”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게 클론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침착했다. 그런 모순된 모습에 로잔나가 괴리감을 느낄떄.

파앙!

클론은 걸레가 된 몸에서 나온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땅을 박차며 로잔나를 향해 달려든다.

“크읏...!!”

그녀의 감각이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해주고 있었지만... 지금 상대를 쓰러뜨리려면 몸이 걸레같이 망가진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만약 녀석을 회복하게 놔둔다면 그 뒷일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흐아압!!”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로잔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클론을 향해 마주 달려든다.

콰앙!!

“큿...!!”

허공에서 로잔나와 클론의 다리가 교차된다. 짓이겨진 팔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로잔나를 조롱하려는 건지 클론은 로잔나와 비슷하게 발차기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질줄 알고?!”

체술에서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에 로잔나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온힘을 다해 클론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리엘이 만들어준 강철의 의족과 클론의 다리가 연속적으로 허공에서 부딪히지만 밀리는 것은 오히려 로잔나쪽이었다.

“으읏...”

의외로 클론의 체술또한 만만히 볼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힘보다는 기교를 우선시한 부드러운 몸놀림. 폭발적인 파괴력과 치명적인 일격만을 노리는 로잔나와 상반되는 기술이었다.

“젠장...”

거기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경험의 차이였다. 로잔나는 자신과 비슷한 체술의 쓰는 상대와 겨뤄본 적이 적었다. 그녀가 있었던 군대에서 체술보다 사격술에 더 의의를 뒀기에 그녀가 상대할만한 실력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퍼억!

또다시 클론의 발차기가 로잔나의 가슴에 격중한다. 하지만 그것또한 조롱.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아닌 가슴에 단순한 발자국만 남기는 장난이었다.

“기회는 세 번뿐이니까.”

뒤로 물러선 로잔나를 향해 클론은 경고한다. 그런 클론의 말에 로잔나는 자신의 가슴에 찍힌 두 개의 발자국을 내려본다. 아마도 세 번째에 그녀를 죽이겠다는 뜻이었을까. 가슴에 묻는 발자국을 지우지 않은 로잔나는 클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참... 여유롭기도 하시네. 그럼... 이제 본실력을 보여줘볼까?”

“본실력...?”

로잔나의 말에 클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한다. 그런 클론을 바라보며 로잔나는 허벅지 뒤에 숨겨둔 호신용 리볼버를 꺼내든다.

“켈레브라 스타일.”

“....?!”

로잔나는 이누시카처럼 뛰어난 명사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근거리의 표적정도는 정확히 명중시킬 사격실력이 있었다. 그래서 최전방에서 체술과 같이 호신용 권총이나 자동소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로잔나의 대인 전투력과 돌파력은 군대 내에서 최상위 클래스에 속했다.

비겁하기는 했지만 전장에서 이것저것을 따지지 않는 것이 켈레브라 부대의 철칙이었다. 클론은 아마도 그녀와 체술을 겨루는 순수한 결투를 원한 것 같았지만 로잔나에게는 그것이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클론의 리더의 죽음과 이 싸움의 승리.

타앙!!

로잔나는 클론의 미간을 향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요란한 총성과 함꼐 탄환이 발사된다.

“읏...!”

하지만 클론은 황급히 몸을 옆으로 비틈으로 탄환을 피해낸다. 그러나 리볼버에 장전된 탄환은 한발이 아니었다.

타앙! 탕! 탕!

로잔나는 앞으로 다가서며 클론의 급소를 향해 조준한채로 연속적으로 방아쇠를 당겨간다. 처음에는 몸을 비트는 행동으로 총알을 회피해내는 클론이었지만 계속되는 사격을 피해낼 수 없었던 클론은 황급히 몸을 뒤로 뺀다.

“어딜도망가?”

카앙.

클론이 몸을 뒤로 빼려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비릿한 미소를 지은 로잔나는 허리춤에 매어진 수류탄의 안전핀을 빼낸다. 그러자 동시에 허리띠에 수류탄을 고정하던 걸쇠가 풀어지며 동그란 수류탄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굴러내려간다.

“선물을 받고 가야지!”

수류탄이 그녀의 발목까지 굴러오자 로잔나는 그런 수류탄을 뒤로 물러서려는 클론을 향해 던져버린다.

콰아앙!!

총성과 비교안되는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퍼진다. 지근 거리에서 터진 수류탄은 화염과 함께 수많은 쇳조각으로 클론의 몸을 헤집는다.

“우읏...”

수류탄이 폭발하는 순간. 양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클론은 간신히 자신의 급소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클론의 양팔은 폭발의 충격으로 산산히 조각났을 뿐만아니라 뜨거운 열기에 지글지글 타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광혈의 저주라고 해도 이런 치명상까지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질긴놈.”

얼굴의 절반 이상이 열기에 녹아내려있는 클론이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붉은 눈을 빛내며 로잔나를 향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클론을 노려보며 로잔나는 리볼버의 잔탄을 확인해본다. 약실에 남아있는 건 두발. 거기다 녀석에게 같은 수가 두 번 이상 통하지는 미지수였다.

-로잔나 언니! 괜찮으세요?!

그때 그녀의 귓가로 들리는 올리비아의 무전. 올리비아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로잔나는 클론의 눈치를 살핀다. 다행히도 클론은 특별한 기색을 느끼지 못한것 같았다.

-30초후... 지원사격... 알았어요!

클론의 눈치를 살피던 로잔나는 어디에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올리비아에게 간단한 수신호를 알린다. 다행히 올리비아는 그런 로잔나의 수신호를 알아들은듯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

그에 비해 그녀들만의 수신호를 알지 못하는 클론은 로잔나가 허공에 가볍게 손을 흔들거나 움켜쥐어보이는 행동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하지만 큰 변화나 이변이 없자 이내 그녀의 행동을 단순한 퍼포먼스로 생각하며 곧바로 달려들듯 매섭게 로잔나를 노려본다.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런 클론의 주의를 끌기위해 로잔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양팔이 날아가고 얼굴 한쪽이 녹아내린 중상을 입은 클론. 이대로 싸우기는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섯불리 달려들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응.”

클론은 숨길 뜻은 없다는 듯이 솔직담백하게 로잔나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런 클론의 솔직한 대답에 로잔나는 조용히 다른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덴다.

“내가... 가만히 둘거라고 생각해?”

“문제없어. 반격을 위한 다리 근육조직은 대부분 회복했으니까...”

“그건 두고봐야지!”

찰칵!

로잔나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린 또다른 수류탄의 안전핀이 뽑힌다. 하지만 그런 수류탄을 던지기도 전 안전핀이 뽑히는 날카로운 쇳소리에 반응하는 클론의 몸이 더 빨랐다.

“칫...!!”

로잔나가 수류탄을 던졌을때는 이미 클론이 그녀가 목표한 지점에서 벗어난 후였다. 클론은 그대로 로잔나에게 반격할 기세로 로잔나에게 달려든다. 그런 클론을 향해 리볼버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탕!

두발의 총성과 함께 리볼버의 총탄이 클론을 향해 쏘아져가지만 클론은 몸을 살짝 비틀어 급소가 아닌 부분에 피탄을 허용한다. 강한 충격에 클론의 몸이 가볍게 움찔거리지만 그녀의 돌진을 막을 수준은 아니었다. 처음처럼 조롱이 아닌 진심이 담긴 기세에도 불구하고 로잔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푸슈우욱!!

곧이어 로잔나의 허리춤에서 자욱한 연기가 갑작스럽게 뿜어져나온다.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으면서 그녀는 최루탄의 안전핀까지 뽑아버린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뿜어져나오는 연막이 재빨리 방독마스크를 쓰는 로잔나의 모습을 가려버린다.

“읏...”

그러자 무모하게 돌진해오던 클론도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시야가 차단된 상황속에서 클론은 자신의 코를 찌르는 낯선 최루탄의 자극에 당황한다. 클론은 로잔나를 쫓기 위해 감각을 예민하게 일꺠우지만 자욱한 연막속에서 로잔나를 추적하기는 불가능했다. 방금전 수류탄이 터진 충격에 아직도 귀에는 이명이 남아있어 세세한 소리까지 추적할 수 없었고 야수의 피로 강화된 후각또한 최루탄에 의해 무력화되어버렸다. 청각과 후각, 시각까지 마비된 클론은 로잔나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채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퍼억..

“아...”

그 순간 갑작스럽게 클론의 어께가 터져버린다. 사격이 온방향으로부터 로잔나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클론은 총탄이 날라온 각도를 계산한다.

“...?!”

하지만 총탄이 날라온 곳은 붕괴된 위의 층이었다. 고개를 들어 총탄의 진원지를 바라봤을때. 클론이 마지막으로 본것은 자동소총을 잔해위에 단단히 거치시킨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올리비아의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빨간달팽이 / ㅇㅅㅇ??

akdldkssm /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dgfdgzvc / 냠냠을 위한 복선이죠..

후우... 11월도 거의 다 지나가는군요.

이제 내 대학생으로써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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