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편
<-- 클론 -->
다른 반대편에서는 이누시카와 에스멜라다가 클론무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저격이 특기인 이누시카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리엘이 만들어준 레일건으로 초장거리 저격으로 일격에 한 두명의 클론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총신 교환.”
“아... 알겠습니다!!”
이누시카의 지시에따라 에스멜라다는 신속히 레일건의 과열된 총신을 교체한다. 쇠가 살짝 녹을 정도의 고온이었지만 타메르에 의해 양 손을 잃었던 에스멜라다는 이리엘이 새로만들어준 의수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아무리 과열된 총신도 별 어려움없이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철컥.
이제는 능숙히 총신이 교체되자 이누시카는 다시금 한손으로 레일건을 움직여 생체 탐지 스코프 넘어의 상대를 조준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 이누시카는 여전히 외팔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날카로운 저격실력은 변함이 없었다.
파앙!!
총신에 강한 전류가 통하자 요란한 총성대신 공기를 찣는 파공음과 같이 탄환이 발사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쏘아진 탄환은 수십개의 벽을 꿰뚫고 그대로 이누시카가 조준한 클론의 머리를 꿰뚫어버린다.
“이상해...”
클론의 머리를 날려버린 이누시카는 찝찝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새로운 탄환을 준비하는 에스멜라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거에요?”
철컥.
이누시카가 한손으로 노리쇠를 당기자 레일건의 약실이 개방된다. 그런 약실에 새로운 금속탄환을 장전한 에스멜라다는 고글을 쓰고 클론들을 살펴본다. 그들은 예고없이 벽을 뚫고 나오는 총탄에 대처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저쪽은 이쪽의 위치를 모르고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무력하게 당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
파앙!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누시카는 쉬지않고 조준과 사격을 멈추지 않는다. 다시금 방아쇠를 당기자 고글 넘어로 보이는 클론의 생체반응이 몇 개가 사라진다.
“최소한 엄폐, 혹은 도주의 행동이 이행되어야하는데... 저쪽은 그냥...”
“허둥지둥거리기만 하네요. 어린애처럼...”
이누시카의 설명에 에스멜라다또한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미끼군.”
곧이어 이누시카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에스멜라다! 주변을 둘러봐!”
“예.. 옛!”
이누시카의 지시에 에스멜라다는 황급히 생체탐지용 고글을 쓴채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본다. 곧이어 그런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3시와 10시방향.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언제 빠져나간거지?”
이누시카는 적들이 이 층에 진입한 이후부터 녀석들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클론의 무리에서 벗어난 존재는 없었다.
“다른 진입로가 있었나?”
“이... 이누시카님!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응전해야지.”
몸을 일으킨 이누시카는 한손으로 커다란 레일건을 가뿐히 들어올린다. 외팔이가 된 이후로부터 하나남은 팔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이누시카였다. 꽤나 무거운 레일건이었기 떄문에 어딘가 거치시키지 않고 사격하기는 불가능했지만 단순히 무기로 휘두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곧 도착해요!”
고글로 상황을 살펴보던 에스멜라다는 이누시카에게 적의 위치를 말하며 자신이 짊어지고 온 커다란 백팩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낸다. 화력지원병인 에스멜라다는 이리엘이 특별히 제작해준 신형 유탄발사기를 손에 쥔다.
“이거... 사용해본건 처음인데...”
이리엘에게 그녀가 만들어준 유탄발사기의 성능에 대해 간략한 설명은 들었다. 외형은 평범한 유탄발사기와 비슷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녀가 알고있는 유탄발사기와 전혀달랐다. 유적을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가진만큼 그녀가 싸우는 곳은 밀폐된 공간이나 비좁은 곳이 분명했다. 그런 곳에서 커다란 폭발과 열기를 사방으로 흩뿌리는 평범한 유탄발사기는 아군에게도 큰 위험이 되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해 만든 것이 이리엘 특제 유탄발사기였다.
그녀의 유탄발사기는 특별한 유탄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화약 대신 중력인자가 들어간다. 일명 응징자 유탄이라 불리는 이 유탄은 표적에 명중할시 중력인자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중력인자가 활성화되면 유탄을 중심으로 좁은 범위 내에서 중력변이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력 변이현상은 0.2초내로 소멸되는 작은 블랙홀을 만들어내고 그런 블랙홀은 유탄이 착탄된 지점을 중심으로 일정반경의 공간을 급속히 일그러뜨러버린다.
촤악!
이누시카와 에스멜라다가 싸울 준비를 끝내자 벽에 날카로운 검광이 그어진다. 곧이어 두터운 벽돌벽이 조각나 무너져내리고 그들을 기습하기 위해 달려온 클론들의 모습이 들어난다.
투웅!
적을 포착하자마자 미리 조준을 마친 에스멜라다는 유탄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자 가벼운 진동과 함께 은색 원통이 클론 무리들을 향해 쏘아진다.
촤악!
총알에 비해 너무나도 느린 투사체인 유탄에 클론들은 별 위협도 못느낀 듯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유탄을 베어낸다.
키이잉..
검날이 유탄을 베고 지나가는 순간. 대기와 접촉한 탄두안에 숨겨진 중력인자가 활성화된다. 허공에서 인공적인 중력을 만들어내어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중력인자.
와지지직!!
“....?!”
유탄을 베어낸 클론의 검이 마치 종이처럼 구겨들어가버린다. 그런 낯선 현상에 위기감을 직감한 클론은 뒤로 몸을 뺴려고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중력장의 영향범위 안이었다.
“읏...!!”
마치 무형의 힘에 온몸이 잡아 이끌리는 듯 클론은 거리를 벌리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작은 신음을 흘린다. 뒤로 몸을 빼기는 커녕 지금 서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도 벅차하고 있었다.
“아...”
하지만 탄두안에 숨겨진 중력인자들이 하나씩 전부 활성화가 되어가자 그녀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곧이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 클론의 몸이 기울어지며 중력인자들을 향해 쓰러진다.
콰드드드득!!!
“....”
그 다음의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클론의 몸이 살짝 중력인자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순신간에 찌그러지며 작은 붉은 점덩이로 변해버린다. 온몸의 뼈와 근육이 압축되어 찌그러지는 소리를 선명하게 들은 에스멜라다는 몸을 움찔떨며 허공에 떠있는 붉은 살점덩어리를 바라본다.
투둑..
곧이어 자연상태에서 중력인자가 소멸되어버리자 허공에 떠있던 살점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으... 으아아..”
에스멜라다는 자신의 유탄발사기를 두려운 눈으로 내려다본다. 설마 이정도로 끔찍한 무기인줄 상상도 못했던 에스멜라다였다.
“정신차려.”
그런 에스멜라다를 툭치며 이누시카가 말한다.
“결과는 끔찍하지만 당사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고통도 없어. 그건 좋은 무기야.”
“그... 그런건나요?”
“응. 그런거야.”
철컥.
이누시카 또한 레일건을 어께에 짊어지고 허리 뒷춤에서 한자루의 자동권총을 꺼낸다.
“에스멜라다. 견제해.”
“알겠습니다.”
두려운듯 유탄발사기를 움켜쥔 그녀의 손이 떨리지만 이누시카의 지시대로 에스멜라다는 차분히 유탄발사기의 총구를 클론들을 향해 겨눈다. 클론들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상대의 무기가 가진 위험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탄발사기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자 클론들은 섣부르게 달려들지 않고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들의 빈틈을 찾을 뿐이었다.
투웅!
곧이어 에스멜라다가 방아쇠를 당긴다. 클론들을 향해 쏘아지는 유탄. 하지만 클론들은 이번엔 멍청하게 그런 유탄을 베어내려하지않았다. 비교적 느린 투사체인 유탄을 피하려는 듯 클론들이 좌우로 갈라진다.
타앙! 타앙!
그러자 짧은 총성이 연속적으로 울려퍼진다. 유탄을 피하기 위해 좌우로 몸을 날린 클론들의 빈틈을 노린 이누시카의 사격이었다. 침착하고 예리했던 저격수인 만큼 그녀의 권총사격또한 치명적이었다. 정확히 머리를 노린 사격에 클론들은 무력하게 쓰러진다.
곧이어 에스멜라다의 유탄발사기의 재장전시간을 노린 클론들이 일제히 그녀들을 향해 달려온다.
“에스멜라다. 장전은?”
“에... 어... 이리엘님의 설명상 초당 3발의 유탄이 함선에서 제작되어 전송된다고 했어요. 이론상 장전할 필요는... 없네요.”
에스멜라다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심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의심이나 웃음기하나 띄우지 않은 이누시카는 말한다.
“이리엘님이 그러셨다면 믿어. 난사해.”
“에... 아.. 알겠습니다!!”
서슬퍼렇게 예기를 발하는 검을 들고 달려드는 클론들을 향해 에스멜라다는 이를 꽉 꺠문채 방아쇠를 당긴다. 가벼운 반동과 함께 쏘아지는 유탄. 동시에 클론들의 진격이 멈춘다.
콰지지직!!
유탁이 착탄된 지점의 공간이 빠르게 압축되며 섬뜩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진다. 에스멜라다의 무기의 위력을 알고있는 클론들은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하고 유탄을 피하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타앙! 타앙!
그 사이에 클론들의 빈틈을 노린 이누시카의 권총이 불을 뿜는다. 무한히 발사되는 유탄앞에 전진하지도 못하고 하나둘씩 차근차근 쓰러져나가는 클론들. 어느세 에스멜라다의 얼굴은 환희에 젖어있었다.
“이거 쩔어!!”
옛날처럼 화약의 폭발이나 후폭풍을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착탄됨 지점의 일정 반경만 깔끔하게 초토화시키는 응징자 유탄의 매력, 거기다 성가신 재장전이 필요없어 가벼워진 어께와 빠른 연사력에 에스멜라다는 푹 빠져버린다.
“....?!”
그때 클론들 사이에서 한 클론이 무모하게 돌진해온다. 그런 클론을 바라보며 이누시카는 상대가 뭔가 다르다는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낀다.
“에헤헷!!”
하지만 무기의 위력에 취한 에스멜라다는 그런 클론을 향해 유탄발사기의 총구를 겨눈다. 어자피 무모하게 달려드는 이 클론또한 응징자 유탄에 의해 한조각의 고깃덩어리로 변할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쏘지마!”
이누시카는 에스멜라다를 말리지만...
투웅!
유탄발사기의 방아쇠가 당겨지며 유탄이 그 클론을 향해 정면으로 날라간다.
촤악!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유탄을 바라보며 클론은 검을 크게 휘두른다. 하지만 유탄이 베어지진 않았다. 휘둘러진 검은 마치 커다란 천처럼 변하며 유탄을 휘감는다.
“흐읍...!”
자신의 혈검이 두터운 천으로 변해 유탄이 휘감겨지자 클론은 자신의 완력을 이용해서 유탄이 휘감긴 천을 크게 휘둘러 유탄의 추진력을 없에버린다.
“이런 젠장...!!”
그 다음 클론이 행할 행동을 예상한 이누시카는 짧게 욕을 내뱉는다. 그녀의 예상대로 붉은 천에 휘감긴 유탄을 크게 휘두른 클론은 추진력을 잃은 유탄을 이누시카와 에스멜라다를 향해 집어던진다.
피할 수는 없었다. 피하려고 몸을 던지는 순간 사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클론들을 향해 온몸이 난도질 당할 것이 뻔했다.
철컥.
이누시카는 주저없이 권총을 버리고 어께에 짊어매고 있던 레일건을 한손으로 움켜쥔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무거운 레일건을 들어올려 자신을 향해 떨어져오는 유탄을 조준한다.
파앙!
그리고 유탄을 향해 딱 한발장전되어있는 탄환을 발사한다. 전기 레일의 힘으로 음속을 돌파한 속도로 쏘아진 탄환은 그대로 유탄을 관통한다. 탄환의 어마어마한 추진력에 유탄안에 담겨진 중력인자들은 활성화 되기 전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지지직..
중력인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진채로 활성화되어버린다. 하지만 사방으로 흩뿌려진 중력인자의 힘은 미약했다. 그저 뭔가 몸을 가볍게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나쁜 느낌만 주며 사라지는 중력인자 사이로 사뿐하게 땅에 착지한 클론을 노려본다.
“뭔가... 다른놈이네.”
이누시카는 레일건을 다시 어께에 짊어지며 자신의 정면에 선 클론을 노려본다. 그 클론은 다른 클론들을 지휘하는듯 슬쩍 손을 들어올려 달려드려는 클론들을 제지한다.
“이... 이누시카님...”
“힘들겠는데...”
자신의 강력한 유탄이 오히려 자기를 위협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에스멜라다는 상대를 향해 유탄을 쏘는 것을 주저한다. 그런 에스멜라다를 등뒤로 숨기며 이누시카는 허벅지에 매어둔 날이 길죽한 컴뱃 나이프를 꺼내든다.
“....”
그러자 리더인 클론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이누시카를 바라본다. 자신이 가진 검보다 너무 초라할 정도로 작은 검. 그런 검으로 자신에게 대항하려는 이누시카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것이다.
“재...미있네...”
클론은 어눌한 목소리로 말한다. 곧이어 그녀또한 자신의 혈검을 이누시카가 가진 검과 비슷한 크기로 축소시킨다. 그런 클론의 행동을 조용히 관찰한 이누시카는 도박을 해본다.
“너... 검술에 자신있는 것 같은데. 내기하나 하지.”
“내...기?”
단어의 뜻을 모르는 듯이 이누시카의 말에 클론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런 클론의 반응에 아랑곳하지않고 이누시카는 자신의 뜻을 밝힌다.
“나와 1:1로 싸워. 너가 지면 모든 부하들을 뒤로 물려.”
“너의 지시를... 들을 이유 없어.”
이누시카의 말에 클론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그런 클론의 얼굴에는 이누시카의 발언을 어이없어하는 명백한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건 그냥... 재미. 우리가 추구하는... 결과는 하나. 에페리아님의 명령으로 인해 모든 이의 말살.”
“어찌됬든 결론은 하나라는건가?”
“멍청하진... 않네.”
그 말을 끝으로 컴뱃 나이프와 비슷한 길이의 혈검을 든 클론이 이누시카를 향해 달려든다.
========== 작품 후기 ==========
유운처럼 / 고생은 무슨... 현역분들이 더 고생이죠..
빨간달팽이 / ㅇㅅㅇ;;;
응징자 유탄이 스X2에 나온거라고 말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