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35화 (235/298)

235편

<-- 클론 -->

이리엘의 저격이 클론들을 위협한다고 판단되자 몇몇의 클론들은 이리엘이 저격하고 있는 중앙탑으로 향한다. 비록 타이와 타메르를 포위한 수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그 수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중앙탑을 포위한채 2개의 무리로 나눠져 각 층을 수색하며 중앙탑을 오르기 시작한다.

“...정지.”

그중 한 무리를 이끄는 듯한 클론이 명령을 내린다. 그녀는 다른 클론들과 다르게 독단적인 판단이 가능한듯 붉은 눈동자를 차분히 빛낸다. 그녀는 가볍게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이질적인 향... 기계? 화약?”

몸에 흐르는 네베르족 피를 억누른 타이와 다르게 클론들은 자신들의 예민한 야성을 숨기지 않는다. 코끝을 자극하는 쇠향기를 맡은 클론은 손짓으로 몇 명의 클론들을 전진시킨다. 리더와 다르게 아무런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클론은 그녀의 말에 따라 위험이 있을 것이 분명한 전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

하지만 아무런 이변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감각이 느끼는 위험을 무시하지않는 리더는 또다른 명령을 클론들에게 내린다.

“찾아. 향의 진원지.”

이성이 갖춰지기 시작하면 야성은 오히려 이성에 억제되어가기 시작한다. 그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리더는 아직 이성이 깨어나지않은 클론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클론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낯선 쇠의 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한다.

그곳은 다름아닌 무너진 돌더미. 향의 진원지가 그곳이라 직감한 클론은 자신의 혈검을 날카롭게 세워 돌더미를 찌른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돌더미 사이에 숨겨진 클레모어가 터지며 쏟어져나온 수백개의 쇠구슬들은 그 앞에 서 있는 클론의 신체를 갈갈이 찢어버린다.

----------------------

“에... 로잔나 언니. 얘들 엄청 조심스러운데요?”

잃어버린 시력을 대신해 이리엘이 눈대신 개조해준 다목적 탐지장치의 조작하며 중얼거린다. 단순한 적외선 탐지뿐만아니라 대기중에 퍼지는 심장파동이나 호흡을 통한 공기의 흐름등으로 일정반경 주변의 모든 생명활동이 탐지가능한 탐지기 덕분에 올리비아는 벽넘어에 있는 클론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부비트랩같은 건 안되나... 그럼 역시 전면전을 해야하려나...”

손에 들린 서류를 뒤적거리던 로잔나는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녀가 나름 신경써서 설치한 부비트랩들이었지만 저렇게 비이상적으로 조심스러운 이상 소용이 없었다. 중앙탑을 그려놓은 지도에 빨갛게 표시된 트랩위치들을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던 로잔나는 서류철을 덮는다.

철컥.

“에헤헤.. 이런꼴로 해보는 최초의 실전이네요.”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올리비아는 자신의 잃어버린 눈을 대신하는 탑지장치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덕분에 명중률 14%인 너의 사격실력도 98%까지 끌어올렸잖아. 좋게 생각해.”

“네에 네에... 그렇겠죠. 이제 총질은 안하고 신나는 발차기만 할 수 있는 로잔나 언니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죠.”

입술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리던 올리비아는 탐지장치의 탐지모드를 바꾼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이 담겨진 탐지기에는 탄도 추적기능도 포함되어있었다. 98%명중률도 탐지장치가 탄도예측을 위한 초탄을 제외한 전탄 명중이라는 경의로운 기록이었다.

“탐지장치에 부비트랩 위치 기록해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느예에 느예에...”

로잔나의 지시에 뚱한 목소리로 대답한 올리비아이지만 그녀의 지시대로 탐지장치를 조작해 남은 부비트랩의 위치를 기록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로잔나또한 부숴져버린 자신의 무릎을 대체하고 있는 의족의 시스템을 조작한다.

기이잉..

평소와는 달리 기계의족 내부의 복잡한 기기가 움직이는 소음이 낮게 울려퍼진다. 곧바로 일어날 전투에 대비한 상태. 과거 이리엘을 서포트하며 마녀 에페리아를 상대해봤던 로잔나는 자신의 의족이 가진 어마어마한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보행 보조기기를 벗어나 그 하나로 병기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 거기다 그녀만의 날카로운 발기술이 합쳐져 그녀의 다리는 총기를 뛰어넘은 병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와요. 사정거리 진입까지 5초.”

천천히 수색을 하며 다가오는 클론들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던 올리비아는 장난끼가 완전히 사라진 목소리로 로잔나에게 신호한다.

“4... 3... 2...”

시력을 잃은 후 최초의 교전이라 그런지 결전의 시간에 가까워질 수록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로잔나는 그런 그녀의 떨림이 전투에 진입하면 감쪽같이 사라질 거란 것을 알고있었기에 큰 걱정없이 거리를 좁혀오는 클론들을 노려본다.

“1... 지금!!”

올리비아의 신호에 맞춰 로잔나는 있는 힘껏 자신의 앞의 벽을 걷어찬다.

콰앙!!

기계의족에 의해 대폭 강화된 그녀의 각력은 튼튼한 석벽을 그대로 붕괴시켜버린다. 곧이어 석벽 넘어에서 주변을 수색하던 클론의 가슴을 강타한다.

“카... 헉..”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힘이 실린 그녀의 발차기에 클론의 가슴이 움푹 페어들어간다. 곧이어 한움큼 피를 토한 클론은 무너져내린 석벽의 파편에 파묻혀버린다.

“방해자 제거.”

동시에 리더로 보이는 클론은 놀란 눈치도 보이지 않으며 침착하게 주변의 클론에게 지시를 내려 갑작스럽게 모습을 들어낸 로잔나를 지목한다.

“이야아아아!!”

곧이어 몸을 일으킨 올리비아는 로잔나가 부숴버린 벽을 향해 자신의 자동소총을 겨냥한다. 이리엘이 만들어낸 다목적 탐지장치로 벽 넘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클론들의 위치는 명확하게 탐지해내고 있었다.

로잔나나 이누시카에게 배운 사격자세를 취한 올리비아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클론의 급소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투다다다!!

예전 막무가내의 난사와 다르게 명확하게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정밀사격에 클론들이 움찔한다. 몇몇 클론은 갑작스런 올리비아의 사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머리나 가슴이 터져나가 쓰러지지만 대다수의 클론들은 신속하게 올리비아의 공격에 반응한다.

퍼버벅!!

그들은 자신의 혈검을 변형시커 질긴 가죽같은 피의 막을 만들어낸다. 아직 이리엘의 특별한 기술력이 더해지지 않는 평범한 올리비아의 자동소총의 탄환이 그런 혈막을 꿰뚫을 수 없었다.

“허튼 수작...!!”

콰지직!!

그러나 혈막을 만들어 방어에 치중한 만큼 빈틈도 많았다. 그런 빈틈을 로잔나가 그냥 좋아라 구경할 사람은 아니었다. 단숨에 그들과 거리를 좁힌 로잔나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않는 그들의 방패를 있는 힘껏 걷어차버린다.

질기고 탄력이 강한 혈막이었지만 기계화되어 강화된 로잔나의 발차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로잔나의 발차기를 가로막은 클론은 산산히 부숴져 핏물로 변하는 혈막과 같이 날라가버린다.

“마하... 킥!!”

단숨에 클론들 사이로 파고든 로잔나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클론을 목표로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린다. 단순한 일직선의 옆차기. 하지만 로잔나가 다리를 들어올리는 순간 고출력 소형 엔진이 폭발적으로 다리의 움직임을 가속시킨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속에 다달으는 발차기.

퍼엉!!

로잔나의 발차기가 클론의 몸에 직격하는 순간 주병의 공기가 터져나가는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전방을 뒤흔들어버린다. 예상외의 강력한 로잔나의 힘에 멀뚱멀뚱 서있던 클론들이 사방으로 튕겨져나간다.

“으아아아.. 그런 요란한 기술 쓰지마요!! 센서가 혼란을 일으켜요!!”

“미안미안.”

단숨에 수십명의 클론들을 날려버린 로잔나는 과열된 다리를 바닥에 톡톡 두들기며 올리비아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남은 클론들을 스윽 훑어본다.

단 한명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 지금의 이 상황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기세가 크게 꺽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대들은 명령을 따르는 클론들. 그런 기세나 사기같은게 존재하지 않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새로나온 방해자를 제거하기 위해 흉흉한 붉은 날을 빛내는 혈검을 들어올린다.

“으음... 계산 미스인데... 보통 도망가거나 혼란스러워하는 녀석들을 올리비아가 제거하는게 작전 계획인데...”

“보기좋게 틀어졌네요 언니.”

위기감없이 느긋하게 말을 나누는 올리비아와 로잔나였지만 그들의 얼굴은 심각했다. 올리비아는 신속히 새로운 탄환을 장전해 넣었고 올리비아는 과열된 오른쪽 다리를 뒤로 숨기며 다른 왼쪽다리를 예열시킨다.

“힘들겠는데... 이리엘님의 작품을 믿어보는 수밖에.”

수많은 전장을 넘어온 로잔나였지만 저렇게 클론들처럼 장검을 가진 상대에게 다리를 휘둘러본적은 없었다. 과거와 달리 다리가 기계된 의족으로 되어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검을 든 상대에게 다리를 휘두르는 것은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로잔나였다.

========== 작품 후기 ==========

빨간달팽이 / ㅇㅂㅇ..;;?

블랙크라운 / 감사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dgfdgzvc / 그리고 잊혀졌던 블랙로즈의 양민학살도 추가.

유운처럼 / 솔직히... 키르비르를 주인공으로 하고싶은 사심이 가득해요.

이리엘의 직속경호대 블랙로즈의 등장. 가진건 고어씬밖에 없지만..

그냥 썩히기는 아까워 재출격개시.

그나저나 오늘은 유난히 춥네요.

이런 날 예비군가는게 슬프지만..

모두 감기조심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