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34화 (234/298)

234편

<-- 클론 -->

촤악!!

몇 명째였을까... 어느세 가슴속에서 느껴지던 거부감은 감쪽같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눈앞에 달려드는 타이의 클론을 또다시 베어낸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려본다.

“도데체 얼마나 더 남은거야!!”

가슴에 큰 검상을 입은채 무너져내린 타이의 머리를 짓밟아 으깨버린 나는 나와 같이 싸우는 타이를 찾아본다. 자신과 똑같은 적을 상대로 냉정하게 급소만을 노리며 검을 휘두르는 타이는 그녀의 클론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후우... 젠장!!”

이 클론들은 모두 타이만 노리는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수월하게 싸우고 있는 것도 클론들이 나를 단순한 방해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로에 방해가 되는 이상 나를 공격하지 않은 덕분에 이때까지 수 십명을 베고도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타이!!!”

그녀는 나와 다르게 수십명의 클론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거기다 시시각각으로 주변에서 타이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미 타이의 몸에 새겨진 상처는 수십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는 침착하게 상대의 공격을 걷어내며 반격해나간다.

콰드득!!

그 순간 땅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유적이 무너져내리며 그안에 숨겨져있던 거대한 로터스의 촉수가 들어난다. 거대한 촉수가 휘둘러지자 몇몇의 클론들은 촉수에 얻어맞아 사방으로 튕겨져나간다.

“이때다!!”

땅이 흔들리며 클론들이 당황하는 사이 클론 사이로 파고든 나는 타이를 끌어안는다. 동시에 클론들이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큿...!!”

“타메르씨!!”

그런 내 돌발행동에 깜짝놀란 타이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온몸을 헤집는 격통에 이를 악문 나는 몸을 웅크린다. 곧이어 그자리에서 힘껏 발을 굴러버린다.

콰드득!!

그러자 내가 서있던 땅이 무너져내리며 내 몸이 아래로 떨어져내린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은 나는 몸의 균형을 잡고 착지할 자세를 취한다.

물컹..

내 발아래에서 물컹한 촉감이 느껴진다. 이곳은 바로 로터스의 촉수 위. 지면에 숨겨진 그의 촉수였다. 유적지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로터스의 촉수는 유적 구조물 사이사이나 지면아래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로터스!!”

내가 신호하자 땅속에 숨겨있던 촉수는 힘차게 몸을 일으켜세운다. 그러자 로터스의 촉수위에 서 있던 나는 떨어졌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치솟아오른다.

콰아앙!!

타이를 죽이기 위해 그녀 주변을 둘러쌓고 있던 클론들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거대한 촉수에 휘말려 허공으로 치솟아올라버린다.

“젠장... 더럽게 많네.”

몸을 일으킨 거대한 로터스의 촉수위에서 간신히 쉴틈을 찾은 나와 타이는 천천히 유적지를 둘러본다.

“제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요...”

타이는 질색이란 눈으로 유적지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돌아본다. 모두 타이의 클론. 그들은 자신을 방해하는 로터스의 촉수를 베어가며 마치 뭐에 홀린 듯이 타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빠르게 몰려들고 있었다.

“마치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나방때같군...”

“저를 죽이라는게 에페리아의 명령이었을까요?”

“경황상... 그게 분명한것 같아.”

타이는 초조하다는 듯이 자신의 검을 매만진다. 의식을 차린지도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전투러 그녀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견딜 수 있겠어?”

“견뎌야죠.”

-지독하군 이 인형같은 녀석들...

클론들은 우리가 올라타있는 로터스의 촉수를 난도질해나간다. 비록 클론들이라고 하지만 그녀들이 가지고있는 검은 전부 혼돈의 힘을 품은 날카로운 혈검. 로터스의 촉수는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나에게 붙어있어. 절대로 떨어지지마.”

천천히 기울어져 쓰러지기 시작하는 촉수위에서 타이에게 지시를 내린다.

“최소한 네 등뒤는 보호해줄테니까... 버티자고.”

“알겠어요.”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타이는 나를 믿는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타이를 흘끗 바라본 나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대지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자... 또 시작이다!!”

쿠웅!!

거대한 로터스의 촉수가 쓰러지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치솟아오른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사방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클론들. 타이와 등을 맞댄 나는 바로 정면에서 달려오는 클론을 향해 검을 겨눈다.

퍼엉!!

“...?!”

그 클론이 나를 베려는 순간. 자그마한 소음과 함께 나를 향해 달려오던 클론의 머리의 반쪽이 날라가버린다.

“이리엘!!”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도와준 인물을 부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단지 저 멀리 보이는 중앙탑에서 작은 빛이 반짝거릴 뿐이었다.

“지원군?”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지.”

퍼엉!

이리엘은 보란듯이 타이를 위한 지원사격도 해준다. 등을 맞댄 타이가 움찔 놀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나에게 달려드는 클론들을 상대한다.

카앙! 캉!

허공에서 클론과 내 혈검이 교차된다. 처음에 걱정한 것과 다르게 클론들의 검술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검격하나하나가 너무 솔직했고 타이처럼 기묘한 변화나 검의 변형따위는 없었다.

푸욱!

또다시 내 검이 클론의 목을 꿰뚫은다. 급소를 당하면서도 비명한줄기 내뱉지 않은 클론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숨이 끊어진다. 완전 인형과도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혀를 찬 나는 숨이 끊긴 클론을 걷어찬다.

퍼엉!

거기다 이리엘의 지원사격까지. 정확하고 치명적인 이리엘의 지원사격은 한번에 하나씩 클론들을 쓰러뜨려갔다. 이대로가면 모든 클론들을 제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메르씨.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문제인데?!”

등을 맞댄 타이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클론의 검을 크게 떨쳐내며 되묻는다.

“모르시겠어요?! 주변에 다른 몇몇의 클론들!”

타이또한 나와 비슷하게 자신에게 검을 휘두른 두명의 클론의 검을 쳐내며 외친다.

“다른.. 클론들?”

그녀의 말에 나는 시야를 넓혀 주변을 둘러본다.

“....!!”

그녀의 말대로 몇몇 이상한 태도를 취하는 클론을 찾을 수 있었다. 달려들지 않고 저 멀리서 우리를 관찰하듯 내려보는 십여명의 클론들이 있었다..

“뭐야... 저놈들은...”

“리더같은 걸까요?”

또다시 어렵지않게 클론의 목을 베어버린 타이는 짧게 숨을 가다듬으며 묻는다. 리더라... 그녀의 말이 사실이면 이 클론들중 학습이 빠른 특이한 몇 명은 다른 클론들에게 지시가 가능할 정도로 지성을 갖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건 두고봐야겠지. 한번 얼마나 잘난 놈들인지 시험해볼까?”

내 혈검을 묵직한 대검으로 바꾸어 힘껏 횡으로 휘두른다. 그러자 내 주변에 서있던 클론들이 반사적으로 뒤로 거리를 벌린다. 그 틈을 이용해 나는 혈검의 검끝으로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클론중 하나를 겨눈다.

피잉!

내 행동의 뜻을 이해한 이리엘은 신속하게 내가 검끝을 겨눈 클론을 저격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샛노란 한발의 총탄은 정확히 내가 겨눈 클론을 향해 쏘아진다.

캉!

자신을 위협하는 살기를 느낀 클론은 허리춤에 매어진 혈검을 신속히 들어올려 어렵지않게 총탄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얇은 혈검으로 총탄을 막아낼 수 없는지 형검이 산산히 부서져버린다.

“.....”

그러나 혈검을 부수는 순간 총탄의 궤적또한 옆으로 휘어져버린다. 원래 노렸던 미간에서 벗어난 총탄은 클론의 머리카락 몇가닥을 자른채 벽면에 작은 바람 구멍을 만들뿐이었다.

“수준이 완전히 다른데?”

그런 클론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던 나는 마른침을 삼킨다. 녀석의 실력이 지금 우리를 상대하는 클론들과 수준과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런 클론이 한명이 아니라 수십명. 나와 타이의 실력을 확인하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클론들중 몇 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타메르씨! 클론 몇 명이...”

하지만 우리를 상대하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휘를 하는 클론들도 방금전 그들을 노린 직접적인 저격으로 이리엘의 저격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리엘을 방해, 혹은 제거하기 위해서 총탄이 날라온 방향으로 재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한다.

“걱정할 필요없어. 그쪽엔 아리엘이 있으니까.”

분명 아리엘은 이리엘을 지킨다고 했었다. 그녀가 있는 이상 이리엘이 위험해질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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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꾼은 제거.”

-흐음... 에페리아가 나까지 신경써준건가? 이거참... 여러의미로 고맙다고 해야하나...

로터스가 봉인된 방안에도 여러개의 강철기둥이 떨어져있었다. 몇 개의 강철기둥은 문이 미처 열리기전 로터스의 거대한 촉수에 휘감겨 그대로 으깨져버렸지만 떨어진 기둥수에 비해 으깨진 기둥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안그래도 비좁은 공동안에서 강철기둥을 으깨버릴만큼 힘이 있는 거대한 촉수를 움직이기는 로터스조차도 힘들었기 떄문이다. 남아있는 기둥에서 나온 타이의 클론들은 무감정한 눈으로 로터스가 봉인된 거대한 돌기둥을 바라보며 그를 향한 적의를 표한다.

-이것참... 골떄리는 군. 바다속이면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놈들인데... 이렇게 기둥안에 봉인되서야... 거참..

로터스는 샛노란 눈동자들을 굴리며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수십명의 클론들을 돌아본다.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별것 아니었지만 여기있는 클론들은 혼돈의 힘이 담긴 혈검을 가진 괴물들이었다. 아무리 로터스라고 해도 혼돈의 힘이 응축된 혈검에 의한 상처는 회복하기 힘들었다.

“자아... 이제 로터스의 대답을 듣고 싶은데... 후우..”

그런 타이들 사이로 근거리 공간이동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모습을 들어내는 것은 중상을 입고 피범벅이 된 에페리아. 중상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의외인듯 로터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뭐야 에페리아. 그게 무슨 추태냐? 최강의 마도학자라는 놈이...

“시끄러... 가끔씩 나도 실수할 수도 있는거야. 크윽..”

로터스의 조롱에 에페리아는 발끈한다. 그러자 복부에서 터져나오는 출혈이 심해지는 것을 느낀 에페리아는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런 몸으로 날 찾아온 이유는 뭐지?

“뭐... 미리 계획한 일들은 전부 다해두지 않으면... 속이 불편해서 말이야.”

크게 심호흡을 해 다시 강하게 복부의 상처를 억누른 에페리아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로터스를 똑바로 노려본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편이냐?”

-흐음... 나보고 누구편이라고 묻는건가? 그것참 이해할 수 없군. 나는 마계에 소속된 자. 언제나 마계의 편이지.

“아아... 그건 알아. 넌 언제나 마계의 편이었지. 지금 내가 알고 싶은것은...”

잠시 입에 고인 핏물을 꿀꺽 삼킨 에페리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묻는다.

“새로운 마계의 편이냐... 아니면 과거의 마계의 편이냐는 거지.”

-그것 참... 의미심장한 질문이군. 굳이 그렇게 따지다면 말이야...

로터스는 7개의 샛노란 눈동자로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잠시 뜸을 들이듯 입을 다물고 있는 로터스를 바라보며 에페리아는 마지막 경고인 듯 한마디를 더한다.

“잘 생각해야할거야. 어디 편에 서야할지를...”

-알아알아. 나도 나름대로 깊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이니까. 나는 말이야...

로터스가 말끝을 흐림과 동시에 그의 7개의 눈동자중 가장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눈동자가 환한 빛을 발한다. 그런 빛에 에페리아는 짧게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선다.

“이게... 너의 대답이란거야?”

-뭐... 그런셈이지.

에페리아는 이를 악문다. 그런 그녀를 타이의 클론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타이의 클론들을 자신을 만들어낸 사람이자 주인인 에페리아를 향해 날카로운 혈검의 검끝을 겨누고 있었다.

“정신지배... 오랜만에 보네.”

-손쉽더군. 머릿속이 텅 비어있어서 지배하기 아주 편해. 인형을 조종하는 실력은 너보다 내가 한수위인것같군.

“알아. 어자피 기대도 안했으니까.”

퍼엉!

짧게 혀를 찬 에페리아는 가볍게 손을 튕긴다. 그러자 그것이 신호였는 듯 에페리아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던 클론들의 후두부가 작은 폭팔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터져버린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에페리아가 미리 준비해둔 안전장치였던 것이다.

“지금 이 선택. 후회하게 될꺼야.”

-흐음... 내 입장에서는 좀 괴롭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후회할 것 같지는 않은데?

에페리아의 경고에 오히려 그녀를 놀리듯 로터스는 비아냥거린다. 그런 로터스의 말에 피식 웃은 에페리아는 어꼐를 으쓱거리며 다시금 차원이동용 디바이스를 꺼낸다.

“사실 그런 대답이 나올거라고는 예상했어. 이제 두 번다시 볼일은 없겠네...”

-그말이 꼭 지금 나를 처치한다는 뜻 같군. 중상을 입은 너는 지금 도망가느라 바쁜거 아닌가?

“물론. 난 도망갈꺼야. 하지만 그전에 너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려고.”

에페리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로터스는 또다른 차원이동의 반응을 느낀다. 바로 이 근처. 에페리아는 비릿한 미소를 남긴채 차원이동 디바이스를 작동시킨다.

“굿바이.”

그녀는 그 한마디만을 남긴채 차원이동 디바이스를 이용해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곧이어 에페리아가 사라지자마자 그 근방에 또다른 사람이 차원이동해온다.

“.....”

그 사람은 다름아닌 에페리아를 추적하던 아리엘. 로터스가 봉인된 공동안에 홀로 등장한 아리엘은 조용히 로터스가 봉인된 거대한 기둥을 노려본다.

-망할 년... 진짜 날 죽일 셈이군.

“뭐지...? 이렇게 거대한 이상체가...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았다니.”

철컥.

아리엘은 아무말없이 자신의 망토안에서 두자루의 리볼버를 꺼내든다. 에페리아도 중요하긴했지만 지금 아리엘에겐 지금까지 감지되지 않은 이 거대한 이상체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봐... 잠깐 대화좀 해보지.

“.....”

로터스는 그런 아리엘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아리엘에게는 로터스의 사념이 전달되지 않는다. 경계하듯 로터스를 노려보던 아리엘은 로터스의 제거를 결심한듯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이런 젠장할!!

퍼엉!!

총성과 동시에 로터스는 촉수를 꺼내 총탄을 막아낸다. 하지만 총탄의 관통력은 로터스가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두 겹의 질긴 촉수를 뚫어낸 총탄은 간신히 궤도가 휘어져 로터스가 봉인된 석벽에 박혀들어간다.

-그래도 혼돈의 힘은 쓰지 않는군...!!

이 싸움을 피할 수 없다고 직감한 로터스는 빠르게 상대를 분석한다. 다행히도 권총에 관통당한 촉수의 상처는 별다른 저항감없이 빠르게 회복되어간다.

“비 이상적인 회복능력.”

하지만 상대를 분석하는 것은 아리엘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회복되는 촉수를 확인한 아리엘은 피해를 누적시키는 단순한 소모전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 망토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신속히 로터스를 향해 던진다.

쉬익!

-음?!

로터스는 황급히 촉수를 움직여 자신에게 날라오는 투사체를 가로막는다.

파바박!!

-이건... 단검?

그것은 작은 단도였다. 거대한 로터스를 상대로 이런 작은 단도는 허튼 수작으로 보였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로터스는 다른 촉수를 꺼내 신속히 단도가 박힌 촉수를 옭아맨다.

-독이겠군.

콰지직!!

그는 스스로 단도가 박힌 촉수를 으깨서 뜯어버린다. 단숨에 촉수를 찢어내어 바닥에 던져버리자 로터스의 예상이 맞은 듯 뜯겨진 촉수가 빠르게 매말라간다.

“고수준의 지성 존재 및 위기대처능력 보유.”

로터스를 처리하기 위해 아리엘은 또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그 결과는 단 하나. 강력한 화력으로 일시에 로터스를 소거하는 방법.

키이잉..

전투순양함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전송시키기 위해 그녀의 손목에 매어진 단말기가 푸르게 빛난다. 하지만 무기의 소환보다 로터스의 반격이 더 빨랐다.

-거참. 말이 안통하니... 어쩔 수 없구만.

촤악!!

로터스가 있는 거대한 공동은 로터스만의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통 키르비르가 혐오스럽다는 투정에 자신의 촉수를 꽁꽁 숨겨놓고 있었지만 로터스가 필요로 하다면 사방 어디서든 촉수를 꺼낼 수 있었다.

“으읏?!”

아리엘은 발밑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진동을 느낀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있는 아리엘은 주저없이 뒤로 몸을 던진다. 그러자 그녀가 서있던 위치에서 끝이 날카로운 촉수들이 솟아오른다.

어찌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아리엘의 탐지장치가 로터스를 탐지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방 전체가 로터스의 촉수로 감싸져있다는 것조차도 아리엘은 모르고있었다. 그러나 탐지장치보다 예민한 수많은 전장을 넘어온 그녀의 감각이 위험을 감지해내고 있었다.

-이봐. 난 싸우기 싫다고. 대화를 나눠보자.

로터스또한 에페리아에 의해 벌어진 이 필요없는 전투를 피하기 위해 아리엘에게 사념을 전달해본다. 하지만 그런 로터스의 사념은 끝까지 아리엘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크으.. 젠장.

아리엘이 여전히 아무말없이 자신을 권총으로 겨누고있자 로터스조차도 대화를 포기한다.

-차원간 조율자를 상대로 장난칠 수는 없겠지...

아리엘을 제거하겠다고 결심을 머금은 로터스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촉수를 움직여나간다.

-내방이 부숴지는건 마음에 들지않지만...

콰드드득..

상대는 아리엘. 평범한 수로 상대하기는 불가능한 존재였다. 결심을 마친 로터스는 최후의 수를 쓴다. 이방을 휘감은 촉수. 그 전체를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정체불명 괴수. 위험등급 상승. 2등급 위험인자로 기록. 중화기 사용 개시.”

아리엘또한 뭔가 위험을 눈치챈듯 손목에 매어진 단말기를 가볍게 매만진다. 그러자 눈이 부실듯한 푸른빛이 사방으로 폭사되며 강철로 뒤덮힌 육중한 총기가 그녀의 손안에서 재구성되어간다.

콰아앙!!

동시에 방 전체가 무너져내리며 그동안 숨겨져있던 수백개의 로터스의 촉수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순식간에 촉수로 만들어진 붉은 육벽안에 갇혀버리는 아리엘.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눈으로 로터스가 봉인된 기둥을 노려볼뿐이다.

-거참... 보기보다 험악한 녀석일세...

여유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로터스였지만... 아리엘의 손안에서 만들어지는 낯선 병기에 대한 두려움을 억지로 숨기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강력한 힘이 숨겨진 무기였다. 직격으로 당한다면 거의 불사에 가까운 자신의 몸조차 산산조각날 것같은 불안감.

촤악!!

그런 불안감을 품은채 로터스는 재빨리 사방에서 대기중인 자신의 촉수들을 전부 아리엘에게 쏘아보낸다. 사방팔방에서 빈틈없이 날라오는 촉수들. 끝을 날카롭게 세운 촉수의 공격을 하나라도 허용했다가 최소한 중상은 면치못할 기세들이었다.

철컥.

하지만 아리엘은 침착하게 재구성중인 중화기를 들고있는 손이 아니라 다른 한손으로 리볼버를 꺼내든다. 중화기가 재구성되어 전송될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했다. 눈앞의 시야를 어지럽히며 날라오는 촉수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비슈누의 눈. 기동.”

키이잉!!

그녀의 명령이 하달되자마자 그녀의 왼쪽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이리엘은 쏟아지는 촉수를 향해 겨눠진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한발의 총성과 함께 발사되는 한발의 총탄.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리는 촉수들을 상대로 너무나도 덧없어 보이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퍼엉!

-큿?!

날카로운 촉수끝을 미묘하게 빗겨맞추는 총탄. 날카로운 촉수의 면이 뾰족한 탄두의 경사면에 미끌어져 촉수는 강하게 옆으로 튕겨져나간다. 튕겨져나간 단 하나의 촉수는 다른 촉수와 뒤엉키며 커다란 빈틈을 만들어낸다.

-운도 좋은녀석이군!

하지만 이런식으로 로터스의 촉수를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촉수는 총탄처럼 단순한 일회용 투사체가 아니었다. 촉수를 이용한 찌르기가 실패하자 로터스는 내지른 촉수를 그대로 휘감기게해 사방에서 아리엘을 포위해온다.

그러나 불행히도 로터스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아리엘은 단순히 눈썰미가 좋고 몸놀림이 날렵한 격사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촉수가 포위해오자 아리엘은 손목의 단말기를 가볍게 조작한다.

키잉!

그러자 작은 빛무리와 함께 아리엘의 모습이 사라진다.

-이런 젠장할!!

단거리 공간이동. 감쪽같이 촉수의 포위망에서 벗어난 아리엘은 허공에서 거의다 완성된 중화기로 로터스를 겨눈다. 마법이 아니었다. 차원 왜곡을 이용한 과학 기술. 마력의 유동이 없었기에 로터스조차도 짐작 못한 움직임이었다.

“공간 격리.”

파앙!

아리엘이 명령어를 내뱉자 로터스는 자신이 마치 투명한 유리관에 갇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느낀다. 신체를 억압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한 이질감에 로터스는 이 모든일의 원흉인 아리엘을 노려본다.

“괴물을 소각한다.”

-뜻대로 될 수 있을까?!

로터스는 황급히 촉수를 움직여나간다. 자신을 보호할 거대한 촉수의 벽을 만들면서 다른 촉수들을 이용해 허공에 떠있는 아리엘을 노린다. 하지만 아리엘이 들고있는 묵직한 중화기가 작동되는 것이 먼저였다.

“사라져.”

콰아아앙!!

아리엘이 방아쇠를 당기는순간 엄청난 고온이 그녀의 커다란 총신을 휘감는다. 곧이어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모든 것을 꿰뚫고 녹여버릴 듯한 푸른 빛줄기가 로터스가 만든 촉수의 벽을 강타한다. 고열의 빛앞에 그가 세운 촉수의 방벽은 마치 촛농처럼 허무하게 녹아내릴 뿐이었다. 곧이어 어렵지 않게 촉수의 벽을 관통한 빛줄기는 로터스를 봉인한 기둥을 관통해버린다.

========== 작품 후기 ==========

빨간달팽이 / 허허허..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처음알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dgfdgzvc / 아... 이... 잊고있었다! 이런!!

유운처럼 / 감사합니다!

백야의황제 / 물론이죠. 클론들은 버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네요. 으히힛?

요번주는 연재주기를 지키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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