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30화 (230/298)

230편

<-- 클론 -->

“정신들어 타이?”

타메르가 시란에게 훈련을 받는 사이. 키르비르는 간단한 약재를 섞어 톡쏘는 향을 만들어낸다. 그녀가 만들어낸 향을 태우자 자극적인 향기에 타이의 눈동자가 빠른속도로 초점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키르...비르님?”

눈앞에 있는 키르비르를 알아본 타이는 눈을 휘둥그레뜬다.

“여긴 대체...?!”

“대륙이야. 넌 다시 돌아왔어.”

키르비르의 설명에 타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투박한 벽돌로 이뤄진 방. 분명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유적지의 숙소가 확실했다.

“제... 제가 어떻게...”

“일단 상황이 급하니까 단도진입적으로 물어볼게.”

당황해하는 타이의 어꼐를 움켜쥔 키르비르는 억지로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마치 타이의 마음속을 읽으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그녀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에페리아가... 저를 복제해 군대를 만들었어요.”

키르비르의 질문에 타이는 일말의 주저없이 자신의 기억을 솔직하게 그녀에게 말한다.

“역시나... 클론인가... 혹시 목적은 알아?”

“목적... 자신을 보호할 군대가 필요하댔어요. 무언가를 저지를 작전인게 확실합니다!”

무언가를 저지른다는 타이의 말에 키르비르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에페리아가 행할만한 사건이 빠르게 분석되어간다. 타이같은 검술의 대가를 복제하여 만든 수백명의 클론. 그런 클론은 어마어마한 전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전력으로 행할일은 크게 두가지.

“대륙 정벌이나... 마계를 뒤엎는것.”

하지만 곧이어 키르비르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리 아버지에게 호감이 있는 에페리아 언니가 마계를 뒤엎지는 않아. 그렇다면... 대륙정벌?”

그러나 대륙정벌이라는 답도 왠지 시원치 않았다. 에페리아는 차원계에서 마계를 위협하는 존재를 막고 제거하는게 최선의 목표이다. 그런 그녀가 대륙에 눈을 돌릴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그 군대가 에페리아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는 거에요.”

“....”

타이의 뜻에 키르비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한다.

“하지만 에페리아 언니라면 분명 나쁜 뜻은 없을꺼야. 필요해서... 그런거겠지?”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키르비르 스스로도 에페리아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지 말 끝에 의문을 붙인다.

“그거야... 모르죠. 하지만 한 사람에게 강한 힘이 쥐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위험합니다.”

“언니는... 어째서 군대같은게 필요했던걸까...”

아무리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봐도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자 키르비르는 이맛살을 찌푸린다.

“없에야해요. 그런 클론들은...”

“괜찮을꺼야. 일단은 두고보자.”

클론을 없에야한다는 타이의 의견에 키르비르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를 제지한다. 에페리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어떻게보면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에페리아의 만행을 외면시키게 만들고 있었다.

“하... 하지만!!”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꺼야 타이.”

키르비르의 말에 타이는 그런 키르비르의 선택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박을 하려한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타이의 말허리를 자르며 그녀의 행동에 대해 묻는다.

“저는 돌아가야합니다. 제 행세를 할 가능성이 있는 클론들을 전부 없에야해요!”

“일단 타이도 우리와 같이있어. 언니에게는 내가 잘 말해볼테니까.”

“키르비르님?”

에페리아의 행동에 대해 추리가 잘 되지않자 키르비르는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타이를 바라보며 여기 있으라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언니가 클론을 만든 이상... 진짜인 너를 죽이려할꺼야. 그 결과가 잘못되어 지금 여기에 너가 있는 거겠지. 돌아가봤자 타이에게 위험할뿐이야.”

“그... 그걸 다 알고서도...”

타이는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으로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에페리아가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낸것. 거기다가 그 클론을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전부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에페리아의 편에 서서 그녀를 변호해주고 있었다.

“하여튼... 그렇게 알아둬. 돌아가면 위험해. 너의 가장 최선의 선택은 지금 여기에 있는 거일꺼야.”

“.....”

키르비르의 말에 타이는 입을 꽉 다문다. 분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 차원이동 디바이스를 작동시켜 마계로 돌아간다해도 수천에 달하는 자신의 클론들. 거기다가 네이라고 불린 정체불명의 인물까지 타이 혼자서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나마 가장 큰 희망은 바로 키르비르. 단순히 마법사적인 재질 하나만큼은 에페리아를 압도한다는 그녀만이 에페리아를 이길 유일한 열쇠일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키르비르의 도움이 간절했다.

“알겠습니다...”

결국 타이는 키르비르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그녀 홀로 마계로 돌아가봤자 개죽음. 클론에 대한 사실을 마계에 알릴 수도 없는 개죽음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럴바에야 키르비르의 곁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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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기분을 가슴에 안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숙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키르비르를 발견한다.

“뭐해 키르비르?”

숙소의 방문을 열어보고 그 안을 둘러보던 키르비르는 내가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빈방없어? 좋은 걸로...”

“빈방?”

“응. 타이가 지낼만한 방.”

“녀석 정신을 차린건가?”

내 질문에 키르비르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그리고 자신이 둘러보던 방문을 닫으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린다.

“왜이렇게 정상적인 방이없어? 다 먼지 투성이에다가 침대조차도 없잖아?”

“왜냐면 사람없는 방까지 전부 관리할 필요는 없는데다가 가구같은것은 따로 창고에 보관해두기 때문에 그렇지.”

“하여튼. 좋은방으로 준비해. 당장.”

“좋은 방이라...”

키르비르의 말을 들은 나는 숙소의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현재 숙소에서 가장 좋은 방은 다름아닌 키르비르의 방. 숙소 한가운데에 있어 목욕탕이나 식당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고 따듯한 난방이나 시원한 냉방이 제일 먼저 이뤄지는 곳이었다.

“옆방이라도 괜찮지?”

“환영하지.”

내 질문에 키르비르는 시원스레 대답해버린다. 솔직히 그녀의 방을 제외하고 좋은방이라고 해봤자 그녀의 옆방정도밖에 없었다.

“오케이. 그럼 준비하자.”

그녀의 시원스런 대답을 들은 나는 일말의 주저없이 행동에 옮긴다. 그녀가 직접 타이의 방을 찾는다는 것은 이미 타이가 재정신을 차렸다는 것이다. 나는 직접 앞장 서서 그녀의 옆방을 찾아간다.

“여기가... 좋은 방이지.”

내가 보란듯이 타이가 지낼 방을 소개시켜준다. 하지만 방안을 둘러본 키르비르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뭐야... 방금전에 내가 본 방과 다를 바가 없잖아.”

“치워야지.”

방안으로 들어선 나는 가볍게 방안을 돌아본다. 빈방이라 청소하는데 불편한 가구들은 전부 빼내 창고로 옮겨둔 뒤였다. 그냥 가볍게 먼지만 걷어낸다면 그럭저럭 쓸만한 구색이 갖춰질 것이다.

“그럼... 일단 가구같은것 가져와. 청소는 내가 할테니까.”

자신의 소매를 걷어올린 키르비르는 작게 한숨을 쉬며 방안을 돌아본다. 그녀가 청소를 맡겠다고 하니 나는 별 걱정없이 가구를 챙기기 위해 창고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 기대에 부흥하듯 내가 방에서 빠져나가자마자 방문이 거세게 닫히며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아... 타메르씨.”

가구를 가지려고 1층으로 내려가자 이제 정신을 차린듯 걸어나온 타이와 마주친다. 그녀는 한눈에 나를 알아보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지만 그녀에게 당한게 있었던 나는 움찔 놀라며 그녀를 경계한다.

“너... 이제 괜찮은거야?”

“설마 제가 무슨 짓을 했던건가요?”

내 반응을 본 타이는 자신이 이성을 잃었을떄 무슨 실수를 했다는 것을 직감하듯 불안한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아... 뭐... 완전 날 죽이려고 너가 달려들었지.”

“제가요? 타메르씨를요? 어째서...”

내 대답을 들은 타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묻는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이유를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단순히 이성을 잃어 날뛰었다고 생각한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인데 타이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며 말한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타메르씨를 공격할 이유는 없는데...”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거야?”

내 물음에 타이는 진짜 모르냐는 듯이 나를 무끄럼히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나는 어께를 으쓱거리며 모르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타메르씨는 제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에요. 제 몸에 흐르는 네베르족의 피 떄문에 아무리 이성을 잃어도 혈연을 공격하진 않아요.”

“네베르족...”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네이가 속했던 종족. 네베르족. 마계에 존재한다는 특이한 종족이었다. 자세히 사실은 모르지만 최소한 이성과 야성이 공존하는 수인족이란느 것은 알고 있었다. 타이의 말대로 그녀에게 야성이 남아있다면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도 동족과 적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너가 날 공격할 때 그러더라. 너 자기 자신을 죽여야한다고.”

“......”

내 말에 타이는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아마도 그 사실을 몰랐던 걸까. 그녀는 내가 말한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그 자리에서 못박힌듯 서서 고민에 빠진다.

“뭐가 집히는 거라도 있는거야?”

“아니에요. 별건 아닌데... 확신은 안드네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타이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자신이 생각한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아마... 타메르씨의 몸에 흐르는 피 때문이려나요? 어찌됬든 저와 타메르씨는 같은 피가 흐르는 관계니까요.”

스스로 말하고 난 뒤. 자신의 말 뜻을 스스로 생각해보던 타이는 뒤늦게 얼굴을 붉힌다. 돌려말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말은 나와 그녀가 가족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도했다.

“뭐... 이유야 어찌됬든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너가 또다시 그렇게 이성을 잃을 일은 없잖아.”

“아 뭐... 그렇긴하죠.”

내가 그녀의 말에 크게 신경쓰지않고 가볍게 넘기자 타이는 혼자 과민반응한 사실을 숨기듯 무안하게 볼을 긁적거리며 대답한다. 그런 타이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가 가구들이 보관된 창고문을 연다.

“그나저나 뭐하시는거에요?”

창고문을 열자 타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내 행동에 대해 묻는다. 곧이어 그녀는 창고에 가득차있는 침대 및 여러 가구들을 확인하고 작은 탄성을 흘린다.

“키르비르가 너의 방을 마련해달라고 하더라.”

“아아... 그래서 제 방을...”

창고안으로 들어선 나는 커다란 침대를 어렵지않게 들어올린다. 묵직한 대검을 휘두르는 나에게 이런 나무로된 침대정도야 아무런 문제거리가 되지않는다. 그런 침대를 어께에 짊어지고 창고에서 나오자...

“저도 도와드릴께요.”

그런 나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창고로 들어온 타이는 침대 위에 올려둘 매트릭스를 집어든다. 그녀또한 나와 비슷한 광혈의 저주의 피해자. 손쉽게 매트릭스를 번쩍 들어올린 타이는 내 뒤를 쫓으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싱글 웃음을 흘릴뿐이었다.

“참 보기 좋네. 아주 부녀지간같아.”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왔을 때. 이미 방안의 모든 청소를 끝낸 듯 키르비르는 방의 문과 창문을 전부 열어 환기시키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키르비르님.”

“뭐... 그래서 질투나?”

그녀의 한마디에 타이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 오른채 당황하며 나와 거리를 벌리려는지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런 키르비르의 푸념에 익숙한 나는 되려 피식 웃음을 지으며 되받아쳐줄 뿐이다.

“질투는 무슨.”

그러자 키르비르또한 피식 웃으며 내 말을 가볍게 흘려넘긴다.

“타이. 침대는 어떻게 둘까?”

“아.. 아무데나 편한데 놔주세요.”

방안으로 침대를 가져온 나는 타이에게 침대를 내려놓을 위치에 대해 물어보지만 키르비르의 한마디를 의식한 타이는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무책임한 대답을 해버린다. 나름대로 괜찮다는 위치라고 생각한 쪽에 침대를 내려두자 타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위에 자신이 가져온 커다란 매트릭스를 올려둔다.

“이제 자잘한 가구들을 옮기면 되는데...”

자잘한 가구라고 해봤자 옷장이나 개인용 탁자와 의자들 뿐이었다. 일단 타이가 이 방에서 지내야하는 만큼 그녀를 데리고 창고로 가 나름 그녀 취향의 가구들을 골라 2층의 방으로 옮겼다.

이번엔 키르비르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녀는 묘하게 얄밉게 작은 의자 따위들만 마법으로 들어올린채 느긋하게 우리의 뒤를 쫓아올 뿐이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가구를 옮기는 것은 오래걸리지 않았다. 먼지투성이의 방에서 순식간에 평범한 방으로 돌변한 타이의 방을 둘러보며 나는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얼마나 지낼꺼야?”

“얼마나라고해도... 얼마나가 될지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는데요...”

타이는 말꼬리를 흐리며 은근슬쩍 키르비르를 돌아본다. 그녀가 돌아가는 일은 키르비르와 연관되어있다는 뜻일까... 그녀의 말에 대충 상황을 어림짐작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집처럼 편하게 지내. 불편한게 있으면 언제나 나에게 말하고.”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타이는 나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꺽어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그런 그녀의 진심어린 인사에 나는 어색하게 볼을 긁적일뿐이다.

“일단 오늘 피곤한 일도 많았을텐데 푹 쉬어.”

여러 가지로 오늘 많은 일을 겪은 타이를 배려하며 나는 키르비르를 이끌고 방에서 나가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런 내 인사에 타이는 다시한번 허리를 굽히지만 방문을 닫은 나에게 그녀의 마지막 인사는 잘 보이지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녀에게...”

타이의 방에서 빠져나온 나는 키르비르에게 타이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묻는다. 그녀가 이성을 잃고 날뛰던 것은 그녀가 이 곳을 떠난 사이에 겪은 이상한 경험에 의해서일것이 분명했다.

“뭐.... 안좋은 소식이야.”

“타이가 저렇게 비정상인 모습을 볼떄 대충 예감은 했어. 그래서 무슨일인데?”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곘다는 듯이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작은 입술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에페리아가 타이를 복제했어. 내가 있었던 마계에서 복제된 타이는 수천명이래.”

“....뭐?”

나는 그녀의 말을 한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타이를 복제한다. 수천 명의 타이? 그게 말이 될 리가 없었다.

“믿어지진 않겠지만 사실이야. 마계에서 타이는 수천명이고... 그런 타이들은 전부 에페리아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충성할꺼야.”

“그거.. 큰일이잖아.”

“큰일이지... 그러니까. 안좋은 소식이라는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타이와 1:1로 싸운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타이가 수천명... 에페리아에게 복수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약간의 희망을 담아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그녀라면 어떻게든 좋은 해결책. 나같은건 상상도 못할 기상천외한 해답을 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에페리아 언니은 그런 타이들을 나쁜쪽으로 사용하진 않을꺼야.”

“....”

키르비르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나를 외면한다. 그녀가 해준 조언은 해답이나 대안책이 아니었다. 그저 운에만 맡기는 방임. 그녀는 나의 편이었다. 하지만 에페리아와 연관된 일이라면... 그녀는 나의 편이 되줄 수 없었다.

“그래... 그러겠지.”

나는 씁쓸한 목소리로 그녀의 대답에 호응해준다. 언제까지나 키르비르에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에페리아. 그녀는 내가 복수해야할 대상이었다. 키르비르가 복수를 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툭.

“응?”

그때 시선을 돌린채 걸어가던 나는 미처 보지못한 장애물에 몸이 부딛혀버린다.

“큰일...”

내 앞길을 막은 것은 다름아닌 이리엘.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에 보지 못한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무슨일인데? 이리엘.”

키르비르는 나대신 이리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묻는다. 그러자 이리엘은 나와 키르비르를 돌아보며 대답한다.

“대규모 차원이동... 이런건 처음..”

“대규모 차원이동?!”

그녀의 말에 키르비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위치는?!”

“유적지 상공.”

“차원 균열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키르비르도 느끼지 못했는지 그녀는 기겁하며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바라본다. 나또한 그녀와 같이 하늘을 바라보지만... 하늘은 어김없이 평화롭기만 했다.

“균열이 아니야. 부분적 차원 융합과 확장...”

“융합과 확장... 설마 전이의 탑을 이용한거야?! 그건 원로회의 허가가 없으면 안되는건데?!”

“그게 무슨 소리야? 전이의 탑이라니...”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키르비르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육안으로 확인되는 변화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한 점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마치 그곳에 작은 구멍이 생긴것처럼... 내가 아는 차원 균열과는 다르게 공간이 휘감기듯 모여든 틈은 천천히 벌어지며 시커먼 심연을 들어낸다.

“말도안돼... 원로회가 이런 규모의 차원이동을 허가하다니...”

처음에는 바늘구멍 같았던 구멍은 급격히 그 크기를 확장시켜나간다. 얼마가지않아 유적지 상공을 전부 뒤덮을정도로 넓어진 차원규열에 우리는 할말을 잃는다.

“이리엘!!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알려! 중앙도서관에 모두에게 모이라고 전해줘!”

중앙도서관은 요새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지하에 있지만 들어오는 입구가 한정적인 그곳은 한 두명의 실력자만 있으면 수백명이 달려들어도 막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실력자가 키르비르라면... 아마도 백만대군이 밀려온다해도 전부 막아낼 수 있는 곳이었다.

“로터스!!”

-아아... 나도 보고 있다.

유적지가 고요하게 진동한다. 유적지 전체를 뒤덮고 있는 촉수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곘지만... 분명 로터스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게 분명했다.

-에페리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군.

========== 작품 후기 ==========

유운처럼 / 으흐흐흣... 이제 내일 발표면 시험기간은 다 끝나네요. 야호!

앨릭시 / 헤에... 그럴까나요... 나름생각해둔게 있지만... 스토리진행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죠

빨간달팽이 / ㅇㅂㅇ?!

으아아아아... PPT준비는 끝났는데 아직 불안하기는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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