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편
<-- 클론 -->
마법으로 만들어진 족쇄에 매어진 타이가 침대에 앉아있었다. 멍한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두 소녀.
“어떻게 생각해 리니아?”
“키르비르 말대로 큰 충격을 받은것 같은데?”
키르비르와 리니아는 타이의 상태를 살펴보며 말한다.
“자기 자신을 죽여야한다고 말했다고 했지?”
“그랬지.”
키르비르는 서슴없이 자신이 아는 정보를 리니아에게 공유한다. 그런 키르비르의 행동에 리니아는 약간 의심이 드는 눈동자로 키르비르를 바라보지만... 이내 그런 시선을 회수한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타이의 상태를 호전시키는데 집중하려는 리니아의 생각이었다.
“자기 자신을 죽여야한다면... 왜 자살을 하지 않은걸까?”
“자기 자신이라 칭한게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뜻이 되겠지.”
“그럼 자기 자신이 아닌 또다른 자기 자신을 만났다는 뜻이 되겠지?”
“하지만 그것이 이 사람에게 이렇게 커다란 충격을 줄 리가 없잖아.”
“그럼 우연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은 아니겠지?”
“우연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기보다... 또다른 자기 자신일 확률이 높지.”
키르비르와 리니아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니아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키르비르와 리니아의 대화에서 키르비르는 오직 질문만하고 있었고 리니아는 오직 대답만 하고 있었다.
“너... 혹시 이미 답을 알고있는거야?”
리니아는 키르비르를 노려보며 묻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아무말없이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릴 뿐이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리니아의 얼굴이 무참히 구겨진다.
“이딴 장난 하지마!! 뭐좀 많이 알고있다고 나를 가지고 노는 거야?!”
그것이 리니아의 자존심을 자극했는지 리니아는 바락 소리를 지르며 등을 돌린다. 그런 리니아를 바라보며 키르비르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전부 너를 위해서야. 답은 찾았어?”
“.....”
방을 나가려는 리니아의 걸음이 우뚝멈춘다. 리니아는 가당치도 않다는 얼굴로 키르비르를 돌아보며 대답한다.
“답? 이미알고 있는 너에겐 식상하겠지만 알려줄게.”
잠시 숨을 들이킨 리니아는 키르비르가 원한 답에 대해 말한다.
“자기와 완벽히 또다른 자신을 만났다면 도플갱어일 확률이 있어. 하지만 그정도로 인간에게 저런 충격을 주기엔 불가능해. 내가 생각한 결론은 클론이야. 누군가 자신과 또다른 자신을 인위적으로 만들었고 그런 또다른 자신과 대면했다. 그런 가정이라면 저렇게 충격을 받았다는 것도 설명이 가능해.”
자신이 말하고도 어이없었는지 리니아는 헛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런 리니아를 바라보는 키르비르는 처음 그대로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래서... 답은 클론이라는 거야?”
“왜? 웃겨? 말도안되는 답이라서? 하지만 너보다 뒤떨어지는 내 머리로 생각나는 것은 그런 어이없고 황당한 경우 밖에 없거든?”
도발적인 리니아의 말에 키르비르는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미소를 지어나갈뿐이었다. 그런 키르비르의 태도에 리니아는 천천히 눈을 휘둥그레 떠가기 시작한다.
“거짓말...”
“정답이야 리니아.”
“마... 말도안돼!! 클론이라니! 그런게 가능할 것 같아?!”
“가능해. 우리 세계에서는.”
조용히 타이를 돌아본 키르비르는 안쓰럽다는 눈으로 공허한 얼굴의 타이를 내려본다.
“이제 곧 대면하게 될꺼야. 준비해 리니아.”
“뭐... 뭐를...”
리니아는 불안한 목소리로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모든 것을 다 알고있다는 듯이 조용히 타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는 못해. 너만이 할 수 있어.”
“그... 그딴 말 하지마!! 네 놈이 못한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
“너 같이 무식하고 측정 불가능한 마력이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널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세계 자체까지도... 붕괴 시키는게 가능하단 말이야.”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입술을 꽉 꺠문채 말한 리니아를 키르비르는 조용히 돌아본다.
“이리엘에게 가. 그녀에게 배워. 그녀의 모든 것을...”
“이리엘에게...?”
“응. 그녀에게는 타메르를 위한 일이라고 말하면 거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꺼야.”
“도데체... 너 무슨 속셈이야?!”
여전히 키르비르를 믿을 수 없었던 리니아는 그녀에게 묻는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리니아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움찔 놀란 리니아는 뒤로 물러서지만 도망치지 않겠다는 듯이 매서운 눈으로 키르비르를 쏘아본다.
“나는 운명을 바꾸고 싶어. 검은 마녀.”
“우... 운명?”
“검은 마녀와 백색마녀는 언제나 대립하는 운명이야. 너는 검은 마녀. 그런 너와 다른 나는 백색마녀. 너가 날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한다는 거 알고 있어.”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이 리니아는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키르비르의 말에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뜬다.
“그런 운명을 바꾸고 싶어. 백색마녀와 검은마녀가 협력하는 것으로...”
“어째서... 그런...”
“타메르의 소원이니까. 에페리아 언니를 이기려면...”
“....”
그녀의 말에 리니아는 입을 꾹 다문다. 리니아의 머릿속에도 에페리아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각인되어진지 오래였다. 자신의 호문클로스 제어장치를 뛰어넘는 제어장치를 가진 존재. 자신보다 십보는 앞에 서있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바로 에페리아였다.
“운명을 뒤틀어보이자. 검은 마녀.”
키르비르는 리니아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리니아는 그녀의 손을 잡지 않는다.
“나는 널 믿지 않아... 난 널 믿지 않는다고!!!”
“....”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내려보는 너가 싫다고! 너와 난 절대로 어울릴 수 없어.”
리니아는 뒤로 물러선다. 그런 리니아를 키르비르는 씁쓸한 눈으로 바라발 뿐이었다. 결국 키르비르는 허공에 뻗은 손을 천천히 떨어뜨린다.
“제안은 좋았지만... 미안해. 나는 누구 밑에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래도 너의 조언은 들을게. 아마도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알았어. 그 정도면 충분해.”
결국 미련을 버린 키르비르는 리니아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런 키르비르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리니아또한 그녀의 방에서 나간다. 그녀가 떠나자 홀로남은 키르비르는 작은 한숨을 내쉰다.
“나에겐 운명을 바꿀 힘은 없나보네.”
리니아를 내보내는 그녀의 입에 씁쓸한 조소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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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
결국 공터바닥에 대자로 쓰러져버린다. 대련 결과는 패배.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티에르는 정도는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바닥에 쓰러진 나는 입맛을 쩝쩝다시며 중얼거린다. 내 모든 것을 시도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검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키며 티에르를 공격해봤지만 아직 다른 형태의 무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번번히 공격에 실패해버렸다.
결국 태도와 이도류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티에르에게 대패. 공터에 대자로 쓰러진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늘아래 쉬고 있는 티에르를 돌아본다.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시란의 검을 꼭 끌어은안은채 싱글싱글 웃고있었다. 칭찬이라도 받고 있는걸까...
-패인이 뭔것 같아?
그때 내 주변으로 작은 시란이 다가온다. 그녀의 질문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숙련의 차이일려나... 티에르는 상당히 능숙하게 검을 변형시키던데?”
-오오... 예상외로 이해가 빠르네?
“그녀는 격하게 검을 부딪히는 와중에서도 검을 변형시켰으니까...”
나와 다르게 티에르는 싸우는 도중에서도 검을 변형시켰다. 검에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나는 티에르와 다르게 수많은 검격이 날라오는 상황에서 검을 변형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자. 그러면 교육을 시작해볼까? 티에르와 같이다니면서 나도 꺠달은건데 말이야.
시란은 마치 중요한 비밀을 가르쳐준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말한다.
-검을 검이라 생각하지말고 너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 말. 참 많이 들었다.”
도서관에 있는 검술에 관한 책에서도 많이 나온 말이다. 검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해라. 너무나도 식상한 대답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웃음을 친다.
-아니아니. 그런 식상한 말이 아니라 진짜로. 너의 검은 너의 신체의 일부잖아?
“....잠깐.”
시란의 말이 맞았다. 내 검은 검이 아니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단단하게 변한 내 몸에 흐르는 피. 그 피가 뭉처져 내 의지에 따라 검의 형상을 가진것이다.
-너의 몸을 계속 검이라고 의식하니까 저런 부드러운 변화가 안되는거야. 너는 주먹을 휘두를때 손을 움켜쥐는 것을 의식하지 않잖아? 자연스럽게 움켜쥐어지는거지.
“.....”
나는 아무말없이 시란의 설명에 집중한다.
-너의 혈검도 비슷해. 때에 따라서 주먹을 움켜쥐거나 손가락을 펴서 손날로 치는 것처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변형이 가능하단 말이야. 너의 신체의 일부처럼 의식을 집중시킬 필요는 없어.
“그렇다면... 의식을 집중시킬 필요가 없다?”
-검을 검이라고 의식하지마.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휘둘러. 그럼 너의 몸의 일부인 검은 너가 원하는 형태로 너에게 응답해줄테니까.
시란의 상세한 설명에 나는 할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자 피식 웃은 시란은 내 이마에 몸을 기댄채 티에르를 바라본다.
-티에르와 같이다니면서 보고 배운거야. 그녀의 머리카락에 서린 저 혈이라는 녀석의 힘이지.
“혈이?”
-뭐... 지박령처럼 보이는데 나와 다르게 유령은 아니니까.
시란의 말에 나는 티에르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녀의 몸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저녀석이 티에르에게 혈검을 사용하는 힘을 쥐어주는건가?”
-아니. 혈이가 혈검 그 자체야.
시란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관찰력이 떨어지는 구나? 너 티에르와 싸울때 변화 못봤어?
“변화?”
나는 다시금 티에르와의 싸움을 떠올린다. 하지만 마땅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변화는 없었다.
-녀석 머리가 검은색으로 변화했었는데... 그녀의 머리에 숨어있던 혈이가 혈검으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현상이야.
“검은색? 헛...!”
그제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기다란 태도로 나를 겨누고 있는 티에르의 모습.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은 새까만 흑발이었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티에르를 바라본다. 그런 나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시란은 천천히 입을 연다.
-하나만 묻자.
“응?”
갑작스런 시란의 질문에 깜짝 놀란 나는 작은 시란을 바라본다. 그러자 내 눈을 직시하는 시란은 조용히 입을 열어간다.
-티에르를 죽인게 너지?
“....뭐?”
그녀의 질문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어버린다. 그런 나를 아무말없이 바라보던 시란은 얼마가지않아 매서운 눈빛을 거둔다.
-뭐... 동요가 없는 것 보니까... 아닌가보네.
“잠깐. 방금전 그건 무슨소리야? 티에르가 죽다니?”
-말 그대로야. 티에르는 한번 죽었었어. 되살아난거지.
“....”
시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하기만 했다.
-정확히 심장을 관통한 검상. 그로 인한 심장파열로 그 자리에서 즉사. 하지만 혈이의 도움으로 좀비처럼 되살아난게 티에르야.
“되살아났다고?”
-파열된 심장을 혈이가 대신해 움직여주고 있어. 혈이가 사라지면 티에르는 그 자리에서 죽어.
예상하지도 못한 시란의 말에 나는 할말을 잃는다. 그런 끔찍한 사실과 다르게 티에르는 뭐가 좋은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부드럽게 움직이는 혈이의 움직임에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내가 티에르를 도와주는 것은 단순한 동정. 그녀를 이 꼴로 만든 상대에게 티에르가 직접복수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야.
“그 복수가 다 끝난다면?”
-.....
내 질문에 시란은 입을 다문다. 그 뒤는 아직 생각해두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시란은 별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털어버린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지 뭐.
“그 범인에 대한 단서는?”
나는 예의상 그녀에게 티에르를 저꼴로 만든 범인에 대한 단서를 묻는다. 어자피 내가 알고 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곧이어진 시란의 대답에 나는 입을 꾹 다문다.
-타메르.
“뭐라고?”
-단서는 타메르.
그녀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킨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되묻는다. 하지만 매서운 그녀의 눈을 마주한 나는 그녀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농담이야?”
-그녀의 이름이 왜 티에르인줄 알아?
“왜...인데?”
-죽어가던 티에르가 계속 중얼거린 것이 타메르라는 이름이야. 난 처음에 그게 녀석의 이름인줄 알고 여성스럽게 바꾼게 바로 티에르. 하지만 뒤늦게 깨달아버렸어. 그녀가 중얼거린 타메르라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범인의 이름이란 것을.
“.....”
-그 단서하나를 가지고 대륙을 다 뒤지고 다녀봤는데... 타메르란 이름은 없더라. 지금 내 눈앞에 존재하는 단 한명을 제외하고.
불편한 침묵이 감돈다. 시란은 여전히 내 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꿀릴게 없었던 나는 그런 시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바라보며 말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난 아니야.”
========== 작품 후기 ==========
ㅇㅡㅅㅜ / 그게 정답입니다. 주변인물이 너무강해요. 사기적으로..
슈미델 / 감사합니다!
Ernia / 곧 강해질거에요! 대기만성형 성장형 주인공입니다...라는 변명
유운처럼 / 넵! 힘내겠습니다!
마스터칼솔럼 /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빨간달팽이 / 하핫. 감사합니다!
월요일마다 소설을 올리지 않는것은..
쓰지 못한게 아니라 두려움때문에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재미 없으면 어떻게할까... 앞뒤가 안맞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못올리고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지만...
결과적으로 글이나 스토리 자체가 변하는건 없더라구요.
편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제가 잘 하고있나 싶은 두려움과 걱정은 태산처럼 쌓여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