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편
<-- 키르비르(H) -->
“.....”
“.....”
함선에서 걸어나오는 동안 묘한 어색함에 나는 아무말도하지 못한다.
“거짓말인거 알지?”
함선에서 걸어나오자마자 키르비르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다 이리엘을 이해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어.”
“이리엘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나를 돌아보며 씨익 웃어보인다.
“녀석을 이해시키려면 녀석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화하는게 효과적이야.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그렇구나.”
나는 키르비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리엘을 이해시킨 키르비르의 말투. 그것은 언제나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이리엘의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말투와 비슷했다. 평범한 사람같으면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를 서슴없이 말하며 발가벗은듯 자신의 뜻을 솔직하게 말하는 말투.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못할 특이한 말투였다.
“여튼... 이리엘 녀석. 너에게 마음이 있나보네?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아니... 난 별로 한게 없는데...”
같이 느긋하게 계단을 밟아 내려가며 키르비르의 질문에 대답한다.
“하여금... 내가 한 말도 있으니까 이리엘도 그녀 나름대로 네 마음이란걸 얻기 위해 노력하꺼야. 후훗..”
스스로 말하고도 웃기는지 키르비르는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이리엘 나름대로 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나올까. 오히려 더 긴장되기 시작해버린다.
“근데...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나를 돌아보며 내 질문에 대해 궁금해한다.
“진짜... 진심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던거였어?”
키르비르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 왠지 계속 마음속에 걸렸다. 그녀가 거짓말이라고는 했지만 그 거짓말에 어느정도의 진심이 담겨있는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응. 하나도 안담겨있었어. 너가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
“아....”
키르비르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터트리며 쿨하게 대답해버린다. 너무 쿨하게 대답해서 내 가슴이 씁쓸해질정도였다.
“혹시 좋아해주기를 바라는거야?”
“아... 뭐... 그건 아니고...”
장난끼가 가득한 키르비르의 물음에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린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키득거린다.
“너와 나는 안맞잖아. 차원계 최강의 마법사와... 무식한 전사라... 클래스 차이가 어마어마하잖아?”
“그렇긴하지.”
“마계로 돌아가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천재 미남 마법사들이 날 기다리는데... 괜히 힘만 좋은 너는 좀...”
“알았어. 내 주제를 알았으니 그만해.”
그녀에게 여러 쓴소리를 듣는 것은 익숙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그 쓴소리가 더욱 따갑게 느껴져왔다. 크게 한숨을 내쉬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키르비르는 창문밖으로 보이는 숙소를 바라보며 말한다.
“난 일단 마법으로 목욕탕으로 이동할테니까. 옷좀 몇 개 가져와줘.”
“뭐?”
갑작스레 먼저 간다는 키르비르의 말에 당황한 나는 그녀를 부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얼룩진 자신의 블라우스를 보여주며 말한다.
“이렇게 냄새 풀풀나는 옷을 입고 숙소로 갈 수는 없잖아. 옷도 갈아입어야하니까 속옷하고 겉옷. 치마도 가져와.”
“알았어.”
내 대답을 들은 키르비르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마력을 가볍게 끌어올린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녀의 몸에 푸른 빛에 휩싸이며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쩝...”
그녀가 사라져버리자 나는 아쉬움이 가득한 입맛을 다신다. 그저 단순히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걸까. 최소한 수줍게라도 좋아한다는 대답을 기대했었는데... 너무 큰 욕심인 것 같았다. 뭐... 그녀의 말대로 솔직히 내가 그녀에게 어울리지는 않았다.
최고의 엘리트와 인생막장의 무식한 야만인이라니... 괜한 기대를 한 내 스스로에게 씁쓸한 조소를 날려준 나는 계단을 따라 숙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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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으로 순간이동한 키르비르는 탈의실과 욕탕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곧이어 작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옷을 탈의해나간다.
“...내가 먼저 말할 수는 없잖아.”
조용히 블라우스를 벗어낸 키르비르는 투털거리듯 작게 중얼거린다.
“좋아해주기 바랬다고 대답했으면... 나도 좋아한다고 대답하려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블라우스에 묻은 얼룩을 바라보며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다.
“멍청한 놈...”
작게 중얼거린 그녀는 얼룩묻은 블라우스에 얼굴을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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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탁한대로 그녀의 옷을 챙긴 나는 목욕탕에 도착한다. 조용한 탈의실. 키르비르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들 하나만 정리되어있는게 욕탕에 있는 것은 키르비르 한 명뿐이었다.
“온거야?”
내가 그녀를 부르자 타이밍좋게 키르비르가 욕탕에서 나와 탈의실로 걸어들어온다. 그녀는 몸에 타올도 두르지 않은채로 커다란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탈의실에 들어온 나를 바라본다.
“대충 치마랑 상의를 가져왔는데...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네.”
“너에게 패션센스까지는 기대안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나체에 익숙한 우리들이었다. 나체로 걸어나오는 키르비르는 자신의 치부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느긋하게 나에게 다가와 내가 건내는 옷가지를 받아든다.
“에... 흰티에 검은 치마? 무난한 흑백세트네.”
내가 가져온 옷가지를 평가하듯 둘러본 키르비르는 그 옷가지들을 한쪽에 던져두고 타올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간다. 그런 그녀의 나체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방금전에 관계를 맺고 난 뒤임에도 불구하고 고간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낀 나는 고개를 돌려 애써 키르비르의 나체를 외면한다. 그런 나를 흘긋 돌아본 키르비르는 씨익 웃으며 묻는다.
“뭐야? 또 달아오른거야?”
“시끄러. 빨리 옷이나 입어.”
나는 애써 그녀의 나체를 외면하기 위해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러자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키르비르의 웃음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너도 씻을꺼야?”
“아... 뭐 나는 나중에...”
뭔가 지금 씻는다고 하면 키르비르가 무슨 장난을 칠 것 같다는 직감에 나는 부드럽게 거절의 의사를 내보인다. 그러자 가볍게 혀끝을 차는 소리가 고요히 울려퍼진다. 등뒤에서 옷을 입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나는 더 이상 용건이 없다고 생각하고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럼 난 이만.”
“아. 그래. 수고.”
키르비르의 배웅을 받으며 탈의실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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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밤은 일찍다가온다. 유적지라고 해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베히모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새 어둠이 가득찬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뒤늦게 숙소로 들어선다. 몇몇 방에 불이 켜진 숙소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숙소 내의 복도를 걸어 내 방을 앞에 선 나는 문틈을 통해 흘러나오는 불빛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라방!”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순간. 그 안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운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자신이 가져온 듯한 고서를 내 침상위에 몇권 쌓아놓고 그 위에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던 리니아였다. 그녀는 내가 돌아오자 환한 목소리로 나를 반겨준다.
“오래 걸렸잖아! 일이 많았어?”
“아... 뭐 여러 가지로 일이 꼬여서. 예상보다 오래걸렸네.”
나를 반겨주는 리니아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조용히 미소지어준다. 이런 상황이 낯설기는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기분같았다. 하지만 그런 좋은 기분도 잠시.
“....”
나를 향해 달려오는 리니아의 손목에 채워진 검은 팔찌가 내 시선을 자극한다. 문앞에 멀뚱멀뚱 서있는 내 팔을 잡아당겨 방안으로 끌고온 리니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늘 헐레벌떡가서 오라방은 몰랐지? 오늘의 디저트!”
마치 기대하라는 듯이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외친 리니아는 침상 한쪽에 쌓아둔 고서 몇 개를 옆으로 치워낸다. 그러자 책더미 사이에 교묘히 숨겨진 접시가 들어난다.
“그 망나니 마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이렇게 숨겨놨었어. 오늘의 디저트는 다름아닌 영양만점 호두파이!”
그녀는 보란듯이 접시를 꺼내 나에게 보인다. 그녀가 보여주는 접시에는 고소한 호두가 아낌없이 가득 들어있는 파이가 얹어져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접시에 담겨있는 호두 파이는 두조각.
“나를 위해 챙겨둔거냐?”
“응! 오라방의 건.강.을 위해서!”
애써 건강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리니아. 나는 싱글벙글 웃고있는 리니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가 들고있는 접시위의 호두파이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하나. 왜 파이가 두 개인걸까. 나를 위해서라면 하나를 준비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가 키르비르의 것이라는 가능성도 있겠지만... 키르비르에 대해서는 거의 적개심수준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리니아가 그녀의 몫을 챙길 리가 없었다.
“너... 호두 싫어하냐?”
움찔.
혹시나해본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 싱글벙글 웃고있던 리니아의 얼굴이 딱딱히 굳는다.
“아... 어... 조.. 좋아해! 하지만 지금은 오라방의 건강을 위해 양보할게!”
“흐음... 그래?”
나는 호두파이를 하나 집어들어 크게 한입 베어 문다. 그러자 딱딱히 경직된 리니아의 얼굴에 간신히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고소함을 즐기며 나는 또다른 파이를 하나 집어든다.
“자. 좋은건 나눠먹어야 더 좋은법이야.”
그리고 그 파이를 리니아의 입가를 향해 가져간다. 그렇자 리니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어버린다.
“자. 맛있는 호두파이야.”
나는 호두파이의 끝으로 리니아의 입술을 콕콕 찌른다. 하지만 앙다문 그녀의 입은 벌어질 기미를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 리니아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입술을 찌르던 호두파이를 보란 듯이 한 입 베어문다.
“편식하지마. 몸에 좋지 않으니까.”
“우으으... 뭐야아! 괜히 생각해서 챙겨와줬는데... 놀리기나 하고...”
눈앞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호두파이가 전부 사라져버리자 리니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볼을 부풀린다. 그런 리니아의 모습에 나는 용서해달라는 듯이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미안. 다 너가 걱정되서 그러는거야.”
“치...”
삐쭉 튀어나온 리니아의 입술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하지만 여전히 뾰로뚱한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는 리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침상 한쪽에 걸터앉는다.
“히히힛. 리니아는 걱정하지마. 혼자서 다 잘하니까.”
그러자 언제 삐졌냐는 듯 다시 베시시 웃음을 지으며 내 다리위로 기어올라와 보란듯이 허벅지위에 걸터앉는다. 그런 못말리는 리니아의 행동에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허벅지위에 불안하게 걸터앉아있는 리니아의 작은 몸을 끌어안아준다.
찰캉..
그런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검은 팔찌. 그녀가 나를 조종한다라... 이렇게 착하고 순진한 리니아가 그런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냥... 약간의 불운과 안좋은 타이밍이 겹친 우연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리니아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겨 검은 팔찌를 내 시야에서 가려버린다.
“타메르!”
콰앙!
그때 닫혔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요란한 키르비르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리니아의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나는 그런 리니아를 애써 무시하며 방안에 들어닥친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오늘 디저트 먹었어? 리엔에게 부탁해서 따로 챙겨 놓은 거 가져왔어!”
키르비르는 보란듯이 접시를 나에게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접시에 얹어진 호두파이는 역시나 두조각. 그런 호두파이를 바라보던 나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는다.
“너도 호두 싫어하냐?”
“응!”
하지만 키르비르는 리니아와 달리 자신있게 자신의 취향을 밝힌다.
“그러니까 니가 다처먹어! 대신 내일 너의 디저트는 다 내꺼야! 알겠지?!”
“야... 그런 불합리한 거래가...”
“다 니 건강을 위해서거든요? 호두엔 필수아미노산 및 기타등등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아. 그러니까 감사하라고!”
탁.
키르비르는 호두파이 두조각이 담긴 접시를 탁자위에 올려둔다. 그런 그녀의 난입에 리니아는 그녀가 싫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내 비치듯 내 품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온다. 그런 리니아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성큼성큼 리니아에게 다가온다.
“뭐... 뭐야?”
리니아는 두려운 듯 내 팔을 움켜쥐며 키르비르를 경계한다. 그런 리니아를 차가운 얼굴로 내려보는 키르비르. 일촉즉발의 상황에 나는 황급히 키르비르를 제지하려하지만...
“너도 호두 싫어해?”
키르비르의 질문이 더 빨랐다. 그녀의 질문에 방안에 고요한 적막이 감돈다. 이미 키르비르의 입을 막아버리기 늦어버린 것이다.
“응.”
그런 그녀의 질문에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그럼 너도 디저트 못먹었겠네?”
“안먹은거야.”
리니아는 뚱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녀들에게는 디저트가 유일한 낙인 것 같았다. 뚱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리니아를 내려보던 키르비르는 다짜고짜 자신의 품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자.”
그런 그녀가 품안에서 꺼낸 것은 내 주먹만한 크리스탈. 하지만 그 크리스탈 안에는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사과파이!!!”
크리스탈 안에 봉인된 물건의 정체를 단숨에 간파한 리니아는 숨넘어갈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분명 저 사과파이는 키르비르가 리니아에게 사과의 의미로 주겠다고 약속하고 봉인한 그녀의 파이였다.
“이거라도 먹어.”
“.....”
키르비르는 선심쓰듯 크리스탈에 봉인된 파이를 건내지만 리니아는 군침을 흘리면서도 키르비르가 건내는 파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이건 무슨 꿍꿍이야?!”
리니아는 입가에 흘러나온 군침을 닦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런 리니아의 경계에 키르비르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는 말에 리니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검은 팔찌를 숨기듯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목을 움켜쥔다.
“맛있게 먹어주면 되는거야.”
“....뭐?”
키르비르는 그 말을 끝으로 미련이 없다는 듯이 자신의 손에 들고있던 크리스탈을 휙하고 리니아의 품안으로 던진다. 리니아는 얼떨결에 키르비르에게 크리스탈을 받아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본다.
“그럼 수고~”
키르비르가 가볍게 허공에 팔을 휘두르자 파이를 감싸고 있던 크리스탈이 천천히 분해되어 허공에 녹아내려버린다. 그리고 리니아의 손 위에는 바로 방금전에 만들어 둔 것같이 바삭한 사과파이 한조각만이 올려져있을 뿐이었다.
“.....”
리니아는 그런 사과파이를 선듯 베어먹지 못하고 무끄럼히 사과파이를 내려본다. 아마도 키르비르의 의도에 대해 여전히 의심하는 것같아보였다. 그런 리니아를 내려보던 나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해준다.
“저번에 키르비르가 널 날려버렸을떄 있었잖아? 그때 일을 사과하려고 준비해둔 파이야. 그러니까 의심안해도 되.”
내 말에 리니아의 머리가 작게 끄덕인다. 곧이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에 들린 사과파이를 한입 베어먹어본다.
“우... 으으.. 맛있잖아...”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리니아는 조용히 중얼거리다 이내 허겁지겁 파이를 먹어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호두파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던걸까. 단숨에 사과파이 한조각을 없에버린 리니아는 아쉬웁이 가득한 얼굴로 입술을 훑으며 텅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이... 이런다고 고마워할 줄 알아?”
한 두 번의 배려로 키르비르에 대한 증오가 가라앉지는 않은걸까. 리니아는 파이 부스러기가 남은 자신의 손을 핥으면서도 키르비르에 대한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리니아의 태도에 나는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최소한 키르비르가 리니아를 멀리하지 않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 나는 리니아와 키르비르의 사이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믿고있었다.
========== 작품 후기 ==========
유운처럼 / 나름 계획을 세워놨기는 했는데... 어느세 정신차려보니 소설은 이미 제멋대로 써져있더라구요. 이제는 감당이 안됨 ;ㅅ;...
3d33d / 허헛... 굿이라니 감사합니다. 언제나 조마조마하거든요.
Ernia / 하지만 그것은 5화나 10화정도 후에... ;ㅅ;
빨간달팽이 / 재미나신다니 감사합니다!
밤길을걷는자 / 마... 맞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열씸열씸!
하지만 진도는 잘 나가지가 않아..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