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편
<-- 데이트 -->
천천히 이리엘의 의식이 심연으로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리엘이 눈을 떳을떄. 익숙한 공간이 이리엘의 눈앞에 펼쳐진다.
끝을 모를 정도로 어두운 공동. 위에서는 작은 빛무리가 주변을 은은히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리엘의 시야에 들어오는 한 남자. 그는 다름아닌 켈레브라였다.
“몸은 많이 괜찮은거야?”
켈레브라는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이리엘을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낸다. 심연의 의식속에서 켈레브라를 마주한 이리엘은 아무말 없이 눈꼬리를 세운다.
“배신한건 줄 알았어.”
“미안미안.”
무미건조한 이리엘의 말에 켈레브라는 멋쩍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한다.
“비록 내 혼이 서렸다고 하지만... 사물을 내 의지대로 조종하는 것은 쉽지않더라...”
가볍게 넌스레를 떠는 켈레브라를 바라보던 이리엘은 짧게 한숨을 내쉰다. 진짜 이리엘이 들고있는 무기가 켈레브라의 리볼버라는 것을 확인했던 이리엘은 켈레브라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예상을 깨고 리볼버가 발포되는 순간. 이리엘은 평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뒤이어 진짜 이리엘이 그녀를 마무리 지으려는 순간. 켈레브라는 간신히 자신의 리볼버를 제어해 발포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모두 이번 사건을 예상한 이리엘이 계획한대로 벌어진 일이었다.
“내 사정 좀 이해해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발포를 참는게 무슨 느낌인 줄알아? 갑작스럽게 차오르는 사정감을 꽉 누르는 느낌이라고. 그냥 사정감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차오르는 사정감.”
이리엘 앞에서 음담패설을 주저하지않고 내뱉는 켈레브라. 하지만 이리엘조차도 그런 그의 말투에 익숙한지 변함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그 다음은 어느정도 대비하고 있어서 견뎌낼 수 있었지. 솔직히 나 같이 경험많은 남자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미 사과하는 자세는 어디간지 감쪽같이 사라진 후였다. 켈레브라는 마치 자신의 공이 크다는 듯이 어께를 활짝 핀채 자랑스럽게 자신의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켈레브라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이리엘은 슬쩍 그의 등뒤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는 어때?”
그녀가 지칭하는 그녀. 바로 그녀의 심연의 의식속에 파묻힌 또다른 이리엘. 원래 이 몸의 주인이었던 과거의 이리엘의 존재였다. 이리엘의 질문에 켈레브라는 씨익 웃으며 슬쩍 옆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그의 등뒤에 숨겨져있던 과거의 이리엘의 존재가 들어난다.
양팔은 뒤로 묶인채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입에 재갈까지 물려있는 또다른 이리엘. 하지만 이런 상황히 낯설지는 않는지 그녀는 거친 숨소리를 헐떡거리며 볼을 붉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올라간다고...”
“이런건 어디서 구한거야?”
켈레브라의 중얼거림을 무시한 이리엘은 또다른 이리엘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를 돌아본다. 튼튼한 검은 가죽과 은색으로 반짝이는 정교한 쇠고리로 구성된 구속구는 또다른 이리엘의 팔을 튼튼히 구속하고 있었다.
“여기는 의식속의 세계야. 내 머릿속의 물건을 불러내는 것은 어렵지않지.”
켈레브라는 시험삼아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얇은 주머니속에서는 쇠사슬로 이어진 아담한 수갑이 켈레브라의 손에 쥐어져나온다. 켈레브라는 장난스럽게 그런 작은 수갑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이리엘에게 다가선다.
“이왕 이렇게 만난 것 어때? 체험한번 해볼래? SM플레이.”
“별로. 달갑지는 않아.”
찰칵.
하지만 이리엘의 의지와는 다르게 손가락으로 수갑을 빙빙 돌리던 켈레브라는 예고없이 이리엘의 손목을 붙잡아 능숙히 수갑을 채워버린다. 그런 켈레브라의 행동에 이리엘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켈레브라를 바라본다.
“뭐어때? 가볍게 즐기는거야. 현실도 아닌 의식속의 세계잖아? 신선한 경험을 한다고 생각해.”
파치직.
능글맞게 미소짓는 켈레브라의 손에는 이리엘의 눈에 익숙한 전류가 감도는 막대기가 들려져있었다. 그것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이리엘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별로.”
찰캉.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매고있던 수갑이 너무나도 가볍게 부숴지며 바닥에 떨어져버린다. 그러자 켈레브라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다시며 말한다.
“왜그렇게 비싸게 굴어? 말했잖아. 의식속에 세계라고. 현실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않아. 그리고 말이야...”
켈레브라는 손에 쥐어진 전기 막대기를 구속되어 있는 또다른 이리엘의 허벅지에 갔다덴다.
“꺄으으으!!”
그러자 양 팔이 구속된 이리엘은 저항조차 하지못하고 전기 충격에 몸을 바르르 떤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비명에는 고통이 아닌 묘한 쾌락의 헐떡임이 섞여있었다.
“그 붉은 머리 남자보다 네 몸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알아. 이 녀석으로 많이 재미를 봤거든.”
켈레브라는 보란듯이 구속된 이리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부드럽게 손을 움직여 아직 여린 그녀의 가슴을 가볍게 감싸쥔다.
“케... 켈레브라님..”
그러자 구속된 이리엘은 작게 헐떡이며 기대감이 잔뜩 서린 목소리로 켈레브라를 부른다. 그런 또다른 이리엘과 켈레브라를 바라보던 이리엘은 짧게 한숨을 내쉰다.
“천국을 보여줄게. 이리엘.”
“그런거에 관심없어.”
다시금 관계를 요구하는 켈레브라의 말에 이리엘은 매몰찰정도로 딱 잘라 거절해버린다. 그러자 조용히 이리엘을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그녀에게 묻는다.
“관심없다니? 넌 그 행위를 좋아하잖아. 은근히 기대하면서 그 남자와 데이트를 한 주제에...”
“그건 인정해. 난 너가 말하는 그 행위를 하고 싶어.”
“그럼 어째서...”
“하지만 너와는 아니야.”
단호한 이리엘의 말에 켈레브라는 입을 다문다.
“너와는... 그런 느낌이 안날 것 같아.”
조용히 이리엘을 바라보던 켈레브라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켈레브라는 다시금 이리엘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슨 느낌?”
“나도 몰라.”
더 이상 할 대화가 없다는 듯이 이리엘은 돌아선다.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리엘에게 켈레브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녀석을 좋아하는거냐?”
“....”
하지만 이리엘은 아무런 대답없이 조용히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간다. 하지만 켈레브라가 질문을 던졌던 그 순간. 아주 잠시동안 발걸음이 우뚝 멈췄던 이리엘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켈레브라였다.
“킥... 그렇건가? 어떻게 생각해? 이리엘.”
힘없는 웃음을 흘린 켈레브라는 슬쩍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 또다른 이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그러자 또다른 이리엘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목에 매어진 질긴 수갑을 끊어내며 자신의 눈을 가린 안대를 들어올린다.
안대에 의해 가려진 그녀의 눈동자는 그 빛이 또렷히 남아있는 것이 아직 이리엘에게 정상적인 이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성적인 계산과 판단하에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대답을 원해? 아니면...”
“그냥 평소대로 대답해줘. 괜히 여기서 더 기분나빠지기 싫으니까.”
켈레브라의 대답에 피식 미소지은 이리엘은 조용히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켈레브라의 볼에 입맞추며 대답한다.
“나 하나로는 부족한거야?”
“원래 영웅은 호색한이거든.”
“킥... 어자피 영원히 이 비좁은 리볼버안에 남아있을 불행한 영혼이면서 허세는...”
입술을 혀로 훑으며 어린나이에 걸맞지 않는 매혹적인 미소를 입가에 띄운 이리엘은 자연스럽게 켈레브라의 무릎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자그마한 손으로 켈레브라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 불행한 영혼을 위로해주는 내 존재에 감사하라구.”
“너야말로. 주인공자리를 빼앗겨 조연으로 밀려난 너를 상대해준 나에게 감사해야지.”
서로를 도발하는 말이 오가고 이리엘과 켈레브라는 곧바로라도 싸울듯이 서로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가 먼저라도 할 것없이 둘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잔뜩 긴장된 분위기를 단번에 허무러뜨려버린다.
“하여튼... 이런 상황에 불만은 없잖아?”
“난 괜찮아. 이리엘 너는?”
켈레브라의 질문에 이리엘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없이 켈레브라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그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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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잔뜩 묻은 양손을 탈탈 털며 나는 이리엘의 전함. 디에그 데그로 돌아온다. 처음과 달리 디에그 데그를 관리한다는 엘이라는 존재를 나를 반갑게 환영해준다. 가볍게 손을 허공에 털어 남아있는 흙들을 완전히 털어낸 나는 이리엘이 기다리고 있는 함장실로 들어간다.
-이리엘님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엘의 고요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리엘의 상황을 전한다. 그런 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는 발소리를 줄인채 함장실 한가운데에 마련된 의자로 걸어간다. 의자에는 엘의 말대로 피로로 축 처진 이리엘이 의자에 몸을 맡긴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리엘의 방은?”
-이쪽입니다.
내 물음에 엘은 함장실 한쪽 문을 여는 것으로 그녀의 방안으로 나를 안내한다. 이리엘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의 무릎과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넣은 나는 가뿐하게 작은 이리엘의 몸을 들어올린다.
“으응...”
내가 이리엘을 안아들자 이리엘은 작은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잠에 깨지않고 불편한듯 살짝 몸을 뒤척이다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댄채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런 그녀를 내려보며 나는 씁쓸한 한숨을 내쉰다.
그녀의 부탁을 받아 나는 어린 소녀의 시체를 꽃밭에 묻어줬다. 지금은 그 소녀가 누군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이리엘이 또다른 자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면 이리엘과 심상치않은 관계로 얽혀있음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그런 모든 관계를 해결해낸 덕분이었을까. 평소의 민감한 이리엘이라면 누가 이렇게 자신의 몸을 안아든다면 단번에 눈을 떴을텐데... 지금의 이리엘은 그저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피로에 저항하지 못하고 깊은 꿈의 세계로 파묻힐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힌 나는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어준다. 엉망이 되어버린 데이트. 하지만 우리 둘중 그 누구의 잘못도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이리엘의 방에서 등을 돌린다. 우선 지금은 이리엘을 푹 쉬게 만드는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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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위반.”
한숨 푹 자고 일어난 이리엘은 그날 저녁 다짜고짜 나를 찾아와 모두가 있는 식당에서 당돌하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이리엘씨... 어께 다치신거에요?”
“괜찮아. 치료했어.”
어꼐에 둘둘매어진 붕대에 리엔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리엘의 몸상태를 묻는다. 하지만 이리엘은 그런 리엔을 돌아보지 않고 나를 향한 시선을 고정시키며 대답한다.
“아침부터 이리엘과 같이 다니더니 무슨 사건이라도 저지른거야?”
식탁 한 귀퉁이에서 사과를 한입베어물고 우물거리는 키르비르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녀는 나와 이리엘과 같이 다녔던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뭐... 묘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다 처리됬어.”
“묘한 사건?”
내 말에 키르비르는 이맛살을 살짝 찡그린다.
“꽃밭에 묘지가 하나 더 생긴것과 관련있는거야?”
“내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던거야?!”
키르비르의 말을 듣다못한 나는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그녀가 날 감시하거나 뒤쫓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애시당초 키르비르가 내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못마땅하다는 듯이 툭툭 내뱉는 발언은 심하게 거슬렸다.
“뭐... 할 것도 없고 심심했으니까...”
내 외침한번에 키르비르는 얌전히 꼬리를 내린다. 은근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애써 태연하게 사과를 다시 한입 베어물 뿐이었다.
“별것 아니야. 이리엘의 함선에 문제가 생겨서...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 뿐이니까.”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나는 대충 내가 아는 지식을 이용해 대충 얼버무린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내 대답따위는 관심없다는 듯이 한입 베어문 사과를 우물거릴뿐이었다.
“하여튼 계약위반.”
이리엘은 내 관심이 자신에게 벗어나 키르비르에게 옮겨지자 약간은 높은 어조로 다시금 계약위반을 거론한다. 그런 이리엘의 태도에 살짝 식은 땀을 흘린 나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본다.
지금 이리엘이 거론하는 계약위반이라는 게 무슨뜻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 아마도 이리엘은 우리 둘의 데이트 이후. 잔뜩 고조된 감정으로 나누는 격한... 뭐 그러니까 그런 행위를 원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떠벌릴 수는 없었다.
“알았어. 내일... 그러니까 내일...”
“계약일은 오늘!!”
고집을 부린다. 이리엘. 그쪽과 관련된 방면으로는 왠지 이기적이고 고집세지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녀석이었다. 하지만 음란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미안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단순히 너무 순수해서일까...
“오늘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이리엘은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로 단호하게 단언을 내려버린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고개를 떨굴뿐이었다.
-왠만하면 약속은 지키지? 보니까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시란은 자신의 영체를 작은 요정과도 같은 모습으로 바꾼채 티에르의 어께위에 앉아 심드렁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힘쓰는 일이라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곧이어 시란의 곁에있던 티에르도 분위기파악하지 못하고 나를 돕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니가 어떻게 도움이 되냐고 한소리를 하고싶었지만... 지금 흥분하면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것을 알고있던 나는 그저 한숨과 함께 티에르를 외면할뿐이었다.
“뭔데 뭔데? 둘이서 뭐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리니아는 자신의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입안에 가득넣은 고기를 우물거리며 의자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온다.
“단순한 업무. 신경쓰지마.”
“....우우...”
하지만 나에게 다가오려든 리니아는 건조한 이리엘의 말 한마디에 발걸음을 우뚝 멈춰버린다. 이미 우리들은 이러한 이리엘의 목소리와 태도에 익숙했지만. 어린 리니아는 그런 이리엘을 왠지모르게 무서워하고 있었다.
“알았어. 그런 계약. 이행 해주면 되잖아. 어디에 일이 있는데?”
결국 이리엘의 재촉에 참다못한 나는 식사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리엘은 손가락을 들어 위를 가리킨다. 얼마가지 않아 나는 그녀의 행동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함선에?”
“함선?!”
내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고 들었던 키르비르는 귀까지 쫑긋 세우며 나를 돌아본다.
“이리엘의 함선에 들어가는거야?”
“아... 뭐 거기에 일이 있다고 하니까...”
스윽.
키르비르는 말없이 반쯤 먹은 사과를 천천히 접시 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입가와 손을 닦아낸 후 의자에서 내려와 자신의 옷매무세를 점검한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 가려고?”
“나도 같이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처리해줄게.”
“.....”
키르비르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이리엘을 곁눈짓으로 바라본다. 나와 이리엘 사이에 약속한 일명 계약이란 것. 그 계약을 이행하는데 키르비르는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게 사실이었다.
“괜찮아.”
하지만 이리엘은 당황스럽게도 별 문제 없다는 듯이 시원스럽게 키르비르의 방문을 반긴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환히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이미 함선이 있는 곳은 안다는 듯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겨나간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야?”
앞서 걸어가는 키르비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이리엘의 의도에 대해 속삭인다.
“엘에게 함선 안내를 맡기면 돼. 그 사이에 우리는...”
“.....”
뭔가 심하게 불안한 계획이었다. 엘에게 함선 안내를 맡긴다해도... 그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이리엘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는지 별 고민없이 키르비르를 쫓아 걸음을 옮겨간다.
“그리고... 거절할 이유도 없잖아?”
이리엘은 나를 슬쩍 돌아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솔직히 이리엘이 맞았다. 키르비르가 쫓아온다는 것을 마땅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작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리엘을 쫓아 걸음을 옮겨간다.
========== 작품 후기 ==========
유운처럼 / 덕분에 머리속이 복잡합니다...
sereson / 척2 시절이란 던파에서 로터스가 보스로 나온 던전이 척추2라는 던전이었죠. 던파에서 척추 2에서 등장하는 보스 로터스는 너무나도 불쌍할 정도로 약했죠.
sereson / 더 맛있게 아닙니다. 더 멋있게입니닼ㅋㅋㅋ 제 머리속의 로터스는 여성이 아니라 쿨가이로 고정되어있어서 여체화는 좀...
마스터칼솔럼 / 후후후. 나의 정신지배는 이제 최강이지?!
abcbbq / 싸우다 보니까 아래에 미들오션이 있더라구요. 위아래로 들썩거리며 싸우다가 로터스만 추락했으니... 잘못하면 미들오션에서 유영하는 로터스가 나올지도..
dkfldidi / 내 랩은 70에 무기는 13강이지만 여전히 상대하기는 싫은 로터스. 역시나 사도!
블랙크라운 / 축하드립니다. 상품은 읍써요 ;ㅅ;
넵.
넵.
넵.
제 소설최초의 3인플레이는...
키르비르와 이리엘로 결정됬습니다.
넵.
넵.
그런겁니다.
로리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