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17화 (217/298)

217편

<-- 데이트 -->

“후우으으..”

밤새 잠을 설친 나는 긴 한숨과 함꼐 창가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광혈의 저주에 서린 몸이라 피곤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지만 잠을 자지못했다는 찝찝한 기분이 정수리부분에서 맴돌고 있었다.

“리엔...”

그녀와 아무 일 없이 헤어진 이후 이유없이 몸이 달아올라있어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을때마다 새하얀 리엔의 살결과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 아른거려왔다. 심지어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은 것 하나만으로도 사타구니쪽에 피가 몰리기 시작한다.

리엔의 말대로 솔직히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애써 외면해오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리엔의 직설적인 지적을 받은 이후부터 내 몸의 이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리엔의 말대로 리니아가 내 몸에 무슨 수를 부려둔 걸까...

“데이트...”

눈부실정도로 환한 태양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 입에서 넋이 나간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태양을 바라보고있던 내 시야가 순식간에 바로잡혀간다.

“이리엘과 데이트!!!”

잊고있었다. 리엔의 일로 넋을 놓고 있었던 덕분에 깨닫는데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어제 이리엘과 오늘 데이트하기로 약속했었다. 일단 아침에 만나자고는 했지만... 정확한 시간을 지목하지 않은이상 고지식한 이리엘은 해가 뜨는 순간부터 약속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있을게 뻔했다.

“이런...!!”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는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나간다.

“흐아아암... 잘잤어?”

복도로 나서자마자 늘어지게 기지게를 하는 키르비르가 나에게 아침인사를 건내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정도의 답변밖에 하지못한채 이리엘과의 약속장소를 향해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녀석...”

등뒤로 자신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는 내 태도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키르비르의 볼멘소리가 들려오지만 지금 그런것까지 신경써줄 여력은 없었다. 이리엘과 약속한 장소는 유적지 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소인 꽃밭. 비록 네이의 무덤이 있는 씁쓸한 장소이기는 했지만 거기만큼 아름다운 장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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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까지 거의 한걸음에 달려온 나는 살짝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이리엘이 먼저와있을 것이 분명했다. 새삼스럽게 긴장되는 몸을 이끌며 나는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먼저 이리엘의 존재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응?”

그런 내 시야에 꽃밭의 가장자리에 서있는 인영을 발견한다. 자그마한 체구에 지극히 평범한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 누가봐도 이리엘이 분명했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달랐다.

“이리엘?”

나는 약간의 불안감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본다. 다행히 내 예상이 맞았는지 꽃밭 가장자리에 서있던 인영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너... 뭐야 그건?!”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자 그녀에게 느꼈던 왠지모를 낯선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어울려?”

보란듯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나에게 묻는 이리엘. 내가 기억하는 이리엘은 짧은 단발머리카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리엘은 달라져있었다. 어께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한쪽만 언벨런스하게 위로 묶은 낯익은 머리스타일.

“그건... 키르비르랑 닮았잖아...”

내 말대로 키르비르의 머리스타일과 완벽하게 닮아있었다. 그런 내 말에 이리엘은 살짝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키르비르는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그녀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같이 어울렸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을 이리엘이 가지고 있으니 왠지모를 괴리감에 나는 할말을 잃어버린다.

“맘에 안드는것 같네.”

무덤덤한 내 반응에 한숨을 내쉰 이리엘은 자신의 머리채를 움켜쥔다. 그리고 들어올리자 키르비르와 닮았던 머리카락이 스르륵 벗겨져버린다.

“가발인거야?”

“응. 타메르가 좋아할 줄 알았지. 평균적으로 타메르와 같이있는 시간이 많은 여성...”

이리엘은 아쉽다는 듯이 자신의 손에 들려진 가발을 내려본다. 그런 이리엘의 행동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나는 나도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왜 웃어?”

그러자 가발을 바라보고 있던 이리엘은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런 이리엘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들고있는 가발을 집어든다. 그리고 이리엘이 썼던 대로 조심스럽게 가발을 펼쳐본다.

“잘만들었네. 색만 비슷했으면 키르비르의 머리카락이라고 해도 믿을껄?”

이리엘이 만들어낸 정교한 가발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나는 그 가발을 다시 이리엘에게 돌려준다. 그러자 가발을 받아든 이리엘은 다시 그 가발을 뒤집어 쓰려는 듯 자신의 머리위에 얹은다.

“됐어됐어.”

“왜?”

그런 이리엘의 행동에 나는 그녀가 머리에 얹은 가발을 슬쩍 빼앗는다. 그러자 이리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이유를 묻는다.

“너와 데이트를 하려왔지 키르비르와 데이트하려 온건 아니잖아?”

“하지만...”

이리엘은 내손에 뺏긴 가발을 아쉽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아마도 그녀 나름대로 날 위해 생각하고 준비해온 것 같았다. 마치 신기할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하는 가발을 다시 이리엘에게 돌려주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키르비르도 매력있지만... 너도 너 나름대로 매력적이야. 그러니까 애써 남을 따라할 필요는 없어.”

“응...”

내 말에 이리엘은 다시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가발을 내려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가발을 품에 안고있는 그녀의 손을 감싸쥐고 잡아 이끈다.

“아..”

그러자 그녀의 품에 안고있던 그녀의 가발이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져버린다. 이리엘은 꽃밭에 떨어진 자신의 가발의 모습에 작게 탄성을 흘리지만 그런 그녀의 작은 외침을 무시하고 나는 부드럽게 그녀를 내가 원하는대로 이끌어나간다.

“가자.”

이리엘은 안타까운 눈으로 바닥에 남아있는 가발에서 시선을 뗴지 못하지만 가자는 내 말에 가발에 대한 미련을 접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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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엘과의 데이트. 일단 꽃밭에서 분위기에 떠밀려 무턱대고 그녀를 잡아 이끌었다. 특별히 목적지나 계획을 정해두지 않았던 나는 이리엘과 같이 유적 외곽을 따라 아무 말없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

슬쩍 곁눈질로 이리엘의 얼굴 표정을 확인해본다. 삭막하고 투박한 유적 건조물 사이를 거닐며 그녀의 얼굴빛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지루해하고 있는지... 즐거워하고 있는지 도통 그녀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꼬옥..

단지 그녀를 잡아 이끌기 위해 마주잡은 손만은 놓지않겠다는 듯이 꼭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도서관이라도 가볼까?”

이대로 멍하니 산책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유적지에서 그나마 특별한 곳중에 하나인 도서관을 거론해본다. 실제로 고대인의 방대한 지식이 잠들어있는 유적지 내부 중앙도서관은 책장이 천장까지 솟아있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응.”

이리엘은 별 고민없이 짧게 내 질문에 대답해준다. 아무래도 그녀는 어떤 곳이든 상관 없어보이는 눈치였다. 괜히 그녀보다 더 긴장한 나는 오늘 데이트라는 이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그녀를 중앙도서관을 향해 이끈다.

========== 작품 후기 ==========

봉식이의대출노트 / 으히이이익 ;ㅅ;

마스터칼솔럼 / 엌ㅋㅋㅋ 불쌍한 질소양... 하지만 화나면 무섭죠

자사팍 / 고... 고자는 아닙니다!! 아직 건강하고 힘찹니다!

유운처럼 / 다행히도 회복기간을 가지고나서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실버링나이트 / 서... 설마요.. 남자의 고환은 두쪽인데 하나만 문제있다고... 고자는 되지않겠죠.

으으으..

고환염은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간헐적으로 욱씬거리네요.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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