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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16화 (216/298)

216편

<-- 데이트 -->

파앙!

“큭...!!”

그녀를 억지로 범하려는 순간. 눈 앞에 새하얀 광휘가 번뜩인다. 눈 부실 정도로 밝은 빛과 동시에 내 가슴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진다. 예고없는 기습적인 공격에 당해버린 나는 리엔의 팔을 놓아버리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선다.

“뭐야 그건...”

무언가에 얻어맞은 내 가슴을 가볍게 문지르며 리엔을 바라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리엔의 양 팔에는 새하얀 빛이 휘감겨 만들어낸 듯한 새하얀 건틀렛이 단단히 끼워져있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녀의 양팔에 끼워진 새하얀 건틀렛에서부터 무시못할 기운이 느껴져왔다. 그런 건틀렛 덕분이었을까. 언제나 여리고 약해 보호받아야만 할 것 같았던 리엔이 다르게 보여졌다.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격투술을 좀 배운다고...”

리엔은 나에게 경고하듯 양 팔을 들어올려 나를 향해 파이팅 자세를 취해보인다. 언제나 치료나 축복만 해오던 그녀에게는 너무 낯선 모습이었지만 비웃을 수는 없었다.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채 하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단단한 자세. 단순히 운동이나 취미로 배운 격투술로 볼 수가 없었다.

“너 설마 진짜 나와 싸울려고 하는거냐?”

“아니요. 단지 최소한의 저항일 뿐이에요. 타메르씨.”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리엔의 말에 나는 나도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려버린다. 최소한이라고 하기에 너무 과분할 정도의 적극적인 방어태세였다. 모순된 그녀의 말과 행동에 나도모르게 실소를 흘린 나를 바라보며 리엔의 고운 미간이 살짝 찡그려진다.

“타메르씨야 말로... 왜 그러시는거에요?! 평소 그런 일... 별로 흥미없어했잖아요!!”

나와 거리를 벌린 리엔은 내가 달려들려고 하지 않자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신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외친다.

“물론 그랬지. 하지만 가끔씩은 나도 성욕이 끓어오를때가 있다고.”

“하지만.. 어째서 저죠? 그 괴상한 성욕이 왜 저에게만 반응하는 거냐구요?!”

“그야... 너가 매력적이니까...”

“얼렁뚱땅 넘기려하지 말아요!!”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날카로운 리엔의 외침에 나는 몸을 움찔 떤다.

“타메르씨... 조종당하시는 것 아니에요? 평소와 다른 돌발적인 행동. 앞뒤가리지 않는 무책임한 일들까지..”

“....”

리엔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문다.

“진짜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리니아는 자고 있잖아... 지금 그녀가 날 제어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최근의 타메르씨는 정상이 아니었어요!! 특히 저에게는요!”

리엔은 조금이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노려본다. 그런 리엔을 마주 바라보며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나는 인상을 찡그린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너와 내가 관계를 맺는게 리니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그... 그건...”

“리니아가 너와 나 사이에 개입할 이유는 없...”

“이... 있어요!!”

어떻게든 그녀를 말로 회유해보려했지만 리엔은 얼굴을 잔뜩 붉힌채 소리를 쳐 내 말을 끊어버린다.

“리... 리니아씨가 개입할 이유는 있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 그... 개인적인 고민이라서...”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베베꼬며 말끝을 흐리는 리엔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이런 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네 말뜻은... 너가 리니아에게 무언가를 부탁했다는거야?”

“....”

내 질문에 리엔은 침묵을 지키지만 얼굴을 잔뜩 붉힌채 고개를 숙인 모습하나만으로 그녀의 대답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리엔의 양팔에 휘감긴 새하얀 건틀렛은 어느샌가 안개처럼 허공에 흩어져 사라진다.

“왜 그런 부탁을...”

“그냥... 좀 외로웠던 거겠죠.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도... 왠지 겉도는 느낌에...”

자신의 신관복을 꽉 움켜쥔 리엔은 용기를 낸듯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를 마주 바라본다. 그리고 큰 결심을 한듯이 입술을 깨문채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타메르씨의 미래에... 저는 없었었으니까요.”

“아....”

그 순간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말. 리엔의 입에서 이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리엔이 화형식에 처하려는 순간. 내가 구하지 못했던 리엔이 나에게 남긴 말.

“내 미래에... 너가 없었다고? 뭐야 그말의 뜻은...”

“제가 죽었거나... 혹은 타메르씨가 절 버렸거나... 어떻게 됬든 저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맺겠죠. 어자피 이제 저는 어떤 곳에도 소속될 수 없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리엔의 말대로 그녀는 인간들에게는 악마에게 몸을 판 마녀로 기억되고 있었다. 모두 란슈가 그녀에게 덮어씌운 누명이지만 변명을 할 기회가 없는 리엔의 지금 상황떄문에 산맥 넘어의 인간들은 모두 그녀를 성녀보다 마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냐. 내가 왜 널 버려... 너가 나를 도와준건..”

“타메르씨. 제 예언은 틀리지 않잖아요?”

리엔은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너무나도 끔찍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아직까진 최소한 그녀의 예언이 틀린 것을 본적이 없었다. 아직까진...

“잠깐!!”

그때 머릿속에 무언가가 퍼뜩 떠오른 나는 소리를 질른다. 그런 내 외침에 깜짝 놀란 리엔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시... 다시한번 봐봐.”

나는 그런 리엔에게 내 운명을 읽어보란 듯이 내 팔을 내민다. 그런 내 행동에 리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러번 본다고 운명은 바뀌어지지...”

“아니. 바뀌었어.”

확신에 가득찬 내 말에 리엔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주춤주춤 나에게 다가온다. 리엔의 예언은 맞았다. 리엔은 죽을 운명이었다. 바로 그 화형장에서. 그 화형장에서 리엔이 화형을 당해버렸으니 내 미래엔 리엔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키르비르의 힘 덕분에 시간을 한번 되돌렸던 나는 그런 리엔을 구해냈다. 시간을 되돌렸던 키르비르의 힘. 자연섭리에 어긋나는 그녀의 힘은 리엔의 운명을 바꾸기 충분할 것이다.

“한번... 읽어볼께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한 리엔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쥔다. 그러자 리엔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신성력이 내 손안을 휘감으며 천천히 피부 안쪽으로 스며들어옴을 느낀다. 그리고...

“아...”

작은 리엔의 탄성과 함께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어때? 만족스러운 거야?”

“아... 으흑...”

리엔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낮은 울음소리를 흘릴뿐이었다. 그녀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아하니 대충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억지로 참고있는 리엔을 바라보며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인다.

“그런 것 떄문에 걱정하고 있던거야? 내가 너에게 별로 믿음을 주지 못했나보네...”

그녀의 등을 토닥이던 나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아간다. 하지만..

뻐억!!

“으컥!!”

복부에 들이 박히는 묵직한 주먹. 새하얀 신성력으로 감싸진 건틀렛이 어느센가 그녀의 손주먹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 것... 때문이라뇨!!”

뻐억!!

다시금 주먹이 작렬한다. 얼마나 강력했으면 내 몸이 가볍게 들썩일 정도이다. 숨이 턱 막힌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컥컥거리며 입을 벙긋거릴 뿐이었다.

“제가.. 그것떄문에... 얼마나... 맘 고생을.. 심하게 했는데엣!!!”

뻐억.. 뻑!!

리엔은 한 팔로 내 몸을 감싼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은 애정이 담긴게 아니라 뒤로 물러서려는 나를 붙잡는 본능적인 행동을 뿐이었다. 그리고 남은 한팔로는 쉬지않고 내 복부에 주먹을 날린다.

“리... 리엔...”

크게 심호흡을 하여 간신히 막힌 숨통을 틘 나는 헐떡거리며 리엔의 이름을 부른다.

“으아아아앙!!”

그러자 리엔은 그동안 얼마나 심하게 걱정해왔는지를 대변해주듯 애처로운 울음을 터트리며 내 목을 양팔로 감싸며 내 몸에 매달린다. 그녀에게 얻어맞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리엔의 온몸을 던진 포옹에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 나는 리엔을 끌어안은 채로 바닥에 요란스럽게 넘어져버린다.

“크으으...”

얼떨결에 리엔을 품에 안은채로 바닥에 넘어진 나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여전히 목에 매달려 낮은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리엔을 바라본다. 나또한 천천히 그녀의 몸을 감싸안아가며 리엔의 부드러운 둔부를 더듬으려한다.

“어.. 어림없어요!”

타악!

하지만 리엔은 매정하게 자신의 엉덩이를 더듬으려는 내 손을 탁 쳐낸다. 용케도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담은채로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눈꼬리를 세우는 리엔. 끝까지 나를 거절하는 리엔의 태도에 나는 그저 입맛만 쩝쩝 다실뿐이었다.

“다음에... 다음에요. 타메르씨의 정신이 정상이 되면... 그때 절 안아주세요. 그럼 저도 거절하지 않을테니까.”

“왜 그래? 난 정상이...”

리엔의 단호한 선고에 나는 되려 너털웃음을 터트려보지만..

“맞고 싶으세요?”

“으으...”

그녀는 내 눈앞에 보란듯이 새하얀 건틀렛으로 감싸진 자신의 주먹을 흔들어보인다. 그런 그녀의 주먹에 움찔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쓴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자사팍 / ㅋㅋㅋㅋ 로리의 역습!

abcbbq / 하지만 모든건 엉망으로..

Ernia / 팔찌보다 리엔의 근성으로 모든게 해결됬습니다?

으으으으

원래 H씬을 하려고했지만..

불행히도 1주일간 스트레스성 고환염으로 고생하는 덕분에... 에로에로한것을 절대 쓸 수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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