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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15화 (215/298)

215편

<-- 데이트 -->

그 날밤. 난 리엔과의 약속대로 그녀를 찾아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얇은 나무문을 밀어서 여니 우리가 식탁으로 이용하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은 촛불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리엔?”

그런 촛불 건너편으로 뭔가 무거운 얼굴로 흔들리는 촛불을 주시하는 리엔이 앉아있었다. 왠지모르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리엔의 맞은편에 걸터앉아 흔들리는 촛불넘어로 리엔의 얼굴을 바라본다.

“심각한 일이라는게 대체 뭐야?”

“리니아씨에 대한거에요.”

“리니아?”

리니아의 이름이 언급되자 나는 몸을 움찔 떨 수 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시란의 말이 신경쓰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엔까지 리니아에 대해 언급하다니...

“나에 대한거야? 아니면... 리니아의 운명에 대한거야?”

하지만 단순히 리니아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리엔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런 내 미소를 마주하면서 리엔은 익숙치 않은 경직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리니아씨와 타메르씨. 두분과 관련된 일이에요.”

“나와... 리니아가 관련되었다고?”

계속해서 시란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리니아가 나를 조종하려 했다는 사실을... 설마 리엔도 시란과 비슷하게 느꼈던건가?

“타이씨의 검에 튕겨나가 유적지에 처박혀있을때... 본의아니게 들었어요. 키르비르님과 리니아씨와의 대화를...”

“둘이서 뭐라고 했는데?”

“....팔찌.”

잠시 주저하던 리엔은 무겁게 입술을 달싹거리며 한 단어를 뱉어낸다. 그런 팔찌라는 한 단어에 순간이지만 내 심장이 덜컥 멈춘 것 같다는 충격을 느낀다.

“파... 팔찌라니?”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무슨 소리인지 이해못하겠다는 얼굴로 리엔에게 되묻는다. 그러자 리엔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한다.

“키르비르님이 말씀하셨어요. 리니아씨는 팔찌로 타메르씨를 지배할 수 있다고...”

“지배...”

“어떻게 하실거에요?”

리엔은 나를 걱정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리엔의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그녀 모르게 내 바지자락을 강하게 움켜쥔다.

“어떻게... 하다니...”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다는 것. 그만큼 위험한 것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키르비르님조차도 그 사실을 방치하고 있다는 거에요.”

어림짐작은 하고 있었다. 키르비르또한 리니아의 팔찌가 나를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다는 거에 대해. 어자피 키르비르는 나와 관련된 일은 내가 거부의 뜻을 내비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건들지 않는다.

만일 리니아가 자신의 팔찌를 이용해 나를 괴롭게하거나 내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든다면 키르비르는 일말의 주저없이 리니아의 팔찌를 파괴했을 것이다. 키르비르. 그녀의 존재 덕분에 리니아가 나를 지배할 수 있는 팔찌를 가지고 있다고해도 큰 위험을 느끼지 않는 중요한 이유였다.

“키르비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는거야.”

“그런... 가요...”

어떻게든 이 사실을 무마해야한다는 생각에 나는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멋대로 말해버린다. 하지만 의외로 리엔은 머리를 끄덕이며 그런 내 말에 수긍한다.

“키르비르님도 팔찌를 부수기보다 리니아씨를 설득하고 있었어요. 팔찌의 힘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역시 키르비르...”

리엔의 말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키르비르는 내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녀는 단순히 리니아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그녀를 회유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 이야기였어?”

“아... 네. 일단 타메르씨가 걱정되어서요.”

리엔이 나를 걱정해준다는 사실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걱정된다는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나는 괜히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촛불을 가볍게 후 불어 꺼버린다. 그러자 삽시간에 주방이 어둠에 갇혀버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은은한 별빛이 천천히 어둠을 밀어내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하나 궁금한게 있어요.”

별빛이 만들어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작게 마른침을 삼킨 리엔은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낸다.

“저를 안은 것은... 타메르씨의 의지였나요?”

“.....”

리엔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묻는다. 내가 식당이나 주방에서 그녀를 품에 안았던 것. 그녀의 직설적인 질문에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왜 그랬던걸까... 그녀와 단둘이 남았을 때 갑작스럽게 성욕이 끓어오른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큿...”

리엔과 단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타... 타메르씨?”

“.....”

낯익은 느낌. 리엔과 단둘이서만 남으면 느껴지는 묘한 흥분감. 설마 이것도 리니아가 내 몸을 조작하는 건가? 하지만 어째서...

“리... 리엔... 리니아 지금 뭐하는지 알아?”

“자고있어요. 여기 오기전에 확인하고 나왔어요.”

나는 혹시나 싶어 리니아의 상태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리니아가 자고있다는 리엔의 말은 지금 리니아가 나를 조종한다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 예고없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신체에 나는 짧게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린다.

“타메르씨?!”

그런 내 모습을 걱정한 리엔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내 곁으로 다가와 내 몸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리엔의 손이 몸에 닿자 내 몸이 반응하듯 움찔 떨린다.

“리... 리엔?”

“네... 넷?!”

리엔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돌아본다. 은은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별빛을 뒤로한채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리엔. 그런 리엔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금 내 심장이 크게 박동한다.

콰악.

나는 예고없이 내 어께에 닿아있는 리엔의 손목을 움켜쥔다. 리엔은 갑작스런 내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려하지만 손목이 붙잡힌 덕분에 그다지 멀리 물러서지 못하고 내 바로 옆에서 불안한 눈으로 나를 내려볼뿐이었다.

“리니아는... 자고 있다고 했지? 그럼... 지금 내 행동은 조종받지 않는다는거지?”

“그런셈이죠...”

내 손에 의해 손목을 붙잡힌 채로 리엔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그녀의 말대로 리니아가 자고있다면 그녀는 내 몸을 제어할 수 없다. 어떤힘에 의해 팔찌가 작동되는 건지는 몰라도 최소한 리니아가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작동이 될 것이다.

“리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열기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리니아가 자고있다면... 이것은 순전히 내 의지. 즉 내 마음 그대로라는 뜻일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내 앞에 불안한 얼굴로 서 있는 리엔의 어께를 감싸안아 내 품으로 끌어들인다.

“너의 질문에 대답해줄게. 너를 안았던것... 그것은 리니아에게 조종받지 않았어.”

“그렇다면...”

“내 의지야.”

내 말을 증명하듯 나는 내 품에 안긴 리엔을 더욱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그러자 가볍게 숨을 들이킨 리엔은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타메르씨...”

“리엔.”

그녀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며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려고한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리엔은 뭔가 결심한듯 입술을 잘근 깨문다.

“싫어요!!!”

“읏?!”

그 순간 리엔은 예고없이 힘껏 내 몸을 밀쳐낸다. 갑작스런 리엔의 저항에 밀린 나는 두어걸음 물러서며 이해못하겠다는 눈으로 리엔을 바라본다.

“리엔. 이건 대체...”

“말 그대로에요. 오... 오늘은... 그다지...”

리엔은 나를 노려보다 자신의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부끄럽다는 듯이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왜 그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나는 괜히 리엔을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선다. 그러자 리엔은 그런 나를 피하듯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며 나를 경계한다. 그런 리엔의 행동에 나는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을 포기하고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리엔을 바라본다.

“뭐야? 갑자기 왜그러는거야?”

“오늘은... 피곤해요. 타메르씨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은...”

“....”

리엔은 거절의 의사를 밝히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면서? 그럼 괜찮은거 아니야?”

“타메르씨!!!”

내 물음에 리엔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그런 그녀의 외침에 살짝 몸을 움찔거린 나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리엔은 화가난 듯 살짝 눈꼬리를 세우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타메르씨야 말로 왜그러시는데요?! 뭔가 이상해요 지금!!”

“내가? 내가 뭘? 내가 무슨 이상한 점이 있다고?”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는 조용한 밤중에 괜히 소란을 일으키는 리엔의 행동에 눈살을 찡그린다. 이러다가 다른 사람이 깨어나 이곳으로 오기라도 한다면... 그녀와의 관계맺는 일이 모두 무산되기 떄문이다.

“타메르씨... 당신은 이렇게 고집이 쎄지 않아요. 혹시나 싶어서 거절을 해봤는데... 역시나 지금 타메르씨는 이상하다구요!!”

“혹시나 싶어서 거절을 했다고? 그렇다면 너도 원한다는 거잖아?”

리엔의 말에 빈틈을 찌른 나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선다. 방금 그녀의 말로 그녀가 나와의 관계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 사실을 안 이상 조금이라도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무... 물론 타메르씨가 좋아요.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리엔을 바라보며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챈다. 이미 그녀의 속마음은 알았다. 그다지 싫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튕기고자 나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콰악!

“꺄악!!”

나는 주저없이 리엔의 팔을 움켜쥐고 그녀의 몸을 식탁 위에 억누른다. 그런 내 강압적인 행동에 리엔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타.. 타메르씨!! 그만... 그만두세요!!”

“왜? 너도 좋잖아? 왜 쓸데없이 튕기고 그러는거야?”

그런 리엔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억누른 나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내린다.

“타메르씨... 제발...”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애원이 내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미 그녀또한 나를 은연중에 원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알고 있는 이상 내가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약먹고삽질 / 잘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실버링나이트 / 이론상 그렇지만... 이리엘은 큰 가슴을 싫어해요.(읭?)

문탑 / 순진하니까 잔인한 법이죠.

자사팍 / 감사합니다!

거봐ㅠㅠ / 이런 실수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abcbbq / 켈레브라도 반쯤 포기상태!ㅋㅋㅋㅋㅋ

으아아 3일 연속연재. 앞으로 빵꾸내지않겠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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