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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13화 (213/298)

2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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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한 타이를 숙소로 데려온 나는 임시로 아무도 지내지 않는 방의 침상에 축 늘어진 타이의 몸을 뉘인다.

“뭐 이상한것 못느꼈어?”

그때 내 어께에서 푸른 영체가 솟아오르며 요정처럼 작은 시란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어느세 내 몸에 빙의해있던 걸까.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거라니? 도데체 뭘 말하는거야? 그나저나 넌 언제 거기가있는 거고?”

내 물음에 시란은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리며 대답한다.

“티에르 녀석이 징징거리며 빌빌거리기에 그냥 돌아가라고만 했고 내 영력만을 네 몸에 담아서 온거지.”

“네 영력?”

“그래. 어자피 너랑 빙의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라 어렵지도 않더라.”

시란은 작아진 자신의 몸이 재미있다는 듯이 내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성가신 행동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나는 조심스럽게 타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시란을 낚아챈다.

“어자피 영체야. 잡힐 리가 없잖아?”

하지만 시란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 손을 통과하며 내 눈앞에 나를 업신여기듯 깔보는 얼굴로 내려본다. 그런 오만한 시란의 표정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가 말안 이상한 것에 대해 묻는다.

“그나저나 이상한 것이라니? 내 몸에 흘러들어온 그 광혈의 저주를 말하는거야?”

“아니... 솔직히 그건 좀 의외였어. 타이때처럼 요란한 소란없이 조용히 끝나버린게... 나도 나름 긴장하고 만일의 대비를 철저히 해뒀는데 시시하게 끝나버렸잖아?”

“그럼 네가 말하는 이상한 것이란건 대체 뭐야?”

내가 계속 질문을 던지자 시란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진짜 모르는거야? 너의 이상한 그 행동을?”

“.....”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자 나는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그런 내 모습이 상당히 놀랍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시란은 차분하게 그 이상한 행동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너... 광혈의 저주를 네 몸에 담기로 말했으면서... 나중에 키르비르에게 그 일을 전가했잖아.”

“....아!”

그녀가 말하자 뒤늦게 그 일이 떠올랐다. 광혈의 저주를 내 몸에 담으려고 타이의 몸에 손을 뻗는 순간. 머릿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에 홀린듯 키르비르에게 모든일을 전가하려했다.

“뭔가가 너의 몸을 조종하려했던거야.”

“무언가가 내 몸을 조종하려했다고?”

시란의 단호한 한마디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름아닌 리니아의 검은 팔찌. 에페리아의 검은 팔찌는 네이의 손에 의해 부숴졌다. 이제 남은 팔찌는 리니아가 가지고 있는 팔찌뿐. 하지만 그녀가 내 몸을 조종하려는 사실을 믿을 수는 없었다.

“뭔가... 착각이겠지.”

나는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한다. 하지만 시란은 내 눈앞으로 날아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착각은 개뿔. 네 몸에 빙의된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너가 아닌 또다른 제 3자가 너의 행동을 조종하려고 했다는 걸.”

“...악의는 없었잖아.”

나또한 계속해서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던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진짜로 날 조종하려했다해도... 그 행동에 악의만 없으면 됐잖아?”

“물론 지금은 악의가 없겠지. 하지만 그런 조종이 한두번씩 계속되면 조종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너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힘에 취하겠지. 그런 힘에 취하면... 자의든 타의든 큰 사고를 저지르게 돼있다고!!”

시란의 잔소리를 듣다못한나는 입술을 잘근꺠물며 외친다.

“내가 이야기할게!”

더 이상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긁는 것같고 잔소리가 계속될수록 되려 짜증이 솟구쳐오르고 있었다.

“누가 조종하는지 알고 있는거야?”

“대충 짐작하고 있어.”

“누구냐고 묻지는 않을게. 하지만... 잘 말해줘야할꺼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시란과 더 이상 대화하기 싫었던 나는 그녀로부터 차갑게 등을 돌린다. 그러자 시란또한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고 곧이어 내 몸에서 푸른 안개같은게 흘러나오며 타이가 있는 방으로 흘러들어가버린다.

시란이 내 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타이가 조용히 쉴수 있도록 방에서 걸어나온다.

“무슨 일?”

복도로 나서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다름아닌 이리엘. 그녀는 평소와 어울리지 않게 낡고 두터운 책을 품에 안은채로 방문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마도 나와 시란이 일으킨 소란때문일까. 방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리엘은 내가 나오자 살짝 몸을 기울이며 방안을 살펴본다. 그리고 방안에서 걸어나온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의아해한다.

“그나저나 리엔 못봤어? 부상자가 있어가지고.”

“리엔?”

나는 타이를 보살펴줄 수 있는 사람인 리엔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이리엘은 손으로 타이가 추락하여 무너진 구조물을 가리킨다.

“.....”

그런 이리엘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키르비르를 쫓아 저 구조물로 갔을 때 리엔이 입고다니던 새하얀 신관복의 옷자락도 못봤었다. 그런 리엔이 저 구조물에있다니...

“흐우우.. 너무하네요.”

그때 내 등뒤에서 낯익은 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등뒤를 돌아봤을때 새하얀 신관복이 회색과 갈색이 섞인 흙먼지로 더럽혀진 리엔은 머리카락에 잔뜩 묻은 돌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제가 존재감이 없어도... 구석에 처박혀있는 저를 못보셨다니요...”

“구석에 처박히다니?”

“뭐... 타이씨의 기습공격에 리니아씨를 보호해드리려 하다가... 구석에 나가떨어졌는데... 키르비르님이 없었으면 계속 처박혀있었을 뻔 했네요.”

리엔은 입술을 삐쭉내밀며 평소에 보지못했던 뾰로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무안하게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조용히 나를 주시하던 리엔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뾰로뚱해져있던 표정을 풀어낸다.

“타메르씨의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서운한건 어쩔 수 없네요.”

“미안 미안...”

짧게 리엔에게 사과를 하자 그녀는 괜찮다는듯이 다시 환한 미소를 짓는다. 부드러운 리엔의 미소를 마주하며 나는 흘끗 내 등뒤에 있는 방을 그녀에게 눉시으로 가리킨다.

“타이좀 돌봐줘. 키르비르의 말로는 탈진이라는데... 신관인 너가 직접 한번 봐보는게 좋을 것같아.”

“안그래도 그래서 타메르씨를 쫓아온거에요. 그리고 비록 고의는 아니지만... 심각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구요.”

“심각한 이야기?”

갑작스럽게 리엔의 입에서 튀어나온 심각한 이야기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리엔은 흘긋 내 곁에 서있는 이리엘을 바라본뒤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오늘 밤에 말씀드릴께요. 밤에 식당으로 와주세요.”

“알았어.”

그 심각한 이야기가 대충 나와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더 이상의 긴말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리엔의 말에 수긍해준다. 그러자 우리 사이에서 조용히 나와 리엔을 번갈아 돌아보던 이리엘은 자세히 바라보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눈살을 찡그린다.

“일단 저는 타이씨를 돌보고 있을께요.”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리엔은 이리엘에게 양해를 구하듯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사이를 지나 타이가 쉬고있는 방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런 리엔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복도를 걸어간다.

“.....”

“.....”

그런 내 곁에 자연스럽게 이리엘이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는 길이 같은 줄 알았는데 내 곁에서 나란히 걷던 이리엘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내 방으로 들어가자 나를 쫓아 내 방으로 걸어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나를 쫓아오는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나는 침상에 걸터앉으며 그녀가 나를 쫓아온 이유에 대해 묻는다.

“리엔과 데이트?”

“그런거 아냐.”

이리엘의 단도진입적인 질문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내 심중을 꿰뚫어보겠다는 듯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이리엘을 마주 바라본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 의미없는 행동에 금방 실증을 느낀 나는 침대에 편하게 들어눕는다.

“그럼 무슨 일?”

내가 드러눕자마자 침대앞까지 다가온 이리엘은 침대에 편히 누워있는 나를 내려보며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뭐... 리엔이 나에게 비밀스럽게 알릴 만한 중요한 정보를 얻은 거겠지.”

그런 그녀에게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한다. 어자피 과묵한 이리엘은 내가 하는 말을 남에게 퍼뜨릴 리가 없었고 그녀가 나를 적대할 일은 절대 없었다. 어떻게보면 나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키르비르 다음으로 믿음직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탁있어.”

그때 이리엘은 예고없이 나에게 대뜸 부탁을 해온다. 그런 이리엘의 부탁은 흔치 않은 상황이라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약간의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이리엘을 바라본다. 그러자 이리엘은 얼굴빛을 조금도 바꾸지 않은 뻔뻔한 얼굴로 나에게 부탁한다.

“다음엔 데이트 해줘.”

“....데이트?”

리엔과의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한게 이 이유때문이었을까. 대뜸 데이트를 해달라는 이리엘의 부탁에 나는 어이없다는 눈을 그녀를 바라보며 되묻는다.

“왠 갑자기 뜸금없는 데이트 타령이야?”

“....”

이리엘은 대답보다 자기가 품에 안고있던 책의 표지를 나에게 내민다. 책의 표지는 너덜너덜해져있지만 다행히도 그 책의 제목은 알아볼 수 있게 써져있었다.

‘작업의 정석’

“.....”

그 책의 표지를 확인한 나는 할말을 잃는다.

“타메르와의 관계. 기분 좋았어. 상상 이상으로...”

“그건 약 때문에....”

“준비 됐어.”

내 말이 미처 끝나기전. 이리엘은 이미 그 말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이 호주머니에서 푸른 알약을 꺼내든다.

“너... 너 그건 어디서!!!”

분명 그때의 사건 이후로 내가 만든 최음제는 전부 폐기해버렸다. 이리엘과 같은 사건은 두 번다시 일으키기 싫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리엘의 손에 들린 약은 내가 기억한 약이랑 일치했다. 조금 다른것은... 방금 만들어진 듯 깨끗한 푸른 빛을 담고 있다는 것 뿐.

“만들었어. 타메르와의 관계후 내 타액, 혈액, 애액등을 체취해 평소에 없던 성분들을 조사. 몸에 더 빠르게 흡수되도록 개량...”

타악!

나는 이리엘의 말이 끝나기도전 팔을 휘둘러 이리엘의 손에 쥐어진 알약을 뺏는다.

“이딴 것 만들지마. 조사해봤으면 이 약이 몸에 얼마나 나쁜것인지도 알 거아냐!!”

“알아. 약을 복용후. 최대 24시간내에 남성과 관계를 못했을 때는 정신 착란 및 분열 증상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 실험체의 컨디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결국가서 그 누구도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려. 거기다 약에 포함된 약물은 해독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그런 것은... 어떻게.”

“테스트 해 봤으니까.”

이리엘은 내 시선을 살짝 피하며 대답한다. 그녀가 한 말을 헛으로 들을 순 없었다. 테스트하다. 그것은 자신이 만든 약물을 누군가에게 복용시켰다는 뜻이다.

“왜... 이 약을 다시 만든거야...”

나는 이리엘에게 뺏은 푸른 약을 내려다보며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 약 덕분에 키르비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와서는 내가 키르비르에게 이딴 약을 썼다는 것 자체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가슴 한쪽을 짓누르고 있었다.

“유일한 즐거움... 잃고 싶지는 않아.”

약을 다시만든 이유를 묻는 내 질문에 이리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내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내 매서운 시선을 피하려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밝힌다.

“알았어... 데이트 해줄게. 너가 원하는대로 다 해줄게. 하지만 이 약은 절대 쓰지마.”

“어째서? 기분좋잖아.”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네 몸을 망치고 싶지는 않아.”

“.....”

내 마지막 한마디에 이리엘은 무끄럼히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내 뜻을 어떻게라도 이해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알았어.”

그리고 짧게 한마디를 내뱉은 이리엘은 나로부터 등을 돌린다. 들어올때와 똑같이 낡은 책을 품에 안은채 종종 걸음으로 방밖으로 나가는 이리엘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내 시야에서 벗어나자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데이트라...”

데이트... 내가 실제로 데이트라고 부를 만한 데이트를 해본 상대는 네이가 유일했다. 키르비르랑은 그저 유적지안에서 티격태격하는 것이었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리엘과 데이트라.

“....”

왠지 이유모를 불안함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의 이유를 찾지 못한채 나는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 작품 후기 ==========

Khanell / 근데 이젠 안시원해요. 에어컨이 고장났거든요 ;ㅅ;

자사팍 / 으아아아.. 언제나 빵꾸내서 죄송합니다... 으흐흐흑..

abcbbq / 이젠 안시원해요...

유운처럼 / 하지만 요번주 수 금은 또 빵꾸내버렸죠...

일단... 리니아 스토리에 대해 밑밥을 던지고... 또 이리엘이나 가지고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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