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편
<-- 변화 -->
“이건... 무슨일이죠?”
유적지 한쪽의 구조물이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물체에 의해 무너져내려있었다. 이곳에 먼저도착한 리니아와 리엔은 잔해를 헤집으며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물체를 확인해보려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걸 봤는데... 아무런 징조없이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요?”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려 무너진 잔해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헤집어가던 리니아는 붕괴된 구조물 사이로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빛에 인상을 찡그린다.
“공간이동에 실패했다기에 마력의 파동이 너무 강해. 공간이동보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이 위에서 벌어진거에요.”
“리... 리니아씨!!”
리니아와 같이 잔해사이를 두리번 거리던 리엔은 기겁하며 한쪽을 가리킨다. 그런 리엔의 짧막한 비명에 리니아또한 잔뜩 긴장하며 리엔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무너진 잔해속에 한쌍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건... 인간?!”
잔해에 깔려있는 존재가 인간임을 확인한 리니아는 짧은 비명을 지른다.
“구해야해요!”
리엔은 황급히 붉은 눈의 인간을 누르고 있는 무너진 잔해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를 악문 리니아는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앞서 달려나가는 리엔을 붙잡는다.
“뭐... 뭐하시는거에요?!”
“기다려요! 저 사람... 상태가 이상해!!”
리니아는 리엔을 향해 뻗은 팔을 뒤로 당긴다. 그러자 리니아의 마력에 몸이 옭아매진 리엔은 자신의 몸을 당기는 무형의 힘에 의해 뒷걸음질친다.
“붉은 눈... 광혈의 저주야!! 그리고 저렇게 진한 빛은...”
“크으으으으..”
리니아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 잔해에 깔린 인물은 짐승처럼 낮은 울음을 흘린다. 그리고 땅을 짚고있는 팔에 힘을 주자 그 사람을 짓누른 잔해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저런...”
“저렇게 붉은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야!! 눈에 뵈는게 없다고!!”
다시한번 팔을 당긴 리니아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리엔을 자신의 등뒤로 잡아당긴다. 그리고 자신의 소매를 뒤로 걷어낸다.
“일단 제압해 놔야해! 최악의 경우... 제거할 생각도 해야한다고!!”
철컥.
소매를 걷어내자 그녀의 팔목에 숨겨진 자그마한 석궁이 탄력있는 시위를 좌우로 펼친다. 곧이어 팔뚝에 미리 준비해둔 볼트가 자동적으로 시위에 장전된다. 화살촉에 붉은 빛이 번들거리는 화염석이 끼워진 볼트.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는 폭발성 볼트였다.
피잉!
리니아가 손목을 아래로 젖히자 손목에 장비된 석궁이 움직이며 장전된 볼트를 날카롭게 쏘아낸다. 리니아가 쏘아낸 작은 볼트는 빠르게 쏘아지며 우측에 있는 벽에 명중한다.
콰아앙!!
붉은 화염석으로 이뤄진 화살촉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우측에 있는 벽을 무너뜨린다. 벽을 구성하고있던 벽돌둘이 무너져내리며 잔해들에 의해 짓눌려있는 붉은 눈의 인물위로 쏟아져내린다.
“리... 리니아씨!! 너무 심하신거 아니에요?!”
“광혈의 저주를 가진 사람을 죽이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제압하기는 더 힘들다구요!”
철컥.
일회용인지 한번 발사된 작은 손목형 석궁의 시위를 힘껏 당겨 고정시킨 리니아는 팔뚝에 매어진 예비용 볼트를 석궁에 장전시킨다.
“오라방이나 키르비르도 이쪽으로 올꺼에요. 일단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해요.”
석궁으로 치솟아오르는 흙먼지를 겨누는 리니아는 마른침을 삼킨다. 잔뜩 긴장한 리니아를 바라보던 리엔은 덩달아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킨다.
쿠웅..
그떄 그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묵직한 폭음이 흙먼지 안에서 울려퍼져온다. 묵직한 폭음이 붉은 눈의 인물이 무너진 잔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흙먼지 때문에 섯불리 행동할 수 없는 리니아는 가볍게 뒷걸음질 치며 불안하게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검은 마녀...”
그 순간. 흙먼지 속에서 붉은 눈이 번들거리며 증오가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흙먼지 속에서 한쌍의 붉은 눈이 번들거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리니아는 정확히 붉은 눈이 번쩍인 곳을 향해 석궁에 장전된 볼트를 쏘아낸다.
카앙!!
붉은 궤적을 그리며 쏘아진 리니아의 볼트는 짧게 그어진 붉은 검광에 걸리며 옆으로 튕겨나간다.
콰앙!!
바닥에 볼트가 떨어지는 순간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자욱한 흙먼지를 걷어낸다. 그제서야 붉은 눈의 인물의 모습이 확연히 들어난다. 붉은 눈의 인물은 다름아닌 타이. 그녀는 짐승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여과없이 들어내며 자신의 붉은 검을 리니아를 향해 겨눈다.
“죽인다! 검은 마녀!!”
타이는 리니아를 향한 격한 분노를 표출해내며 다짜고짜 리니아에게 달려든다. 그런 타이의 공격에 리니아는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숨겨둔 약물병을 몇 개 꺼낸다.
“이거나 먹어라!!”
리니아는 타이가 달려오는 길 바로 아래 초록색 물약이 가득든 병을 던져 바닥에 깨뜨린다. 그러자 매캐한 초록빛 연기가 가득히 피어오르며 타이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타이는 그런 초록빛 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뚫고 나오며 리니아를 향해 붉은 혈검의 날을 번뜩인다.
“죽어라! 마녀!!”
가볍게 도약한 타이는 일도양단할 기세로 번쩍 들어올린 혈검으로 리니아의 정수리를 내려치려한다. 하지만 그런 타이를 노려보는 리니아의 얼굴에는 두려움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카앙!!
그런 타이의 혈검이 허공에 막힌다.
“난 역시 처형을 당해 죽는거지요?”
“그... 그럼요 리니아씨.”
타이의 혈검을 막아낸 것은 다름아닌 리엔이었다. 그녀는 다시금 실체화시킨 새하얀 건틀렛을 좌우로 교차한채로 타이의 날카로운 혈검을 막아냈던 것이다.
“믿고있었어.”
씨익 웃은 리니아는 타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새하얀 물약이 든 약병을 꺼내든다.
“밀쳐내요!!”
리니아의 외침에 리엔은 반사적으로 교차한 양 팔을 힘껏 좌우로 펼쳐낸다. 그러자 건틀렛 사이에 맞물려있던 혈검이 뒤로 튕겨나며 타이의 몸이 살짝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죽지는 않겠지만... 죽고싶을 정도로 아플꺼야!!”
리엔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리니아는 새하얀 약물이 든 약병을 타이를 향해 힘껏 던진다. 타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그 약병을 피해내지만...
콰직!!
약병이 타이의 머리위를 지나는 순간. 리니아는 자신의 마력으로 일시적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려 그 약병을 허공에서 깨뜨린다. 그러자 새하얀 약물이 타이의 머리위로 쏟아져내린다.
치이이익!!
“크윽?!”
그 순간 새하얀 약물이 천천히 퍼져가는 초록빛 연기와 반응하며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눈에 보일정도로 빠르게 살을 녹이는 약물의 위력에 타이는 무릎을 꿇는다. 빠른속도로 살이 녹아내리고 있지만 광혈의 저주의 힘 덕분에 녹아내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살이 재생되어가기 시작했다.
“잔인해라...”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엔은 짧게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리니아는 그런 타이를 노려보며 또다른 약병을 두 개 꺼낸다.
“대체... 왜 날 죽이려는거지? 나에게 원한을 품을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원한 살 일은 안한것같은데?”
“검은... 마녀...”
온몸의 살이 타들어가는 끔찍한 고통속에서 리니아의 목소리에 타이가 반응한다. 그녀는 짐승같이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자신의 눈앞에서 손목에 장비된 석궁으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리니아를 정면으로 노려본다.
“힉...”
그 순간. 리니아는 마치 한순간 심장이 멎게 만들정도로 지독한 살기에 온몸을 경직시킨다. 진심이 어린 살기. 영혼 가장 밑바닥부터 끌어오르는 격한 증오는 험한 세상을 홀로 헤쳐온 리니아도 경험하지 못했던 지독한 살기를 자아냈다.
“리니아씨!!!”
한순간 몸을 경직시킨게 큰 빈틈을 만들어낸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타이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억누르고 재빠르게 리니아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카앙!!
뒤에서 긴장하고 있던 리엔은 재빠르게 그 사이를 파고들어 팔의 건틀렛으로 타이의 검을 막아낸다.
“아악!!!”
하지만 일격필살을 노린 타이의 검에 서린 어마어마한 힘에 리엔이 옆으로 튕겨나간다. 그런 리엔을 멍하니 보고있던 리니아는 자신의 앞에 우뚝 서있는 타이를 바라본다. 온몸의 살점이 녹아내림에도 불구하고 타이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지 매서운 눈으로 자신의 앞에서 있는 리니아를 내려다본다.
스윽..
“죽어.”
눈앞까지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에 어린 리니아는 최소한의 반항도 못해보고 몸을 벌벌 떤다. 그녀의 손목에 장비된 작은 석궁은 여전히 타이를 겨누고 있었지만 자신을 억누르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석궁을 쏠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런 리니아를 노려보며 타이는 그녀의 목을 단숨에 베어낼 기세로 검을 횡으로 휘두른다.
“히익...!!”
자신의 목을 베어오는 날카로운 검광에 리니아는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섬뜩한 칼날이 자신의 목을 훑고 지나가는 끔찍한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자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실눈을 떠간다.
“크으으...”
그런 리니아의 눈앞에 잔뜩 뒤틀린 얼굴로 분하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타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휘두르던 날카로운 혈검은 정확히 그녀의 목 언저리에 멈춰져있었다.
“아슬아슬했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키르비르의 목소리. 자세히 살펴보니 타이의 온몸에는 푸른 마력의 실이 단단히 묶여져 그녀의 움직임을 봉하고 있었다.
“키... 키르비르?!”
리니아는 자신을 구해준 존재를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외친다. 그러자 조용히 리니아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다른 팔을 들어올려 자신의 마력으로 타이의 앞에 서있는 리니아의 몸을 뒤로 당겨준다.
“시체처리하기 귀찮아서 도와준거야. 조용히 찌그러져있어.”
“우으으...”
한순간 리니아의 눈동자에 고마움의 감정이 감돌지만 차가운 키르비르의 한마디에 그 감정은 단숨에 사라져버린다. 결국 리니아는 자신이 못한 일을 아주 가볍게 해내는 키르비르를 향한 질투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노려본다.
========== 작품 후기 ==========
Ernia / 그렌라간 재미있죠. 간만에 나오는 로봇 열혈물!
마스터칼솔럼 / 건필하겠습니다!
실버링나이트 / 저도 저런 여복가지고 싶은데요... 하지만 판타지는 역시 판타지일 뿐이네요
abcbbq / 저도 심상치 않다고 느끼는데... 이거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약먹고삽질 / 감사합니다!
조아라가 리뉴얼됬는데
왠지 더 쓰기 불편하네요.진짜 불편해요
욕나올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