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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06화 (206/298)

206편

<-- 계획 -->

여느떄처럼 밝은 아침이 밝아 왔다. 밤늦게 잠들었을 것이 분명했던 이리엘은 자신이 일어나는 시간에 한치의 오차없이 일어나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잘잤어?”

길어봤자 2시간정도? 잘잤다고 물어보기도 무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리엘은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내 인사에 답한다. 그리고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이리엘은 더 이상 용건이 없는듯 종종 걸음으로 나를 스쳐지나간다.

“흐음..”

대충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약간 불편한 걸음걸이로 걷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남모르게 쓴웃음을 삼킨다.

“일단... 오늘의 시작은 역시나 훈련인가...”

아침식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시란에게 아침부터 훈련을 부탁했었다. 나와 비슷하게 식사를 하지않는 시란에게 아침식사시간은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이었기에 그녀는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들여줬다. 무슨 요리를 하는지 약간은 와작지껄한 식당을 바라보던 나는 시란과 약속한 숙소 앞 공터를 향해 걸음을 옮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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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침.”

공터에 나가자 시란은 나를 바라보며 형식상의 인사를 건낸다. 그녀에게 특별한 것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나또한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으로 그녀의 인사에 답한다. 아침 일찍부터 내 훈련을 준비하는 걸까. 시란은 약간은 조급한 손놀림으로 공터에 무언가를 세우고 있었다.

“이건 뭐야?”

유적의 파편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단상위에는 아주 익숙한 돌돌만 종이 막대가 세워져있었다.

“설마 또...?”

“성공할때까지 해야지.”

시란은 씨익 웃으며 자신이 미리 말아둔 수많은 종이 막대를 나에게 보여준다. 그런 종이막대들을 질색이라는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파편으로 만들어진 단상 앞에 선다.

“요령은 알고 있겠지? 힘보다 속도로 빠르게.”

“알았어 알았어.”

이론이나 말로는 정확히 이해가 갔다. 힘보다 스피드로 재빠르게 종이막대를 절삭해야한다. 하지만 그것을 몸으로 따라 움직이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십개의 종이막대가 베어지지 않고 찌그러진채 튕겨나가기 일 수 였다.

“후우....”

탁자앞에 곧바르게 세워진 종이 막대 앞에 선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시란이 말해준 대로 어께에 힘을 풀고 팔을 축 늘어뜨린다. 다시금 크게 심호흡을 하여 숨을 들이킨 나는 허리를 크게 비틀며 한손으로 움켜쥔 내 검을 휘두른다.

“읏...?!”

팔을 휘두르는 순간. 내몸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내 의지와 다르게 팔의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리며 관절들이 부드럽게 풀려나간다.

촤악!!

“어...”

곧이어 검끝이 허공을 찢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종이막대를 가로지른다. 갑작스레 내 몸에 생긴 변화에 놀란 것도 잠시. 나는 뒤늦게 종이막대를 확인해본다. 내 검이 분명히 종이막대를 훑고 지나갔지만 종이막대는 처음 그대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스륵..

그때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의해 곧게 서 있던 종이막대가 사선으로 스르륵 미끌어져내려간다.

“서... 성공한거야?”

“어...?”

나 뿐만 아니라 시란또한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사선으로 베어진 종이막대를 바라본다. 하지만 놀라고 있는 것도 잠시. 시란은 황급히 잘려진 종이막대들을 옆으로 밀어내며 새로운 종이 막대를 그곳에 다시 세운다.

“다... 다시 한번해봐.”

“알았어...”

나는 다시금 종이 막대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방금전과 똑같은 자세로 다시 검을 휘둘러나간다.

우드득..

방금전과 똑같이 팔의 근육이 풀리며 지나치게 쥐어져 있던 힘이 풀린다. 그리고 근육이 느슨해지자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검끝이 재빠르게 큰 원을 그린다.

촤악!

또다시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종이막대를 가로지른다. 손안에 선명히 느껴지는 뭔가 베는 감각에 나는 미소짓는다.

“성공이야...”

스르륵..

내 중얼거림과 함께 사선으로 베어진 종이막대가 옆으로 미끌어져내린다.

“도데체 짧은 시간내에...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베는거야?”

“....”

놀람이 가득한 시란의 탄성을 들으며 나는 내 팔을 내려본다. 뭔가 내 몸의 변화가 오고 있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은 타이에게 흡수한 또다른 세계의 나의 피. 그 피가 내 몸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철컥.

그때 멍하니 내 팔을 바라보고 있던 내 시야에 새파란 요기에 휩싸인 시란의 검이 비집고 들어온다.

“한번 대련해보자. 너 뭔가 이상해.”

“알았어.”

나는 그녀의 도전을 거절하지 않는다. 시란은 날카롭고 재빠른 쾌검술의 달인. 거대한 대검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녀의 공격을 막는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떄와 달리 얇은 검을 가지게 된 지금. 왠지모르게 그녀에게 지지 않을 것같은 묘한 자신감이 가슴속을 가득 채운다.

“긴장해. 전과 달리 대검으로 막을 수 없으니 다칠 수도 있어.”

시란의 경고를 들으며 나는 내 붉은 검을 시란을 향해 겨눈다. 위협적인 그녀의 검술의 위험을 알고 있던 내 심장이 크게 박동친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은 흥분하기 시작하는 내 몸과 다르게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한다.

“간다!!”

그녀의 신호와 함께 푸른 잔영을 남기며 시란의 몸이 흐릿해진다. 그리고 한발자국 정도의 거리앞에 나타나며 시란은 자신의 푸른 검을 날카롭게 휘둘러나간다.

카앙!

마치 바람처럼 빠르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한 속도로 휘둘러지던 그녀의 검이 허공에 우뚝 정지된다. 그런 시란의 검과 나의 붉은 검이 정확히 맞물려있었다.

“제법인데?!”

기습공격이 막히자 시란은 반보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검을 재빠르게 회수한다. 그리고 허리와 어께의 유연함을 이용해 크게 사선으로 검을 휘둘러나간다.

“큿...”

그녀가 보여준 검술중 하나. 단 한번의 휘두름이었지만 3개의 검격이 사방에서 나를 노려왔다. 착시가 아닌 3개의 검격 전부가 실체가 있었다. 전엔 대검을 들어 육중한 검면으로 모든 공격을 차단했지만 지금 내가 가진 검을 얇고 날카로운 장검이었다.

“흐읍!!”

일단 3개의 검격중 하나라도 쳐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검을 휘둘러 머리를 쪼갤듯 내려찍히는 검격을 막아낸다.

카앙!!

“읏?!”

검격을 튕겨내는 순간. 내 몸은 자연스럽게 그 반동을 이용하여 팔을 비튼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내 몸은 마치 버릇처럼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었다. 첫 번째 검격을 막아낸 검은 처음과 비슷한 기세로 재빠르게 다른 검격을 향해 쏘아진다.

카가강!!

내 팔은 가볍게 손목을 비틀어 낸 것만으로 사방에서 조여오는 3개의 검격을 부드럽게 튕겨내 버린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현상에 기겁하며 나와 비슷하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시란을 바라본다. 그녀또한 이렇게 완벽히 자신의 검을 막아 낼 줄은 상상도 못한 눈빛이었다.

“도데체... 뭐야 너!! 어떻게 하루만에...”

거의 경악에 가득찬 목소리로 소리치며 시란은 나를 향해 검을 휘둘러 나간다. 이번엔 거의 진심이 담겨있는 듯 그녀의 검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날카롭고 재빠르게 나를 압박해온다.

카앙! 캉!!

하지만 나는 어렵지않게 그녀의 검을 막아낸다. 아니. 거의 내 몸이 시란의 공격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내 판단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정확히 시란의 공격을 끊어낸다.

“크으으읏!!”

나를 가르치던 입장인 시란은 나를 압도하지 못하자 분하다는 듯이 더욱 맹렬히 검을 휘둘러나간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검광들의 향연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내 몸이 시란의 검격을 막아내며 점점 내 머릿속이 침착해지기 시작한다.

카앙! 캉!!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그 음직임에 동화되어나간다. 시란이 가르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검을 막아내는 자세나 팔의 효율적인 움직임을 깨달아가며 차분히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나가기 시작했다.

쉬익!!

“으앗!!”

시란의 검을 가볍게 튕겨낸 나는 손목을 비틀어 그대로 미끌어지듯이 시란의 팔을 노린다. 갑작스런 내 반격에 기겁한 시란은 뒤로 크게 물러서며 크게 숨을 들이킨다.

“뭐... 뭐야... 도데체 뭐냐고!!!”

“나도 몰라... 하지만 내 몸이 뭔가 변한건 확실해.”

분노가 가득 서린 시란의 외침에 나또한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믿을 수 없지만 무언가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내 몸안에 깊숙이 녹아들어있었다. 아마도 타이의 아버지라는 사람의 경험이겠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검술이나 자세를 빠르게 흡수해나가고 있었다.

“으으으...”

이를 악문 시란은 짧막한 신음을 흘린다. 나를 도와주며 자신의 검술을 가르치던 시란을 압도해버렸다. 지금 이상황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고 당황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그래. 날 이길 수 있다 이거지? 어디 한번 해보자고!!”

시란은 입술의 끝을 뒤틀며 나를 바라보는 눈을 가늘게 찡그린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유모를 분노가 가뜩 서려있었다.

“시란류 쾌검술. 광풍.”

미끌어지듯 나에게 다가온 시란은 자신의 검을 움켜쥔 팔을 힘껏 뒤로당긴다. 그리고 온몸의 관절을 부드럽게 비틀며 진심이 가득 담긴 검격을 나에게 날린다.

========== 작품 후기 ==========

봉식이의 대출노트 / 열심히 힘내겠습니다!!

Ernia / 감사합니다!!

abcbbq / 그... 그걸로 방사능이 씻겨지나요? 서.. 설마..

Solae Eclipse / 나름 심오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된느낌이네요..

마스터칼솔럼 / 으음... 부활하신것같은데요?

엘스카이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버링나이트 / 으으... 저도 올릴까말까 고민하던 편이었는데... 빠른 시일내에 이해가 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편을 넣어야겠네요.

유운처럼 / 팍팍?!

군대에서는 1주에 3편씩 꾸준이 올리는 부지런함의 대명사였는데..

사회에 나오니 힘든일이 많네요.

그러고보니 이제 이 소설도 완전 창작의 길에 나서네요.

200화까지는 이미 써있던것을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이 이후부터는 완전히 새로 써야하거든요.

결말은 정해져있지만... 새로 쓴다는게 여간 쉬운일이 아니네요.

요즘 자주있는 연재빵꾸... 할말이 없습니다.

제가 게으르거나 재능이 없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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