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97화 (197/298)

197편

<-- 발전 -->

시란의 눈밖으로 벗어난 나는 찝찝함에 머리를 긁적인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한순간이지만 시란은 나와 같은 기억과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뜻이된다. 꽤나 무겁게 가라앉은 시란의 분위기를 보니까 거짓말이나 연극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 별 상관 없겠지...”

하지만 이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내 인생 전체를 같이 공유한 것도 아니고 네이를 잃었던 슬픔의 순간만을 같이 공유했던 것 뿐이다. 시란은 이런 시시한걸로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은 아니었다. 조금 무거워진 시란의 감정이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녀 스스로가 극복해야할 문제였다.

“일단... 지금은 내 문제부터 처리하자.”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린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타이와 네이르의 존재. 다른 세상의 나의 딸들인 그녀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나를 위한 상담을 해줄 존재를 알고 있었다.

“키르비르...”

어린 타이와 네이르를 보살펴준 마왕의 친딸이며 마계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올랐던 키르비르. 거기다가 마계의 모든 정보가 기록된 고대도서관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그녀라면 내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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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타이와 네이르에 대해 알고 싶다고?”

그녀의 방을 찾아갔을 때. 키르비르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리엔이 만들어준 조그만 케잌 디저트를 마치 보물상자를 다루듯이 작은 탁자위에 소중히 올려두고 어설픈 솜씨로 홍차를 타려고 하고 있었다.

“응. 특히 타이에 대해서.”

나는 차주전자와 차세트앞에서 씨름하는 키르비르를 살짝 옆으로 밀어내며 내가 대신해 능숙한 솜씨로 홍차를 타기 시작한다. 그런 내 손놀림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키르비르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자신이 소중하게 가져온 조각케잌이 놓여진 탁자 앞에 앉는다.

“타이... 마계에서도 유명한 녀석이야.”

탁자에 앉은 키르비르는 미리 티슈에 돌돌 감아온 케잌용포크를 꺼낸다. 포크를 돌돌 감고있던 티슈가 풀어지자 그안에 깔끔하게 보관되어 있는 두 개의 포크가 부드러운 은색 빛을 발한다. 그 사이에 나는 키르비르의 몫의 달콤한 홍차와 내 몫의 따듯한 녹차를 우려내 쟁반에 담아 탁자로 돌아온다.

“자.”

키르비르의 맞은 편에 앉자 키르비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포크 하나를 나에게 건낸다. 쟁반에 담아온 홍차를 그녀 앞에 내려두며 나는 키르비르가 건내는 작은 디저트용 포크를 받아든다.

“마계에서 웨폰마스터로 유명한게 타이야.”

“웨폰마스터라...”

실제로 타이와 싸웠을때. 그녀는 단순히 검만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의 피를 이용해 검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상황에 적합한 무기로 바꿔 능숙히 휘둘러왔었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왕의 양녀라며?”

“아... 그 이야기를 용케 들었네?”

내 말에 키르비르는 작은 탄성을 지르며 신기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포크를 움직여 자신의 앞에 놓여진 조각케잌을 조금 잘라 자신의 입안으로 가져가며 말을 이어나간다.

“맞아. 우리 아버지의 양녀로 들어온게 타이, 네이르 남매야. 그래서 나와 많이 친한거구.”

“그들의 친아버지는... 어떻게 된거야?”

여기까지는 타이의 입에서 들은 이야기라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궁금했던건 바로 타이의 친아버지. 바로 다른세상에 살았던 또다른 나라는 존재였다.

“그들의 친아버지라...”

키르비르는 케잌을 한입 가져간 포크를 입에문채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난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실종되었어.”

“실...종?”

“응. 그게 공식적인 기록이야.”

아마도 고대도서관의 자료를 찾아본 것일까. 공식적인 기록이라는 말에 뭔가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나는 조용히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애써 여유롭게 차를 한모금 마신다.

“케잌 먹어봐. 요즘따라 리엔의 제빵 솜씨가 좋아져서 많이 맛있어.”

“응.”

키르비르의 말에 그녀가 건내줬던 작은 포크를 움직여 케잌을 살짝 베어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눈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살짝 자른 케잌을 입안으로 가져간 나는 가볍게 입을 우물거린다. 그러자 달짝지근한 케잌의 맛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맛있지?”

“괜찮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키르비르는 환한 미소를 지은다. 그리고 다시금 케잌을 살짝 베어 입안에 가져가는 키르비르. 그녀를 무끄럼히 바라보고 있던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다시금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묻는다.

“넌 그들의 친아버지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거지?”

“.....”

그러자 케잌을 우물거리는 키르비르는 아무런 대답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바라보고 있자 키르비르는 조용히 입에 물고있던 포크를 떼어내며 천천히 입을 연다.

“응. 알아. 그 남자는 사실 우리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거야.”

“그래?”

키르비르는 마치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는 투로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왠지 꺼림찍한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더욱 중요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덜 중요한 사실을 툭 던져내는 것처럼. 마치 내가 미끼를 물고 그냥 조용히 있어달라는 것처럼. 전에 느껴본적 없는 찝찝한 감이 계속해서 그 남자에 대한 사실을 물고 늘어지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타이와 네이르에겐 비밀이야. 알았지?”

키르비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해달라는 투로 약간은 강압적인 목소리로 나에게 요구해온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요구에 침묵으로 답한다. 그 사실또한 알고 있는 사실. 내가 원하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없이 무끄럼히 그녀를 바라고만 있자 키르비르의 인상이 가볍게 찡그려진다.

“뭐야... 뭐가 불만인데?”

“뭔가 찝찝하단 말이야... 너... 뭔가를 더 숨기고 있는 게 있는거야?”

잠시 나를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녀또한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팔짱을 끼어간다..

“나도 이런 기분 처음인데... 너.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뭐?”

“너도 뭔가 알고 있는거잖아. 심심한 반응하며... 마치 내 머리위에 서보려는 듯 기분나쁜 눈빛. 딱 질색이란 말이야.”

“.....”

예리한 키르비르의 눈치에 난 할말을 잃는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키르비르는 마치 나를 달래듯한 말투로 말한다.

“이번엔 너가 아는 사실을 말해봐. 그리고 너가 의문을 가지는 것을 물어봐. 그 어떤 거라도 대답해 줄테니까.”

내가 아는 사실...?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잠시 고민한다. 내가 아는 사실은 지극히 단편적이었다. 다른 세상에 또다른 내가 존재하며 거기서 나는 내 두 딸. 타이와 네이르를 낳았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또다른 세상의 나와 내 딸들은 마계로 갔고... 나는 내 두 딸의 안전을 위해 마왕에게 스스로 내 목숨을 바쳤었다.

키르비르의 말에 모든 것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생각하자 마치 끈적한 수액처럼 내 머릿속에 엉겨붙어 나를 괴롭혀오던 찝찝한 의문의 정체가 들어난다.

“나는 누구지?”

내 질문에 키르비르는 역시나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느닷없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뭔가... 모순되었어. 모순되었다고...”

머릿속이 욱씬욱씬 아파오기 시작한다. 나도 내가 뭐라 중얼거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러운 혼란과 함께 공황상태가 나를 찾아온다. 그러자 뭔가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키르비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짜악!!

“어...”

그리고 지체없이 휘둘러지는 키르비르의 손바닥. 호쾌하게 볼을 얻어맞은 나는 작은 탄성을 흘리며 멍하니 나에게 손을 휘두른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정신차려 멍청아. 진정해.”

“아... 으응.”

“고대유물같은 돌머리로 심각한 고민같은 걸 하니까 그 꼴이지. 정신줄 놓치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마.”

키르비르의 명령에 나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본다. 그제서야 조금 안심했다는 듯이 짧은 한숨을 내쉰 키르비르는 벌떡 일어나느라 엎질러진 자신의 홍차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하나하나씩. 아주 차근차근하게 설명해봐. 생각과 결론은 멍청한 너 대신 내가 내려줄테니까.”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최대한 고민을 자제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에 대해 키르비르에게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타이의 피를 마셨어... 그리고 또다른 세계의 내 자신의 기억을 경험했어.”

“타이의 피를? 거기다 또다른 세계에 너 자신이라...”

내 말을 들은 키르비르는 가볍게 인상을 찡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한다.

“일단 타이는 너와 비슷한 광혈의 저주를 가지고 있어. 혼돈의 힘이 서린 광혈의 저주는 단편적이지만 그 사람의 사념이 담긴다고 해. 너가 경험한 것은 타이의 몸에 흐르는 그녀의 친아버지의 피에 남은 사념일 거야.”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키르비르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잖아. 또다른 세계의 나라니.”

“그게 뭐 어때서? 그건 평행우주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아니야. 설명할 수 없어.”

키르비르의 말을 끊으며 나는 머리를 감싸안는다. 나또한 베히모스 유적지에 잠들어있는 다양 책들을 읽어봤다. 거기에서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책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과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나는... 호문클로스. 인공생명체란 말이야.”

“.....”

이것이 또다른 세계에 내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나는 리니아의 부모가 만든 인공생명체인 호문클로스. 평행세계라는 이론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이다. 또다른 세계의 나는 그냥 나였다.

“다른 세계의 너와 너가 반드시 일치해야할 필요는 없어.”

그런 나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조용히 입을 연다. 그리고 그녀는 내머리를 감싸고있는 내팔을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게 반드시 너라는 보장도 없잖아? 그냥 사념이 강하게 머물러서 또다른 너일 것 같다는 너 스스로의 착각일 수도 있잖아.”

키르비르는 마치 나를 다독이는 듯한 말로 말한다. 하지만 그 세계의 내가 나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존재했다.

“타이... 나와 네이의 딸...”

“...!!”

“전혀 위화감이 없었어. 마치 진짜 내 딸인 것처럼...”

내 중얼거림을 들은 키르비르는 입술을 잘근 깨문다.

“너... 뭔가 알고 있는거지?!”

“....”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침묵을 지킨다. 혹시나했지만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지... 지금 일과 상관없는거야.”

“아니. 뭔가 상관이 있어. 뭔가 있는거야!!”

나는 뒤로 물러서러는 키르비르를 붙잡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살짝 겁먹은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그런 키르비르를 놓아주지 않는다.

“키르비르!!”

그녀의 이름을 외치자 키르비르는 몸을 움찔 떤다. 그리고 여전히 입술을 꽉 깨문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또다른 세계에 타메르는 존재해. 그것도 여러개.”

“....뭐?”

“자세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마른침을 삼킨 키르비르는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인공생명체라는 형태로... 다양한 차원계에 뿌려진 것 같아.”

“그게... 무슨소리야...”

“타메르는...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생명이라고... 그것도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또다른 초월적인 존재의 손에 의해서...”

충격적인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난 리니아의 부모가 만들었다고...”

“거짓말일 거야. 이 세계는 그정도로 과학이나 마법이 발달하지 않았어.”

“.....”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자... 잠깐... 그러니까 말이지... 나는 이 차원에 속하지 않는 또다른 존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거지?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개로...”

“응. 그리고 지금 겪은 것은...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또다른 너를 만난거야.”

“하지만... 무슨 이유로?”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작게 침음성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 젖는다.

“자세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누군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 짓이란 것은 확실해.”

“알고 있었던거야?”

키르비르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인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내가 창조된 생명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최소한 이 세계에 포함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키르비르에게 들은 이야기로 나를 만든 존재는 이 세계를 초월한 존재.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이 세계의 이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섬뜩해져왔다.

“타메르...”

키르비르는 의자에 힘없이 걸터앉은채 어께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나를 부른다. 그런 그녀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나를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헝크러진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타메르는 타메르일 뿐이야.”

“나는... 타메르...”

“머리아프게 다른 세상의 일까지 생각하지마. 수십개, 수백개의 또다른 너가 있으면 뭐 어때? 그렇다고 지금의 타메르가 다른 타메르로 변하는 것은 아니잖아?”

“....”

키르비르의 부드러운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였다. 나는 이 세상의 타메르였다. 너무 심각하게 앞서나가 다른 세상의 일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지켜줄게.”

“키르비르...”

“언제나 말하지만 난 최고의 마법사야. 시공간까지 뒤흔드는 것을 보여줬잖아?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믿어.”

“....”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자기를 믿으라는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피식 실소를 짓는다.

“뭐... 뭐야? 왜 웃는건데?! 안믿겨?!”

“보기와는 다르게 너무 듬직해서.”

내 미소에 얼굴을 붉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나는 나도모르게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로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못믿나 본데... 증거를 보여줄게.”

“응?”

나에게 다가온 키르비르는 예고없이 내 팔을 잡아당긴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며 그녀에게 잡힌 내 팔을 바라본다. 키르비르는 자신의 오른손을 꽉 움켜쥔다. 그리고 다시 펼쳐진 그녀의 손 안에는 자그마한 붉은 보석같은게 쥐어져있었다.

“그건 뭐야?”

“피의 맹세야.”

키르비르는 작은 붉은 보석을 내 팔위에 떨어뜨린다. 그러자 딱딱해보이는 붉은 보석이 내 팔에 떨어지자 산산히 부서지며 내 팔안으로 스며들어갔다.

“나 키르비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타메르를 지키겠어.”

키르비르의 짧은 맹세와 함께 붉은 보석이 스며들어간 내 팔목에 기이한 문양이 가득찬 붉은 띠가 그려진다.

“이건...”

나는 내 팔목에 그려진 붉은 띠모양의 문양을 만져본다.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고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연다.

“그것만 있으면 같은 차원안에서라면 타메르가 어디있는지... 무슨 위험에 처했는지 내가 알 수 있어.”

“나를 지키겠다는 맹세는?”

“아... 뭐... 그건 그냥 형식상 한 말일 뿐이야. 뭔가 있어보이잖아?”

키르비르는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그녀의 웃음에 나또한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단 말이지.”

키르비르가 만들어준 문양을 매만진다. 그녀가 내 위치를 알고 내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면 그만큼 든든한 아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 덕택에 혼란스러운 머리가 진정되어갔다. 새삼스레 다시금 키르비르의 존재에 감사해하며 케잌에 포크질을 다시하려는 키르비르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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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은 내가 대신 갔다놓을게.”

키르비르를 대신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던 타메르는 케잌이 담겨져있던 빈 접시를 들고 일어난다. 그런 타메르가 빈 접시를 들고 방안에 나가자 그를 바라보며 미소짓던 키르비르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운다.

“예언대로야...”

심각한 얼굴로 인상을 찡그린 키르비르는 허공에 팔을 뻗는다.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수많은 반투명한 창이 떠오르며 다양한 정보를 꺠알 같은 글씨로 그녀의 앞에 풀어놓기 시작한다.

“정확한 표적없이 차원의 틈새에 뿌려진 수 억개의 인공생명체... 빠른 진화와 적응... 그리고 허용치가 없는 지나친 힘의 축적...”

그녀의 눈앞에 타메르의 모습과 유사한 인체사진이 떠오른다. 그런 인체사진을 위아래로 훑어본 키르비르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거기다 유사한 같은 인공생명체끼리는 큰 거부반응 없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벽히 결합되는 기이한 특성...”

팔을 움직여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반투명한 창을 이리저리 정리해가던 키르비르는 짧게 마른 침을 삼킨다.

“다른 차원에 머물던 4개의 힘이 마계에 모이면 마계를 파멸시킨다는 예언... 거짓은 아닐꺼야.”

짝.

허공에서 손벽을 마주쳐 눈앞에 떠오른 모든 반투명의 창들을 정리한 키르비르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짧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조용히 팔을 들어올려 자신의 왼팔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타메르의 손목에 그려진 붉은 띠와 비슷한 띠가 그려져있었다.

“내 몸에 담긴 힘은 2가지... 타메르이 사실이면 그의 몸에 서린 힘도 두가지.”

키르비르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왼팔에 새겨진 붉은 띠를 매만진다.

“최악의 상황... 예언의 분석이 끝난 결과 진짜로 마계를 위협한다는게 사실이면... 타메르가 마계로 가기전 이 세계에서 모든 것을 끝내야해.”

========== 작품 후기 ==========

마스터칼솔럼 / 넵! 열심히쓰겠습니당.

Solar Eclipse / 플래그 세우기 플래그 플래그!

유운처럼 / 작고 귀엽고 아담한 로리같은 USB일 뿐입니다?!

밤길을걷는자 / 어.. 없어요. 아낙네 사진만 가득할뿐...

뭔가 흑막... 뭔가 있어보이는 흑막.

그래봤자 범인은 아리엘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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