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94화 (194/298)

194편

<-- 발전 -->

“네이...”

나는 그리움과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내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꼬리.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지만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그녀의 귀가 가볍게 쫑긋거린다.

“응? 왜 그래?”

내 부름에 내 앞에 서 있던 그녀가 나를 돌아본다. 어느 때보다 환하고 밝은 미소를 머금은채로.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향해 손을 뻗어나간다.

“너... 지... 진짜 너야?”

하지만 내 손은 네이에게 닿지를 못한다. 닿는 그 순간. 마치 신기루처럼 흩어져나갈 것같은 불안감이 내 손을 막고있었다.

“뭐야아...”

그러자 네이는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뻗다만 내 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감싸쥔다.

“네이...”

내 손을 감싸쥔 그녀의 양손에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웅얼인다.

“왜? 내가 사라질 것 같아?”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가슴속에 답답하게 응어리 지어질 뿐 입밖으로 뛰쳐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환상... 또다른 나의 기억이라는 것을...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네이. 믿을 수 없도록 비슷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네이와 비슷한 그녀조차도 이미 죽은 존재라는 것을...

“미안해... 정말 미안해... 타메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런 내 눈을 바라보던 네이는 얼굴에 미소대신 천천히 슬픔이 그 자리를 채워나간다. 네이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사과를 한다.

“나 타메르와 약속 못지킬 것 같아... 삶의 끝까지 당신과 같이 하겠다는 약속.... 마지막엔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다는 약속...”

“그... 그게 무슨소리야...”

나는 매마른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묻는다. 하지만 네이는 아무말없이 내 몸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몸이 가녀리가 떨리며 내 가슴을 적시는 뜨거운 눈물이 느껴진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무말없이 멍하니 나를 끌어안고 있는 네이를 내려다본다.

“내가... 사라져도... 슬퍼하지마. 응? 진짜... 슬퍼하면 안돼.”

“그게 무슨소리야 네이!! 네가... 네가 사라진다니!!”

그녀가 또다시 사라진다는 말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며 그녀를 붙잡는다. 나는 그녀를 잃었었다.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까지 이렇게 무력하게 그녀를 놓칠 수는 없었다. 거짓된 꿈일 수도 있었지만... 아니.. 거짓된 꿈이기에 억지로라도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나... 사실 엄청 나쁜 놈이야... 모두를 속였어... 타메르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그렇게 호언장담했는데... ”

“무슨 소리야?! 너가 나쁜놈이라니...”

“내 이기심 때문에 타메르를 독차지 했어... 난 고작 5년밖에 안남았는데...”

그녀는 더 이상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본다.

“5년... 5년동안... 나 행복하려고... 타메르를...”

결국 그녀는 자신의 말을 마치지 못한다. 그저 힘없이 내가슴에 머리를 기댄채 몸을 떨며 낮은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릴뿐이었다.

“네이...”

나는 아무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아준다. 그리고 가볍게 들썩이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기 시작한다.

“이기적인 것은 알아. 무리한 부탁이란 것도 알지만... 내가... 사라져도... 슬퍼하지 말아줘... 제발...”

네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린다. 얼마나 울어서인지 붉게 달아오른 코와 부어오른 눈시울이 그녀를 더욱 안쓰럽게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없이 그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준다.

“나... 많이 노력했어. 내가 없어질 것을 아니까... 아이들에게 타메르의 좋은 점을 말해주며... 내가 없어져도 타메르가 행복해질 수 있게..”

“결국... 사라지는 거야? 이번에도?”

“...응... 미안해. 언제나 상처만 줘서...”

네이는 나로부터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나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내뻗지만 내 손은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허무하게 허공을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나... 진짜 나쁜년이지? 맨날... 상처만주고... 이렇게 꿈속에서도... 상처만 주잖아...”

그녀는 슬픔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나로부터 한걸음 물러선다.

“네이... 가지마!! 가지마!!!”

나는 그녀를 외친다. 하지만 멀어져가는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닿을 듯 말듯 한 거리에 떨어진 그녀를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허우적거리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 투명한 벽이 있듯이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부탁할게.”

“하나만 물어볼께!!”

나는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담아 외친다. 그러자 새하얀 안개속으로 사라지려는 네이의 걸음이 거짓말처럼 멈춘다. 나는 긴장감에 떨리는 숨을 진정시키며 그녀가 놓치지 않도록 차분하게 한마디 한마디를 또박또박 말했다.

“나와... 같이 있어서 행복했었어?”

“.....”

내 물음에 네이는 침묵을 지킨다. 곧이어 그녀는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어느세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짓고있는 네이. 그녀는 자그마한 입술을 움직이며 내 질문에 대답한다.

“응. 나에게 너무 과분할 정도로.”

“....”

그 말을 끝으로 네이의 몸이 천천히 안개에 가려져간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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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롱한 감각은 너무나도 잔인할 정도로 빠르게 선명해져오기 시작한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 어느세 해가져 어두운 하늘 가득히 떠오른 반짝이는 별들이 나를 반겨줄 뿐이었다.

“어떠셨나요?”

그런 나를 향해 작은 팔 하나가 내밀어진다. 나는 살짝 눈동자를 굴려 그 팔의 주인을 확인해본다. 그 주인은 다름아닌 타이. 어느세 옷을 다 차려입은 타이는 살짝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팔을 들어 타이가 내밀어준 팔을 붙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쓰라리다...”

나는 내 가슴언저리를 주무르며 대답했다. 말그대로 가슴속이 쓰라렸다. 애초에 좋지 않은 경험이 될것이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다시한번 그녀를 보고싶다는 내 욕심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제... 제 부탁을 들어주실 차례에요.”

“그래... 너의 부탁.”

내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타이는 천천히 나로부터 물러서 약 세발자국의 거리까지 물러난다. 그녀의 부탁. 그것은 다름아닌 또 한번의 대련이었다. 이미 나를 이긴 그녀가 나와 대련을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네이를 보고싶었던 그 순간에 나는 별 생각없이 그녀의 제안을 수락해버린것이다.

“저도... 당신처럼 애타게 되찾고 싶은 추억이 하나 있어요.”

타이는 천천히 자신의 검을 허공에 휘두르며 입을 열어간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란의 검을 매만지며 그녀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

“아버지. 제 아버지는 강하신 분이었죠. 어린 시절 제가 아무리 용을 써도 무너지지 않는 거대한 벽. 천하무적같은 존재였어요.”

타이의 이야기에 나는 꿈속에서의 경험을 되짚어본다. 실제로 꿈속에서 어린 타이와 대련해본적이 있었다. 타이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용을 써봤지만... 그 꿈속의 나는 너무나도 간단히 그녀를 무력화시켰었다.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이기는게 제 꿈이고 바램이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럴 기회도 주지 않으시고 떠나버리셨어요.”

착.

그 말을 끝마치며 타이는 허공에 붕붕 돌리던 자신의 검을 꽉 움켜쥐며 나를 겨눈다. 그리고 처음과 달리 극도의 진지함과 결의가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드디어... 기회가 왔네요. 아버지.”

“뭐...?”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이성 대신에 내 몸이 그녀의 말을 이해해버린다.

차악.

나는 검을 꺼낸다. 시란의 검이 아니었다. 내 등에 짊어지고 있는 부러진 붉은 대검.

슈욱...!

“...?!”

부러진 대검을 타이에게 겨누는 순간. 거대한 대검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타이가 가진 검과 비슷한 얇고 긴 검을 만들어낸다. 그 모습은 내가 꿈속에서 들고다니던 그 검과 유사했다.

“아빠랑... 진검으로 싸울떄가... 드디어 와버렸네요.”

타이는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자신의 검은 검을 붉게 변색시킨다. 마치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 빛에 휘감긴 검은 검의 날이 다시 살아나는 듯이 날카롭게 예리해진다. 굳건한 의지와 나를 향한 강력한 투기. 작은 몸에서 휘몰아치는 기세까지. 뭐하나 얕볼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놀람게도 내 가슴은 그 어느때보다도 침착했다.

“와라. 타이야.”

그런 그녀를 부르는 내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마치 아버지가 자식을 가르치는 것처럼... 그런 한마디에 입가 가득히 미소를 지은 타이는 전력을 다해 나를 향해 쇄도해온다. 내 눈에 눈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쇄도해온 타이의 검에 나는 내 몸이 베일거라고 판단했다.

카앙!!

“....”

하지만 타이의 검은 내 눈앞에 멈춰져있었다. 당황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내 몸은 스스로 움직여 아주 여유롭게 타이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카가강!!

타이는 거기서 멈추지않고 처음 대련할떄와 달리 나를 토막낼 기세로 섬광같이 검을 휘둘러온다. 오직 검풍만으로 내 몸이 거덜날것같은 압박감 속에서 마른침을 삼키지만 내 팔은 자기 스스로 의지를 가지며 타이의 검을 막아낸다. 아니. 오히려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크으으...”

짤막하게 흘러나오는 타이의 신음. 도데체 그녀의 아버지였던 나는 어느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던걸까. 시란또한 할말을 잃은채 자신의 눈앞에서 교차되는 수많은 검의 향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타이는 세 번의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내 몸은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그 세 번의 검격을 전부 막아내버린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타이쪽이 월등히 빨랐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두 개의 붉은 검이 한번 크게 격돌한다. 밀려난 것은 타이쪽. 뒤로 두어걸음 물러선 타이는 매마른 자신의 입술을 혀로 훑으며 나를 노려본다.

“아빠... 진짜.. 역시 아빠밖에 없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한번 타이는 나를 향해 달려든다. 또다시 날카로운 검무의 향연이 시작된다. 타이는 온몸을 이용하며 어떻게든 나를 압도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느긋하게 팔만 움직여 타이의 공격을 차단할 뿐이었다.

마치 거대한 벽을 향해 검술을 훈련하는 것처럼 타이의 검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내 검에 막혀버린다. 검을 휘두르는 타이의 이마에는 어느새 투명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가기 시작했다.

“이길꺼야... 이번엔 이길꺼야.. 마지막 기회니까. 아빠를 뛰어넘을 마지막 기회니까!!!”

콰아앙!!

감정이 담긴 듯 격하게 휘둘러진 그녀의 검이 내 검과 허공에서 강하게 맞물린다. 머릿속으로 지금 이 상황을 경험해봤다는 듯이 아련한 데쟈뷰가 스쳐지나간다.

카앙!

손목을 비틀어 살짝 내 검을 옆으로 흘려버리는 타이. 시란이 그녀에게 사용했던... 그리고 꿈속에서 그녀가 사용했던 기술과 흡사했다. 그녀의 다음 행동으로 내가 예상한것과 비슷하게 자연스럽게 발도자세로 움직여진다. 가장 강력한 일격을 가하는 검술. 어린시절에도 어마어마했지만... 그에 비교하지 못할정도로 강한 힘을 얻은 지금의 타이의 발도는 얼마나 강력할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으리야아아아아!!!”

타이는 우렁찬 기합을 지른다. 그리고 허리춤에 가져간 검을 날카롭게 발도하려한다.

카각..

“아...”

하지만 타이의 몸이 우뚝 멈춘다.

“애야. 두 번은 안통한다.”

“....”

타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검을 내려다본다. 나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 검끝을 바라봤다. 타이가 발도하려는 순간. 내 몸은 그저 가볍게 검을 앞으로 내민 행동으로 발도하려는 타이의 검의 손잡이를 검끝으로 꾹 누르고있었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한 타이는 발도조차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히 타이의 회심의 일격을 저지한 내 몸의 실력과 대담함에 나 또한 감탄을 삼킨다.

“이이익...!!”

질수 없다는 듯이 신음을 내뱉은 타이는 자신의 검을 휘둘러 손잡이를 누루고 있는 내 검을 튕겨낸다. 그리고 다시금 나에게 검을 겨누지만 처음에 보였던 위새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아빠... 역시 아빠에게 배운 검술로는 힘들다는 거죠?”

촤악..

그 순간. 타이는 자신의 검을 한손으로 들고 허공에 길게 베어낸다. 그러자 그녀의 검신이 길게 늘어난다. 그런 타이의 검의 변화에 나또한 적잖게 놀란다. 하지만 단순히 검이 길어진 것이 변화의 끝이 아니었다.

슈욱..

검을 잡고있는 그녀의 팔에서 대량의 피가 뿜어져나오며 그녀의 의지에 따라 길게 늘어난 검을 휘감는다. 곧이어 검을 휘감은 그녀의 피는 마치 강철처럼 단단해지며 거대한 크기의 대검으로 변한다. 타이는 자신의 몸보다 더 거대한 대검을 무겁지 않은지 여유롭게 한팔로 움직여 자신의 어께에 걸친다.

========== 작품 후기 ==========

katzbal /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유운처럼 / 그렇겠죠...? 이 지독한 피로.

BrightBiz / 잉잉잉 매일 비타민 섭취를 꾸준히하는데도...

어마어마한 피로에 짓눌려 쥐쥐를 친 작가는 일주일 연재를 빵꾸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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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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