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77화 (177/298)

17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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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비르가 걱정되었던 나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쫓아 숙소로 되돌아갔다. 흐느적흐느적 무겁게 걸음을 옮기던 키르비르는 숙소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힘없이 생기를 잃은 눈동자로 왜쫒아오냐는 듯 무언의 암시를 보낸 그녀는 아무말없이 다시 몸을 돌려 숙소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너... 괜찮은거냐?”

그런 키르비르를 따라 그녀의 방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방으로 돌아온 키르비르는 내 말에 대답하지도 않고 천천히 침대에 걸터앉는다. 아무말없이 시무룩하게 머리를 숙이고 있던 키르비르앞에 걸터앉은 나는 그녀의 말을 기대리며 참을성 있게 기다려줬다.

“타메르...”

꾹 다물고있던 키르비르의 입이 열린다.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부렀다.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어떤 책에서 읽은 것 같아...”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찻잔조각을 조물락거린다. 그녀의 피에 물들어 붉게 변색된 찻잔 조각을 매만지며 그녀는 말을 이어나간다.

“가장 현실적이고도 비현실적인게 죽음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말의 앞뒤가 모순이 되는 말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내가 의문을 표하자 그녀는 자신의 말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죽음은 가장 현실적이야. 생명이 살아지고 살아숨쉬던 신체는 생명활동이 멈추며 돌덩어리 같은 무생물이 되어버려.”

“....”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거기서 말을 마친 키르비아는 울음을 삼키듯 잠시 침묵을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눈가를 잠시 매만지던 그녀는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아져.. 잠에 자고일어나면.. 곁에 있을 것같고.. 그녀가 없는 지금이 마치 꿈같이만 느껴져.. 바로 하루전에만 해도.. 내 곁에 건강하게 웃으며 지내던 네이인데.. 왜 갑자기 사라지는거지? 말이 되지 않잖아?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키르비르는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그런 그녀의 눈가에 맺힌 투명한 눈물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 불안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살짝 긴장한다.

“키르비르. 너 괜찮은거냐?”

“모두가 영원히 같이할 줄 알았는데... 아빠도... 언니도.. 네이도 강했단 말이야. 하지만 어째서 네이만...”

초점이 흐려진 키르비르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곧이어 곧바로 흘러내릴 듯이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방울지기 시작한다. 절대로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그녀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던 키르비르가 산산히 부서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그녀가 망가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누구를 향한지 모를 질문을 허공에 던지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그녀의 눈물이 볼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턱선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그녀의 턱 끝에 방울져 그녀가 들고있던 찻잔조각위로 툭하고 떨어져내린다.

로터스의 말이 맞았다. 네이의 죽음을 기점으로 키르비르는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도도하고 자존심 높던 성격이 무너져내리며 그녀의 연약한 본성이 나오고 있었다. 키르비르는 어떻게든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아보려 입술을 깨물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이 그녀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 뿐이었다.

“...”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쩔 줄 몰라하는 키르비르를 향해 나는 천천히 손을 내민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괜찮아. 키르비르.”

내 손길에 움찔 놀란 키르비르는 황급히 눈동자를 굴려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런 그녀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른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키르비르를 조심스럽게 감싸 내 품안으로 끌어들인다.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테니까.”

그 말을 내뱉은 나는 이를 악물고 복근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키르비르는 이런 내 닭살스러운 태도를 싫어했다. 분명 그녀는 이런 내 행동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복부에 마나가 가뜩담긴 주먹을 박아줄 것이 분명했다.

“....”

그래야만했다. 반드시 그래야만했다. 그것이 아직 키르비르가 키르비르로 남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일테니까. 그것이 그녀가 아직 정상이라는 증거가 될것이다. 과거의 그녀라면 분명 그랬을 테니까.

꽈악..

하지만 로터스의 말이 맞은 것 같았다. 키르비르는 당황한듯 살짝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쭈뼛쭈뼛 팔을 뻗어 자신을 감싸안은 내 허리를 감싸안아갔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로터스의 말이 맞았다. 키르비르는 나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네이에게 의지했던 것처럼... 그녀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긴 것이었다. 내가 만약...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내가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는...

“....”

가벼운 포옹을 마친 나는 조심스럽게 키르비르를 떼어낸다. 여전히 몸을 움츠리고 있는 키르비르였지만 처음과 달리 불안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갑작스런 포옹으로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나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 그저 애꿎은 침대자락만 움켜쥔채 시선을 조용히 내리깔뿐이었다.

“진짜... 내 곁에 있어 줄꺼야?”

어색한 침묵속. 전과 달리 소심하고 자그마한 키르비르의 물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녀는 용기를 낸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

그녀는 달랐다. 내가 기억한 그녀가 아니었다. 날카롭고 표독스러웠던 성격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끝없는 외로움속에 홀로 살았던 소녀. 타인의 이기심과 욕심속에서 괴롭힘 받아왔던 불쌍한 소녀만이 내 앞에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듯한 애원과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키르비르. 그런 키르비르의 눈동자를 마주한 나는 할말을 잃는다. 이게 진정한 키르비르였다.

“키르비르.”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초조하게 침대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쥔다. 그러자 불안감에 떨리던 그녀의 눈동자가 차츰 진정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한치의 거짓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를 바라보는 키르비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어간다.

“영원히 네 곁에 있어줄게.”

그녀의 곁에 있는다. 그것은 내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했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네이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언제나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내준 키르비르 자신을 위해. 나는 키르비르에게 약속한다.

그러자 키르비르의 얼굴에 천천히 두려움이 걷혀간다. 곧이어 그녀는 간신히 미소지을 수 있었다. 비록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는 씁쓸한 미소였지만 그녀는 웃고있었다.

“고마워... 타메르.”

그녀는 진심이 담긴 감사를 나에게 표한다. 그녀의 감사를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할말이 없는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걸로 된걸까? 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지만 대답은 아니오였다. 뭔가 큰게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있는 거대한 나사하나가 빠져있었다.

“저.. 타메르?”

그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물쭈물하고있던 키르비르는 조심스럽게 나를 부른다. 과거와 같이 나를 업신여기는 외침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어렵게 대하며 내 감정을 최대한 건들지 않으려는 듯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 낯선 키르비르의 부름에 살짝 놀란 나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원하는게 있으면... 말만해. 뭐든지 해줄테니까.”

“...뭐?”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조용히 자신의 팔을 들어올린다. 그런 그녀의 손위에 빠른속도로 주변의 수증기들이 응집되어 한바가지분량의 물이 만들어진다.

“나... 마법사니까. 거기다 마도학도 잘해.”

그녀는 또다시 다른 한팔을 들어올린다. 곧이어 그녀의 손위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기곗덩어리가 허공에서 조립된다.

“이제 마력이 돌아왔으니 뭐든지 다해줄 수 있어. 타메르가 원하는 일이면... 이 세계를 지배하게 해줄까?

키르비르는 살짝 고조된듯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보란듯이 자신의 몸에 서린 마나를 끌어올린다. 순식간에 작은 방안을 휘저을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나의 폭풍이 한점에 집중된다. 그런 현상에 기겁한 나는 소리를 질러 키르비르를 멈춰세운다.

“그만!! 그런 것 필요없어!!”

동시에 거짓말처럼 주변을 휘감던 마력의 폭풍이 멈춰선다. 엉망이 되어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수많은 집기들을 난감하다는 듯이 돌아본 나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뭔가 달랐다. 이상했다.

“아... 우선 자유가 필요했구나? 로터스. 죽여버려줄까?”

“키르비르!!!”

점점 그 수위를 높혀가는 키르비르의 행동에 기겁한 나는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친다. 그러자 그 외침에 놀란 키르비르는 몸을 움찔 떨며 조용히 몸을 움츠린다. 곧이어 마른침을 삼킨 그녀는 긴장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럼... 내 몸이 필요한거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해하지 못할 말을 반복하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불안감을 넘어서 공포감까지 느껴져왔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던 걸까? 그녀의 모습이 과거 리엔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내 잘못된 말 한마디에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결심했었다. 그때는 키르비르가 있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키르비르가 잘못되면 더 이상 시간을 되돌려줄 사람은 없었다.

“아... 아직은 두렵지만... 타메르가 원한다면...”

내가 바라보는 눈앞에서 키르비르는 움찔움찔 팔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자신의 치마를 들춘다. 그러자 그녀가 입고있는 새하얀 속옷이 눈앞에 훤히 들어난다. 키르비르또한 그런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낀 듯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바들바들 떨고있었지만 자기 스스로 들춘 치마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들춘 치마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있는 마지막 보루인 속옷마져도 벗어내려한다.

“내.. 내 몸을...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멈춰!!”

그런 그녀의 행동에 기겁한 나는 소리를 질러 그녀를 멈춰세운다. 내 한마디에 그녀의 몸은 마치 기계처럼 우뚝 멈춘다.

“너.. 너 도데체 왜그래?! 다 필요없다고. 그런 것 필요없어!!”

지나칠 정도로 이상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당황하며 그녀에게 거듭 필요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오히려 그런 내 대답에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한다.

“나... 타메르를 위해 뭐든지 할테니까... 그걸 증명하게 해줘.. 제발... 원하는거 다 해줄게. 아니 해주게 해줘... 그러니까 나를 버리지 말아줘.”

내가 거듭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자 그것이 자신이 필요없다는 뜻으로 받아드린 키르비르는 패닉상태에 빠진 얼굴로 웅얼거린다.

“타메르가 좋아하는거... 다.. 해줄게.. 응? 그러니까.. 하게 해줘.. 내가 쓸모있다는 것을 증명시켜줘...”

곧이어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옷을 벗어내려한다. 내가 미처 막기도전 옷을 벗어내려는 듯이 그녀는 조급하게 자신의 팔을 움직여나간다. 그런 그녀를 보다못한 나는 그녀의 양팔을 붙잡아 그녀의 행동을 제지한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 쓸모없는거지? 필요없는거지? 나따위... 버리려는 거지?”

“키르비르!! 난 너가 필요해. 필요하다고!! 그러니까 이러지마!!”

그녀를 진정시켜야만했다. 이미 극도의 패닉상태에 빠진 키르비르는 내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로부터 필요로하는 것. 그러면서도 키르비르가 자신이 쓸모있음을 증명할만한 것. 그것은 단 하나였다.

“내가 필요한 것은... 과거의 너야.”

“....어?”

로터스는 말했다. 키르비르가 의존하는 상대의 말은 무엇이든 듣는다고. 그것이 자신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네이는 키르비르의 성격을 바꿨다고했다. 그러면... 지금 네이의 자리를 대신한 나 또한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집불통에 자존심은 하늘에 찌르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모두를 돌봐줬던 너가 필요해. 이렇게 누군가에게 달라붙는 너가 아니라... 예전처럼 든든했던 키르비르가 필요하다고...”

“왜? 난.. 너를 괴롭혔잖아. 많이 괴롭혔었는데...”

“악의는 없었잖아?”

죄책감이 잔뜩 묻어나오는 키르비르의 중얼거림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그녀는 나를 괴롭혔다. 시종살이로 부려먹었고 자신의 빨래나 나에게 맡기며 하인처럼 나를 부려먹었었다. 하지만 변명에 불과했다.

키르비르는 나에게 빨래를 맡긴다. 대신에 그 이유를 빌미로 물이 귀한 유적지 안에서 그녀의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줬다. 그녀는 나에게 요리를 맡긴다. 대신에 그 이유로 텅빈 식량창고에 고급음식 재료를 마련해줬다. 그녀는 나에게 독약을 줬다. 대신에 그 독약을 줘야된다는 이유로 내가 한동안은 넉넉히 먹을 안정제를 만들어줬다.

그녀는 나에게 작은 일을 맡긴다. 대신에 큰 도움을 남긴다. 그것이 키르비르의 방식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런 잡일에 투덜거렸지만 후에가면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잡일을 도우며 나에게 오는 이득이 더 크다고. 이 거칠고 험난한 유적지 생활이 배는 편해진다는 것을.

“그러니까... 전처럼 내 곁에 있어줘. 나에겐 너가 필요해.”

“전... 처럼?”

그녀는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작게 웅얼거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나도모르게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뭐라 말을 하려 움찔거리는 그녀의 작은 입술을 덮는다.

“흡...”

키르비르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저 얌전히 내 행동에 몸을 맡긴채 조용히 내 키스를 받아줄뿐이었다. 지금의 키르비르는 키르비르가 아니었다. 나만의 이기적인 뜻이 없다고 할 수 없었지만 네이에 의해 세워진 거짓된 성격이 진정한 키르비르같았다. 네이의 죽음으로 모든 껍질이 벗겨진 순수한 키르비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으.. 으음...”

살며시 살짝 벌어진 그녀의 치아사이로 부드럽게 내 혀를 집어넣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또한 잠시 주춤하다 조심스럽게 내 혀를 받아준다. 부드럽게 얽히는 그녀의 작은 혀의 따듯함을 느끼며 나는 나도모르게 살며시 그녀의 어께를 살며시 밀어 그녀를 침대에 눕힌다.

“....”

그녀의 입에서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나는 내아래 누워진 키르비르를 내려다본다. 그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채 긴장한듯 내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괜찮겠어?”

나는 그녀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그녀가 거부한다면 나또한 그녀를 범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않고 조용히 시선을 옆으로 피할뿐이었다.

“키르비르?”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조용히 그녀를 부른다.

“꼬.. 꼭 그런걸 여자 입에서 직접적으로 들어야겠어?!”

그러자 키르비르는 새빨개진 얼굴로 바락 소리를 지른다. 내 예상과 다르게 그녀 특유의 날카로움과 표독스러움이 묻어나오는 그녀의 외침에 나는 몸을 움찔거린다. 하지만 곧이어 나는 미소지을 수 있었다. 돌아온 것이다.

“왜...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는건데?!”

한번 말문이 트이자 키르비르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 나를 노려보며 바락바락 자신의 불평을 쏟아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빙긋 웃으며 내 밑에 눕혀진 키르비르의 몸을 끌어안는다.

“너가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용히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길쭉한 그녀의 귀를 가볍게 씹는다.

“히윽..!”

그러자 키르비르는 몸을 움츠리며 전에 들어본적 없는 작고 귀여운 신음을 내뱉는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만족하며 나는 얇은 상의 넘어로 매만져지는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가슴을 쓰다듬어간다.

리엔이나 네이처럼 손에 잡힐만한 부드러움은 느낄 수 없었다. 작게나마 발육된 조그만 볼륨감만이 내 손바닥에서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그런 작은 볼륨감조차도 느끼는 것을 방해하는 그녀의 얇은 상의를 천천히 벗겨낸다.

“자.. 잠깐!!”

그러자 기겁한 키르비르는 황급히 자신의 상의에 달린 단추를 풀러나가려는 내 손을 양손으로 붙잡는다.

“그.. 그.. 나.. 나는 아직...”

그 내손을 붙잡은 키르비르는 떠듬떠듬 무슨 말을 내 뱉으려한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긴장한 키르비르는 제대로 말조차 못하고 짧은 단어만 떠듬거릴 뿐이었다. 그녀가 하려는 말을 예상할 수 있었던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고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진정시킨다.

“괜찮아.”

나는 키르비르에게 붙잡혀 있는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여본다. 키르비르는 내 손을 여전히 꽉 잡고있었지만 억지로 밀어내거나 떼어내려는 저항은 하지 않았다. 곧이어 나는 천천히 그녀의 상의의 단추를 풀러나간다.

스르륵..

단추가 전부 풀어지자 그녀의 상의는 천천히 좌우로 벌어지며 새하얀 그녀의 속살을 보여준다. 곧이어 그녀의 앙증맞은 새하얀 가슴이 들어난다. 남들이 다 하는 브레지어조차도 필요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가슴. 자신의 치부가 들어나자 키르비르는 두눈을 꼭 감은채 붉어진 얼굴로 바들바들 떨뿐이었다.

“이쁘네.”

크기는 작았지만 전체적으로 특별히 모난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손에 잡을 수 없는 작은 크기가 유일한 단점으로 다가왔지만 앙증맞은 그녀의 가슴은 그 나름대로 미성숙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예.. 예뻐?”

기대하지 않았던 내 칭찬에 키르비르는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조용히 웅얼거린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자그마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릴 뿐이었다.

“아읏...!!”

내 손이 그녀의 가슴 끝에 핑크빛으로 물들어있는 작은 돌기를 스치자 키르비르는 짧은 신음을 뱉어낸다.

“나쁘지는 않잖아? 크기가 서로 안맞는 짝짝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처진것도 아니니까.”

“하... 하지만... 작잖아..”

자신감없는 그녀의 웅얼거림을 들으며 나는 피식 미소를 흘린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작게 발기한 유두를 가볍게 꼬집는다.

“꺄앗!!”

갑작스런 자극에 키르비르는 짧막한 비명을 흘린다. 키르비르는 자신이 내지른 비명에 스스로 놀라 눈을 휘둥그레뜨고 입을 막는다.

“대신 이렇게 민감하잖아?”

“바... 바보얏!!”

짖꿎은 내 말에 키르비르는 귀까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채 주먹으로 내 가슴을 두드린다. 그런 키르비르를 끌어안으며 다시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잠시 주저하던 키르비르는 이내 내 가슴을 움켜쥔채 조심스럽게 내 키스를 받아드린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겨낸다. 이미 단추가 풀러진 그녀의 상의를 벗겨내고 천천히 치마까지 풀러낸다. 키르비르는 아무런 저항하지않고 내 손길에 자신의 몸을 맡길뿐이었다. 천천히 그녀의 몸을 감싸고있던 옷들이 바닥에 쌓이고 어느새 키르비르는 속옷 한 장만 남긴채 내 눈앞에서 수줍게 몸을 움츠린다.

“왜... 왜이리 어색하지? 처.. 처음도 아닌데...”

내 앞에서 키르비르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어쩔줄 몰라한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나체를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최음제의 영향이 있거나 그녀의 성욕이 달아올랐을 때뿐이었다.

“긴장할 필요없어.”

그녀가 긴장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딱딱히 경직된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그녀의 몸을 덮는다.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며 부드러운 살결을 만끽하던 내 손은 천천히 그녀의 허리를 지나 하반신을 향해 다가간다. 곧이어 손끝으로 걸리는 부드러운 옷감을 느끼며 천천히 그녀의 마지막 속옷을 벗겨낸다.

========== 작품 후기 ==========

abcbbq / 최종적인 결말에서 네이는 쌩쌩하게 살아있는걸로 할 예정입니다! 그 증거로 후속작에서 네이가 나오죠. 으힛~!

실버링나이트 / 구르지만... 언제나 여자에게 둘러싸인 부러운 주인공.

봉식이의대출노트 / 해피해피해야죠!

키르비르 노예화.

이제 키르비르는 타메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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