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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73화 (173/298)

173편

<-- 후유증 -->

“....”

꽃밭 한 가운데에 놓여진 자그마한 무덤. 그 앞에 선 나와 키르비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키르비르는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작은 무덤앞에 꽂혀진 네이의 거무튀튀한 봉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본다.

“이건...”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봉을 매만진다. 전과같은 검은 기운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키르비르는 그 봉에 대한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네이에게 봉인시켜준 다크에테르. 그럼 이 무덤은...”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해달라는 듯이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던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아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며 사실을 말한다.

“그래. 네이의 무덤이야.”

“....”

내 단호한 한마디에 키르비르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다시 네이의 무덤을 바라본다.

“죽은... 거야?”

그녀의 죽음을 다시 확인하듯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런 그녀의 질문에 아무말 없이 침묵을 지킨채 그녀의 등뒤에서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

그러자 키르비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꽃밭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무덤앞으로 다가가 박혀있는 다크에테르로 만들었다는 봉을 움켜쥔다.

콰득..

그런 봉을 억지로 좌우로 비틀자 땅이 파이는 소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런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키르비르는 그 봉을 좌우로 비틀어 억지로 땅에서 뽑아낸다.

“키르비르?”

키르비르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나는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내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자신이 뽑아낸 봉을 손에 움켜쥔채 빠른 걸음으로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키르비르!!”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키르비르를 돌아보며 나는 그녀의 어께를 움켜쥐어 떠나가려는 그녀를 제지한다. 그리고 억지로 그녀를 잡아당겨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봉을 움켜쥐고 있는 키르비르의 얼굴은 무감정 그 자체였다.

“....”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른 나를 바라보는 키르비르의 눈동자는 한없이 잔잔했다. 네이가 죽었다는 슬픔조차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녀는 나를 조용히 응시한다. 예상과 다른 그녀의 반응에 나는 할말을 잃어버린다.

“왜?”

고요한 적막을 깨트린것은 그녀의 퉁명스러운 물음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너... 괜찮냐?”

“뭐가?”

타악!

키르비르는 자신의 어께를 붙잡은 내 손을 짜증난다는 듯이 쳐내며 냉담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네이가... 죽었잖아.”

“그게 어때서?”

“아무렇지 않아?”

“...하아...”

거듭되는 내 질문에 키르비르는 어이없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자신의 앞머리를 짜증난다는 듯이 쓸어올린 키르비르는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어간다.

“너... 뭐 크게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네이가 죽어서 뭐 어쨌다고?”

“...뭐?”

“그녀는 내 수많은 부하중에 하나였을 뿐이야. 그리고 실제로 마계에서는 하루에 서너명씩 부하들이 죽어나가. 부하가 죽었다고 징징짜거나 우울해하다해도 죽은 부하가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잖아?”

“그건 아니지만... 너와 네이는 절친한 사이...”

“하핫? 절친한 사이?”

키르비르는 어이없다는 듯이 짧은 웃음을 터트리며 내 말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가당치도 않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 유능한 부하였지. 그래서 내 곁에 오래둔 것 뿐이야.”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나와 할말이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숙소를 향해 걸어간다.

“말이 너무.. 심하잖...”

그녀의 거침없는 말에 발끈한 나는 그녀에게 뭐라하려했지만

키이잉..

숙소를 향해 돌아가는 그녀의 손에 움켜쥔 봉이 새하얀 빛에 휩싸인다. 동시에 봉의 크기가 줄어들며 키르비르의 마력에 의해 봉인되어간다.

딸랑..

그리고 남은 것은 언제나 네이가 매달고 다니던 은색방울. 허공에서 방울의 모습으로 모양이 압축된 봉은 조용히 키르비르의 손위에 떨어지며 언젠간 들어본것 같은 고요한 방울 소리를 울려퍼뜨린다.

“....”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더 이상 키르비르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그녀를 쫓아 숙소를 향해 돌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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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앞서걸어가는 키르비르를 아무말 없이 뒤쫓으며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성큼성큼 걸어가던 그녀를 쫓던 나는 그녀와 같이 숙소에 도착했고 숙소에 도착한 키르비르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이 누워있던 방을 찾아간다.

끼이익..

그리고 방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낡은 경첩소리. 날카로운 경첩소리에 키르비르의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콰앙!!

곧이어 키르비르는 마력이 담긴 발로 열려가는 문을 걷어차버린다. 그녀의 힘을 견디지 못한 문은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내 반응은 아무런 관심거리조차도 안된다는 듯이 멋대로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발에 밟히는 파편을 대충 복도로 걷어차버리며 침대에 발랑 누워버린다.

발 끝에 채이는 산산조각난 방문의 파편과 휑하니 뚤려버린 방의 입구를 조용히 돌아보던 나는 키르비르를 쫓아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 누구와도 대화하기 싫다는 듯이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누워있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은 건내본다.

“너... 진짜 괜찮은 거냐?”

하지만 침상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키르비르로부터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행여나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여 내가 못들었다고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가 누워있는 침상으로 향한다.

“...가.”

그런 내 귓가로 자그마한 키르비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하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나는 다시금 그녀에게 되물으며 더욱 가까이 그녀에게 접근했다.

“나가라고!!!”

그때 키르비르는 갑작스럽게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귀청이 떨어질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그런 기습적인 그녀의 외침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멀뚱멀뚱 서있을 뿐이었다.

“나... 가!!”

퍼억!

그녀는 멍하니 서있는 내 어께를 힘껏 밀친다. 하지만 그다지 큰 힘은 담겨져 있지 않은 손길이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

내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뭐라 말하려고 하자 퍼뜩 놀란 키르비르는 자신의 얼굴이 안보이도록 얼굴을 푹 숙이며 말한다.

“나가... 줘...”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또한 나 이상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 그녀는 자신의 눈물이 보이지 않도록 나에게 등을 돌려버린다.

“키르비르...”

그녀의 이름을 안타깝게 부른다. 하지만 그녀를 위로해줄 수는 없었다. 지금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녀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그녀는 나와 약속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울거나 나에게 달라붙지 않겠다고. 지금 그녀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

나는 조용히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다. 마치 아무것도 못본것처럼. 그리고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방문밖으로 걸어나간다. 내가 그녀의 방을 떠나자 자그마한 울음소리가 방안에서 새어나온다.

“하아...”

그런 울음소리를 못들은 듯이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잠시 그녀가 들어간 방문앞에 서 있던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간다. 이곳에 계속있었다가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내 가슴만 무거워질 것 같았다.

“로터스...”

그러고보니 로터스는 키르비르를 구해주고 에페리아와 대항해서 싸웠다. 그는 에페리아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키르비르가 회복되었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이제 에페리아에게 복수할 준비를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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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오랜만이군.”

오랜만에 로터스가 봉인된 거대한 공동을 찾아왔다. 꽤나 오랜시간의 대화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 나는 사념으로의 대화를 포기하고 그를 직접찾아온 것이다. 로터스가 봉인된 공동은 지하에 있었지만 지상에서 벌어진 요란한 싸움으로 그가 봉인된 공간은 이곳 저곳에 균열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흐음..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몸 상태는 괜찮나?”

일단 예의상 로터스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공동한가운데에 세워진 거대한 기둥안에서 7개의 샛노란 눈동자가 빛나며 나를 바라본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에페리아에 의해 피해가 적지않다.

“에페리아에 대해... 뭔가 아는 것 같은데?”

샛노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그에게 에페리아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7개의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마계의 검은 마녀이자 최고의 마도학자 에페리아. 이게 그녀의 정체다.

“최고의... 마도학자?”

-뭐... 과학과 마법을 접목시킨 새로운 학문이라더군. 그 분야의 최고라는 뜻이겠지.

로터스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고보니 과거 키르비르는 자신을 소개했을때 말했었다. 최고의 마법사라고. 그녀또한 그 누구에게 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키르비르는 자기 스스로 최고의 마법사라고 했어. 그렇다면... 누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

-키르비르와 에페리아라.. 흐음.. 재미있군.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나를 애태우듯 잠시 뜸을 들이던 로터스는 샛노란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말한다.

-키르비르가 더 강하다. 에페리아가 노력파이면 키르비르는 타고난 천재이면서도 노력파이지. 지금의 그녀의 힘은 에페리아를 능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말이야...

“무슨 문제가 있나?”

-아무리 키르비르가 강하다고해도 에페리아를 이길 수는 없다.

로터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키르비르의 패배를 선언한다. 키르비르가 에페리아보다 더 강하다는 앞의 말과 모순되게 키르비르가 에페리아를 이길 수 없다는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 반박한다.

“하지만 너가 말하지 않았나? 키르비르가 더 강하다고...”

-이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에페리아는 키르비르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살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키르비르는 에페리아를 끝낼 정도의 살의를 가질 수 없지.

나는 이해하기 힘든 로터스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그를 바라본다.

-이해하기 힘드나 보군.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군.”

-상대에 대한 생각의 차이지.

내가 이해하지 못하자 로터스는 천천히 자신이 아는 사실들을 풀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에페리아는 키르비르가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주저없이 그녀를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키르비르는 에페리아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 다는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키르비르와.. 에페리아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는건가?”

그의 설명에 나는 키르비르와 에페리아 사이에 뭔가 범상치 않은 연결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사실을 묻는 질문에 로터스또한 만족한 듯한 목소리로 설명한다.

-일종의 스승과 제자와도 같은 관계이지. 키르비르가 알고있는 마도학의 대부분은 에페리아로부터 배운것이다.

“.....”

로터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찌푸려진 내 인상은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후에 내가 마녀와 대적하게 된다더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최강의 전력인 키르비르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키르비르는 에페리아의 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키르비르에게 네이가 에페리아의 손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면...”

나는 조심스럽게 네이의 죽음에 대해 로터스에게 말해본다. 하지만 로터스는 눈동자들을 가로저으며 내 의견에 부정을 표한다.

-너는 아직 그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군.

“뭐...?”

그의 한마디에 나는 멍청한 탄성을 흘린다. 그리고 다시금 내가 기억하고있는 키르비르에 대해 고민해본다.

키르비르.

자신의 어마어마한 마력과 마법실력에 걸맞는 높고 높은 프라이드를 가슴에 품은 소녀. 그런 프라이드로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남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려고 최대한 힘쓰고 노력하는 자상한 면도 가진 녀석이었다.

그 외의 특별한 사실은 떠오르지 않는다.

-큭.. 그녀는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있다.

“정신...병?”

예상치못한 그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뜨고 그를 바라본다. 정신병. 키르비르와 절대 어울리지 않을 단어였다.

-일종의... 가정교육의 오류지.

크르르..

동시에 로터스가 봉인된 공동이 가볍게 진동한다. 아마도 그가 웃고있는 것일까... 언제 느껴도 기분나쁜 진동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나는 그의 말에 집중한다.

-너도 본적 있겠지? 그녀의 부친을.

“....”

로터스의 말에 나는 과거 기억을 끄집어낸다. 키르비르의 마력이 폭주한날. 나는 그녀의 부친이라는 존재를 만났었다. 붉은 갑주를 전신에 두른 적발의 남성. 나를 아이다루듯이 너무나도 손쉽게 상대했던 그 남자를 잊을 리가 없었다.

-젠장...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군.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이리저리 고민하던 로터스는 짧은 욕설과 함께 자신의 촉수들을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그가 봉인된 거대한 기둥의 틈새에서 빠져나온 상처투성이의 촉수에는 자그마한 붉은 막대가 쥐어져있었다.

“이건 뭐냐?”

나는 촉수가 건내는 그 붉은 막대를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한다. 단순히 붉은 막대라고 생각한 그 물건의 끝에는 마치 심지와도 비슷한 천조각이 튀어나와있었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이 붉은 막대가 뭔지 깨달을 수 없는 나를 대신해 로터스가 그 물건에 대해 설명해준다.

-키르비르의 기억이 담긴 초이다.

“뭐?”

나는 내 손에 쥐어진 붉은 초를 바라본다. 특별한 특징없이 약간 뒤틀린 모습을 가진 붉은 초. 이런 초에 키르비르의 기억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 힘의 하나다. 키르비르가 마력폭주를 겪을때를 기억하는가?

로터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로터스는 설명을 이어나간다.

-그때 마력폭주중인 키르비르는 수많은 악몽속에서 괴로워했었다. 그떄 흘러나온 그녀의 사념을 내가 담아둔 것이다. 그녀가 겪은 악몽중의 일부가 그 초에 담겨졌을 것이다.

로터스의 말에 나는 내 손에 쥐어진 붉은 초를 바라본다.

“사용 방법은?”

-평범한 초처럼 초에 불을키면 된다. 그리고 조용히 촛불에 집중해라. 그러면 그 초안에 담겨진 키르비르의 악몽이 너에게 전해질 것이다.

로터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린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을 붙힐만한 물건을 찾아본다. 곧이어 나는 이 공동을 밝혀주기 위해 벽에 걸려있는 횃불을 찾을 수 있었다. 횃불은 전부 꺼져있었지만 횃불 근처에는 불을 붙여주기 위한 부싯돌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의 횃불을 집어든 나는 부싯돌을 부딪혀 횃불에 불을 붙인다.

-하나 경고하지. 그 초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억을 느낄떄. 너 자신을 잊지마라.

“무슨 소리지?”

이해못할 그의 경고에 불이 켜진 횃불을 손에 든 나는 그에게 묻는다.

-그것은 키르비르의 가장 끔찍했던 악몽이 담겨있다. 그녀의 기억이 전부 끝날 때까지 자의로 현실로 돌아올 수 없지. 그녀의 기억을 체험하면서 오히려 너가 그녀의 기억에 먹혀버린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

나는 로터스의 경고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키르비르가 겪었던 가장 끔찍한 악몽. 그것이 무엇일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바닥에 초를 세워둔 나는 심지를 향해 횃불을 가져가며 마른 침을 삼킨다.

치익..

횃불의 불이 닿기도 전. 초는 횃불이 뿜어내는 열기를 머금고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횃불에 비해 작지만 선명한 빛으로 빛나는 촛불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러자 촛농이 녹으며 흘러나오는 붉은 연기에 휘감기며 천천히 오감이 둔해지는 것을 느낀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얍. 그 기억은 틀리지 않습니다!

abcbbq / 군심.. 올클리어. 모든업적 클리어. 이제 할것이.. 아. 데드스페이스 3 한글판이 요기잉네?!

피곤피곤. 으앙 피곤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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