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편
<-- 후유증 -->
“너가.. 네 년이!! 네이를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은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어 들어올린다. 나보다 체구가 작은 아리엘은 내 손에 멱살을 잡힌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엘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여전히 무미건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녀는 이미 죽었...”
뻐억!!!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 내 분노가 잔뜩 서린 주먹이 나에게 멱살을 붙잡힌 아리엘의 얼굴을 가격한다. 멱살을 잡혀 피할 수도 없었던 아리엘은 내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뒤로 튕겨져 바닥에 쓰러진다.
하지만 아리엘은 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입가에 맺힌 피를 닦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뜻을 밝힌다.
“죽은 존재가 살아있는 존재를 해할 수 없어. 그래서 난 그녀를 막았어.”
“죽어? 네이가 죽어있었다고?!”
그녀의 말은 오히려 내 감정을 자극한다. 나는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가 다가오자 아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나를 올려다본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가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어!!”
“아니. 이미 그녀는 죽어있었어.”
내 말에 아리엘은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짧은 한마디로 부정한다. 그녀의 코앞에서 바르를 떨리는 주먹을 움켜쥔채 나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그녀는 움직였어. 에페리아하고 싸웠어.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말까지 했어. 그런 그녀가 어떻게 죽었다고 표현할 수 있지!?”
“좀비. 비슷한 거야. 또다른 다른 힘이 작용해서..”
그 순간 내 인내심이 끊어진다. 네이를 좀비따위와 비교하는 아리엘의 발언에 움켜쥐어진 내 주먹이 휘둘러진다.
뻐억!!
내 주먹에 얻어맞은 아리엘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선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던 그녀는 다시금 진득한 핏물이 베어나오기 시작하는 자신의 입가를 문지른다. 그런 아리엘의 멱살을 움켜쥐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노려본다. 그녀의 입술에서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는 붉은 핏물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며 멱살을 움켜쥔 내 손을 붉게 물들인다.
“절대로. 널 용서하지 않아.”
“....”
증오와 분노가 가득서린 내 한마디에 아리엘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 몰려서까지 무표정함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그녀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리엘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간다.
“나는 널 공격하지 않아. 차원에 속하지 않은자가 차원에 속한자를 공격하는 것은 규율 위반이야.”
“그럼 잘됬네. 내가 그럼 지금부터 널 멋대로해도 괜찮다는거지?”
저항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당돌한 한마디에 나는 입꼬리가 뒤틀린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엘. 지금부터 함장으로써의 모든 권리 포기. 코드‘부활’ 강제 기동.”
동시에 아리엘은 누군가를 향해 명령을 내리며 자신이 목에 두른 망토의 단추를 풀러버린다. 그러자 묵직한 그녀의 두꺼운 망토가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망토가 바닥에 닿기도 전 망토는 애시당초 이 세상에 없었던 물건이라는 듯이 먼지처럼 분해되어 허공에서 사라진다.
“이제 됐어. 마음대로 해.”
마지막으로 아리엘은 자신의 손에 끼워져있던 강철장갑이 푸른 빛을 잃어버린 것을 확인하고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나는 씨익 웃는다.
콰앙!!
그리고 예고없이 있는 힘껏 그녀를 바닥에 집어던져버린다.
“쉽게 죽을 생각하지마. 네이의 복수는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않을테니까. 너. 그다음은 에페리아. 그녀를 죽인 모든 원흉에 대해 난 복수할꺼야.”
바닥에 정면으로 충돌한 아리엘의 작은 신체는 가볍게 허공으로 떠오른뒤 다시 땅에 떨어져 충돌해버린다. 하지만 아직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쓰러진 아리엘은 힘겹게 자신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뻐억!!
그런 아리엘의 몸을 힘껏 걷어차버린다. 발끝으로 선명히 느껴지는 기분 나쁜 감각. 아마 갈비뼈 몇 개를 부러뜨린 것 같았다. 몸을 둥글게 만채로 컥컥거리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살짝 찡그려진 그녀의 얼굴을 노려본다.
아무런 저항도 비명조차도 지르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더욱더 내 감정을 자극해온다. 나는 그녀의 강력한 힘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든 규율을 지켜야한다는 이유아래 나에게 그어떤 반항조차 하지않고 무덤덤하게 내 주먹을 맞아주고 있었다.
“큿...”
그녀의 숨통을 움켜쥐고 있었던 덕분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아리엘은 짧은 기침을 뱉어낸다. 산소가 부족하여 의식이 아늑해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자신의 목을 움켜쥔 내손을 긁거나 움켜쥐는 최소한의 저항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손에 붙잡힌 채 온몸을 축 늘어뜨린 아리엘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눈을 천천히 감아간다.
“젠장.”
짧게 욕을 내뱉은 나는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목을 놓아준다. 실이 풀린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리는 아리엘. 비록 의식은 잃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그런 그녀를 노려보던 나는 다시금짧게 욕을 내뱉으며 그녀로부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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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에페리아님!!”
마계의 지하 연구실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던 레오는 스파크가 일어나는 듯한 소음에 자신의 늑대 귀를 쫑긋이 세우며 자신의 주인의 이름을 부른다. 그런 그의 부름에 응답하듯 연구실 한 가운에데 마련된 마법진이 붉은 빛을 흩뿌리기 시작한다.
파츠즉!!
다시금 들려오는 요란한 스파크음과 동시에 그런 붉은 마법진 위로 에페리아의 모습이 들어난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 서있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렸다.
“후우.. 후우..”
격하게 숨을 내쉬는 에페리아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고 그녀가 아끼던 고급스러운 검은 로브또한 어디간지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 숨을 헐떡이던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감싸안은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그런 에페리아의 모습에 레오는 기겁하며 그녀에게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그런 레오의 질문을 무시한 에페리아는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연구실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하아...”
그리고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쉰다.
“에페리아님?”
그런 에페리아를 바라보며 레오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른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며 자신을 부른 레오를 바라본다.
“뭐야?”
“도데체... 무슨일이 있던겁니까?”
다시금 그녀가 겪었던 일에 대해 물어보는 레오의 질문에 에페리아의 입술 끝이 뒤틀린다.
“왕창 꺠졌어.”
그 한마디로 그녀의 자존심이 얼마나 뭉개졌는지 설명하기 충분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레오는 그 한마디에 몸을 움찔 떨며 고개를 숙인다. 그런 레오의 반응에 짧게 콧방귀를 뀐 에페리아는 자신의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지른다.
“하지만... 수익이 없지는 않아.”
“수익...이요?”
“큭. 좋은 실험체를 얻을 것 같거든.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어.”
피곤한듯 한숨을 내쉰 에페리아는 다시금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다. 그런 그녀를 부축하려는 듯 레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지만 에페리아는 아무말없이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는 것으로 그의 행동을 제지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만큼 내가 썩지는 않았어. 꺼져.”
난폭한 그녀의 말에 풀이죽은 레오는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아무런 도움없이 비틀비틀 걸음을 옮긴 에페리아는 한쪽 옷걸이에 걸린 또다른 검은 로브를 꺼내 자신의 목에 두른다.
“또... 어디로 가시는겁니까?”
이제 다시 나갈준비를 하는 에페리아를 걱정하듯이 레오는 그녀에게 묻는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그의 질문에 대답한 뒤 다시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마법진 위로 올라간다.
파츠즉!!
곧이어 강렬한 스파크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빛이 터지며 그 위에 서있던 에페리아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떠나간 에페리아의 잔적을 바라보던 레오는 주변에서 선명히 들릴 정도로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뭔 일을 꾸미고 있었군.”
그런 레오의 등뒤로 이때까지 기척을 숨기고있던 존재가 모습을 들어낸다. 그는 이 마계의 실질적인 지배자라고 해도 충분한 자격을 가춘 남자. 두터운 붉은 갑주를 입은 우람한 체구 남자였다. 그의 등장에 레오는 자신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낀다.
“마.. 마왕님.”
“뭔가 의심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녀석이 이세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나보군.”
뭔가 화를 내면 좋겠지만 그는 뚜렷한 어조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는 에페리아가 타고 사라진 마법진을 내려보다 이내 관심없다는 듯이 몸을 돌린다.
“이렇게 된 이상. 내 쪽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군.”
“그... 그게 무슨...”
수년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마계를 지배하는 마왕이 자신의 눈앞에서 움직인다고 선언해버리는 순간. 레오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임무는 단순 정찰이다. 이세계의 피해상황을 분석하여 보고해라. 검은 발톱.”
그 말을 한마디 남긴 마왕은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겨 나타났을때와 비슷하게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런 그가 있던 자리에는 두 개의 작은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작게 아른거리던 두 그림자는 이내 패왕을 쫓아서 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안개처럼 사라져버린다.
“도데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지?”
에페리아의 연구실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홀로 남겨진 레오의 중얼거림만이 고요히 울려퍼질뿐이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ce / 왠지 모르겠지만... 애시당초 이런 캐릭터도 있어야하나고 생각한듯 싶네요. 모두 해피해피 할렘이면 재미없잖아요.
오리콘 / 그건 나중에.. 밝혀질것이요~!
유운처럼 / 네이안에 있던 영혼. 뭐.. 후일을 위한 떡밥입니돠
라시아이언 / 안죽어요. 결론적으로는... 아직 진행형입니돠 ;ㅅ;
실버링나이트 / 돼!!!
으으윽.. 피..픽노해.. 피곤해!! 밤새서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