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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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가 닿자 내 몸이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단 한번의 달음박질로 멀리 떨어진 타메르의 코앞까지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네.. 이?!”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뒤늦게 포착한다. 하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주저없이 달려가는 가속도 그대로 타메르의 몸에 온몸을 부딪힌다.
퍼억!!
“큭!!”
짧막한 비명과 함께 타메르의 몸이 튕겨져나간다. 동시에 키르비르의 목을 조르던 그의 팔이 풀어지며 크게 숨을 들이쉬는듯 키르비르의 가슴이 크게 들썩인다.
“....”
타메르를 뗴어낸 나는 조용히 바닥에 쓰러져 쥐죽은 듯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키르비르를 내려본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던 나는 키르비르로부터 시선을 거둔다.
‘지배를 풀 방법은?’
-마녀의 손에 지배의 고리가 있을거다. 그걸 파괴하면된다.
쟈크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게 육성으로 목소리가 나오지않았다. 머릿속의 생각으로 쟈크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다시 나에게 사념으로 대답을 해준다.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 살짝 당황한 나는 조심스럽게 내 목을 매만져본다.
-이미 신체는 죽어가고 있다. 목소리가 나올 리가 없지. 간단하게 너의 몸은 지금 죽어있다고 생각하면된다.
‘......’
평범한 사람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설명하는 쟈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애시당초 그들에게 내 영혼을 희생시킬떄부터 죽음을 각오했었다. 나의 죽음이 예언된 상황에서 내 몸이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들어도 큰 동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 다짐을 강하게 다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돌아갈 수는 없다. 나는 이대로 죽는다. 하지만 죽기전 타메르와 키르비르에게 큰 도움을 줄 기회가 지금 여기있었다.
‘에페리아.’
고개를 들어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그녀는 검은 망토를 두른 정체불명의 소녀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싸운다기보다 거의 도망다닌다는 표현이 걸맞았다. 에페리아는 최대한 방어적인 태도로 검은 망토의 소녀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기회다. 길게 끌필요도 없어. 녀석은 우리에게 신경쓰지도 않고 있다.
‘알았어.’
쟈크의 조언을 듣자마자 일말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주저없이 에페리아를 향해 도약한다. 혼돈의 힘에 의해 강화된 내 몸은 너무나도 가볍게 에페리아가 있는 창공으로 치솟아오른다.
‘으읏...!’
예상외로 너무나도 가볍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내 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나는 당황하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뭐.. 뭐야?!”
그녀또한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내 모습에 기겁한다. 그리고 황급히 나를 막아내려는 듯이 자신의 팔을 나에게 내민다.
-저거다!
그 순간 쟈크는 그녀의 팔목에 찰랑이는 검은 팔찌를 놓치지 않는다. 내 손에 쥐어진 검은 봉을 강하게 움켜쥔 나는 그녀의 팔목을 향해 봉을 힘껏 휘두른다.
빠악!!
“아악!!”
에페리아가 마력을 미처 끌어올리기도 전. 날카롭게 휘둘러진 내 봉은 그녀의 팔을 강타한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내 봉에 얻어맞은 자신의 팔목을 움켜쥔다. 동시에 산산조각난 검은 팔찌가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너.. 너가 어떻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날카롭게 그녀를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그녀를 확실히 끝장내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양손으로 움켜쥔 봉을 크게 휘두른다.
“크읏!!”
짧게 신음을 흘린 에페리아는 크게 뒤로 물러서 내 봉을 피해낸다. 그런 그녀를 쫓아 달려들며 다시금 봉을 휘두르려 하자 기겁한 에페리아는 팔을 내뻗어 허공을 움켜쥔다. 그러자 그녀의 손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공간왜곡이야.
그때 머리속에서 리시아의 외침이 들려온다. 동시에 내 왼팔이 내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리시아의 뜻에 따라 멋대로 움직이는 내 왼팔은 에페리아를 향해 내뻗어진다.
-미안하지만 공간지배에 대한 기본 이론은 내가 설립했거든?!
마치 망토로 자신의 몸을 가리듯 공간을 움켜쥔 팔로 자신의 몸을 가리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녀의 몸을 숨긴다. 하지만 리시아의 뜻에 의해 내뻗어진 내 손에 푸른 기운이 감싸진다.
콰지직!!
‘읏?’
동시에 손끝으로 뭔가가 부서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곧이어 왜곡되어 일그러진 공간이 무너지며 그 안에 숨어있던 에페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뭐... 뭐야!!”
자신이 왜곡한 공간이 너무나도 허무할정도로 쉽게 무너지자 에페리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리시아의 뜻에 의해 뻗어진 내 손은 적잖게 당황한 에페리아의 멱살을 낚아챈다.
“너.. 너 따위가 어떻게...”
여러모로 설명할 필요없이 나는 낚아챈 에페리아의 멱살을 잡아당겨 그녀가 숨은 공간으로부터 그녀를 억지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간결하게 봉을 찔러 그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순간 에페리아는 입술을 잘근 깨문다. 동시에 주변의 마나가 갑작스럽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콰앙!!
곧이어 가슴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며 내 몸이 엄청난 기세로 튕겨져나간다. 뒤로 튕겨져나간 나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유적의 벽에 처박힌다. 하지만 별다른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나를 짓누르는 유적 파편을 먼지털듯 털어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칫...’
내 손안에는 강하게 움켜쥐었던 에페리아의 옷조각이 쥐어져있었다. 곧이어 하늘에서 이음세가 찢어져 풀려버린 그녀의 검은 로브가 하늘거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돌연변이 자식이!!”
그녀는 화가난 듯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과 같은 위기감이나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마주노려보는 나를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자신의 양팔을 좌우로 활짝 편다. 그러자 그녀의 몸 주변에 4개의 마력덩어리가 떠오르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혼돈의 힘을 써도... 네 따위에게 당할 내가 아니야!!”
그런 그녀의 양손에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역시나 검은 마녀라는 칭호에 걸맞는 마력. 마치 태풍의 중심부에 서 있듯이 주변의 마나가 거대한 기류를 이루며 그녀를 향해 몰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크흠. 마력 덩어리를 이용하여 외부 사이클을 이용한 급속 마력밀집이군. 뭐.. 제법이기는 하지만.
짜악.
또다시 내 몸의 제어권이 백색 마녀파라는 베르카에게 넘어간다. 곧이어 내 몸은 박수를 치듯이 양 손을 마주친다. 그러자 내 몸안에 흐르던 혼돈의 기운이 내 팔을 타고 원을 그리듯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애시당초 싸이클을 이용한 마력 밀집법의 원조는 백색 마녀파이다. 거기다 내가 쓰는 힘은 마나가 아닌 혼돈의 힘. 그 흡입력이 완전히 틀리지.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혼돈의 힘을 중심으로 빠른속도로 주변의 마나가 모여들어오기 시작한다. 곧이어 손바닥을 마주쳐 원을 만드는 내 팔의 중심으로 눈에 보일정도로 짙고 깊은 마력 덩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콰과과!!
에페리아가 만들어낸 폭풍과 다른 마나의 폭풍을 만들어낸 내 마력덩어리는 점점 그녀에게 흘러들어가는 마나의 흐름을 막아버린다. 오히려 그녀에게 흘러들어갈 마나의 흐름을 오히려 내쪽으로 이끌어오고 있었다.
“도데체... 어떻게!! 마계인들의 마력운용법을 네놈이?!”
-클클클. 내가 있어서이지.
에페리아의 물음에 혼자말로 대답한 베르카는 에페리아가 모은 마나를 압도할만큼 마나를 순식간 모아버린다. 에페리아에게 흘러들어갈 마나까지 흡수해버린 내 마나덩어리는 곧이어 에페리아가 흡수한 마나까지 빨아드릴 기세로 마나를 모아간다.
-그나저나... 이 마나덩어리는 어떻게 처리하지? 클클클..
-커다란 마법한방 갈기면안돼?
머릿속에서 베르카와 리시아의 대화가 들려온다. 둘다 뭐가 그리 즐거운듯 목소리에는 경쾌함이 묻어나왔다.
-안돼지 안돼. 이정도 마나를 이용하여 가장 기본적인 마법을 발현한다고해도... 이건 거의 재해급이지.
-그럼 재해가 아닌 힘으로 쓰면 되겠네요.
그때 리디가 끼어든다.
-오. 그래. 너라면 이 힘을 잘 사용할 수 있겠군.
리디의 참견에 베르카또한 그녀의 참견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동시에 내 몸의 제어권이 리디에게 넘어간다.
-비록 혼돈의 힘을 사용한다지만... 저는 성녀랍니다. 혼돈의 힘은 자유로운 힘. 그 어떤 힘으로도 전환시킬 수 있죠.
리디의 제어를 듣는 내몸은 조심스럽게 내 팔안에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마력의 구체를 끌어안는다. 그러자 격렬하게 날뛰던 마나 덩어리가 차츰차츰 조용해지며 조심스럽게 내 몸안으로 스며들어온다. 동시에 주변을 휘젓던 마력의 폭풍이 잦아든다.
“큿...!!”
내 쪽에서 뭔가 마법을 준비하자 에페리아는 짧막한 신음을 흘리며 자신이 모은 마나를 최대한 밀집시켜 자신을 보호할 장벽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내 몸안에 흘러들어온 마나덩어리는 폭발적으로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화악!
내 몸안으로 흘러들어온 마나는 리디의 뜻에 따라 또다른 힘으로 변환된다. 곧이어 내 몸을 중심으로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환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한다.
“꺄앗!! 내 눈!!”
동시에 에페리아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버린다. 아무리 단단한 마법의 장벽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힘으로 만들어진 섬광을 박아낼 수 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주변을 대낮같이 밝히는 섬광에 그녀는 자신의 눈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결국 섬광이냐?
-에헤헤... 사상 최강의 섬광이죠. 이 세상 끝에서도 보일 정도의 섬광일껄요?
-하여튼 지금이 기회다.
쟈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내 몸의 제어권이 다시 나에게 넘어왔다. 아직도 에페리아는 자신의 눈을 감싸쥔채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무력화된 그녀를 제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파악!
무너진 유적 벽을 밟고 도약하여 시력을 상실한채로 당황하고 있는 에페리아에게 달려든다.
“읏!!”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는지 반사적으로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려 내가 달려드는 방향을 향해 집어던진다. 하지만 워낙 급했는지 특별한 마법없이 단순한 마나를 덩어리로 뭉쳐 던진 것이었다. 단순한 마나 덩어리에 별 위협을 느끼지 않은 나는 팔을 교차시켜 그녀가 던진 마나덩어리를 막아낸다.
콰앙!!
약간의 충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단숨에 에페리아와 거리를 좁힌 나는 그녀의 목을 움켜쥔다.
“카흑!!”
숨이 막히자 짧은 에페리아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자신의 목을 움켜쥔 내 손목을 긁으며 괴로워하는 그녀를 노려보며 나는 일말의 주저없이 도망치지 못하는 그녀의 심장을 노린다.
-죽여!
-죽여라!
-죽이세요!
‘죽어라!!’
머릿속으로 모두가 하나된 듯 그녀의 죽음을 원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또한 그런 목소리에 동참하며 그녀의 심장을 향해 겨눈 봉끝을 날카롭게 찔러간다. 뒤늦게 에페리아는 간신히 시력을 회복하고 나를 바라보지만 이미 그녀의 심장을 향해 찔러가는 봉을 막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카앙!!
‘?!’
-뭐.. 뭐냐?!
그러나 그녀의 가슴을 꿰뚫으려던 내 봉은 갑작스럽게 투명한 벽에 막힌 듯 우뚝 멈춰서버린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와 어둠의 목소리들은 당황한다.
-마.. 마력의 기운은 못느꼈는데?
-이건 도데체...
머릿속에서 당황한 듯한 베르카와 리시아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나는 지금 얻어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위해 온 힘을 다해 봉을 밀어넣어보지만 그녀를 보호하는 반투명한 벽은 깨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목표 수정. 1등급 위험인자 우선 제거.”
곧이어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abcbbq / 아니지. 아닙니다. 오리지날이 아니라구요 이건.
타락한 마법사 / 안죽어요. 안죽일 꺼라니깐 ;ㅅ; 흐허허헛... 그나저나 제 부족한 글을 기억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다른 미친 필력의 소설이 많은데도 그중에 제 소설을 찾아와 주신것만으로도 저는 감지덕지.
Solar Eclipse / 으익. 감사합니다.
유운처럼 / 돼! 끵?!
레리꿀 / 언제나 민폐죠. 민폐덩어리. 하지만 그러기에 매력있죠.
실버링나이트 / 얍! 대학원생입니당.
네이는 마지막 버프로 먼치킨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막아서는 슈퍼먼치킨.
네이는 눈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