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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64화 (164/298)

16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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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리아를 순식간에 없에버린 아리엘은 천천히 몸을 돌려 우리를 돌아본다. 아무런 표정도 담겨있지 않은 인형같은 얼굴. 비록 익숙한 이리엘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마치 쇳덩어리처럼 차갑다는 느낌밖에 없었다.

“네 정체가 뭐야?”

나를 꿰뚫어볼 듯이 바라보는 아리엘의 시선에 나는 반사적으로 네이와 키르비르를 보호하며 그녀의 정체를 묻는다. 하지만 아리엘은 내 질문따윈 상관도 안하겠다는 듯이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쓰러진 네이와 키르비르를 천천히 번갈아 돌아본다.

“알 필요는 없어.”

우리들에게 차갑게 한마디를 남긴 뒤 그녀는 더 이상의 용건이 없다는 듯이 등을 돌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방금전 자신이 날려버린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콰득.

그런 하늘의 공간이 뒤틀리며 방금전 공격에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 에페리아가 다시 모습을 들어낸다.

“헤.. 헤헷. 제법인데?”

그녀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가 두르고 있던 고급스러운 로브는 이미 여기저기 찢어진 넝마가 되어있었고 그녀의 몸에도 크고작은 상처가 가득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상대를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리엘을 내려보고 있었다.

“정말 위험했어. 그냥 한방에 훅가버릴뻔했잖아?”

자신의 몸의 상처를 가볍게 돌아본 에페리아는 쓴웃음을 짓는다. 여러군데 상처를 입었지만 치명상은 없는 것같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어낸 에페리아는 다시금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아리엘을 노려본다.

“작전변경. 일단 지금의 화력으로 너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보조목표라도 달성해야지.”

싱긋 웃은 에페리아는 자신의 소매를 걷어 손목에 채워진 검은 팔찌를 보여준다. 정체불명의 물건을 보이는 에페리아의 모습에 아리엘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린다.

“오라방~”

에페리아는 생긋이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왠지 낯익은 존칭에 나는 움찔 놀라며 곁눈짓으로 리니아를 바라본다. 저런 말투는 리니아가 나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투였다.

“나를 좀 도와주셔야겠는데요?”

“내가 왜 널 도와줘야하지?”

자신을 도와달라는 그녀의 요청을 어이없다는 듯이 무시한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검은 팔찌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그러자 검은 팔찌가 불길하게 떨리며 뭔가 불안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큭..?!”

하지만 그 순간. 내 목에 목줄이 채워진 것처럼 뭔가 답답한 무형의 기운이 내 목을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오.. 오라방!!”

내 곁에 있던 리니아는 그런 현상에 기겁하며 나를 바라본다. 당황하는 나와 리니아를 바라보며 에페리아는 여유롭게 명령을 내린다.

“자. 오라방이 나를 도와줄 일은 단 하나야. 지금 눈앞에 있는 키르비르를 죽여.”

“그런... 개같은...”

우득.. 우드득!!

하지만 내 몸은 내 의지에서 벗어나 멋대로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내 몸을 강제로 움직이는 힘에 저항해 보려하지만 이미 내 몸은 내 의지에 제어를 벗어난 듯 나 혼자서 내 몸의 움직임을 막아낼 수 없었다.

“마.. 말도 안돼!!”

내 곁에 있던 리니아는 기겁하며 비명을 지른다. 그런 그녀또한 황급히 자신의 소매를 걷는다.

“그건...”

그런 리니아의 손목에는 에페리아의 것과 비슷한 검은 팔찌가 채워져있었다. 리니아는 황급히 그런 검은 팔찌를 움켜쥐며 말한다.

“멈춰요!”

그녀의 팔찌또한 낮게 울리며 떨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리니아의 팔찌에서부터도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뭐냐... 이건... 뭐냐고 젠장!!”

내 몸이 내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나는 욕설을 내뱉을뿐이었다.

“이건... 호문클로스 제어장치에요. 이건 나 밖에 없는건데?!”

리니아는 어떻게든 나에게 씌워진 제어를 풀어내기 위해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매만지며 어떻게든 애를 써보지만 쓰러진 키르비르를 향해 다가가는 내 손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

소란스러운 상황에 에페리아를 노려보고있던 아리엘이 우리를 돌아본다. 그녀는 키르비르를 위협하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 다시 에페리아를 노려본다.

“이 세계에 대한 간섭은 그만둬.”

“킥.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온만큼 나도 수확을 걷어가야하거든.”

더 이상의 대화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리엘이 행동을 개시한다. 하지만 에페리아의 강제적인 지배에 빠진 내 몸은 키르비르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그녀에게 마수를 뻗혀나간다.

“리.. 리니아. 어떻게좀 해봐!!”

“하.. 하고있어요. 하지만 이건...”

리니아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팔찌를 매만지며 나를 지배하는 제어권을 빼앗으려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았는지 계속 신음을 흘리며 팔찌만 매만질뿐이었다.

“제어력이 너무 강해. 왜.. 왜 통하지 않는거야!!”

“크윽... 시란?”

리니아가 도움이 안되자 나는 시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또한 흐릿한 영체의 모습으로 난감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힘이 남아있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하라고 젠장!!”

그 사이에 어느새 내 손은 쓰러진 키르비르의 목을 감싸쥐고 있었다. 너무나도 얇고 가느다란 그녀의 목이 커다란 내 양손에 감싸쥐어진다.

“크아아앗!!”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키르비르의 목을 움켜쥐려는 팔을 풀어내려해본다. 하지만 그런 나를 조롱하듯 키르비르의 목을 감싸쥔 내 손에 담긴 힘은 점점 강해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그녀의 여린 목이 옥죄어진다는게 손끝으로 선명히 느껴져온다.

“이런 빌어먹을!!!”

“흐윽..”

숨이 막히자 키르비르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온다. 내손에 의해 괴로워하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나는 이를 악문다.

“제발.. 이 빌어먹을 몸아!! 제발 움직여!!”

어떻게든 내 의지에서 벗어나 멋대로 움직이는 내 몸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면 여전히 내 손은 키르비르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아하하하핫!! 내 제어를 풀겠다고?! 어림 없어! 너는 네 손으로 죽이게 될꺼야. 네가 제일 소중해하는 녀석을 네 손으로 죽여봐!”

귓가로 오만한 에페리아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의 뜻대로 내 손은 키르비르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창백해져가는 것이 선명히 보인다.

“안돼... 안돼... 이럴 순 없어. 이런 젠장!!”

이렇게 가다가는 이때까지 나를 보호해주고 나에게 수 많은 도움을 줬던 그녀를 내 손으로 죽이게 되어버린다. 천천히 내 손안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이 가늘어지다 못해 천천히 멈춰서기 시작한다.

“으아아아!!”

그녀가 죽어가는 상황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무력하게 무의미한 괴성을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 손 안에서 죽어간다는 현실을 부정하듯 내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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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나. 일어나..

“으.. 으응?”

마치 따듯하고 푹신한 물침대에 빠진듯 온몸을 감싸는 몽롱함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나를 부르는 그런 목소리에 반응하기 위해 나는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힘겹게 떠올리기 시작한다.

“누... 누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떠봐도 시커먼 어둠이 가득한 공간이 나를 반겨줄뿐이었다. 그런 공간에서 나를 부른 존재를 찾아보기 위해 눈동자를 좌우로 굴려본다.

-깨어났는가.

내 주변에서 여러명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다섯? 여섯? 정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낯선 존재감을 보이는 타인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인기척이 느껴진 곳으로 눈을 굴려본다.

“누구?”

검은 공간속에서 간신히 보일정도로 흐릿한 검은 형체가 아른거린다. 얼마가지않아 나는 나를 포위하고 있는 존재들이 모두 똑같은 형체를 가진 어두운 그림자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네이. 너는 죽어가고 있다.

“....”

그 한마디에 몽롱한 마지막 기억이 떠오른다. 타메르를 위해 내가 내 몸에 스며든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고 타메르가 도망칠 시간을 벌고있을때. 등뒤에서 에페리아가 뭔가 날카로운 무기로 내 가슴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그 검에 흡수되듯 내 몸안에 머물던 강대한 혼돈의 힘이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너의 몸에 깃들었던 혼돈의 힘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어.”

-물론. 망할 검은 마녀덕분에 나의 대부분... 아니. 우리들의 대부분은 그녀에게 봉인되었다.

“도데체 무슨말이야.”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수정하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사실에 대해 녀석에게 되묻는다.

-에페리아는 인공적인 혼돈의 힘을 얻기 위해 수많은 영혼을 재물로 이용했다. 너의 몸에 스며들었던 혼돈의 힘. 그것은 에페리아에게 희생된 4896명의 영혼의 결정체였다.

“4896명...?!”

-그렇다. 나는.. 아니. 우리는 4896명이자 나를 중심으로 뭉쳐진 하나의 힘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다시 에페리아의 손에 의해 봉인되었지.

“지금 남은 것은?”

나의 물음에 정체불명의 목소리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의 그림자가 동요하는 듯이 가볍게 일렁인다. 그리고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내 질문에 대답한다.

-5명이다.

“....”

-최악이지만... 지금이 에페리아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침묵을 지키는 나를 향해 검은 그림자는 말을 이어나간다.

-너의 신체는 죽어가고 있고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남은 힘이없다. 하지만 너의 도움이라면... 복수가 가능하다.

“뭘... 원하는데?”

불안함이 섞인 내 질문에 검은 그림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뜻과 목적을 말한다.

-너의 영혼을 우리의 힘을 움직이는데 사용할 원동력으로 쓰여지길 바란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우리는 에페리아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

“...”

한마디로 내 영혼을 그들의 먹이로 달라는 말이었다. 그들의 제안에 나는 입을 꾹 다문다. 비록 사후세계를 믿는 나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내 영혼을 바치라는 선택을 쉽사리 고를 수 없었다.

-물론. 너가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고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너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거래다.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어두운 공간속에서 자그마한 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어둠에 갇혀있는 내가 볼 수 없었던 외부의 세계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타메르...?!”

가장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름아닌 타메르. 그 남자였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띄인 그는 울고 있었다. 절대로 눈물도 모를 것같았던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애처럼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런 그의 품안에는 키르비르가 안겨있었다.

“키...르비르?”

순간 내 머릿속이 싸늘하게 굳어버린다.

“키르비르 때문에 울고있는거야? 나.. 나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한 눈물은...? 지금 죽어가고 있는 나는?”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며 가라앉았던 분노와 증오가 머리를 다시금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진정해라. 네이.

하지만 그런 나를 진정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검은 그림자의 목소리였다. 그는 억양의 고조가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진정시킨다.

-자세히 봐라.

“뭐...?”

그림자의 조언에 나는 움찔 놀라며 조금은 침착해진 눈으로 다시금 타메르를 살펴본다. 그는 키르비르를 안고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양손은 키르비르를 품에 안고있다기보다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지배다. 에페리아에게 걸맞는 비겁한 짓이지.

검은 그림자의 말을 증명하듯 타메르의 목덜미에는 검은 띠가 둘러져있었다. 그는 자신의 뜻이 아닌지 우리에게 들리지 않을 괴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타메르의 곁에서는 그를 말리려는 듯 처음보는 작은 소녀가 매달려있었지만 어리고 작은 그녀의 힘으로 타메르를 말리는 것은 무리처럼 보였다.

-지금 타메르를 막고 키르비르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너밖에 없다.

“....”

검은 그림자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다시금 타메르와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타메르의 손에 의해 목이 졸려지고 있는 키르비르. 이미 창백해진 얼굴로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 거리는 것을 바라보니 얼마 남지않았다.

“꼭... 도와줄 필요는 없잖아.”

-.....

“어자피 난 죽어. 키르비르를 도와준다면... 결국 좋은 것은 키르비르잖아.”

-하지만 남자. 타메르는 어쩌지?

“아....”

그림자의 말에 나는 낮게 탄성을 흘린다. 타메르. 나는 죽는다. 그리고 키르비르는 타메르의 손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면 타메르의 곁에 남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된다. 아무도 그를 돌봐주지 못하게된다. 아무도 그를 지켜줄 수 없게된다.

“....”

그는 불행해진다. 슬퍼진다. 좌절하게된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최소한 타메르만은.. 그만은 웃게만들어줘야만 했다. 거기다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할 방관자가 아니었다.

“알겠어. 대신 조건은...”

-타메르를 도와주는 것으로하지. 키르비르를 구해주겠다.

“고마워.”

-고마운건 우리들이지. 우리의 복수를 도와주는 것이니까.

동시에 내 주변에 서있던 검은 그림자들의 형체가 흐물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내 팔과 다리를 휘감으며 내 영혼을 먹어가기 시작한다. 특별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자들이 내 몸을 휘감을수록 빠져나올 수 없을 깊숙한 어둠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달갑지 않은 감각이었다.

“모두... 타메르를 위한거야.”

-너가 의식을 잃는 순간 모든 힘은 흩어진다. 제대로 중심을 잡아.

“알았어.”

동시에 죽어가던 감각들이 다시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가슴에서 잦아들어가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온몸에 새겨진 상처들로부터 선명한 통증이 느껴져온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감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느껴가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나간다.

-비록 우리는 다섯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에페리아의 봉인으로부터 마지막까지 견뎌낸 만큼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나는 모든 것을 중제하는 정신체 쟈크.

검은 그림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자신을 설명한다.

-난 마도학의 선구자 리시아!

자크에 이어서 약간 장난끼가 가득하면서도 어려보이는 목소리가 리시아라고 자신을 밝혔다.

-나는 전직 성녀라고 칭송받았던 리디에요.

리시아에 비해 비교적 성숙하고 차분해보이는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백색 마녀파 중앙 관료직을 맡았던 베르카라고 한다.

곧이어 꽤나 나이를 먹은듯 중후하고 고요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하나는?”

하지만 자신을 소개하지 않은 마지막 하나의 정신체. 그런 정신체에 대해 묻는 내 질문에는 쟈크라는 존재가 대신 대답한다.

-자신을 밝히기 원치 않고있다. 하지만 하나만 알아두면 된다. 녀석은 너와 같은 네베르족. 네베르족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던 존재이다.

“...?”

애매모호한 쟈크의 말에 나는 마지막 하나남은 정신체의 정체를 깨달을 수가 없었다. 네베르족 역사라고는 칭하지만 실제로 네베르족은 수많은 부족으로 나눠져있었다. 각 부족마다 나름대로 특색있는 역사나 전설이 있었고 그런 역사나 전설이 모두 같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집중해라.

“알았어.”

쟈크의 말에 나는 잡념을 버리고 점점 흐려지는 자의식을 바로잡는다. 마치 내 기억을 갉아먹는 벌레라도 있는 것일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넋이 빠지고 내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고있었다. 이것이 영혼이 먹혀나간다는 느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작게 쓴웃음을 짓는다.

-너의 신체는 죽어가고있다. 정상적인 행동이 불가능해. 하지만 우리는 너의 신체를 움직여 에페리아에게 대항할 것이다. 육체적인 행동을 우리 힘으로 대신하는 만큼 힘의 소모가 크다. 각오해라.

“걱정마. 나도 쉽사리 쓰러지지 않을테니까.”

-믿어보지.

짧막한 쟈크의 말과 함께 억지로 일어선 내 몸 안에서 검은 기운이 스며나오기 시작한다. 스멀스멀 흘러나온 검은 기운은 조심스럽게 내 몸을 감싸가기 시작한다. 검은 기운에 의해 몸이 감싸지자 전에 느껴본적 없었던 가벼운 감각이 내 몸을 지배해나가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않아. 속전속결로 끝낸다.

쟈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몸을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내 영혼을 희생하여 얻어낸 마지막 기회. 두 번 없을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했다. 내 사랑 타메르. 그리고 이제 곧 사라질 나를 대신할 키르비르를 위해.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최종보스인데 슈퍼먼치킨은 돼야죠...

실버링 나이트 / 최종보스라니깐 ;ㅅ; 최종보스. 에페리아가 최종보스가 아니라 아리엘이 최종보스임... 하지만 능욕을 당하겠지.

에구구... 이제 다음달이면 다시 새로운 연구실로 들어가는군요.

일이 점점 많아져. 왜이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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