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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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크아아악!!”
키르비르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감싸안은채로 땅에 몸을 웅크린다. 그런 내 등뒤로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 듯한 충격과 함께 온몸이 으깨지는 듯한 격한 통증이 내 몸을 휘감는다.
“허억.. 허억..”
혼미해지는 의식속에서도 나는 내 품안에 안긴 키르비르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다행히도 그녀는 아직까지 안정한 숨을 고르게 내뱉으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줘온다.
“주.. 죽어!!”
등뒤에서 진한 살기가 느껴진다. 괴물은 다시금 나를 찍어 누르기 위해 자신의 팔을 힘껏 들어올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몸을 피해보려하지만 아직 녀석에게 당한 충격이 미처 가시지 않아 내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금 키르비르의 몸을 꽉 끌어안고 다시금 나를 덮칠 충격에 대비한다.
푹.
그때 가벼운 파육음과 함께 나를 덮쳐오던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런 변화에 놀란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괴물을 돌아본다.
“크.. 어?”
녀석의 목덜미에는 날카로운 단도가 박혀있었다. 거대한 녀석의 몸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은 단도였지만 녀석은 자신의 목덜미에 박힌 단도가 성가신듯 자신의 목을 문지른다. 하지만 그런 녀석의 행동이 이상했다.
“크? 어??”
목덜미를 문지르던 괴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시력을 상실한 듯이 거대한 고개를 휘적휘적 좌우로 움직이던 괴물은 화가난듯 점점 거칠게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오라방!!”
그리고 들려오는 갸날픈 목소리. 낯설지만 왠지모르게 익숙한 그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너는...?”
거기에는 한 꼬마아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로브를 목에 대충 두른채로 달려오는 꼬마 소녀의 얼굴에는 괴물을 눈앞에 둔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보고 싶었쬬!”
와락!
“어.. 어?”
나에게 달려온 꼬마아이는 다짜고짜 내목을 감싸안고 나에게 엉겨붙는다. 그런 꼬마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으로 내 몸에 달라붙은 꼬마를 바라본다.
“에헤헤.. 리니아가 약속했지? 오라방이 어디있든 반드시 찾아내 주겠다구!”
“리니아...?”
자신을 리니아라 밝힌 검은 마녀모자의 꼬마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갑작스레 나에게 엉겨붙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크어어어!!”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분노에 가득찬 울음소리. 앞이 보이지 않는지 괴물은 마구잡이로 자신의 거대한 팔을 휘두르며 발광하기 시작한다. 유적의 벽을 마치 비스켓처럼 박살내며 마구잡이로 날뛰는 괴물의 행동에 기겁한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일단 도망가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아주 자세히 알고있는 리니아를 한쪽 옆구리에 끼워 들어올리며 키르비르를 품에 안고 날뛰는 괴물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한다.
“어...? 누구야?”
내 옆구리에 매달린 리니아는 내가 품에 소중히 안고있는 키르비르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고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줄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았다.
“저 괴물. 너가 저렇게 만든거냐?”
“응! 응! 실명독이야!”
내 물음에 리니아는 키르비르에 대한 관심을 순식간에 접어버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질문에 대답해준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꺼야. 저 망할 마녀의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저 녀석 광혈의 저주의 집합체라며? 그럼 혈기왕성한 신체는 몸안에 파고든 독소를 빠르게 분해할꺼야.”
“그럼... 어느정도 유지되는 거지?”
“으음... 약 30초?”
“거기있구나아아아!!”
리니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시력이 돌아왔는지 어느센가 상당히 거리를 떨어뜨려놓은 우리들을 발견한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우리에게 돌진해오기 시작한다.
“크읏... 따돌릴 수가 없어.”
거대한 신체를 가진 괴물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길떄마다 녀석과 벌어진 거리가 빠른속도로 좁혀오기 시작한다. 저런 괴물에게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어떻게든 상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젠장!!”
도망치던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괴물을 돌아보며 나는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나에게 부여된 시간은 그리 많지않았다. 어떻게든 빨리 에페리아로부터 키르비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했고 네이또한 지금 사경을 헤메이고 있었다. 저런 괴물을 피해 도망치느라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리니아! 이 녀석을 데려가줘!”
일단 리니아의 정체가 누군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 큰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긴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그녀에게 키르비르를 맡긴다.
“우.. 아웃!”
리니아는 자신보다 살짝 큰 키르비르를 간신히 업어든채 어쩔줄몰라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무.. 무슨 생각이야 오라방?!”
“저 괴물을 막을꺼다. 아니. 떄려눕힐꺼다.”
“아냐아냐. 도망칠 수 있어! 내가 도와줄테니까...”
“도망칠 시간이 없어!!”
리니아의 말에 나는 내 사정을 모르는 그녀를 다짜고짜 윽박지른다. 내 말대로 어떻게든 괴물을 따돌리기 위해 도망칠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면 네이가 죽는다. 겁쟁이처럼 도망만 다니다 그녀를 허무하게 죽게만들 수는 없었다.
“죽인다. 망할 근육괴물.”
반으로 박살나버렸지만 내 유일한 무기인 대검을 꽉 움켜쥔 나는 단숨에 나를 짓밟을 기세로 달려오는 괴물을 정면으로 노려본다.
“나도 도울께!”
“너는 키르비르를 데려가!!”
괴물을 막아서려는 나를 앞두고 리니아는 나를 도와주려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금 그녀를 윽박지른다.
“그녀를 보호해. 어떻게든 그녀를 지켜줘.”
“왜?! 왜!! 어째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와서 난 녀석의 보호와 도움만 받아왔어. 지금은 내가 그녀를 지켜줄때야.”
“....”
내 말에 리니아는 입을 다문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의식을 잃은 키르비르의 몸을 끌어안고 낑낑거리며 유적 건물 틈사이로 몸을 숨겨나간다. 느리기는 하지만 부지런하게 키르비르를 데리고 도망가는 리니아를 확인한 나는 다시금 마른침을 삼키며 나에게 달려들어오는 괴물을 노려본다.
“크어어어!!”
내가 자신의 사정거리까지 진입되자 괴물은 괴성과 함께 기다란 발톱이난 커다란 팔을 힘껏 휘두른다. 체격이나 힘에서 정면승부는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괴물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든다.
콰앙!!
거대한 발톱이 대지를 긁고 지나가자 단단한 돌로 다듬어진 도로가 깊게 파헤쳐지며 부숴진 파편들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하지만 단순무식한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 나는 나보다 세배쯤 큰 신장을 가진 녀석의 하체로 파고든다.
“흐읍!!”
뻐억!!
달려온 추진력을 이용해 나는 녀석의 무릎을 목표로 있는 힘껏 발차기를 내지른다. 정확히 무릎관절을 가격한 일격에 녀석의 무릎이 기괴한 방향으로 꺽이며 거대한 몸이 가볍게 기우뚱거린다.
“광혈의 저주의 약점은...”
나는 당황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붉은 눈동자를 노려본다. 무한한 회복력을 자랑하는 광혈의 저주에 걸린 신체는 심장을 부순다해도 죽일 수가 없었다. 심장이 부숴져 온몸이 죽어가기전 엄청난 재생력을 가진 광혈의 저주는 부숴진 심장까지 재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예외였다. 일단 두뇌가 박살나면 아무리 광혈의 저주라도 박살난 뇌까지 재생시킬 수는 없었다.
“머리!!”
대검이 부러진 이상 과거와 같은 파괴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길이가 짧아진 만큼 지금 이 위치에서 저 괴물의 머리에 충분한 타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흐읍!!”
자세가 휘청인 괴물을 향해 나는 반쯤 부서진 대검을 있는 힘껏 집어던진다. 서로의 눈동자가 선명히 보일정도로 가까운 거리. 이 거리에서 던져진 대검은 녀석의 대가리를 파괴하기 충분한 파괴력을 머금고 있었다.
콰앙!!
내 손에서 떠나간 대검은 곧바로 녀석의 안면에 격중한다. 거기다 운좋게 부숴져서 산산조각난 검신부분에 얻어맞은 덕분에 부숴진 대검의 파편이 녀석의 안면에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크아아아!!”
괴물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얼굴을 격중당한 충격에 괴물은 허겁지겁 얼굴을 가리며 나로부터 물러서려고한다.
“어림없지.”
불행히도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이 두 번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뒤로 물러서려는 녀석의 무릎을 밟고 도약하여 괴물의 몸에 올라탄다. 그리고 녀석의 어께를 짓밟으며 녀석의 안면에 박힌 대검을 힘껏 뽑아낸다.
“크어어?!”
그러자 흉측한 괴물의 얼굴이 선명히 보인다. 안면또한 비이상적으로 팽창한 근육으로 뒤덮혀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괴물의 외모에 미간을 찡그리며 다시금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녀석의 머리를 찍어내린다.
콰앙!!
“큿?!”
하지만 괴물은 쉽사리 당할 수 없다는듯 한팔을 들어 내가 내려찍는 대검을 움켜쥔다. 이를 악문 나는 억지로 양팔로 대검을 짓눌러보지만 괴물은 어렵지않게 오직 한손으로만 내 대검을 움켜쥐고 버텨낸다.
“크륵..”
안간힘을 쓰는 내 모습에 괴물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머금어진다. 그리고 마치 성가신 쓰레기를 버리듯이 대검을 움켜쥔 팔을 휘두른다.
“읏!!”
어마어마한 괴물의 완력에 못이겨 나는 대검을 놓쳐버린채 몸의 균형을 잃는다.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지려는 나를 향해 괴물은 나에게 뺏어든 대검을 강하게 움켜쥐고 나를 내려찍을 태세로 팔을 번쩍 들어올린다.
“이대로... 끝날까 보냐?!”
입술을 잘근 깨문나는 무너져내린 몸의 균형을 잡기위해 다짜고짜 손을 내뻗어 괴물의 머리를 움켜쥔다. 그리고 있는 힘껏 맨 주먹으로 녀석의 안면을 강타한다.
“크아아아!!”
동시에 힘껏 웅크린 내 등골을 스치며 대검을 움켜쥔 괴물의 주먹이 떨어져내린다. 녀석의 공격을 피해낸 것을 확인한 나는 녀석의 머리를 단단히 움켜쥔채 다른손으로 있는 힘껏 녀석의 얼굴을 난타하기 시작한다.
“죽어! 괴물자식!! 죽어라!!”
콰앙!! 콰앙!!
목표는 오직하나. 녀석의 머리를 으꺠버려야만했다. 주먹이 내려쳐 녀석의 안면을 뭉개버리면 광혈의 저주의 힘에 의해 빠른속도로 회복되어가기 시작했다. 눈에 선명히 보일정도로 뼈가 맞춰지고 살이 돋아나는 광경에 신물을 삼키며 포기하지않고 계속해서 녀석의 안면을 강타한다.
“으아아아!!!”
살이 내 주먹을 막으면 억지로 움켜쥐고 쥐어뜯어버린다. 뼈가 내 주먹을 막으면 있는힘껏 내려쳐 으깨버린다. 키르비르를 지키기 위해. 네이를 구하기 위해. 절대로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는 일념아래 나는 괴성을 지르며 무차별적으로 괴물의 안면에 주먹을 퍼부어나간다.
“크어어...”
괴물은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나를 뗴어내기 위해 나를 움켜쥐거나 손톱으로 긁지만 그런 행동으로 나를 떼어낼 수 없었다. 나또한 이 괴물과 다를바없는 광혈의 저주를 받은 자. 녀석의 손톱에 베어진 신체는 강렬한 고통과 함께 빠른속도로 재생되어왔다.
“죽어! 죽어! 제바알!!”
녀석의 안면의 살점을 거의 잡아뜯듯이 찢어내며 두터운 근육들을 끊어낸다. 그리고 보이는 새하얀 백골. 붉은 눈동자가 굴러다니는 피로 범벅된 백골을 타고 빠르게 혈관들이 이어지며 찢겨진 근육들이 재생되는 섬뜩한 현상이 내 눈앞에 선명히 들어난다.
콰악!!
“크허억...”
그런 녀석의 두개골을 양손으로 움켜쥔다. 동시에 녀석의 기다란 손톱이 내 옆구리를 관통한다. 뱃가죽이 찢어지며 내장이 끊기는 끔찍한 고통속에 순간적으로 의식이 흐릿해진다. 하지만 이빨이 부러질정도로 이를 악문 나는 흐릿한 의식을 바로잡으며 녀석의 두개골을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죽...어.. 죽어!!”
빠득.. 빠드득..
녀석의 두개골을 움켜쥔 내 양손이 다시 재생된 녀석의 근육속에 파묻힌다. 하지만 굴하지않고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 두개골을 더욱 강하게 움켜쥔다.
“이번엔 내가 지켜줄차례야. 이렇게 당하면... 여자를 지켜줄 남자의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뱃가죽을 관통한 붉은 손톱이 꿈틀거리며 내 배를 흉측하게 갈라나간다. 녀석의 손톱을 타고 질펀한 핏물과 내장조각이 흘러내려가는 것이 생생히 느껴져왔다. 하지만 그런 끔찍한 감각을 애써 무시한 나는 녀석의 두개골을 움켜쥐는데 온 정신을 집중할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죽어!!”
빠득!
발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내 양손사이에서 뭔가 으깨지는 섬뜩한 울림이 들려온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던 붉은 눈동자의 동공이 풀리며 눈동자가 천천히 뒤짚어지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의식을 잃은 괴물의 위에 올라탄 나는 거친 숨을 내쉰다. 머리가 박살난 괴물의 몸이 천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녀석의 손톱에 옆구리가 꿰인 나는 어쩔 수 없이 무너져내리는 괴물과 같이 바닥에 쓰러져내린다.
========== 작품 후기 ==========
abcbbq / 근데 끔살
레리꿀 / 언젠간... 강해지겠죠.
Solar Eclipse / 음... 이제 리니아가 나왔으니까 곧?
실버링나이트 / 원가 비밀이있겠죠. 이유가 없을리가 없죠!
흐미... 요세 불면증이 온듯. 잠을 못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