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편
<-- Main story 4. 배신 -->
“로터스?!”
대지를 뒤헤집으며 일으켜진 수많은 촉수들은 에페리아를 향해 강한 적의를 표한다. 그런 촉수들을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린다. 수많은 촉수들의 위세에 그다지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듯 그녀는 느긋하게 손을 허공에 털어간다.
“뭐야? 배신하는거야?”
-배신이 아니다. 애시당초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뿐.
몸을 일으킨 수많은 촉수들중 가늘고 재빠른 촉수가 빠르게 에페리아를 향해 쇄도해간다. 로터스의 공격에 에페리아는 성가시다는 듯이 크게 손을 휘두른다. 그러자 마나로 이뤄진 푸르스름한 벽이 생기며 그녀를 향해 쇄도해오던 촉수들을 막아낸다.
콰앙!!
하지만 곧이어 거대한 촉수가 그녀를 으깨버릴 기세로 어마어마한 힘을 담아 내려찍어버린다.
“진짜 나와 싸울 기세네?”
그러나 에페리아는 어느세 잔해위에 내려찍힌 거대한 촉수위에 올라탄채 손끝으로 가볍게 촉수를 쓰다듬는다.
콰드득!
그러자 그녀의 손끝이 닿은 부분이 빠르게 얼어가며 촉수의 허리부분이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한다. 곧이어 그런 얼음덩어리는 균열을 일으키며 박살나기 시작한다.
“나와 너가 싸운다고 누가 이득보는 것은 아니잖아?”
-어쨰서 그녀를 죽이려는거지?
로터스의 물음에 에페리아는 얼어붙은 촉수위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수많은 촉수들을 돌아보며 생긋이 미소짓는다.
“으음... 뭐랄까...”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갸웃거린 에페리아는 새하얀 이빨을 들어내며 말을 이어나간다.
“이 세상에 남은 그년의 자취잖아. 안그래?”
-그 녀석이 시켰나?
로터스는 진지한 목소리로 에페리아에게 묻는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로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린다.
“그을세... 아마도 그 꼬맹이가 없에지는게... 우리 오라버니에게도 좋겠지? 더 이상 꼬맹이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오라버니를 보기 괴롭다고...”
-흥! 언제나 착각 속에 빠져사는 놈이군! 그런다고 그 녀석이 너에게 돌아올 것 같나?! 내가 알기로는 절대 아닐껄?
로터스의 도발에 에페리아의 이마에 작은 힘줄이 생긴다.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보여주려는 듯이 손을 들어 허공에서 마나를 끌어들여 하나의 화염구를 만들어낸다.
“하여튼 나를 방해하려는거야? 만약 진짜 그럴 생각이면 내 기분이 매우 언잖아 질것 같은데?”
-난 네년이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어. 꼬마 녀석아.
에페리아의 경고를 무시하며 그녀를 포위한 수많은 촉수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쇄도해온다. 동시에 에페리아는 이글거리는 화염덩어리를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촉수를 향해 집어던진다.
콰아앙!!
촉수 무리에 부딪힌 작은 화염덩어리는 갑작스럽게 그 크기를 팽창시키며 주변의 촉수들을 전부 화염에 휘감아버린다. 눈깜짝한 사이에 수많은 촉수들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린다.
“꼬마 아니야. 이미 꼬마라고 불릴 나이는 지난것같은데?!”
그녀가 화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좌우로 펼친 그녀의 손위에 화염덩어리들이 만들어진다.
-어자피 내 앞에서 너는 영원히 꼬마녀석이었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에페리아의 손에 증발되었던 촉수보다 더많은 촉수들이 땅에서 모습을 들어낸다. 그런 촉수들을 바라보며 에페리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뀔뿐이었다.
-타메르.
그때 로터스의 사념이 나에게 사념을 보내온다. 그 사념은 에페리아게 들리지않는지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포위한 촉수들을 돌아볼뿐이었다.
-키르비르는 내가 데리고있다.
“무슨...”
-내가 에페리아를 붙잡고있겠다. 너가 그녀를 데려가 보호해라.
“하지만 너는...”
로터스와 키르비르는 서로를 노리는 앙숙과도 같은 관계였다. 그런 로터스가 키르비르를 보호해주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설명할 시간없다. 데려가라!!
콰앙!!
동시에 무너진 탑의 잔해가 폭발하듯 터지며 수많은 잔해들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런 갑작스러운 폭발에 에페리아또한 당황한듯 황급히 뒤로 물러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저건...”
폭발한 잔해더미 속에서 거대한 붉은 덩어리가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촉수덩어리. 내 시선이 닿자 그런 촉수들이 벌어지며 그안에 보호받고 있는 키르비르의 모습을 보여준다.
“키르비르!”
그녀는 의식을 잃은 듯 촉수에 몸을 맡긴채 축 늘어져 있었다.
“오호라. 거기에 숨기고 있었구나.”
키르비르를 발견한 에페리아는 맛좋은 먹이를 발견한 이리처럼 붉은 혀로 입술을 훑으며 키르비르를 향해 자신의 손에 떠오른 화염덩어리를 던진다.
-어림없지.
하지만 그런 화염덩어리가 키르비르에게 닿기도전 대지에서 솟아오른 수많은 촉수들이 거대한 벽을 만들어 그 화염덩어리를 막아낸다. 화염덩어리가 터지며 어마어마한 열기와 함께 두꺼운 촉수의 벽이 녹아내리지만 로터스의 특유의 재생력으로 빠른 속도로 잃어버린 촉수를 복구해나간다.
“칫!!”
간단한 마법으로 로터스의 촉수를 무력화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에페리아는 조금더 큰 마력을 끌어올린다. 그러자 그녀의 손위에 화염덩어리가 강하게 압축되어 물질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화염이 강력한 압력에 의해 마치 보석과도 같은 형태로 압축된다.
-마인드 쇼크.
“크흣!!”
에페리아가 보석처럼 압축된 화염을 집어던지려는 순간 고요한 로터스의 사념이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에페리아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움츠린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떠올려진 화염결정이 허공에서 산산히 흩어진다.
-마법사들은 정신공격에 약하지.
“아직도 이딴 더러운 짓을...”
-더러운 짓이라니. 이건 내 힘이다.
머리를 움켜쥔채 괴로워하는 에페리아를 향해 다시 수많은 촉수들이 쇄도해온다.
“이까짓것...”
머리를 움켜쥔 에페리아는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촉수를 향해 크게 팔을 휘두른다. 로터스의 힘에 의해 정신공격을 당하고 있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마력을 집중시켜 푸르스름한 마나의 검을 만들어내 촉수들을 베어낸다.
-흐음... 키르비르는 내 정신공격을 받으면서도 나를 압도했지. 너의 정신력은 그 정도는 아닌것같군.
“개소리! 내가 키르비르에게 질것같아?!”
키르비르와 그녀를 비교하는 로터스의 한마디가 그녀에게 큰 자극이 되었는지 에페리아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콰앙!!
에페리아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 그녀를 포위한 촉수들이 사방으로 튕겨져나간다.
“한낯 바다에 처박힌 미물주제에... 검은 마녀라 불리는 내 힘을 진짜로 봐야지만 정신차리겠어?!”
짜악!
자신을 위협한 촉수를 밀어낸 에페리아는 자신의 손을 마주친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마력들이 엄청난 기세로 에페리아를 향해 집중되어져가기 시작한다.
“싸이클 개방.”
마주친 손을 떼어내자 그녀가 모아온 마력을 바탕으로 주변으로 마력이 응축된 4개의 구체가 원을 그리며 자리를 잡는다. 일정한 간격으로 원을 그리며 떠오른 마력덩어리들은 서로 공명하기 시작하며 더욱더 강한 기세로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미물은 미물답게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마력덩어리들이 공명하여 모여온 마나는 에페리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그녀 혼자 마력을 모은 것과 비교되지 않게 빠른속도로 마력이 응축되며 그녀의 손안에 푸른 기운이 회오리치기 시작한다.
파앙!!
그녀가 손위에 떠오른 푸른 기운을 터트리자 그녀를 중심으로 극한의 한기가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그런 한기속에서 그녀를 포위하고 있던 촉수들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타메르. 이때다. 키르비르를 데려가라.
자신의 촉수가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위기를 못 느끼는지 로터스는 나에게 지시한다. 네이를 끌어안고 있던 나는 키르비르를 보호하고 있는 로터스의 촉수덩어리를 바라본다. 이미 에페리아는 로터스를 상대하느라 그쪽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시란.”
나는 작게 시란을 부른다. 그러자 허리춤에 채워진 그녀의 검이 가볍게 떨리며 내 부름에 응답한다.
“맘에 안들겠지만... 네이를 잠깐만 지켜줘.”
-뭐? 하.. 하지만...
시란의 검을 뽑아든 나는 조심스럽게 네이를 벽에 기대 눕히며 그녀의 가슴위에 시란의 검을 올려둔다. 그러자 푸르스름한 요기가 흘러나오며 흐릿한 시란의 형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미...”
“갔다 올게. 그럼 부탁한다.”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하며 붉은 촉수덩어리를 바라본다. 멀지않는 곳에서 에페리아가 로터스를 상대로 이글거리는 불과 차가운 얼음을 흩뿌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 그런 에페리아의 눈에 걸렸다가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마법에 키르비르를 보호하기는 커녕 내 몸까지 사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간다!”
스스로에게 신호를 내린 나는 로터스의 촉수 덩어리를 향해 달려간다.
콰앙!!
동시에 측면에서 에페리아의 마법이 작렬했는지 어마어마한 폭발과 같이 수많은 촉수파편들이 비산해온다.
-크읏... 엄청나군.
“그러니깐... 공허의 바다에 조용히 처박혀있을 것이지. 왜 사서고생을 하는거냐?”
폭발음 사이로 들려오는 에페리아와 로터스의 대화를 보니 로터스쪽이 상당히 고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터스 덕분에 에페리아의 공격을 받지않고 촉수 덩어리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로터스!”
내가 그를 부르자 키르비르를 보호하려는 듯이 휘감긴 촉수들이 천천히 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품으로 쓰러지는 키르비르를 안아든다.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진 그녀는 작은 숨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그때 에페리아는 살쾡이 같은 눈동자를 굴려 나를 바라본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기세로 손안에 마나를 뭉쳐 붉게 타오르는 화염덩어리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일말의 주저없이 그런 화염덩어리를 나와 키르비르를 향해 던진다.
“큿...!!”
나는 어떻게든 키르비르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감싸안은채 몸을 웅크린다.
콰앙!!
하지만 거대한 폭발과 함께 대지가 진동한다. 하지만 충격만이 내몸을 뒤흔들뿐 걱정하던 뜨거운 열기는 우리에게 닥쳐오지 않았다.
-도망쳐라 타메르.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촉수들이 솟아올라 에페리아의 화염덩어리를 막아준 것이다. 로터스의 든든한 보호속에 나는 황급히 키르비르를 품에 안고 달리기 시작한다.
“방해하지마!!!”
악에 받힌 듯한 에페리아의 외침과 함께 몸으로도 선명히 느껴질 정도의 마력의 파동이 주변에 울려퍼진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곘지만 뒤돌아볼 용기를 낼 수 없었던 나는 이를 악문채 로터스만을 믿으며 키르비르를 품에 안고 달릴 뿐이었다.
-이런 미친!! 무슨 짓을 하는거냐!!
콰앙!!
로터스의 욕설과 함께 대지가 진동한다. 예기치 못한 진동에 균형을 잃어버린 나는 바닥에 쓰러져버린다. 황급히 나와 같이 바닥에 쓰러진 키르비르의 상태를 확인해본 나는 진동의 원인을 확인해보기 위해 뒤를 돌아본다.
“뭐야 저건..”
-차원균열?! 마계와 이곳을 연결한거냐?! 그 망할 차원간의 조율자에게 걸릴 생각이냐?!
거기에는 세로로 갈라진 공간이 있었다.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을 자랑하는 균열속에는 한쌍의 붉은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큭. 너가 나를 방해하는데. 나도 지원군이 한명정도는 필요하지 않겠어?! 거기다 이미 그 망할 아리엘이라는 녀석은 이미 이곳에 있다구!”
“크르륵..”
어두운 균열속에서 짐승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를 번들거리던 정체불명의 생물체는 천천히 균열사이에서 걸어나오기 시작한다.
“이건 무슨 괴물이야...”
일반 성인의 세배는 될법한 키를 가진 괴물. 온몸이 뒤틀리고 비이상적으로 팽창한 근육에 온몸이 파묻힌 느낌이 드는 듯한 괴물은 거친 숨을 그르렁거리며 나를 향해 적의를 내비치고 있었다. 피에 물든 듯이 붉고 긴 손톱을 바닥에 질질 끌며 균열에서 걸어나온 괴물은 섬뜩한 울음을 삼킨다.
“너도 잘 아는 힘일꺼야. 광혈의 저주.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거든. 한 인간의 몸이 얼마나 많은 광혈의 저주를 몸에 담을 수 있는지를 말이야. 그 결과야.”
괴물은 이성이란게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주인을 알아보듯 에페리아의 말에 반응은 한다. 녀석은 자신을 소개하는 에페리아의 설명에 그르렁거리며 나를 위협한다. 짧게 신음을 삼킨 나는 키르비르를 품에안은채 조심스럽게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쥔다.
“자. 저놈을 찢어죽여.”
“크아아아!!”
에페리아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괴물은 자신의 몸을 뒤덮은 근육들을 힘껏 팽창시키며 나에게 달려든다. 사방을 뒤흔드는 요란한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하늘 높게 뛰어오른다.
“젠장!!”
키르비르를 보호하면서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다 검까지 박살난 상태. 저런 괴물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황급히 키르비르를 품에 안은 나는 괴물을 피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콰아앙!!
“큿!!”
하늘 높게 뛰어오른 괴물이 땅에 착지하자 어마어마한 진동이 다시금 주변을 뒤흡쓴다. 그런 진동속에서 용케 넘어지지 않았던 나는 어떻게든 괴물을 떨쳐내기 위해 뜀박질을 계속해나간다.
“크아아아!!”
그때 바로 등뒤에서 괴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겁한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거대한 몸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몸놀림을 자랑하는 괴물은 어느세 내 등뒤까지 쫓아와 그 섬뜩한 붉은 발톱을 들어내고 있었다.
“흐앗!!”
나는 황급히 몸을 굴러 나를 향해 휘둘러진 발톱을 피해낸다. 하지만 괴물은 뒤를 이어 다른 한 팔로 바닥을 구른 내 몸을 내려찍어온다.
========== 작품 후기 ==========
Souls12 / 오랜만인만큼 활약을 해야죠?
로나프 / ㅎㄷㄷ.. 밥값못하는 주인공... 반성합니다 ;ㅅ;
오리콘 / 남성 촉수물을 원하나요? 해드릴 수는 있는데...
Solar Eclipse / 그.. 그건 기획에 없었는데... 해볼 자신은 없어요 ;ㅅ;
실버링나이트 / 저도 아차 싶더라구요. 유적지의 주인인 로터스를 깜박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