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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60화 (160/298)

16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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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크읏...!!”

거대한 나의 대검과 가느다란 봉이 허공에서 격돌한다. 하지만 오히려 밀린 것은 내쪽이었다. 그녀의 몸을 휘감은 검은 기운은 그녀의 힘까지 증폭시켰는지 어마어마한 힘으로 나를 몰아세운다.

-타메르!! 전력을 다해! 이렇다가 너가 당한다고!!

허리춤에 매어진 시란에서 간절한 그녀의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외침을 무시한채 네이를 향해 대검을 휘두른다. 그녀를 향해 휘둘러지는 대검은 거꾸로 뒤집어져있었다. 최소한 그녀를 상처입히게 하지 않기위해 대검의 날대신 검등으로 그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네이! 정신차려!!”

콰앙!!

다시금 검은 봉과 대검이 허공에서 격돌한다. 비록 검등으로 공격한다고 하지만 대검에는 내 전력이 실려있었다. 최소한 힘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네이는 마치 나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살짝 뒤튼채 한손으로만 봉을 휘둘러 내 대검을 막아낸다.

“큿...”

봉을 크게 휘둘러 내 대검을 떨쳐낸 네이는 나를 향해 힘껏 봉을 내려찍는다. 어마어마한 위세에 눌린 나는 황급히 대검을 회수하여 검면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다.

쿠웅!!

마치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내린 듯한 충격과 함께 내 무릎이 살짝 접힌다.

콰직..

“이런...!!”

그와 동시에 대검면에 가느다란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네이의 힘과 충격에 검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선 대검은 가느다란 균열을 보이며 한계를 들어내기 시작한다.

-타메르!!!

내 대검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 시란은 비명처럼 나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문채 네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콰앙!

대검을 짓누르고 있는 그녀의 봉을 떨쳐낸 나는 네이를 바라본다. 검게 침식된 그녀의 왼쪽 얼굴을 나를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침식이 되지 않은 그녀의 오른쪽 얼굴은 텅빈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볼뿐이었다. 아직 그녀는 어둠에 전부 잡아먹힌것은 아니었다. 아직 기회는 있었다.

“네이!! 정신차리라고!!”

“킥..”

내 외침에 그녀의 대답은 마치 비웃는 것과도 같은 차가운 조소뿐이었다.

-그녀를 포기해!! 이미 그녀는...

“아니야. 네이. 녀석은 그렇게 약하지않아. 녀석이라면 돌아올꺼야.”

입술에서 피가 흐르도록 꽉 깨문 나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진 눈으로 네이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녀는 여전히 텅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뿐 내 외침에 대답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난 녀석을 상처입힐 수 없어.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줬거든.”

다시금 네이는 나에게 달려든다. 나를 향해 겨눠진 그녀의 봉끝에는 내 목숨을 노리는 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살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검의 검등을 그녀에게 향한채 방어적인 태도로 그녀를 맞이해줄뿐이었다.

“죽어라.”

나를 향한 짧은 한마디와 함께 그녀는 날카롭게 세워진 봉끝을 섬광같이 찔러온다. 정확히 가슴을 노리는 그녀의 일격을 검면으로 막아낸다.

콰지직!!

네이의 봉을 막아냄과 동시에 대검에 그려진 균열이 더욱 깊어진다. 얼마나 대검이 버텨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검이...!”

대검의 상태를 확인한 짧게 신음을 흘린 나는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네이는 그런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쫓아오며 크게 봉을 휘두른다.

콰앙!!

-타메르!!

시란의 비명과 같이 네이의 공격을 막아낸 대검은 충격을 더 이상 이기지못하고 산산조각 나버린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붉은 칼날 파편들이 내 시야를 가린다. 그런 파편사이로 그녀의 검은 봉이 찔러들어온다.

“네이...”

그런 봉을 쥐고 있는 네이는 마치 내 죽음을 원하는 듯이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봉이 내 심장을 향해 쇄도해온다. 그 순간 텅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네이의 오른쪽 눈동자가 나를 돌아본다.

--------------

온 세상이 어둠에 감싸여진 곳. 그런 공간 한가운데에 작은 붉은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붉은 그림자는 어둠속에 파묻혀있는 작은 손을 붙잡은채 가만히 서있을뿐이었다.

콰득..

그런 어둠은 가볍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남아있는 손을 삼켜나간다. 점점 작은 손이 어둠에 삼켜나갈 수록 붉은 그림자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사라질 수 없어...”

어둠속에서 힘없는 네이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삼킨 어둠은 단단히 그녀의 몸을 옭아맨채 그녀에게 벗어날 기회조차 주어주지 않는다.

-나를 방해하는 그를 죽인다. 그리고 네년은 어둠속에 파묻혀 내 힘의 일부가 되는것이다.

“나는 어떻게 되든 괜찮아. 하지만...”

콰드득!!

네이가 파묻힌 어둠이 크게 들썩이며 균열이가기 시작한다. 어둠속에서 네이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동시에 어둠에 묶여있던 그녀의 살점이 통째로 뜯겨져나가며 붉은 근육과 새하얀 뼈가 들어난다.

“크으으읏!!!”

산채로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속에 그녀의 입에서 피를 토하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온다.

-시답지 않은 저항. 그만둬라.

콰지직!!

그녀는 간신히 어둠속에서 벗어난듯해 보이지만 곧이어 주변에서 솟아오른 수많은 사슬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옭아매고 다시 어둠속으로 그녀를 파묻으려한다.

“타메르 만은... 절대로 그 사람만은... 건들지마!!”

-어자피 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 너의 영혼도 내 것이지. 그리고 나는 이 세계의 모든 생물을 죽여 내 증오를 풀어야겠다.

콰앙!!

동시에 그녀가 갇힌 세상이 그녀를 파묻으려는 듯이 통쨰로 그녀의 몸을 짓누른다. 동시에 그녀를 붙잡고있던 붉은 그림자또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해진다.

“그딴 것 몰라. 이 세상 사람이 전부다 죽어도 좋아. 하지만... 타메르만은 안돼!!”

어둠에 저항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여진다. 동시에 그녀의 손을 붙잡고있던 붉은 그림자는 허공에 녹아들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네이는 사슬에 얽매인 팔을 들어 어둠은 공간을 움켜쥔다.

-이 자식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그를 건들기 만해봐... 절대로 용서못해...”

우드득..

그녀의 격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살점이 뜯겨져나가거나 으깨진 그녀의 몸이 빠른속도로 회복되어간다.

-혼돈의 힘이... 왜 너에게로...

“너에게 줄게. 이 신체와 이 영혼까지도. 하지만 말이야.”

어둠속에 휩싸인 네이는 슬픈 미소를 짓는다.

“타메르만은 안돼.”

콰득.

그순간 그녀가 손에 움켜쥔 어둠으로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너의 일부가 되어줄께. 너와 같이 타락해줄게. 너와 같이 이 세상을 증오해줄게. 하지만 너는 절대로 타메르를 건들 수 없을꺼야.”

부숴진 어둠은 그녀의 몸에 휘감긴다. 어마어마한 어둠의 힘이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어온다. 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강력한 힘에 네이는 힘껏 입술을 깨물어 흐려진 정신을 바로잡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모든 의지를 짜내어 부숴진 어둠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빛을 향해 손을 내뻗는다.

------------

“타메르...”

“네이?!”

그녀의 봉끝이 내 가슴앞에서 간신히 멈춰선다. 동시에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떠본다. 그런 내 눈앞에 네이가 보였다. 여전히 그녀의 왼쪽 얼굴은 검은 기운에 침식되어 회백색 눈동자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른쪽 눈동자는 가느다랗게 떨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천천히 검은 기운이 남아있는 그녀의 오른쪽 얼굴을 뒤덮어간다. 점점 어두운 기운이 그녀를 삼켜나가기 시작한다.

“네이!! 정신차려!! 너는 그렇게 약하지 않잖아!!”

그녀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나는 그녀의 몸을 붙잡고 외친다. 하지만 어두운 기운은 조금씩 그녀를 삼켜나간다. 네이는 천천히 눈물이 고여가는 슬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움찔거린다.

“미안해... 미안.. 정말..”

끝없이 나에게 사과하는 네이의 말에 나는 아무말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동시에 천천히 그녀의 눈동자가 감기며 어두운 기운이 그녀를 삼켜버린다. 동시에 그녀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린다.

-물러서 타메르!!

“크읏!!”

시란의 경고와 함께 그녀의 몸을 전부 삼킴 어둠의 기운이 완벽히 그녀의 몸을 장악했다는 것을 기뻐하듯 어마어마한 기세로 주변공간을 짓누른다. 그런 기세에 기겁한 나는 두어걸음 물러선다.

“어떻게된거지?!”

-완벽히 어두운 기운에 동화되었어. 이젠 네이의 기운이 하나도 안느껴져.

“크으읏!!”

어둠에 휩싸인 네이는 괴로운 듯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싼채 나를 피해 뒷걸음질친다.

“도망가 타메르...!!”

그런 네이의 입이 들썩이며 여러 가지 목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외친다.

“내가... 어떻게든 막을게. 도망쳐 빨리!!”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일단 도망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네이가 저렇게 된 이상 확실히 위험해.“

시란의 경고에 나는 뒤로 물러선다. 이미 네이는 네이가 아니었다. 어두운 기운에 휩싸인 네이는 내가 기억한 네이가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아... 도망갈 필요는 없어요~”

그때 내 귀에 익숙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푸욱!

그리고 괴로워하는 네이의 가슴을 꿰뚫고 푸른 칼날이 튀어나온다.

“커윽..”

동시에 네이는 괴로운 듯한 신음을 내뱉으며 검은 피같은 것을 입에서 뱉어낸다.

“에페리아?!”

네이의 등뒤에 서 있는 인물. 그녀는 커다란 마녀모자를 쓰고있는 검은 마녀 에페리아였다. 그녀는 싱글 싱글 웃으며 손에 쥐고 있는 단검을 뒤튼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운이라 했더니만... 뭐야. 너. 내가 키르비르에게 만들어준 녀석이었잖아?”

“네 년은... 에페리아!!!”

에페리아에 의해 단검이 가슴에 꿰뚫린 네이는 단검을 움켜쥐고 증오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울부짗는다.

“오랜만에 만난 주인인데... 존경을 표하지 못할 망정 증오한다? 역시 맘에 안드는 놈이야.”

우두둑..

“크하앗!!”

에페리아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네이의 가슴에 박힌 검을 비튼다. 그러자 네이의 입에서 괴로움이 가득한 비명이 울려퍼진다.

“그만둬!!”

그녀의 비명에 나는 에페리아를 막기위해 부숴진 대검을 움켜쥐고 그녀에게 달려드려한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난 너가 그렇게 좋아하는 네이를 구해주려는거야. 막지마.”

그녀의 한마디에 내 발걸음이 우뚝 멈춰서버린다. 네이를 구한다? 에페리아의 말을 신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 힘으로 네이를 구해낼 수는 없었다.

“좋아. 내 말을 믿어준 보답으로... 약속을 지켜주지!”

콰득!!

동시에 에페리아는 네이의 가슴에 박힌 단검을 거칠게 뽑아낸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 휘감겨있던 어둠의 기운이 에페리아가 뽑아낸 단검에 휘감기며 억지로 그녀의 몸에서 잡아 뜯겨져나온다.

“크아아아!! 아.. 안돼!! 안돼에엣!!”

그녀의 몸을 뒤덮던 어둠의 기운이 에페리아의 단검속으로 흡수되어간다. 동시에 네이는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듯이 에페리아로부터 멀어지려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그녀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내려간다.

“네이!!”

그녀의 몸을 옭아매던 어둠의 기운은 전부 에페리아가 들고있는 단검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 생긴 상처는 그대로였다. 등뒤에서부터 깊게 페인 그녀의 상처에서 붉은 핏물이 울컥거리며 쏟아나오고 있었다.

“뭐야. 고놈 참 질기네.”

검은 기운이 빨려들어가 이젠 완전히 검은 빛으로 번들거리는 단검의 검신을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살짝 투덜거린다. 그리고서는 그 검을 들고 쓰러진채로 괴로워하는 네이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말대로 네이의 몸에서는 아직 작지만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만둬!!”

“오옷?!”

나는 상처입은 네이를 보호하기 위해 에페리아에게 달려들어 박살난 대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살짝 놀란 얼굴로 뒤로 물러서 내 대검이 닿지 않는 곳까지 몸을 물린다.

“방해하려는 거야? 뭐... 어쩔 수 없지.”

싱긋 웃은 에페리아는 마치 선처를 배풀어주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검은 단검을 품안에 갈무리해넣는다. 네이를 끌어안은채 나는 그런 그녀를 경계하며 날카롭게 노려본다. 그녀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내 옷이 뜨겁게 적셔지는 것이 선명히 느껴져왔다.

“뭐해? 어서 데려가. 치료를 받지않으면 위험할껄?”

아주 여유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에페리아의 모습에서 뭔가 꿍꿍이가 느껴졌다. 뭔가 즐겁게 콧소리까지 내며 내가 가기를 기다려주는 그녀의 모습이 꺼림찍했다.

“키... 키르비르..”

그때 내 품안에 안겨있는 네이가 힘겹게 입술을 떼며 말한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무너진 잔해를 가리킨다.

“키르비르?!”

-아직 녀석이 살아있어?

네이의 한마디에 에페리아의 계략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직 그녀가 살아있다. 그녀가 살아있다면 이 잔해 밑에 묻혀있을 것이다. 에페리아는 싱글싱글 웃으며 잔해 위에 걸터앉은채 우리를 바라본다.

“크읏...”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네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녀를 데리고 리엔에게 가야만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에페리아가 잔해아래 파묻힌 키르비르를 어떻게 할지 뻔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네이를 내려본다.

“흐읏...”

그녀는 더 이상 말하기도 힘든지 내 옷자락을 꽉 움켜쥔채 괴로운 신음을 터트린다. 이제라도 곧 끊어질 듯이 가느다란 숨결이 불안하게 내 가슴을 짓누른다. 그녀의 몸안에 담긴 광혈의 저주도 방금전 에페리아의 수작으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단검에 의해 꿰뚫린 가슴은 치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붉은 핏물을 게워낼 뿐이었다.

-타메르! 뭐해!!

“나... 난...”

네이를 끌어안은채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잔해와 내품에 안긴 네이를 번갈아 돌아본다. 키르비르를 구하면 네이를 살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네이를 살리려고하면 에페리아의 손안에 있는 키르비르를 구할 수 없었다. 둘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했다.

“타... 메르...”

네이는 새파랗게 변색된 입술을 바들거리며 나를 부른다. 네이. 나를 사랑해준 여자.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며 나만을 바라봐준 여자. 비록 그것이 광혈의 저주의 영향때문일지는 몰라도 그녀는 나를 사랑해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나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어올려 에페리아가 걸터앉아있는 잔해를 바라본다. 키르비르. 그녀또한 나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줬던 녀석이었다. 비록 까칠하고 난폭하기는 했지만 절대로 나에게 해가되는 일은 하지 않았던 녀석. 오히려 나를 도와주고 뒤에서 내가 저질은 일들을 수습해준 고마운 녀석이었다.

“젠장...”

둘 중에 한명을 고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선택을 강요하는 개같은 현실속에서 나는 작게 욕을 내뱉은다. 누구를 선택하든 나는 후회할 것이다. 지독하게 후회하며 절망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은 없었다. 두 선택 모두 최악일뿐.

-미안하다.

그때. 머릿속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난 듯 유적지 전체가 떨려오기 시작한다.

-좀 늦었군.

콰드득!!

동시에 땅이 뒤틀리며 숨겨져있던 거대한 붉은 촉수들이 몸을 일으킨다.

========== 작품 후기 ==========

이러저러한 폐인 / 엌.. 다른 소설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ㅅ;

로나프 / 안돼요. 키르비르죽으면 날 진짜로 죽이러 달려올 녀석이 있거든요...

Solar Eclipse / 배캅? 아... 백합. 앜ㅋㅋㅋ 그런거군요.

봉식이의대출노트 / 키르비르는 무조건 살려야합니다. 저랑 동고동락하는 놈이라...

잊혀진 관음증 로터스의 참여.

....

로터스...

잊고있었다!!! 응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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