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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55화 (155/298)

15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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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과 네이가 서로를 마주 노려보며 무기의 끝을 상대에게 겨눈다. 하지만 무언가 부숴지고 으꺠지는 소리가 낮게 방안을 휩쌓아가며 탑이 붕괴되는 불안감을 고조시켜나간다.

“시란... 탑이 무너지려 그래...”

일촉즉발의 긴장된 분위기 사이를 끼어들지 못했던 티에르는 조심스럽게 시란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시란또한 그런 사실을 알고있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녀를 죽인거야? 그녀를 너를 믿고 너를 도와주지 않았나?”

“어자피 내가 구해준 목숨이었어. 그 목숨을 내가 다시 거둔거야.”

시란의 질문에 네이는 별것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이미 그녀의 얼굴에 키르비르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없었다. 그런 가증스러운 네이의 태도에 시란의 인상은 험악하게 구겨진다.

“어자피 그녀는 내가 없으면 못살아. 내가 그녀를 버려서 괴롭게 시들어 죽어가는 것보다 내가 그녀의 목숨을 거둬주는게 그녀에게 더 좋은 일일 것이야.”

“그건 네 생각일 뿐이겠지!”

뻔뻔한 네이의 말에 시란은 아무런 동요없이 천천히 기울어져가기 시작하는 방을 둘러본다. 이미 시란에게는 네이를 용서할 마음도. 그녀와 더 이상 대화할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걱정스러운 것은 탑이 무너져가는 이 위험한 상황에 같이 빠져있는 어리버리한 티에르였다.

“티에르.”

시란은 조용한 목소리로 티에르를 부른다. 그리고 네이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그녀에게 말한다.

“꼬... 꼭 그래야해?”

그녀의 작전에 불안한 목소리로 되묻는 티에르였지만 이제라도 곧 무너지려는 듯 진동을 일으키는 탑의 분위기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티에르의 응답을 확인한 시란은 더 이상 시간 끌 필요는 없다는 듯이 네이를 향해 달려든다.

카앙!

허공에 검과 봉이 맞부딪치며 노란 불꽃이 튕긴다. 시란은 빠르고 신속하게 검을 휘두르지만 네이는 여유롭게 봉을 휘둘러 그녀의 초조한 공격을 끊어낸다. 시란을 상대하는 네이의 눈동자는 자신과 싸우는 시란이 아니라 그녀의 등뒤에 있는 티에르에게 고정되어있었다.

콰드득!!

그떄 또한번 큰 진동이 일어나며 탑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지 방안이 크게 기울어진다. 그 순간 네이를 상대하고 있던 시란은 티에르에게 소리친다.

“이때야!”

“으.. 으응!!”

그 신호를 듣고 티에르는 기습적으로 달음박질하기 시작한다. 그런 티에르를 노리기 위해 네이는 힘껏 봉을 휘둘러 시란을 떨쳐낸다. 그리고 티에르가 이 탑을 빠져나갈 유일한 출구인 방의 입구를 바라본다.

“으아아앗!!”

그러나 티에르는 네이의 예상과 다르게 방의 출구가 아닌 창문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일말의 주저없이 창틀을 밟고 밖을 향해 도약한다.

“뭐야?!”

그런 티에르의 자살행위에 네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밖으로 뛰어내린 티에르를 돌아본다. 이곳은 베히모스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키르비르의 탑. 이런 탑 위에서 뛰어내린다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피떡이 되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티에르! 받아!!”

티에르가 뛰어내린 것을 확인한 시란은 주저없이 자신의 검을 그녀를 향해 힘것 집어던진다. 시란의 손에서 검이 떠나가자 그녀의 신형이 안개처럼 무너져내리며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버린다.

“칫!! 도망치려는거야?!”

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티에르는 시란이 집어던진 그녀의 검을 받아낸다. 자신을 상대하던 시란의 몸이 한순간에 검속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지자 네이는 뒤늦게 그녀들의 계획을 깨닫는다.

“놓칠것 같아?!”

이를 악문 네이는 두 번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듯 주저없이 티에르를 쫓아 창틀을 밟고 허공에 몸을 던진 티에르를 쫓아 도약한다.

“으... 으아앗!! 뭐.. 뭐하는거에요?!”

티에르는 자신을 쫓아 창공으로 도약한 네이의 행동에 기겁한다. 그리고 그녀는 허공에서 불안한 자세로 어설프게 시란의 검을 움켜쥔채 자신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빛내며 다가오는 네이를 겨눈다.

“포기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말고 그냥 여기서 죽어!!!”

콰악!

네이는 어렵지 않게 티에르가 자신을 향해 겨눈 검을 그대로 맨손으로 붙잡는다. 자신의 무기가 봉쇄당하자 티에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네이의 발톱을 무력하게 바라본다.

촤악!

“혈아!”

그녀의 발톱이 티에르의 목젖을 쥐어뜯으려는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쏘아져나가 네이의 팔을 휘감아 묶어버린다.

“뭐야 이건... 큿!!”

네이의 팔에 휘감은 티에르의 머리카락은 마치 그녀의 팔을 으깨버리려는 듯이 강한 힘으로 옭아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네이는 지지않고 자신의 팔을 휘감은 머리카락을 역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잡아 뜯어버릴 기세로 잡아당기기 시작한다.

“으따다땃!!! 아파 아파!!”

혈이가 움직여 준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신체의 일부중 하나인 머리카락을 억지로 잡아당기자 티에르가 고통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얼떨결에 머리채가 붙잡힌 티에르는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시란의 검조차 놓아버린채 자신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는 네이의 팔을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여기에 오지만 않았으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잘가!”

티에르가 검을 놓치자 더 이상 시란의 검을 붙잡고있을 이유가 없어진 네이는 검을 허공에 버리며 다른 한손으로 티에르의 심장을 노린다. 날카롭게 벼뤄진 네이의 손톱이 티에르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없어졌던 시란의 영체가 나타난다.

“읏...!!”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진줄 알았던 시란이 갑작스레 등장하자 네이는 깜짝놀란다.

-웃기시네.

네이를 짧게 비웃으며 시란은 네이를 향해 자신의 손을 휘두른다. 네이는 황급히 그런 시란의 손을 막아보려하지만 영체인 시란의 팔은 아무런 방해없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통과한다.

“뭐야 이건...”

시란의 손은 아무런 물리력이 없이 네이의 손을 통과하고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다. 네이는 자신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시란의 팔을 내려다보며 어이없어한다. 말 그대로 유령이었던 시란의 팔은 그저 단순히 그녀의 몸을 관통해있을뿐 물리적으로 아무런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

두근...!!

“...?!”

시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네이의 동공이 크게 확장된다. 그런 네이를 바라보며 시란은 자신의 손에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검을 보여준다. 분명 네이는 그 검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검은 어느세 시란의 손에 되돌아와 있었다.

-나는 내 몸을 물리적으로 실체화 시킬 수 있어. 물론 네 몸안에 관통한 내 팔도 실체화 시킬 수 있지. 뭐... 덕분에 내 팔이 날아가긴 하겠지만... 그 대가로 네 심장을 으깰 수는 있겠지?

네이는 시란의 말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시란의 팔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말대로 시란의 팔은 천천히 물리적으로 실체화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네이는 자신의 가슴속에 파고든 이물질이 점점더 강하게 자신의 심장을 조여옴을 느낀다.

-내 한팔이 이기적인 네놈의 목숨을 대신한다는게 아깝지만...

“크..으읏..”

심장이 강제로 정지되어 급속도로 흑백이 되어가는 시야속에서 네이는 힘껏 이를 악문다. 네이는 힘겹게 이제 거의 완전히 실체화가 된 시란의 팔을 감싸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사력을 짜내어 자신의 몸안에 흐르는 마력을 폭주시킨다.

콰앙!!!

그러자 그녀의 몸안에 흐르던 마나가 제어를 잃고 날뛰기 시작한다. 구심점을 잃고 사방으로 제멋대로 폭사된 마나는 하나의 충격파가 되어 영체인 시란과 티에르를 강제로 밀쳐낸다.

-크윽!!

“꺄앗!!”

마력의 폭주로 인한 마나폭발은 그녀와 가까이 있었던 시란과 티에르를 지상으로 튕겨낸다. 예상외의 폭발에 집중력을 잃은 시란은 그대로 영체가 흩어져 자신의 요도안으로 스며들어가게 되고 티에르또한 갑작스런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동거리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시... 시란!!”

지상으로 추락하는 티에르는 당황하며 시란을 찾는다. 그런 그녀와 멀지 않는 곳에서 시란의 검이 빠르게 회전하며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혈아! 시란을 붙잡아줘!!”

마나의 폭발이 영체인 시란에게 큰 타격을 줬는지 시란은 티에르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한다. 그러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티에르는 혈이에게 부탁한다.

촤악!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들중 일부가 쏘아져나가 떨어지는 시란의 검의 칼자루를 붙잡는다.

“그리고... 이제 날 살려줘!!!”

곧이어 티에르는 빠른속도로 가까워지는 땅을 뒤늦게 깨닫고 비명과도 같이 혈이에게 부탁한다. 그녀의 부탁에 응답하는 듯 그녀의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나며 그녀를 보호하듯 주변을 감싸안아 하나의 거대한 붉은 공을 만들어낸다.

콰앙!!

혈이가 만들어낸 붉은 공은 빠른 속도로 지상에 추락하며 거대한 폭음을 터트린다. 폭음이 증명하듯 거대한 충격이 붉은 공을 강타하지만 붉은 공에는 단 하나의 흠집조차 남지않는다.

스르륵..

티에르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혈이는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붉은 공을 풀어낸다. 붉은 공은 빠르게 갈라지며 다시 티에르의 머리카락으로 변해 가지런히 정돈된다. 붉은 공안에 보호되어 티끌조차 안다친 티에르는 혈이가 집어준 시란의 검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시란. 괜찮아?”

-아.. 응. 충격이 적지는 않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시란은 자신을 걱절말라는 듯이 자신의 몸을 실체화시킨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몸은 오래가지 못하고 흐릿해지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큿... 미안. 크게 도움은 되지 못하겠어. 네이는 어때?

시란의 물음에 티에르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린다. 마나가 폭발하는 순간 그녀들과 비슷하게 네이또한 뒤로 튕겨져나갔었다. 아무런 행동없이 힘없이 떨어져내렸던 네이를 떠올린 티에르는 시란에게 말한다.

“의식을 잃었던 것 같아.”

-그래? 그럼 다 끝났겠네. 이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즉사야. 아무리 괴물이라도 살아나기 힘들겠지.

시란의 말에 티에르는 네이가 떨어진 곳을 바라본다. 그녀가 떨어진 곳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그리고 작게 피어오르는 탁한 먼지구름이 그녀가 어디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자. 확인해봐야해.

“아.. 으응.”

누군가를 찾아 죽음을 확인해야한다는 사실이 꺼림찍했는지 티에르는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로 응답한다. 시란의 검을 움켜쥔채로 그녀는 천천히 네이가 떨어진 유적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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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읏...”

하늘에서 물체가 떨어진 충격으로 무너져내린 천장의 잔해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 어떻게 된거지?”

잔해들 더미 사이에서 피투성이가 된 네이가 천천히 눈을 뜬다. 그녀는 힘겹게 신음을 흘리며 처참하게 망가진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힘을 써본다.

“카흐윽!!”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뼛속 깊숙이 파고드는 고통뿐. 그런 고통에 네이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한다.

마력이 폭발하는 순간 그녀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의식을 잃어버린 그녀의 몸은 무력하게 지상으로 추락하게 되었고 그녀는 충격을 완화시킬 낙법도. 자신의 몸을 보호할 쉴드조차 치지 못한채 그대로 유적에 추락한 것이다. 그런 어마어마한 추락의 충격을 네이의 연약한 몸으로 견뎌내야 했고 그 결과는 지금 엉망진창이 된 네이의 몸이었다.

“나가야 해... 티에르의 입을 막아야...”

네이는 입술을 악문채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그런 네이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유적 잔해물 사이에 파묻혀있었던 그녀의 팔이 천천히 올려지기 시작한다.

“으.. 으윽!!”

뼈와 살이 으깨지고 살점조차 걸레처럼 찢겨져 떨어져나가 있는 끔찍한 몰골의 자신의 팔을 발견하자 네이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그와 동시에 간신히 들어올려진 그녀의 팔이 힘없이 축 늘어진다.

“하아... 하아...”

네이는 끊어지려는 가느다란 숨을 억지로 거칠게 내뱉으며 흐려져가는 눈동자를 굴린다. 멀지않는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티.. 에르...”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이를 악문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가 좋아도 이미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으깨진 그녀의 몸은 그녀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걸레가 되어버린 그녀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

그녀는 자신의 몸이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점점 죽음이 다가옴을 느낀다. 몸안에 흐르는 광혈의 피가 그녀의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걸레가 된 그녀의 몸이 죽어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네이는 힘없이 고개를 축 늘어뜨린다.

딸랑..

그때 그녀의 목에 걸린 금이 간 조그만 은색방울이 청아한 소리를 흩뜨리며 작게 한들거린다.

“키르비르...”

그 방울은 키르비르가 만들어준 방울이었다. 에페리아의 계략에 빠져 죽어가던 키르비르를 살려준 네이에 대한 키르비르의 신뢰의 징표였다.

빠직!!

그런 방울에 그려진 균열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방울에 그려진 균열로부터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어둡고 칙칙한 기운이었지만 네이에게는 그 어떤 기운보다도 더 친숙한 기운이었다. 방울로부터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죽어가는 그녀의 몸을 감싸안아가기 시작한다.

빠지직...

방울에 그려진 균열을 바라보며 네이는 흐릿한 의식속에서 떠오르는 과거 기억을 느낀다. 이 방울을 얻게 된이유. 그리고 자신이 키르비르를 지켜야했던 이유들이...

========== 작품 후기 ==========

abcbbq / 이제 시작이죠. 재앙의 시작!

실버링나이트 / 네이가 나쁜겁니다. 네. 네이 개갞끼!!

Solar Eclipse / 보통 로멘스에 얀데레 하나정도 있어야 재미지지 않나요?

유운처럼 / 하지만 진리와 현실은 동떨어지죠. 으흐흐흙.. 내 현실은 왜이리 시궁창일까...

으음... 한 130화까지는 과거 오리지날 소설을 참조해서 리메이크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오리지날을 보지 않고 아예 새롭게 써내는 느낌이네요.

그래서 더 빡셈;;; 복사 붙여넣기 할 곳이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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