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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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여성이 한 작은방에 있었다. 일촉즉발이 될듯 팽팽히 당겨진 긴장감속에서 시란은 키르비르를 보호하듯 서있는 네이를 노려본다.
“시.. 시란...”
시란의 곁에서 불안하다는 듯이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웅얼이는 티에르는 그녀를 조심스레 네이의 안색을 살핀다.
“한번만 경고하는데. 지금 너가 하려는 행동. 그만두는게 좋을꺼야.”
“너... 너는 뭐야!!”
시란의 경고에 응답하는 것은 네이가 아닌 키르비르였다. 모든 마력이 봉인되어 무력해진 그녀는 자신의 탑을 방문한 낯선 시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녀의 정체에 대해 묻는다.
스윽.
네이는 그런 키르비르를 보호하려는듯 살짝 팔을 들어 앞으로 나서려는 키르비르를 제지한다. 그리고 시란을 노려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의 경고에 대답한다.
“남의 일에 간섭하려하지마.”
“미안하지만... 내가 이래뵈도 악행은 그냥 두고지나가지 못하는 정의로운 성격이라서 말이야.”
시란은 네이를 위협하려는 듯이 자신의 검끝을 가볍게 흔든다. 네이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시란이 허공에 천천히 흔드는 칼끝을 쫓아 움직인다.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던 시란의 검끝은 어느순간 흐릿해지며 그 형체를 감춘다.
콰직!!
“....!!”
섬광과도 같은 찌르기. 키르비르는 자신의 눈앞에서 바르르 떨고있는 검 끝에 마른침을 삼킨다. 키르비르를 노리고 날카롭게 찔러들어온 일격이었지만 검신을 붙잡는 네이의 행동에 시란의 공격은 무효가 되어버린다.
“봐. 만약 지금 너가 생각하는 일을 저지르면. 너는 반드시 후회한다.”
네이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주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시란은 가볍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네이에게 붙잡힌 자신의 검을 빼낸다. 그 과정에서 네이의 손바닥에 검상이 남겨졌지만 그런 상처는 눈에 보일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져간다. 순식간에 회복되어버린 검상에 네이또한 별 관심없다는 듯이 말끔하게 치료된 손에 남아있는 혈흔을 가볍게 허공에 털어낸다.
“.....”
꽈악...
하지만 그 상처를 바라보고 있던 키르비르는 아무말없이 네이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다. 키르비르는 네이의 상처를 통해 흘러나온 기운을 통해서 그녀의 몸에 아직 광혈의 저주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면 그녀가 만든 약은 광혈의 저주를 크게 약화시켰어야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느껴진 광혈의 저주는 티끌만큼도 약해져있지 않았다.
“네이... 광혈의 저주가...”
“....!!”
광혈의 저주라는 그녀의 한마디가 네이를 자극해버린다. 그녀의 한마디에 네이의 귀가 날카롭게 곤두서며 그녀의 눈에서 전에없던 진한 살기가 서린다.
“그만둬!!!”
그런 그녀의 살기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시란이었다. 네이가 자신의 팔을 움켜쥐고 있는 키르비르를 떨쳐내며 날카롭게 발톱이 서있는 자신의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
카앙!!
시란의 검이 키르비르를 향해 떨어져내리려는 네이의 발톱을 막아선다.
“그만두라고 했잖아!!”
간신히 네이의 발톱을 막아냈지만 네이는 그대로 시란의 검을 짓누르려는 듯 팔에 강한 힘을 준다. 그녀의 팔에 실린 힘을 시란이 견뎌낼 수 없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힘껏 검을 말아쥔채 네이의 힘을 버텨내려하지만 그런 그녀의 팔이 힘에 못이겨 천천히 접혀지기 시작한다.
“간섭하지 말아!!”
시란의 방해에 발끈한 네이는 그녀를 향해 힘껏 팔을 휘두른다. 하지만 시란은 능숙하게 자세를 낮춰 네이의 공격을 피해낸다.
“네놈들이 뭘알아!! 뭘아냐고!!”
콰앙!!
그러나 곧이어 날려진 네이의 봉은 피하지 못한다. 시란은 황급히 팔을 가로막아 그녀의 봉을 막아보지만 그녀의 힘을 버티지 못한 시란의 몸이 뒤로 튕겨져나간다. 그녀를 떨쳐낸 네이는 이제 보호없이 홀로남아있는 키르비르를 내려다본다.
“이게 모두.. 모두 너 때문이야!!”
그녀는 전에 없던 강렬한 증오가 섞인 눈으로 키르비르를 내려다본다. 키르비르는 그녀의 위협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네이는 자신의 봉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들어올린다.
“너만...너만 죽어버리면돼.”
키르비르의 죽음을 원하는 그녀의 입가에 그녀답지않는 섬뜩한 미소가 그려진다.
“제발 그만두세요!!”
하지만 튕겨져나간 시란을 대신해 달려드는 것은 티에르였다. 계속되는 그녀들의 간섭에 인상을 구긴 네이는 자신을 향해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무작정달려드는 티에르를 향해 들어올렸던 자신의 봉을 힘껏 휘두른다.
빠악!!
“읏?!”
예상과 다르게 티에르는 네이가 힘껏 휘두른 봉을 얻어맞고 버텨내면서 그녀의 허리에 달라붙어 그녀를 힘껏 밀친다. 어리버리하고 약해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티에르가 가진 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티에르의 돌진에 네이는 그녀에게 밀려 방 한쪽으로 튕겨져나간다.
“도망가세요!!”
네이를 밀쳐버린 티에르는 네이에게 얻어맞은 이마를 문지르고 쓰러져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외친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티에르의 태도에 키르비르는 당황한다.
“왜... 왜?!”
“네이라는 분이 당신의 목숨을 노리잖아요!!!”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는 키르비르의 모습이 티에르조차 답답한지 빽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쓰러진 키르비르의 몸을 일으켜세우려 하지만..
“방해하지마!”
네이또한 그런 티에르를 가만놔두지 않는다. 그녀의 외침을 듣는 순간 티에르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그런 티에르의 눈앞에 검은 화염덩어리가 날라오고 있었다.
콰앙!!
정확히 얼굴에 명중한 검은 화염은 주변으로 검은 불꽃을 비산시키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강력한 폭발에 티에르는 비명조차 지르지못하고 뒤로 튕겨져나간다.
“이건... 다크에테르.”
키르비르는 사방으로 비산하는 검은 불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검은 화염덩어리는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아무리 혼돈의 세계라는 마계의 마법사라도 검은 화염을 일으키지 못했다. 검은 화염은 일종의 타락한 마력. 마계에서는 다크 에테르라고 불리우는 옳지 않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힘이었다.
“네이?!”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네이를 부른다. 티에르에게 튕겨져나간 네이는 화가 난듯이 낮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몸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 그 기운의 정체는 키르비르가 잘 알고있었다.
빠직..
네이의 목에 걸린 회색 방울에 균열이 간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키르비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그만둬 네이!!!”
자신을 해하려는 네이를 향해 주저없이 달려가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의 행동에 기겁한 시란은 비명을 지른다.
“저 멍청이!!”
시란이 키르비르의 행동을 어떻게든 막아보려하지만 네이에게 얻어맞은 충격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그녀는 고작 몸을 일으키는 것이 한계였다.
-아직이다.
그떄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을 뒤흔든다.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아닌 혈. 네이의 마법에 얻어맞아 쓰러져 헤롱거리고 있는 티에르의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멀스멀 몸을 일으킨다.
“죽어.. 죽어!!”
네이는 자신을 향해 겁 없이 달려오는 키르비르를 향해 주저없이 날카롭게 날이선 발톱을 휘두른다. 아무런 마력도 힘도 없었던 키르비르는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발톱을 보면서도 피할 생각없이 눈을 질끈 감고 그녀에게 팔을 뻗는다.
카앙!
티에르의 붉은 머리카락은 마치 살아있는 검처럼 길게 내뻗어져 간발의 차이로 네이의 발톱을 막아낸다. 그 사이에 키르비르는 네이의 품속을 파고든다.
“진정해 네이... 평정을 되찾아!!”
키르비르는 능숙하게 자신의 손끝을 그녀의 심장이 있는 가슴에 갖다덴다. 그리고 마치 무슨 마법진을 그리는 것처럼 손끝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몸에 무언가를 그려나간다.
“아... 으읏...”
그러자 그녀의 몸에 흘러나오던 검은 기운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빠른속도로 진정되기 시작하는 네이의 숨결.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는 그녀의 숨결에 키르비르또한 크게 한숨을 내쉰다.
“뭐야...”
얌전해져가는 네이의 모습에 몸을 일으킨 시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곁에서 아직도 해롱거리는 티에르의 볼을 두어번 쳐서 그녀를 억지로 깨운다.
“자... 다 됐어.”
“....”
그녀의 몸에 손끝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던 키르비르는 네이의 숨결이 진정되자 천천히 그녀와 거리를 벌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 키르비르가 네이의 사정거리임을 알고 있었던 시란은 티에르를 일으키면서도 한손으론 자신의 검을 움켜쥐고 행여나 발생할 불행한 일에 대비한다.
“키르비르...”
크게 숨을 들썩이던 네이는 키르비르를 부른다. 그런 그녀의 부름에 키르비르는 생긋이 웃으며 응답한다.
“몸은 좀 괜찮아?”
“덕분에요.”
몸을 일으킨 네이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몸을 확인해본다. 그리고 아직 발톱이 날카롭게 나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발톱을 다시 집어넣는다. 상대의 무장을 전부 해제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시란은 검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어내며 묻는다.
“도데체 무슨 일이 었었던거야?”
“폭주야.”
시란의 물음에 키르비르가 퉁명스럽게 응답한다. 비록 적이었지만 자신을 살리려고 했던 그녀들의 노력은 알고있는지 키르비르또한 그녀들에게 큰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고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혼돈의 기운과 그걸 조절하던 마력간의 균형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폭주야. 네이에겐 가장 위험한 상황이지.”
키르비르의 설명에 네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런 응답에도 불구하고 시란은 아직도 미심쩍다는 눈으로 네이를 훑어본다.
“하여튼 너희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줄 이유는 없잖아? 너희들은 뭐야?”
“...”
키르비르의 질문에 시란은 대답하지않고 조용히 네이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네이또한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지지않고 시란의 시선을 마주한다. 깊고 검은 네이의 눈동자. 조용히 그걸 노려보던 시란은 잔잔한 눈동자속에 퍼지는 붉은 파문을 발견한다.
“일반적으로 마법사가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력을 조절못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지.”
그런 이상을 발견한 시란은 천천히 풀었던 검의 손잡이를 다시금 억세게 움켜쥐며 말을 이어나간다.
“마력의 조절이 흩으러지는 경우는 큰 충격이나... 쇼크로 인하여 집중력이 크게 흩으러졌을때뿐이야.”
“헤에... 보기보다 많이 아네? 하지만 내가 한 질문은 너희들의 정체에 대한건데?”
시란의 말에 키르비르는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시란은 여전히 키르비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묻는다.
“네이라는 녀석과 뭔가 문제가 있지?”
“흥! 그런거 없거든? 만약 있다해도 너희들에게 말해줄 맘은 없어.”
시란의 질문에 키르비르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던 엉덩이를 뗴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보란듯이 가만히 서있는 네이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으며 시란의 질문에 대답한다.
“네이는 나의 충실한 하인이자 소중한 친구야. 그녀가 날 배신할 리가 없어.”
“....”
하지만 그 순간 시란은 꺠달을 수 있었다.
움찔..
키르비르의 손이 네이의 손을 감싸쥐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씰룩이며 그 아래 숨겨진 날카로운 송곳니가 아주 잠시 들어난다.
콰아아앙!!
그 순간 거대한 충격이 그녀의 탑을 뒤흔든다. 마치 지진이라도 이러난 것처럼 어마어마한 진동에 그녀의 방안이 마구잡이로 뒤흔들린다.
“으.. 으앗!!”
“티에르!”
몸을 주체할 수 없을정도로 흔들리는 진동속에서 시란은 침착하게 자신의 검을 땅에 박아 고정시키며 이미 바닥에 쓰러져 주변 잡기들과 같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티에르의 손을 붙잡는다.
“고... 고마워!”
시란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몸에 반쯤 안기고 나서야 흔들리는 진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티에르는 시란을 놓치않겠다는 듯이 꽉 끌어안으며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다.
“꺄아앗!”
그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시란과 티에르는 비명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요란한 진동속에 특별한 능력이 없었던 키르비르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방한쪽으로 미끌어진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런 그녀의 등뒤에는 푸른 하늘 풍경을 비춰주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키르비르!!”
그녀를 구하고자 달려드는 것은 네이였다. 네이는 키르비르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없이 창가를 향해 굴러떨어지는 키르비르를 향해 몸을 날린다.
“네... 네이!”
커다란 진동에 못이겨 창문을 통해 푸른 창공에 내던져지는 키르비르. 그녀는 비명처럼 네이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그녀를 향해 팔을 뻗는다. 그 순간 네이또한 창가에 반쯤 매달린채 튕겨져나간 키르비르를 향해 팔을 뻗었다.
콰악!
간발의 차이로 지상를 향해 추락하려던 키르비르의 몸이 허공에 멈춰버린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있는 시란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이 미친놈아!!”
그녀의 입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욕설이 터져나온다.
“네... 네이?”
네이와 팔이 이어진채 허공에 매달린 키르비르. 하지만 그녀는 감사를 표하기보다 당황스러운 눈으로 자신이 붙잡고 있는 네이를 바라본다.
“....”
네이는 아무말없이 키르비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키르비르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그녀를 붙잡으려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키르비르가 떨어지지 않은 것은 네이의 도움덕분이 아니었다. 그녀가 운 좋게 우연히 허공에 뻗어진 네이의 팔을 붙잡았던것 뿐이었다.
“빨리 붙잡아!”
시란의 욕설에도 불구하고 네이는 그저 아무런 반응없이 자신의 팔에 매달린 키르비르를 내려볼뿐이었다. 그녀의 손목을 힘껏 움켜쥔채 매달려있는 키르비르였지만 힘이 약한 그녀가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었다. 네이가 그녀를 도와준다면 그녀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지만 네이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마주잡아주지 않고 팔에 힘을 뺀채 조용히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네.. 네이. 왜 그래...”
점점 힘을 잃어가 바들바들 팔을 떨며 키르비르는 불안한 목소리로 네이에게 묻는다.
“자.. 장난이지? 응? 짖꿎은 장난이지?”
그녀의 질문에 네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키르비르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린다.
“미안. 키르비르.”
네이는 그녀에게 사과를 건낸다. 키르비르를 바라보는 네이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도 차가웠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키르비르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곧이어 그녀는 점점 네이의 팔을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왜... 왜? 어째서...”
키르비르의 질문에 네이는 끝까지 침묵을 고수한다.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있던 키르비르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며 그녀의 손이 미끌어져내린다. 하지만 네이는 마지막까지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키르비르는 힘껏 붙잡고 있던 네이의 손목을 놓쳐버린다.
“이 개자식아!!!”
“꺄아아앗!!”
네이를 향한 시란의 욕설과 티에르의 비명이 창공에 아련하게 울려퍼지며 키르비르의 신형은 천천히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등뒤로 붉게 타오르는 유적지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네이...”
그녀는 마지막까지 네이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아보려는 듯이 허공을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네이는 여전히 아무말없이 천천히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키르비르를 바라볼 뿐이었다.
“다... 끝이야.”
붉은 화마가 가득한 유적지 안으로 키르비르의 신형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네이는 착잡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방안에 남아있는 시란과 티에르를 돌아본다.
“이제 침입자인 너희들만 없어지면 돼.”
“망할 놈... 안 그래도 그냥 갈 생각은 없었어.”
콰득..
시란은 땅에 박아뒀던 검을 거칠게 빼내며 크게 휘둘러 검에 묻은 돌부스러기를 털어낸다. 그리고 검끝을 네이에게 향하며 그녀를 향한 강한 적의를 들어낸다.
“키르비르님은 사고로 죽은거야. 그렇지?”
“아니지. 너가 그녀를 죽인거지.”
“그러니까 너희들을 살려줄 수는 없어.”
싱긋 웃은 네이는 더 이상 자신의 살의를 숨기지않고 들어내기 시작한다.
“나는 키르비르님을 죽인게 아닌데 너가 그렇게 말한다면 타메르가... 오해해버리잖아?”
“미친...”
그녀의 말에 짧게 욕설을 내뱉은 시란은 더 이상 대화는 필요없다는 듯이 자신의 검을 들어 네이를 겨눈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빈유도 매력 포인트랍니다.
유운처럼 / 공처가든 애처가든 처가 이쁘면 그만이죠.
Solar Eclipse / 자매 떡밥이 나왔으면 덮밥은... 당연한 것일까나?
캐비스 / 하지만 저는 피를 토합니다.
아아.. 복잡해.
네이의 이중인격을 표현하려했는데 쉽지 않네요.
복잡한 부분이 없을거라 장담은 못하지만...
다음편에 하나하나 풀어나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