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편
<-- Main story 3. 각성 -->
콰앙!!
있는 힘껏 비공정 잔해를 향해 대검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무언가 베었다는 감각은 커녕 오히려 튼튼한 바위를 내려친 듯 찌르르한 진동이 대검을 타고 내 손바닥을 자극한다.
“휘유... 예상보다 꽤나 터프하신 분이네요.”
“뭐... 뭐야?!”
나름 신속하게 휘둘렀다고는 하지만 꽤나 힘과 무게가 들어간 참격이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남자는 여유롭게 한손을 들어 내가 휘두른 대검을 손바닥으로 받아내버렸다.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여유롭다는 것을 증명하듯 가볍게 휫파람을 불며 나를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저는 레오입니.. 드아앗?!”
녀석은 여유롭게 자기 소개를 하려하지만 나는 일체 한마디의 대화없이 내 대검을 붙잡고있는 그 녀석의 몸을 걷어찬다. 그러자 녀석은 기겁하며 내 대검을 놓고 내 공격을 피해 뒤로 몸을 뺸다.
“야만인입니까? 최소한의 대화는 좀 합시.. 드앗!!”
콰앙!!
아직도 태평하게 나를 향해 말을 걸려는 녀석을 향해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비공정의 파편을 대검으로 후려쳐 날려버린다. 충격에 의해 산산조각난 비공정의 파편은 각각 날카로운 조각을 들어내며 레오라는 녀석을 향해 쏟아진다.
퍼억!!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파편에 레오는 몸을 웅크린다. 그러자 산산조각난 파편들이 웅크린 그의 몸을 향해 쏟아져나린다. 나무 파편들에 의해 고깃덩어리가 얻어맞는 듯한 타격음이 들리기를 몇 초후. 쏟아진 나무 파편들 잔해들을 얻어맞으며 웅크려있는 레오의 모습이 들어난다.
“후우...”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웅크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몸에 묻은 나무파편들을 툭툭 털어내며 살짝 화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원하는 대로 맞아줬으니까... 이제 대화좀 합시... 드앗!!”
아직 녀석이 팔팔하다는 생각에 단번에 녀석을 향해 달려든 나는 또다시 대검으로 그를 내려찍는다. 처음과 달리 이번엔 전력을 다한 힘이 실린채 떨어져내리는 대검의 모습에 레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콰앙!!
그는 양손으로 간신히 대검면을 잡아 내 대검을 막아냈다. 나는 그대로 녀석을 짓누르려 대검을 강하게 내려 누르지만 녀석또한 만만치않게 그 힘을 견뎌내며 힘겹게 나에게 말을 건내온다.
“이.. 이봐요! 난 싸울 생각이 없다구요!!”
“뭐..?”
나와 싸우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내 대검이 멈춰선다. 내 대검에 실린 힘이 줄어들자 레오는 대검을 붙잡고있던 손을 옆으로 휘둘러 내 대검을 떨쳐낸다.
“후아... 대화한번 나누기 정말 힘드네요.”
그는 자신의 손을 허공에 탈탈 털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전혀 적의가 없는 그의 태도에 나는 천천히 대검을 회수하면서도 그를 못믿겠다는 듯이 노려본다.
“저는 평화주의자에요. 필요 이상의 싸움이나 살생은 질색이라구요.”
그제서야 나는 레오라는 놈을 찬찬히 훑어본다. 여전히 서글서글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레오를 바라보던 나는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너... 뭐야 그 귀.”
그의 거친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쭉 튀어나온 이질적인 짐승의 귀.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마치 늑대귀와 비슷한 귀였다.
“아... 이거요? 저는 뤼베크족이랍니다. 뭐... 말해준다해도 아실리는 없겠지만요.”
자세히 보니 그는 네이와 비슷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네이는 네베르족. 하지만 지금 자신을 레오라고 밝힌 저 녀석은 자신을 뤼베크족이라 밝혔다.
“너... 혹시 네베르족이라고는 알고 있냐?”
나는 내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그에게 네베르족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레오는 그런 질문은 예상 못했다는 듯이 상당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네베르족이라... 저희 뤼베크족과는 원수지간이죠.”
“....”
레오의 말에 나는 레오 모르게 대검을 강하게 움켜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네이는 제 친구입니다.”
“뭐?”
곧이어진 레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뤼베크족이라는 레오는 네베르족과 원수지간이라고 했다. 네이또한 네베르족. 뤼베크족인 레오와 원수지간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뭐... 원수지간의 관계속에서도... 서로간 싹트는 정이란게 있더라구요.”
레오는 쑥스러운듯 볼을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네이와 친구라는 말을 믿고 싶었다.
“하여튼... 싸울 맘은 없다는거냐?”
“네. 저는 당신과 싸울 맘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한번 더 그에게 묻는 질문에 그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확고한 답변을 보인다. 확실한 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들어 키르비르의 탑을 바라본다. 허리부분에 비공정이 충돌한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아직 그녀의 탑은 우뚝서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키르비르...”
마력이 없는 그녀는 자신의 탑에 가해진 충격에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네이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녀의 곁은 리엔이 지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키르비르를 지켜줄 사람은 없었다.
“쳇...!!”
잠시 고민하던 나는 주저없이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몸을 돌린다. 레오라는 녀석이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단신으로 뭘 어떻게 할 정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를 상대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우선 키르비르를 찾아 그녀를 보호해줘야만했다.
“아아.. 잠깐만요!”
하지만 내가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달려가려할떄. 그는 싱글 싱글 웃는 낯짝으로 내 앞을 가로막고 선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가시는 건 10분 뒤에나 가주셨으면 하는데요?”
내 앞길을 막으며 싱글 싱글 웃는 레오의 태도에 나는 인상을 찡그린다.
“나랑 싸울맘 없다고하지 않았나?”
“네 물론입니다. 싸우고 싶지는 않죠. 하지만 수행해야할 임무가 있어서 말입니다.”
레오는 말로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있었지만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몸을 가볍게 풀어나가고 있었다.
“제 임무는 당신을 10분가량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10분? 그 시간이 도데체 너희들에게 무슨 이득을 준다는거지?”
내 물음에 레오는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 내가 바라보고있던 키르비르의 탑을 올려다본다. 곧이어 고민을 끝냈는지 레오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아마도 에페리아님의 목적이 달성될 시간일까요?”
“에페리아?”
들어본 이름이 었다. 자신을 검은 마녀라 지칭했던 여자였다. 키르비르를 위협하며 나를 죽이려고했던 그 악랄한 여자를 잊을 리가 없었다.
“그 목적은 바로 키르비르의 제거.”
“....?!”
“마력이 없어져 평범한 소녀와도 다름없는 키르비르를 없에는덴... 10분도 너무 많은것같네요.”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내뱉는 레오의 태도에 나는 경직된 얼굴로 그를 노려본다. 녀석은 모든 것을 알고있었다. 지금 키르비르의 상태까지. 에페리아의 하수인으로 보이는 녀석이 알고 있으면 당연히 에페리아또한 알고 있다는 뜻이된다. 게다가 키르비르의 제거라니...
휘잉..
그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같은 이질적인 바랍이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런 기이한 느낌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오... 시작됬군요.”
하늘에는 눈에 보일정도로 선명한 푸른빛의 마나들이 한점을 향해 가득 모여들고있었다. 그리고 그 점에는 잊을 수 없는 한 여자가 잔인한 미소를 지은채 서 있었다.
“에페리아!!”
“자. 에페리아님은 키르비르를 제거하실겁니다. 당신은 그저... 10분만 여기에 있어주시면됩니다. 모든 일이 끝날때까지만 말이죠.”
“저리 비켜!!”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없었다. 나는 주저없이 내 앞을 가로막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며 대검을 크게 횡으로 휘두른다.
“어이쿠... 진정 좀 하시지요.”
그러나 레오는 얄밉게 자세를 낮춰 내가 휘두른 대검을 가볍게 피해낸다. 거기다 무작정 달려드는 내 가슴을 향해 자신의 주먹을 날린다. 그러나 나는 그런 녀석의 주먹을 피할 생각도 하지않고 정면으로 달려든다. 어자피 광혈의 저주가 서린 몸. 왠만한 주먹질로 끄떡없는 것이 내 몸이었다.
콰앙!!
“크허어..”
하지만 그것은 내 판단 실수였다. 예상외로 어마어마한 힘이 실린 주먹. 비리비리하게 웃음을 흘리는 모습과는 다르게 그의 팔에 서린 힘은 강대했다.
“저는 뤼베크족입니다.”
녀석에게 얻어맞은 가슴을 움켜쥐고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는 나를 내려다보며 레오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채로 말을 이어나간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네베르족의 천적이죠. 최소한 네베르족보다는 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자식이...”
얻어맞은 충격은 광혈의 저주의 힘에 의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간다. 녀석에게 얻어맞은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자 녀석또한 그런 내 몸이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달려들지 마시고 신중하게 덤비시죠. 제대로 싸워도 승리를 장담못하는 상대에게 다짜고짜 달려들면 결과야 뻔하죠.”
“신경쓰지마!!”
더 이상 쓰잘데기 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없다는 생각에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다시금 레오를 향해 달려든다. 그러자 레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여유롭게 양손을 탈탈 털며 나에게 다가온다.
“그럼... 10분간 한수 부탁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