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46화 (146/298)

146편

<-- Main stroy 2. 교전 -->

-나의 부하들은 어떻게됬지?

-부대원들은 전부 사망했어.

“....”

“로.. 로잔나.”

이리엘이 위험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로잔나는 행동하지 않고 조용히 숨어서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켈레브라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그런 로잔나의 태도에 올리비아는 그녀를 흔들며 불안한 목소리로 웅얼거리지만 로잔나는 올리비아의 귀에 무전기를 갔다 데준다.

-로잔나, 올리비아, 이누시카, 에스멜라다. 이 4명의 부하들. 그녀들은 어떻게 된거지?

로잔나와 올리비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죽인채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켈레브라의 질문에 이리엘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죽었어.

“....핫!”

동시에 올리비아와 로잔나는 숨을 들이킨다.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는 이리엘의 행동으로 모든 사실을 확실해져버린다. 저 남자. 그에 대한 상세한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지금 이리엘과의 대화로 볼떄 저 남자가 바로 자신의 진정한 상관이었음이 분명했다.

-거짓말하지마라. 난 분명히 느꼈다. 로잔나... 그녀가 널 구해주고 내 앞을 막아섰다는 것을...

“...”

역시나 저 남자또한 로잔나에 대해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모든 대화를 들었던 올리비아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로잔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어.. 어떻게된거야?”

“저 남자가... 진짜로 우리가 모셔야했던 사람이야.”

“그럼... 이리엘님은?”

올리비아의 물음에 로잔나는 작게 신음을 삼키며 말한다. 비록 모든 사실을 깨달은 로잔나였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리엘에 대한 미련을 쉽사리 버릴 수 없었다. 로터스의 세뇌가 그만큼 강하기도 했지만 불구가된 자신을 정상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준 것또한 이리엘이었기 떄문이다.

-뭐하는거야!!!

침음성을 삼키고 고민하고 있는 로잔나의 귓속으로 날카로운 외침이 파고든다.

“이누시카...?!”

그런 외침에 화들짝 놀란 로잔나는 이누시카가 잠복한 후방을 돌아본다. 하지만 거기엔 이누시카가 없었다. 그곳에는 이누시카와 같이 있던 에스멜라다만이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이리엘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

로잔나는 기겁하며 이리엘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으아아아!!”

그곳에는 이누시카가 있었다. 이리엘을 위협하는 남자를 밀쳐내기 위해 그녀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컴뱃 나이프를 움켜쥔채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퍼억!!

“음?!”

눈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이누시카가 근접할때까지 그녀를 눈치채지 못했던 켈레브라는 이누시카의 어께에 부딪혀 뒤로밀려난다. 그런 켈레브라를 노려보며 이누시카는 움켜쥐고 있던 컴뱃 나이프를 그를 향해 힘껏 휘두른다.

“저 바보!!!”

그런 이누시카의 행동에 기겁한 로잔나는 자신의 자동소총을 움켜쥔채로 그녀를 말리려고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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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음?!”

이리엘을 위협하고있던 켈레브라의 몸이 옆으로 밀려난다. 그와 동시에 이를 악물고있는 이누시카의 모습이 이리엘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하나남은 팔로 움켜쥔 나이프를 그를 향해 휘두른다.

“넌... 뭐냐?”

눈이 보이지 않는 켈레브라였지만 상대의 살기를 느끼고 어렵지않게 몸을 비틀어 이누시카의 나이프를 피해낸다.

“칼? 내 부대원중에 칼을 쓰는 사람은 없는데?”

켈레브라의 중얼거림따윈 신경쓰지 않는 이누시카는 다시한번 크게 나이프를 휘둘러보지만 켈레브라는 가볍게 뒤로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그녀의 공격을 피해낸다.

“이리엘님을 두 번이나 잃지는 않아!!”

“흠... 이리엘의 부하였나? 뭐... 그럼 상관없겠지.”

이누시카의 악에 받힌 외침에 켈레브라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머금어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리볼버를 들어 주저없이 이누시카의 심장을 겨눈다.

“안돼!!!”

그와 동시에 뒤늦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로잔나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진다.

타앙!

하지만 그런 그녀의 외침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켈레브라의 리볼버에서 불이 뿜어지며 요란한 총성이 공터를 뒤흔든다.

“이... 이리엘님...?”

이누시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밀친 존재를 바라본다. 켈레브라의 방아쇠가 당겨지기 일보직전. 이리엘은 있는 힘껏 이누시카의 몸에 부딪혀왔고 그 덕에 이누시카는 켈레브라의 총탄을 피할 수 있었다.

“운도 좋군.”

그런 이리엘의 행동으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한 이누시카를 비웃으며 켈레브라는 다시금 리볼버의 총구를 쓰러진 이누시카를 향하려한다.

“그만하세요!!”

하지만 그런 총구를 막아선 것은 로잔나였다. 그녀는 격하게 달려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크게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켈레브라를 바라본다.

“로잔나...? 역시.. 역시 너였군...”

로잔나를 알아챈 켈레브라는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애타게찾는다. 하지만 그런 켈레브라를 경계한 로잔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시죠?”

그녀의 질문에 켈레브라의 몸이 우뚝 멈춰서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죽어서 잘 움직이지 않는 입가를 꿈틀거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 날 잊은거냐? 나는 켈레브라... 너희를 이끄는 남자다.”

“.....”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로잔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뭔가 기억이 깨어나려고했다. 그 동안 억눌려왔던 그에 대한 기억들이...

“로잔나!! 이누시카를 데리고 빠져나가!!”

“아.. 에..?!”

하지만 그 순간 이리엘의 날카로운 외침이 그의 귓속에 파고들어온다. 그녀의 강압적인 명령에 움찛나 로잔나는 당황한 얼굴로 이리엘을 바라본다. 그런 로잔나의 눈앞에 기폭장치를 손에 들고있는 이리엘의 모습이 들어온다.

“헛..!!”

순간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직감한 로잔나는 쓰러진 이누시카에게 달려든다. 그런 로잔나의 행동을 확인한 이리엘은 켈레브라를 돌아본다.

“너... 무슨 짓을 한거냐?!”

로잔나가 이리엘의 명령을 듣는 다는 것을 눈치챈 켈레브라는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외친다. 하지만 그런 켈레브라의 외침에 대한 대답은..

딸깍..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으로 누르는 기폭장치의 폭발 스위치였다.

“네 이놈!!”

콰아아앙!!

사방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폭발과 함께 자신에게 달려드는 켈레브라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악문채 발밑에서 빠르게 붕괴되어가는 대지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크고작은 암석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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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읏...”

욱씬거리는 어께의 통증에 반사적으로 이리엘의 입술을 비집고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와 동시에 눈을 질끈감았던 이리엘은 천천히 자신의 눈을 떠가본다.

“여긴...”

한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이리엘은 얼마가지 않아 자신의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폭발에 의한 매몰. 말 그대로 생매장이 된 것이었다. 조용히 숨을 들이킨 이리엘은 가장 우선적으로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해본다.

“아직은 괜찮은 것같아...”

켈레브라에게 당한 어께빼고는 이렇다하게 아프거나 괴로운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이런 요란한 붕괴속에서 털끝하나 다치지를 않다니. 자신의 행운에 작게 한숨을 내쉰 이리엘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본다.

“.....”

추락에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안에는 기폭 스위치가 움켜쥐어져있었다. 이제 한번만 더 누르면 자신과 같이 매몰된 배낭형 폭탄이 터지며 이 주변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자신의 몸은 물론이고 어딘가에 같이 매몰된 켈레브라까지.

“이것으로... 임무완료.”

작게 신음을 내쉰 이리엘은 비좁은 공간내에서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기폭장치를 바라본다. 아마 고통은 없을 것이다. 한순간의 빛과 함께 자신의 몸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자신이 설치한 폭탄의 폭발력을 알고있었던 이리엘은 마른 침을 삼킨다.

“다시 태어난 나는... 과연 나일까?”

분명 자신의 생명활동이 중지되자마자 엘은 자연스래 새로운 함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엘의 말로는 잘못만들어진 이리엘의 기억이나 추억에 대한 것은 저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은 그녀가 죽고 나서 다시 깨어날 이리엘은 지금의 그녀와 전혀다를 이리엘임이 분명했다.

“나는... 사라지겠지.”

지금까지의 이리엘. 그러니까 사고로 인해 잘못만들어진 이리엘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 이리엘은 기폭장치의 스위치를 누르려는 손이 더욱 크게 떨리는 것을 느낀다.

“시... 싫어...”

잠시 그녀의 손안에서 떨리고 있던 기폭장치가 그녀의 손안에서 미끄러져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죽기 싫어... 사라지기 싫어...”

자신이 사라지는 진정한 죽음 앞에서 그녀는 무력하게 무너져버린다. 기폭장치를 누르지 못한 그녀는 감당할 수 없이 떨리는 몸을 감싸안은채로 그 자리에 웅크려앉는다.

콰드득..

그때 그녀가 있는 공간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지며 그녀의 곁으로 돌부스러기가 떨어져내린다. 천천히 그녀가 있는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그녀위로 쌓인 수많은 바윗덩어리들이 비좁은 공간을 매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콰득..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돌이 바스라지는 소리에 웅크려앉은 그녀의 몸이 움찔 움찔 떨린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갈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무릎사이에 파묻은채 모든 사실을 외면하려했다.

“타메르...”

그런 그녀의 입에서 힘없이 누군가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마지막의 순간이 가까워지자 그녀가 찾는 사람은 다름아닌 타메르였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자신을 보호해줬던 존재. 언제나 은연중에 자신을 챙겨줬던 그 남자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미안하지만... 내 이름은 켈레브라다.”

하지만 그때 끔찍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파고든다. 그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리엘은 목소리가 들려온 진원지를 바라본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머리 위였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리엘을 내려보고 있었다.

“겁내지마라... 애시당초 이제 난 움직일 수도 없으니까.”

화들짝 놀란 이리엘을 바라보고 있던 켈레브라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킨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눈가를 바라본다.

“많이 변했군. 옛날에는 감정없는 인형같은 놈이었는데... 지금은 눈물도 흘릴 줄 안다니...”

그의 말에 움찔 놀란 이리엘은 자신의 눈가를 매만져본다. 그의 말대로 어느세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우친 이리엘은 허겁지겁 손목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다. 그런 이리엘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켈레브라는 킥킥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묻고 싶은게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되도록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켈레브라의 말에 이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말 그대로 켈레브라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리엘을 보호하듯이 양팔과 다리로 그는 이리엘이 있을만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그가 등으로 받히고 있는 수많은 바위들이 이리엘의 몸을 짓누를 것이 분명했다.

“내 귀여운 장미들.. 아직 살아있나?”

“...모두 살아있어.”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이리엘은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는 켈레브라를 위해 솔직한 사실을 대답한다.

“다행이군... 살아있다니. 진짜 다행이야...”

살아있다는 말에 켈레브라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의 감정을 이리엘에게 내비친다. 썩어 문들어진 얼굴이었지만 그는 분명 웃고 있었다. 만약 그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지금 상황 터져나온 기쁨의 눈물이 그의 밑에 쓰러져있는 이리엘의 얼굴을 적실 것이었다.

“그나저나... 그럼 궁금한게 하나 더 생기는군.”

크게 한숨을 내쉬어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기를 천천히 지워가는 켈레브라는 이리엘을 내려보며 묻는다.

“어째서... 그녀들이 너를 따르는거지? 마치 나를 따르는 것처럼...”

“.....”

가장 민감한 질문이 나와버린다. 자신이 총애하는 부하 네명이 로터스의 세뇌에 의해 이리엘을 따르게 됬다면 당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이리엘이었지만 절대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세뇌... 했어.”

하지만 사실을 숨길 수 없었던 이리엘은 움찔거리며 조심스럽게 그 사실을 밝힌다. 그러자 켈레브라는 입을 꾹 다문채 이리엘을 내려본다. 뭐라 욕이나 험한 말을 한다면 그나마 괜찮았겠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을 내려보는 켈레브라의 모습에 이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무력하게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큭...”

그런 이리엘의 모습이 웃긴지 켈레브라는 입꼬리를 뒤틀며 참지못한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난데없는 그의 웃음에 이리엘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그를 멍하니 올려다본다.

“잘했어. 다행이야. 내가 죽었다면... 그 녀석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겠지. 너가 그녀를 구한거다.”

“그게 무슨...”

여성 4명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단 한명만을 지칭하는 켈레브라의 말에 이리엘은 뭔가 이상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을 해결하기도 전 켈레브라는 말해줄 용의는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뭐... 개인적인 일이야. 신경쓸 필요는 없어.”

엄청 신경쓰인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리엘은 일단 입을 다물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로 한다.

“어찌됬든... 잘 된것같군. 너가 내가 돼서 나를 대신해 그녀들을 이끈다라... 나쁘지않잖아?”

자신의 부하들이 이리엘에 의해 세뇌당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켈레브라의 태도에 뭐라 해야할지 모르고 그를 바라본다.

“어자피 나같이 죽어 썩어 문들어 져가는 놈에겐 그런 아름다운 꽃들이 필요하지 않아. 나같은 것보다... 너가 그녀들을 이끄는 것이 그녀들에게도 훨씬 더 좋은 일일꺼야.”

“그게 무슨...”

“너에게 맡기겠다는 거야. 내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말이야.”

피식 웃은 켈레브라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천천히 들어 그녀의 가슴에 자신의 리볼버를 올려둔다. 이리엘은 그런 켈레브라와 자신의 가슴위에 놓인 리볼버를 돌아보다 조심스럽게 가슴위에 올려진 그의 리볼버를 한손으로 움켜쥔다.

“하지만 조금 곤란하게 됬네... 로잔나 녀석은 눈치 빨라가지고 어느정도 알아챈 것 같으니까.”

“.....”

“이거 녀석과 달리 눈치없는 내가 또 사고를 쳐버렸구만. 뭐... 걱정하지는 마. 내가 수습해줄테니까.”

그 말을 마친 켈레브라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그와 동시에 그가 몸으로 떠받히고 있던 바윗덩어리가 가볍게 흔들리며 돌 부스러기를 떨어뜨린다.

“뭘... 어떻게 할 셈이야.”

이리엘은 그의 말을 완벽하게 신용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불안한 목소리로 그에게 묻는다. 그러자 켈레브라는 걱정말라는 듯이 이리엘을 바라보며 웃어보인다.

“난 사라지지 못해. 한 마녀와 계약을 했거든. 비록 이 육신은 무너져내리겠지만... 내 영혼은 거기에 남아서 끝없이 속세를 방황하게 될꺼야. 그게 계약 내용이었거든.”

이리엘은 켈레브라가 가리킨 그의 리볼버를 바라본다. 말 그대로 그의 리볼버는 어두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은은한 푸른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거기서 너를 도와줄꺼야. 비록 큰 힘은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내 뛰어난 두뇌와 잔머리를 너에게 빌려주지.”

싱긋 웃고있는 켈레브라가 이리엘에게 건내준 리볼버로부터 손을 떼자 그의 몸이 천천히 굳어지기 시작한다. 그가 육신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자 그의 힘에 의해 억지로 움직이고 있던 몸이 빠른 속도로 굳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그의 신체는 무너지려는 바위덩어리로부터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아아... 어때? 내 목소리 잘 들려?

썩어 뭉개진 얼굴로 기괴한 미소를 지은채 굳어진 켈레브라의 시체를 바라보던 이리엘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속삭이듯이 들려온다. 로터스와는 전혀다른 끈덕지근한 그의 목소리에 이리엘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야 여기!

당황한 이리엘의 주목을 끌어주는 것은 그녀의 가슴위에 올려둔 켈레브라의 황금색 리볼버였다. 켈레브라의 리볼버는 마치 그녀를 부르듯 살아있는 생물처럼 몸을 바르르 떤다. 자신의 가슴위에 느껴지는 진동에 깜짝 놀란 이리엘은 그의 리볼버를 움켜쥐고 바라본다.

-이거.. 느낌이 기묘하네. 이렇게 작아지니... 너가 엄청 거인처럼 보이네.

“켈레..브라?”

-그래그래. 나야 나. 쿨하고 멋지게 사라지고 싶었지만... 마녀가 건 저주 때문에 말야. 난 이렇게 영원히 내 무기 속에 갇혀지내야하거든.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는 켈레브라의 목소리에 이리엘은 어이없어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것인지도 의심스러운 켈레브라의 말투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켈레브라의 황금색 리볼버를 돌아본다.

그의 리볼버는 특별한 것이 없는 아주 평범한 리볼버였다. 황금색이라고는 하지만 군데군데 도색한 것을 증명하듯 황금색 칠이 벗겨져있었다. 거기다 약실안에 장전된 탄환은 한발도 없었다.

-야야... 그렇게 자세하게 살펴보면... 왠지 모르지만 엄청 부끄러워지는데?

그는 조그만 리볼버로 변하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능청스러움을 잃지않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이리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의 리볼버에서 시선을 떼려는 순간. 이리엘은 리볼버의 그립부분에 음각된 문자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이건...”

이리엘은 그립을 움켜쥐고있던 손을 천천히 풀며 그안에 음각된 문자를 확인해본다. 거기에는 멋들어지게 흘려쓴 글씨로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누시카’

“.....”

-야아... 거긴 내 치부잖아. 너무 빤히 바라봐주진 말아줄래?

단 한사람의 이름만 써져있을 뿐이었다. 이리엘은 찬찬히 리볼버 구석구석을 살펴보지만 로잔나나 올리비아. 에스멜라다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리엘의 행동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켈레브라는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녀석이 선물해준거야.

“선...물?”

-승진 기념으로 사준거야. 여러모로 아끼던 무기였는데... 소중하게 쓰라고. 뭐... 이제는 내 몸이기도 하니까 더욱 조심해야지.

콰득..

대충 얼버무리려는 켈레브라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던 이리엘이었다. 이제 그를 대신에 그녀들을 이끌어야하는 만큼 그녀들에 대해 알아야하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켈레브라에게 질문하기도전. 그의 시체가 떠받고 있는 바위더미들 사이에서 뭔가 들춰지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누시카... 믿을 만한 녀석이야. 그 녀석이라면...

콰드득..

바위더미들이 가볍게 진동하며 더욱 많은 부스러기와 크고작은 자갈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다행히 켈레브라의 시체가 이리엘을 막아주고 있어 상처가 나지는 않았지만 점점 비좁아지는 공간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리엘이었다.

-세상이 모든 것이 너에게 등을 돌려 나락으로 떨어뜨린다해도... 그녀는 혼자서라도 너를 찾아낼껄?

“이리엘님!!”

콰드득!!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커다란 바위더미가 들춰지며 환한 햇살이 틈세를 뚫고 이리엘의 눈을 눈부시게만든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뻗어지는 흙과 피가 범벅이 되어있는 가느다란 손.

-그리고 결국엔 어떻게든 너를 구해줄꺼야. 그녀는... 충분히 그럴 놈이거든.

이리엘은 눈을 찌르는 햇살 사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에게 내 뻗어진 손의 주인을 바라본다. 그녀는 다름아닌 이누시카. 그녀는 커다란 바위를 어께로 떠받히고 있는채 이리엘을 향해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팔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 이누시카를 올려다보며 이리엘은 할말을 잊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얼마나 이리엘을 걱정했는지를 대변하는 듯 그녀의 눈가에 작으마한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는 이리엘의 몸을 덮고있는 켈레브라의 사체를 발로 걷어차 밀어내며 돌 부스러기 사이에 파묻혀있는 이리엘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준다.

“....”

이누시카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킨 이리엘은 켈레브라가 건내준 황금색 리볼버를 품에 끌어안은채로 이누시카에 의해 밀쳐져 초라하게 돌 부스러기 위에 쓰러진 그의 시체를 바라본다.

-죄책감을 가지지마. 너가 한 일은 아주 잘한 일이야. 난 만족해. 그래. 내가 만족하면 된거잖아?

“이리엘님!!”

이누시카가 이리엘은 찾아내자 여기저기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로잔나와 올리비아. 에스멜라다까지 손과 다리를 더럽혀가며 붕괴된 층을 뒤적여 그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자. 크게 숨을 들이마셔. 그리고 내가하라는 대로 해.

“...왜?”

켈레브라의 말에 이리엘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의문을 표한다. 그러자 귓가로 웃음을 참지 못했는지 잠시 키득거린 켈레브라는 말을 이어나간다.

-오해를 풀어야지. 의문을 갖지말고 내가 하라는대로 해. 이래뵈도 나 켈레브라. 내가 저지른 사건사고는 전부 내 손으로 처리했다고. 믿어보라고.

말하는 도중에 키득거리는 그의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이 없었던 이리엘은 뭔가 의심을 품은 눈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로잔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결국 마지못해 켈레브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작품 후기 ==========

abcbbq / 옙~ 열씸히 써야죠.... 열심히 열심히!

실버링나이트 / 배신은 달콤하죠. 뒷통수치는 그맛은 아쥬 그냥~!

유운처럼 / 히로인은 살아야죠. 죽이면 안되는거에요.

일단... 이걸로 파티에 켈레브라 참여.

이리엘의 전투력이 미약하게나마 상승하려나..

담화로 이리엘편 엔드.

타메르편 시작일껄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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