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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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엘은 비공정과 멀지않는 곳에 마련된 커다란 공터를 돌아본다. 과거 강당으로 사용했을 법한 넓은 공터에는 크고작은 구조물이 있었지만 오래된 세월떄문에 그 구조물의 정체나 용도를 알아내기는 힘들 정도로 풍화되어있었다. 그런 공터를 둘러본 이리엘은 멀지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준비하자.”
“알겠습니다.”
이리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팀의 중화기나 폭약등을 담당하는 에스멜라다는 자신이 짊어지고 다니는 커다란 배낭을 내려둔다. 그리고 배낭의 지퍼를 열자 그 안에 가득 담겨진 폭약들이 옆으로 굴러떨어진다.
“공터 중심을 반경으로 원형으로 폭약을 설치해. 위치는 바닥에 그려질꺼야.”
블랙 로즈팀에게 지시를 내린 이리엘은 공터 한가운데로 걸어가 자신이 가져온 원통형 기계를 설치한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자 원통형 기계의 뚜껑이 열리며 구형의 발광체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키이잉!!
허공에 떠오른 구형의 발광체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주변으로 푸른빛을 발사한다. 그러자 그런 빛에 의해 바닥에 이리엘의 계획대로 폭약을 설치할 지점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한다.
“각자 지정된 위치에 폭약을 설치해.”
다시금 블랙 로즈 팀에게 지시를 내린 이리엘은 손목애 매어진 시계형 단말기를 통해 현재 켈레브라의 위치와 접근상황을 엘로부터 확인해본다.
“...”
여전히 느릿한 속도로 비공정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는 켈레브라. 지금 준비하는 것은 그를 상대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언데드인 켈레브라을 총탄을 통해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리엘이 선택한 방법은 폭약을 통한 함정이다.
다행히도 방금전 싸움으로 켈레브라는 이리엘이 가진 낯선 무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 설치하는 특수한 폭약들도 켈레브라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잠시 켈레브라의 위치를 확인한 이리엘은 블랙 로즈 팀이 폭약을 설치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철컹..
그것은 성인 팔만한 원통형 물체를 바닥에 두고 스위치를 누르는 것으로 설치가 끝난다. 발광체에 의해 표시된 지역에 원통형 폭약을 내려두고 에스멜라다가 폭약측면에 마련된 스위치를 누르자 묵직한 기계음이 울려퍼진다.
파앙!!
그리고 원통의 가운데 부분에 강력한 폭약이 터지며 천장으로 끝이 날카로운 폭탄이 쏘아진다. 천장에 박힌 폭탄은 가볍게 회전하며 천장 안쪽으로 파고들어간다. 또한 폭약의 충격으로 원통의 하단부도 바닥에 파고들어 적당한 깊이에 폭약의 위치를 잡아준다.
이리엘은 켈레브라가 목표 지역까지 들어오면 이곳의 천장과 바닥을 폭파시켜 붕괴시킬 계획이었다. 비록 켈레브라가 일반적인 인간을 능가하는 신체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켈레브라라고 해도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까지는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계획대로 잘되야할텐데...”
이리엘은 블랙 로즈팀을 돌아보며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녀들에게 위험한 임무는 맡기지 않았다. 가장 위험한 일들은 전부 이리엘이 담당할 것이다. 블랙로즈팀에게 부여한 임무는 대부분 후방에서 이리엘을 위한 화력지원을 맡겼다. 하지만 만일에 그녀들이 이리엘이 말해준 대로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이리엘의 목숨이 위험할 것은 분명했다.
욱씬...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리엘은 잦아들었던 어꼐의 통증이 다시 격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어느센가 그녀의 머릿속에는 없다고 생각했던 죽음의 공포가 스멀스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어께를 꽉눌러 통증을 억지로 짓누른 이리엘은 자신의 어께에 짊어지고 있는 가죽배낭을 크게 두어번 회전시켜 천장을 향해 던진다.
철컥!
천장에 부딪히자마자 가벼운 기계음과 함께 이리엘이 던진 배낭이 자석처럼 천장 한가운데에 달라붙는다. 이리엘의 계획대로 켈레브라가 낙석들에 의해 매몰되면 저 강력한 배낭형 폭탄이 모든 것을 마무리할 것이다. 잠시 천장에 붙은 폭약을 바라보던 이리엘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담겨진 기폭장치를 매만진다.
“모두.. 계획대로 잘 될꺼야.”
자신의 머릿속을 채워가는 불안감을 떨치려는 듯 작게 중얼거린 이리엘은 이제 설치작업이 거의 다 끝나가는 블랙 로즈팀을 돌아보며 다시금 기폭장치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로잔나가 하나남은 폭약의 설치를 마치자 기폭장치에 모든 폭약이 준비됬다는 듯이 푸른 불이 들어온다. 이제 스위치를 누르면 천장과 바닥의 폭약이 터져 이 강당이 전부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더 스위치를 누른다면 이리엘이 설치한 배낭형 폭탄이 터져 이곳 전체가 산산조각나 돌 부스러기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폭팔속에서 인간의 신체를 가진 켈레브라가 견뎌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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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폭약을 지정된 위치에 내려둔 로잔나는 조용히 폭약을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폭약 측면에 마련된 설치 스위치를 누른다.
파앙!
그러자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하나의 폭탄이 천장으로 쏘아진다. 천장에 박힌 드릴형 폭탄은 천장으로 파고들어 천장을 붕괴시키기 위해 적합한 장소에 그 자리를 잡아간다.
“....”
난생 처음사용해보는 도구들에 로잔나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이때까지 이리엘을 쫓아다니며 온갖 중화기나 병기들을 다 체험해봤다고 자부하는 로잔나였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이리엘과 같이 행동하며 그녀가 다뤄온 무기는 그녀의 상상을 초월한 기이한 무기들 뿐이었다.
기잉.
그런 그녀의 다리에 장비된 기곗덩어리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낮게 기계음을 울려퍼트린다. 타메르와의 싸움으로 무릎이 박살나 걸을 수 없는 로잔나를 위해 이리엘이 마련해중 인공 의족이었다. 단순히 걷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이리엘의 말과 다르게 그녀의 다리에 장비된 이 기곗덩어리는 하나의 병기라 불려도 손색없었다. 실제로 에페리아의 싸움에서 이 인공 의족의 힘을 체험해본 로잔나였다.
“무슨 생각해 로잔나?”
그런 로잔나의 곁으로 자신의 몫을 전부 채운 올리비아가 기름때가 묻은 손을 싹싹 비비며 그녀에게 다가온다. 잃어버린 올리비아의 눈을 대신해 마치 선글라스처럼 그녀의 눈을 덮고있는 고글을 바라보며 로잔나는 짧게 신음을 삼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과학기술이었다. 잃어버린 시력을 대체할 정도의 기술력이라니... 그런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그런 기술을 연구한다는 소문조차도 들어보지 못했었다.
“올리비아. 뭔가... 이상하지않아?”
잠시 이리엘의 눈치를 살피던 로잔나는 조심스럽게 올리비아에게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한다.
“도데체 뭐가?”
“이리엘님이 말이야...”
로잔나의 말에 올리비아는 로잔나와 같이 이리엘을 바라본다. 이리엘은 천장에 부착시킨 배낭형 폭탄과 올려다보며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기폭장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던 올리비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솔직히 뭔가 위화감이 느껴져.”
“위화감?”
올리비아는 자신의 고글을 매만진다. 그러자 가벼운 기계음과 함께 고글의 렌즈가 전환된다. 무슨 렌즈로 바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리엘의 말로는 적외선 탐지기나 생명반응 탐색기등으로 전환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뭔가... 작으셔. 내 기억의 이리엘님이면... 나보다 크고 듬직하신분이었는데...”
“....”
올리비아의 말에 로잔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은 로잔나도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지금의 이리엘과 과거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이리엘과 그 모습이 많이 달랐다.
“혹시...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올리비아의 공감에 용기를 얻은 로잔나는 올리비아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그러자 올리비아는 이리엘로부터 시선을 뗴고 로잔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만약 잘못되었다면? 상관없잖아. 어자피 이리엘님은 이리엘님일 뿐이야.”
이럴 떄에 대비해 로터스가 미리 부려놓은 최면이 있었다. 그녀들의 기억속에 있는 켈레브라와 이리엘은 완벽히 매치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세뇌라 해도 이리엘과 켈레브라를 완벽히 일치시키려면 켈레브라와 관련된 모든 기억이나 추억들까지 뒤짚어 엎어야만했다. 그런 복잡한 작업은 로터스라고 해도 무리였다. 하지만 로터스는 켈레브라와 이리엘의 불일치로 일어날 문제를 단순한 최면으로 해결시켰다.
그것은 바로 사고의 단순화.
그녀들은 그녀의 기억속의 켈레브라와 현재의 이리엘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로터스는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런 의문을 가지게 하지 않도록 켈레브라에 대한 그녀들의 사고를 아주 단순화시켜놓은 것이다. 이리엘은 그저 이리엘이다. 그걸로 사고가 끝나도록 미리 최면을 걸어둔 것이다.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어.”
하지만 로잔나는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런 로잔나의 태도를 보다못한 올리비아는 그녀에게 묻는다.
“도데체 뭐가 잘못됬다는건데? 이리엘님이 우리가 모시는 이리엘님이 아니라면... 도데체 우리의 기억속에 진짜 이리엘님은 누군데?!”
“.....”
약간은 공격적인 올리비아의 질문에 로잔나는 아무말없이 폭음이 들려오는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내 생각엔... 아마도... 우리의 타겟이 아닐까?”
“뭐?”
어이없는 로잔나의 대답에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터트려버린다. 하지만 그런 올리비아의 반응에 상관없다는 듯 로잔나는 폭음이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그 이유를 설명해가기 시작한다.
“그 남자가... 뭔가를 알고 있었어.”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도 봤잖아.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야. 좀비같은 거라고...”
“하지만...”
올리비아의 부정에 로잔나는 이리엘을 살리기 위해 켈레브라와 싸웠던 순간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싸움에 있었던 일을 올리비아에게 말한다.
“그 사람은 나를 알고 있었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숨을 거둬가지 않았단 말이야.”
“.....”
로잔나의 말에 올리비아또한 입을 다문다. 그리고 흘끗 공터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는 이리엘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마스터칼솔럼 / 신년인사 감사합니다!! 칼솔럼님도 해피 뉴이어. 언제나 즐겁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abcbbq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공섬! 쾅쾅쾅! 빠직. 우왕ㅋ 굳!
로나프 /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어야죠. 여캐 4명은 꽤나 소중하거든요.
후우... 오늘이 마지막휴일.
던파하랴.. 월오탱하랴 바쁩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