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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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가...”
온통 새하얀 빛이 가득한 공간. 란슈는 허망하게 중얼거린다. 마치 꿈을 꾸듯 몽롱한 감각과 그 무엇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듯 살짝 붕 뜬듯한 비이상적인 감각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님을 그에게 증명해주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란슈의 입에서 한탄이 섞인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결국 그는 리엔을 보호하지 못했다. 괴물로 변해가는 리아가 신성한 자가 되는 것이 신의 뜻. 바꿀 수 없는 운명의 뜻이라는 사실에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신이시여...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까...”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신을 원망한다. 하지만 새하얀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런 사실에 란슈는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띄운다.
“뭐... 우매하고 미천한 저는 알 권리 조차도 없다는 것입니까.”
“알 권리가 아니라 아직 신을 만날 준비가 안된거야.”
그 순간 갑작스레 들려오는 장난끼가 가득한 여린 목소리. 그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란슈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거기에는 순백의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마녀모자를 비스듬이 쓴 소녀가 서있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리니아.”
그녀의 작은 머리에 맞지않게 커다란 마녀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툭 쳐올린 리니아는 란슈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검은 마녀야.”
“...마녀.”
그녀가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자 란슈의 얼굴에 작은 어둠이 드리워진다. 마녀들. 교단에서 가장 증오하는 적이며 필멸해야할 존재. 실제로 란슈또한 마녀라고 칭해진 수많은 이단자들을 응징해왔었다. 하지만 삶의 막바지에 와서 마녀를 대면하는 아무런 감정조차도 일어나지 않은 란슈였다.
“너의 상태는 지금 코마상태. 즉 육체에서 영혼이 떠나가기 일보직전의 상황이야. 너가 원하는 신을 만나는 일도 그다지 멀지않았어.”
“그런가. 서로 이를 들어내며 싸워야할 상대에게 죽음의 순간까지 친절히 알려주다니... 의외로군.”
란슈의 태평한대답에 리니아는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웃음기를 감춘 리니아는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란슈에게 묻는다.
“이대로 끝나도 좋아?”
“....”
그녀의 물음에 란슈는 아무말없이 그녀를 노려본다. 그런 란슈의 시선속에서 그가 가진 흥미를 포착해낸 리니아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도와줄까?”
“흥. 너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나를 무시하지마. 왜 교단에서 그렇게 마녀들을 사냥한 건지 알아?”
리니아는 방긋이 웃으며 란슈의 말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을 이어나간다.
“왜냐면 우리 마녀들은 일반적인 운명의 흐름에서 벗어났거든. 뿐만아니라 너희들이 존경하고 숭배하는 신의 뜻. 그러니까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거든.”
“그.. 무슨...”
“믿던가 믿지않던가는 너의 자유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나는 너를 도와줄 수 있어.”
“....”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리니아의 말을 선득 수락하지 못하는 란슈. 상대는 교단에서 이단이라 지칭하는 마녀다. 거기다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그녀의 도움을 순진하게 받아 들여 줄 수는 없었다.
“생각할 시간은 길지않아. 너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운명은 신이 정하는게 아니라고. 인간이 걸어가는 길이라고.”
“....”
“신과 운명을 떠나서 같은 인간으로써 널 도와주는거야. 난 그 말.. 엄청 맘에 들었거든.”
리니아는 사심이나 흑심이 전혀보이지 않는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런 그녀의 미소에 란슈의 마음이 흔들린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리니아에게 묻는다.
“대가는 뭐지?”
“없어. 내가 가져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단지 너가 받을 고통만이 있을 뿐이지.”
“고...통?”
“으음... 솔직히 고통을 받는다는 것도 확실하지 않아. 간단하게 표현하면... 너의 영혼을 리엔과 연결시킬거야.”
“그게 무슨 뜻이냐?”
란슈의 물음에 리니아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리엔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을 담겠다는 뜻이야. 평범한 사람은 불가능하겠지만... 성자라는 리엔은 버텨낼꺼야.”
“그러면... 그녀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나?”
“너가 그러길 원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란슈. 너는 그럴 치사하고 야비한 놈이 아니잖아?”
“....알았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란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긍정적인 란슈의 대답을 들은 리니아는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입을 연다.
“자... 그럼 수락한거지? 이 일에 대한 대가는 아주 먼 미래에 받을꺼야.”
“먼... 미래에?”
란슈의 물음에 리니아는 방긋이 미소를 지은다.
“아마도... 지각한 영혼에 대한 신의 벌일까나?”
장난끼가 가득한 그녀의 대답과 함께 란슈는 자신의 주변이 점점 밝아짐을 느낀다. 리니아의 검은 모자조차도 너무나도 밝은 빛에 가려질 무렵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인 리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행여는 모르지... 이게 진짜 신이 원하는 뜻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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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우득!
리아가 승리의 미소를 지을 무렵. 가벼운 기합음과 함께 갑작스레 하늘에서 떨어진 자그마한 소녀가 리아와 리엔사이에 사뿐히 착지한다. 그런 소녀의 발끝에는 리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리아의 팔이 있었고 가볍지 않은 착지의 충격으로 무방비 상태인 리아의 팔은 아주 호쾌하게 부러져버린다.
“크읏?! 너... 넌 뭐냐?”
또다시 등장한 새로운 방해꾼에 리아는 얼굴을 뒤틀며 자신의 앞에 착지한 소녀를 노려본다. 검은 마녀모자를 비스듬하게 쓴 어린소녀. 리니아. 그녀는 씨익 웃으며 자세를 낮춰 쓰러진 리아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냥 지나가려했는데... 이 아저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도와주려고. 그리고 오히려 너는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기도 했고.”
“그.. 무.. 무슨...”
“운명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개척한다. 좋은 말이잖아. 맞아. 정해진 운명따윈 없어.”
리아를 내려보며 리니아는 품에서 새하얀 빛의 파편을 꺼내든다. 아쉽다는 감정이 순간 그녀의 얼굴에 비췄지만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은 리니아는 빛의 파편을 움켜쥔다.
“운명따윈 개나줘. 맘에 안들면 뒤틀면 돼. 그러고도 안되면...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콰직!
동시에 박살나는 빛의 파편. 산산이 부숴진 파편들이 아름답게 그녀의 손 근처에서 반짝인다.
“네.. 네놈은..”
“난 검은 마녀 리니아. 너희들이 주장하는 잘난 운명과 개같은 신의 규율 같은 것에서 벗어난 이단자지.”
산산조각난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뿌리는 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환한 빛에 리아는 눈을 찡그린다. 그런 리아의 귓가로 리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가 혼돈의 저주를 받은 영혼이라면... 난 혼돈의 축복을 받은 인간이거든.”
콰드득..
그리고 뭔가 우그러드는 소리와 함께 사방을 점하던 새하얀 빛이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세 리니아의 손에는 자그마한 빛의 구슬이 쥐어져있었다.
“다음은 리엔 언니에게 맡길꼐. 언니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언니 스스로가 해야지.”
리니아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뒤에서 검게 변색된 발목을 붙잡고 있는 리엔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자신의 손에 만들어진 빛의 구슬을 던져준다.
“이.. 이건..”
리엔은 저도모르게 리니아가 던진 구슬을 양손으로 받아든다. 주변으로 밝은 빛을 흩뿌리는 빛의 구슬에는 왠지모를 따듯한 기운이 충만해있었다.
“그럼... 뒷일을 부탁할께!”
그리고 리니아는 그 말만을 남긴채 등장과 비슷하게 총알같이 어디론가를 향해 후다닥 달려나간다. 그런 리니아의 뒷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리아는 어렵지않게 리니아가 밟아 부러뜨린 팔을 회복시킨다.
“이거 뭐... 크크큿...”
어이없음에 웃음을 참지못한 리아는 몸을 일으켜나간다. 란슈의 일격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무력한 리엔을 제압하는데 별 무리는 없다는 듯이 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리엔을 내려다본다.
-리엔...
그 순간 리엔은 자신의 손에 들고있던 빛의 구슬로부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는다. 낯선 목소리가 아니라 익숙한 목소리. 리엔은 얼마가지 않아 그 목소리의 정체가 란슈임을 깨닫는다.
-이젠 너가 해야할 때다.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모든 것은 너에게 맡기겠다.
우드득..
“아.. 아으으읏!!”
갑작스레 환한 빛을 뿌리며 리엔의 오른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빛의 구슬. 손뼈가 억지로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리엔은 손목을 움켜쥔채로 비명을 내지른다.
-운명에 휘둘리지마라... 운명은 개척하는거다. 너의 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에 파고들어간 빛의 구슬은 그녀의 손바닥을 관통하여 손등을 통해 그 모습을 내보인다.
-내가 도와주겠다. 저 괴물을 뭉개버려라. 그리고 증명해라.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개척한다는 것을...
콰드드득!!
동시에 뭔가 쇠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꼐 구슬로부터 터져나온 순백의 금속이 그녀의 손을 뒤덮어버린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튼튼해보이는 금속으로 이뤄진 건틀렛이 그녀의 손을 보호해주기 시작한다. 그런 건틀렛 한가운데로 그녀의 손에 박혀든 빛의 구슬이 은은한 빛을 흩뿌린다.
“뭐야... 그 꼬마년이 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리엔의 손을 감싸는 건틀렛을 바라본 리아는 가볍게 콧웃음을 친다. 비록 특이한 방법으로 리엔에게 무기가 생겼지만... 호리호리한 리엔의 몸을 바라보는 리아는 별 위협이 없다는 듯이 차가운 조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이.. 이걸로... 뭘 어쩌라구요...”
리엔은 자신의 손에 끼워진 건틀렛을 바라보며 당황한다. 척봐도 튼튼하고 두꺼운 금속으로 보이는 것이 자신의 손을 감싸고있었지만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어 마치 부드러운 털로만들어진 장갑을 낀 느낌이었다.
“크크큿.. 헛수작하려하지말고.. 이만 죽어라!!”
리아는 기다려줄 필요가 없다는 듯 당황하고 있는 리엔을 향해 달려든다. 날카롭게 날이 선 수많은 가시가 박힌 그의 주먹. 그런 주먹이 다가오자 리엔은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하지만 그 순간..
스윽..
“?!”
그녀의 의지와 다르게 그녀의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하다는 듯이 다리를 살짝 굽혀 안정적으로 무게중심을 잡은뒤 자신의 양손을 끌어올린다. 이 자세를 취한 리엔은 반사적으로 이 자세가 란슈가 싸우면서 취한 자세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원. 투!
“아.. 읏!!”
갑작스레 귀에 울리는 자그마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듯 리엔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쾅.. 콰앙!!
신속하게 내지른 그녀의 왼주먹이 자신에게 날라오는 리아의 주먹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그의 주먹을 허공에 멈춰서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른주먹은 그의 팔뚝을 후려쳐 리아의 팔을 튕겨내며 그의 중심을 크게 흔들리게 만든다.
“큿.. 이 무슨!!”
“아...”
리아가 제대로 균형도 잡지못하고 흔들리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리엔은 그런 리아를 공격못하고 자신이 해낸 일에 스스로가 놀라며 뒤로물러선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양손에 끼어진 순백의 건틀릿을 바라본다.
“이건.. 란슈씨의 힘인가요?”
그녀가 묻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빛이 사그라드는 구슬을 바라보며 당황한다.
“란슈씨..? 란슈씨!!”
어느센가 구슬은 새하얀 빛을 잃고 투명해진다. 그렇게 투명해진 구슬을 바라보며 리엔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다.
“이 년이...”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에는 분노에 몸을 떠는 리아가 있었다. 그는 조금은 더 신중해진 눈으로 리엔을 노려보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온다.
“으읏..”
그런 리아의 접근에 리엔은 반사적으로 방금취했던 전투자세를 잡는다. 그러자 리아또한 움찔거리며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춘다.
“크..크큿.. 어디서.. 허세질이냐.. 싸움질은 한번도 못해본 온실속의 화초주제에..”
“....”
리엔은 아무런 대답없이 주먹사이로 리아를 노려볼뿐이었다. 지금 그녀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었다. 방금전 일격은 란슈의 영혼이 도와준 것같았다. 하지만 지금. 란슈의 영혼이 담긴 구슬이 빛을 잃은 상태. 그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가 혼자서 헤쳐나가야한다는 일이었다.
꽈악...
리엔은 자신의 주먹을 강하게 움켜쥔다. 란슈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 거기다 영혼까지 희생했다. 이렇게 큰 빚을 진이상 허무하게 리아에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찬다.
“해보겠어요. 란슈씨.”
결심을 굳힌 리엔은 조금은 날카로워진 눈으로 주먹사이에 보이는 리아를 노려본다. 그런 그녀의 긴장된 호흡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흔들림은 숨긴채 자신의 신성력을 끌어올린다.
“운명을... 바꿔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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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힘에 오염된 영혼은 거무튀튀한 빛을 내뿜는 다크에테르가 되어 타인의 정신을 침식하지.”
리아와 대치하고 있는 리엔을 멀리서 바라보는 리니아는 자신의 마녀모자의 챙을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영혼의 희생은 순수한 에테르가 되어 그를 보호하게 돼.”
리니아의 눈에는 리엔이 끼고있는 순백의 건틀렛을 바라본다.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빛을 발하는 건틀렛은 거무튀튀한 몸을 가진 리아와 상반된 느낌을 쥐어준다.
“혼돈의 힘에 의해 억지로 다크에테르로 타락한 영혼이... 자의로 에테르화 된 영혼을 이길 수 없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리니아는 몸을 돌린다. 그런 그녀의 눈은 유적지 한가운데에 우뚝 세워진 높은 키르비르의 탑에 고정되어있었다.
“일단... 저기로 오르면 뭔가 보일 듯 싶은데...”
움찔.
탑을 목표로 움직이려는 리니아. 하지만 그 순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흐름의 변화에 그녀는 몸을 우뚝 멈춰선다. 그리고 경악한 눈으로 키르비르의 탑 위의 상공을 바라본다.
“뭐... 뭐야! 이 무지막지한 마나의 흐름은!!!”
마나에 무지한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잘 안보이겠지만 리니아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이 일대의 대부분의 마나가 키르비르의 탑 위의 상공. 한 점을 향해 모여든다는 것을...
“마.. 말도안돼... 이건 불가능해... 전설속에 나오는 드래곤이라고 해도.. 이런 마나운용은...”
콰드드득!!
그런 그녀의 말을 부정하듯 한점에 응축된 마나들은 눈에 선명히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거대한 암석덩어리. 겉으로 보면 거무튀튀하고 그저 커다랗기만 한 암석덩어리로 보이겠지만... 리니아는 그 암석의 정체를 꿰뚫어본다.
“화염석... 수백년동안 지하에서 고온으로 정제되어야 만들어지는 화염석이... 저렇게 쉽게...”
그녀의 입에서 어이없다 못해 허망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화염석이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고온과 압력속에서 마나가 응축되어 물질화된 물건을 뜻한다.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며 그 화염석에 담긴 힘은 어마어마했다. 주먹만한 화염석을 깨트린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그안에 담긴 마력과 열기로 작은 도시 하나는 순식간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런 화염석이 이 지상을 전부 그림자로 덮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기로 등장하니 리니아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화악!!
리니아의 잡념이 끝나기도전. 거무튀튀한 빛을 발하던 거대한 화염석이 키르비르의 탑을 목표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 와동시에 화염석을 억제하던 마나가 사라지며 주변으로 환한 붉은 빛과 동시에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같은 끔찍한 열기가 폭사된다.
“거짓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니아는 전의를 상실한다. 저런 것을 막을 수 있으리가 없었다. 저런게 이곳에 충돌하는 순간. 이 유적지는 물론이며 베히모스 산맥 전체가 지도상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천천히 고도를 낮춰가던 화염석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피잉!
날카로운 소음이 리니아의 고막을 흔든다. 그리고 하늘에서 쏘아지는 한줄기의 밝은 빛. 그런 빛은 정확히 화염석의 정중앙에 파고든다.
콰아앙!!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내부에서 터진 폭발은 곧이어 화염석 자체를 점화시켜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킬 것같았다. 하지만 리니아의 예상과 다르게 화염석이 폭팔하려는 순간. 그 내부로부터 정체불명의 힘이 화염석이 터져나가며 쏟아지는 열기와 충격을 전부 내부로 흡수해나간다.
“...와...”
그 모습에 리니아는 짧게 감탄사를 내지른다. 거대한 화염석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비록 너무나도 거대한 사이즈라 화염석 전체를 없엘 수는 없었지만 단 일격으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화염석은 사라지고 허공에서는 그 화염석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힘을 잃은 파편들만이 흩날리며 허무하게 지상을 향해 추락해나갈 뿐이었다.
쿠웅..
“엇..”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는 파편들중 결코 작지보이지 않은 덩어리가 커다란 키르비르의 탑 허리 부분에 충돌한다. 아직 커다란 크기가 남아서 일까. 그 안에는 붉은 빛이 번들거리며 아직 남아있는 화염석의 힘을 내비치고 있었다.
콰아아앙!!
곧이어 터져나오는 폭발. 그런 폭발에 리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 작품 후기 ==========
abcbbq / 커다란 틀은 변함 없으니까요... 커다란 틀은 말이죠. 하지만 미묘하게 왜곡시킬수는 있죠.
Lizad / 좀 뒤늦은 갱킹. 메인딜러는 잃었지만 서폿은 살렸네요.
실버링나이트 / 엌ㅋㅋ 공기같은 리엔이지만 그 생명력은 가희 바퀴벌레..
로나프 / 탈락추카!
누님이좋아 / 그렇...죠? 그런겁니다!
유운처럼 / 와야죠 당연히.
Solar Eclipse / 제가 자주하는짓이죠. 광역 배설러 마이...
봇라인이 망하기 일보직전 정글돌던 리니아의 갱킹시도. 하지만 요 망할 리니아는 루루처럼 거대화 한번만써주고 도망가는 망할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