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편
<-- Main stroy 타락 -->
“네놈이었구만... 이 강한 원령이...”
에페리아는 가볍게 혀를 차며 자신의 밑에 놓여진 갈색 옷의 시체를 바라본다. 온몸 여기저기에는 그을린 자국이 가득했고 꽤나 오래 방치된것인지 시체가 부패하는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고깃덩어리.
“어때? 너에게 기회를 주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어?”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 에페리아는 씨익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썩어가는 시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지 손끝으로 반쯤 백골이 되어있는 시체의 머리를 쿡쿡 찔러본다.
“많은 것은 바라지 않아. 단지 시간만 끌어줬으면 해.”
그녀의 중얼거림이 길어질 수록 그녀의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또한 진해진다. 얼마가지않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었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벌떡일어난다.
“오케이. 그럼 계약성립! 내가 너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줄게. 대신 맡은일엔 최선을 다해야해!”
짜악!
그 말을 끝으로 에페리아는 자신의 양손을 허공에서 마주친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빠른속도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휘말려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치 작은 태풍처럼 주변의 마나를 빠른 속도로 끌어모으는 에페리아.
파앙!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바닥에 복잡한 수식들이 잔뜩 적혀있는 푸른 마법진이 펼쳐진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는지 에페리아의 압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 그녀의 발밑에 펼쳐진 푸른 마법진이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변색된다.
“그대의 영혼이 운명이 정해준 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도록... 그에 따른 대가로 새로운 기회를 얻게 하도록!”
영창을 마친 에페리아는 마주친 손을 떼어낸다. 그러자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일어나던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어버린다.
“저주받은 부활.”
그와 동시에 마치 폭풍전의 고요처럼 정지되었던 마나의 폭풍이 더욱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엔 에페리아가 중심이 아니라 그녀가 바닥에 펼쳐놓은 마법진을 중심으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한 점에 집중되며 그 힘을 견디지 못하는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이미 백골이 되어 썩어문들어져가는 시체가 기적적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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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
실신한 네이를 품에 안고 숙소에 도착한 나는 우선적으로 리엔을 찾는다.
-뭔가 심상치 않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그런 내 머릿속으로 평소와는 달리 약간의 다급함이 섞인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오지만 그런 로터스의 호출보다 지금 네이의 상태가 나에게는 가장큰 걱정이었다.
“리엔!!!”
“타.. 타메르씨?!”
다행히도 그녀는 그녀의 방안에 있었다. 방문을 열어젖히자 아무것도 모르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리엔은 화들짝 놀라며 내 품안에 안긴 네이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에요?!”
그런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없이 우선 네이를 그녀의 침상 위에 눕힌다. 그러자 네이를 찬찬히 훑어보던 리엔은 피에 젖어있는 하반신을 발견하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건... 하혈?”
“네이를 잘 보살펴줘. 그리고 지금 침입자가 찾아왔다고 하더군.”
내 부탁에 리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또한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흘끗 네이를 돌아본 리엔은 작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네이는... 제가 보살필꼐요. 그녀의 임신을... 제대로 못알아차린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부탁할게... 그리고 침입자가 왔다니까 나가지말고 여기서 조용히 있어.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올테니까.
“알았어요. 몸 조심하세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간다. 네이를 돌봐줘야하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선 유적지를 침략해온 침입자부터 제거를 해야만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대검의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나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문채 로터스가 말해주는 침입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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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메르가 떠나자 리엔은 불안한 얼굴로 방 한쪽에 마련된 찻장을 뒤진다. 이런 때에 대비해서 심신의 안정을 위한 차나 약같은 것을 몇 개 준비해두고 있던 리엔이었다. 하지만 찻장에서 차를 꺼내는 리엔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있었다.
“네이씨가... 너무 큰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약간 저렴한 분위기가 나는 찻잔에 자신이 꺼낸 차를 담아놓은 리엔은 키르비르가 만들어준 물주전자를 집어든다. 마법석을 이용해 반 영구적으로 내부의 물을 뜨겁게 달궈주는 물주전자에 담긴 온수를 조심스럽게 찻잔에 따른 리엔은 후회가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쉰다.
“임신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해보지 못했다니...”
스스로 자책하던 리엔은 크게 심호흡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따듯한 찻물이 우러나오기 시작하는 찻잔을 쟁반에 들고 네이를 돌아본다.
“....아..”
하지만 침상위에 쥐죽은 듯이 누워있어야할 네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있었다는 듯이 미세한 온기가 남아있는 침상에는 약간의 혈흔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네이씨... 그 몸을 이끌고 대체 어디로...!”
네이의 실종에 당황한 리엔은 허겁지겁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네이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 밖은 위험한데...”
이미 타메르에게 침입자에 대한 사실을 들은 리엔. 그런 상황에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네이가 밖에 나가돌아다니는 것은 침입자에게 당하기 아주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것은 당연했다.
“.....”
잠시 고민하던 리엔은 찻잔이 담겨진 쟁반을 다시 탁자위에 내려두며 출구의 문을 붙잡는다.
“네이씨를... 찾아야해.”
그녀는 주저없이 방문을 열고 나간다. 어림짐작이기는 했지만 리엔은 네이가 어디로 갔을지 대충 감을 잡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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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각자의 역할입니다.”
크게 흔들리는 비공정속. 소년은 그런 진동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같이 탄 티에르와 란슈에게 에페리아의 지시를 전한다.
-뭐... 불만은 없지만...
티에르의 곁에서 시란은 살짝 볼맨소리로 투덜거린다.
-그런 지시를 이렇게 추락하는 비공정안에서 느긋하게 말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
거의 기울어진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쓴웃음을 지으며 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티에르는 할말없이 그저 멍청한 웃음을 터트린다. 이미 선체가 크게 기울어진 상황. 란슈또한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작전을 말하는 소년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하여금... 우리는 그런 일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까?”
란슈는 소년에게 다시금 그 작전에 대해묻는다. 그러자 소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모든 것은 에페리아님의 계획대로 될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활약해주시죠.”
그리고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빠른속도로 가까워져가는 유적지를 바라본다. 크게 심호흡한 그는 다시금 탑승자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각자의 역량것 목표를 달성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아...”
“흐아아..”
그런 소년의 말에 란슈와 티에르의 입에서 자그마한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미 유적지는 코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이제 곧 비공정이 지상에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충격이 이 배를 뒤흔들 것이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티에르는 그저 시란이 들어있는 검집을 꼭 품에안고 있을 뿐이었고 란슈는 그저 여유롭게 자신의 몸을 풀어나갈뿐이었다.
“자... 그럼 모두 살아서보죠.”
하지만 소년은 나지막한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런 그의 추락하는 비공정의 진로를 막고있는 커다란 탑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콰아아앙!!
유적지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키르비르의 탑이 허리부분을 강타하는 비공정의 충격에 가볍게 흔들린다. 다행히도 그런 충격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키르비르의 탑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나 빈틈없이 단단한 벽돌로 만들어진 키르비르의 탑과는 다르게 그런 충격을 견뎌낼 수 없었던 비공정은 허공에서 산산조각나면서 지상을 햐앻 수많은 나무파편들을 흩뿌린다.
쿠웅!!
그런 수많은 나무파편들중. 마치 사람키만한 붉은 구가 떨어져내린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구는 마치 쇳덩어리처럼 묵직한 소리를 내며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1/3쯤 파묻혀들어간다.
콰득..
붉은 구에서 마치 새가 깨어나는 알처럼 한 점을 중심으로 자잘한 균열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런 균열이 구의 절반쯤 뒤덮을때..
콰작!!
형체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붉은 구가 부숴져내리며 붉은 파편들이 구의 중심을 향해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휴우... 고마워 혈아.”
빨려들어간 파편들은 그 형체가 무너지며 아주 자연스럽게 구 중심에서 보호받고 있던 티에르의 머리카락으로 변한다. 방금전 강철같은 강도를 자랑했던 모습이 환영인것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돌아온 붉은 조직들은 부드러운 윤기를 휘날리며 자연스럽게 찰랑거린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그 근육아저씨가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아. 일단 우리는... 우리일에 집중하자.
이미 형체의 절반을 잃고 마치 허공에서 굴러떨어듯이 지상으로 떨어져내리는 커다란 비공정을 바라보던 티에르는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곁에서 모습을 들어낸 시란은 날카로운 눈으로 키르비르의 탑을 노려보며 티에르의 관심을 돌린다.
-안그래도 저기. 우리가 찾는 녀석이 있네.
그런 시란의 눈에는 이제막 탑을 오르기 시작하는 네이의 모습이 포착된다. 그런 그녀의 존재에 시란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진짜... 죽일생각이야?”
-아냐... 딱히 죽이려는 것은 아니야.
티에르의 말에 움찔 놀란 시란은 넌스레를 떨며 대답한다. 네이와의 싸움이 기대되는지 시란은 자신의 몸을 풀어나가며 생각을 티에르에게 밝힌다.
-그냥 한번 검좀 섞어버린거야. 저번에 싸우다 말고 찝찝하게 끝냈잖아.
“진짜... 죽일 것은 아니지?”
진지한 티에르의 당부에 시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다.
-당연하잖아? 내가 무슨 살인귀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싸우고 만약 내가 이기면 도망치라 말해줄거고... 뭐.. 내가 지면 그건 내 능력이 부족했다고 적당히 둘러대면되지.
그런 시란의 말에 그제서야 한심한 티에르는 시란의 검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네이가 올라간 탑을 바라본다.
-어자피 우리의 임무는 시간벌기니까... 부담가지지마 티에르.
“알았어...”
시란의 위로에 작게 한숨을 내쉰 티에르는 천천히 네이를 쫓아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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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낡고 노후된 수많은 유적 구조물사이로 이미 절반이나 산산조각난 비공정의 파편이 거칠게 내동댕이 쳐진다. 동시에 몇 개의 구조물이 무너지며 자욱한 흙먼지와 나무파편을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후우.. 거참.. 시작부터 요란하군요.”
그런 자욱한 흙먼지를 헤치며 여기저기 가벼운 상처를 입은 란슈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그는 자신의 새하얀 갑옷에 잔뜩 묻은 누런 흙먼지에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몸을 털어간다.
“크흐흐..”
그런 그의 등뒤로 마치 짐승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란슈는 그런 울음소리에 별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지 무덤덤한 눈으로 뒤를 돌아본다. 천천히 가라앉아가기 시작하는 흙먼지속. 바닥에 누워있는 리아의 신형이 천천히 들어나기 시작한다.
“우리 둘의 목표가 리엔이라니... 그 아가씨도 상당히 짖꿎군요. 과거 같은 교단이란 것을 뻔히 알고있으면서...”
뚜둑.. 뚜두둑..
그의 시선을 받고있던 리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추락의 충격덕분이었을까. 그의 몸을 구속하던 구속구 대부분이 박살났고 남아있는 구속구또한 리아의 움직임에 따라 하나둘씩 박살나 바닥에 흉한 파편을 흩으러뜨린다.
“시.. 신성한 자의 힘이...”
간신히 구속구에서 벗어난 리아는 무엇에게 홀린듯이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간다. 어디론가를 향하는지 몰랐지만 리엔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란슈는 그런 그를 막지않고 옆에서 조용히 바라볼뿐이었다.
“무엇이 신의 뜻인지... 직접 대면해보면 알겠군요.”
이미 본능에만 따르는 짐승과도 같은 모습의 리아를 내려보며 그의 눈에 깊은 회한이 어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아무말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리아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겨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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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못해... 용서못해...”
네이는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눈물조차 말랐는지 아무런 물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매말라버린채 붉게 충혈된 눈동자를 굴리며 그녀는 높게 솟은 키르비르의 탑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그녀의 탑을 오르는 계단을 밟아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이제 연중은 없겠죠. 없어야죠!
Lizad / 엌ㅋㅋ 그러고 싶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꼬여버림 ;ㅅ;
로나프 / ...으익;;;
실버링나이트 / 애도...
abcbbq / 하지만 키르비르랑 싸울기세.
유운처럼 / 비평비난 욕 다 환영합니돠~
일단.. 켈레브라 부활.
티에르,시란,란슈 및 에페리아 유적지 진입.
그리고 키르비르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우는 네이.
이걸로 타락 시나리오는 종료.
다음은 결전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주 월요일은 연재를 잠시 쉴께요...
울릉도 여행때문에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