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32화 (132/298)

132편

<-- Main stroy 타락 -->

아침이 왔다. 언제 잠들었던 걸까. 키르비르에 대한 걱정도 잠시. 작고 따듯한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있자니 맘이 편해져 어느 순간 잠이들어버린 것 같았다. 삭막한 유적지에 걸맞지않는 가느다란 샛소리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뜬다.

“....”

그런 내 품안에는 여전히 키르비르가 안겨있었다. 편히 잠든 나와 다르게 밤늦게까지 눈물을 흘렸던 걸까. 그녀의 양 눈이 살짝 부어있었다. 그런 꼴사나운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기는 커녕 나는 그저 아무말없이 곤히 잠들어있는 키르비르의 얼굴을 내려볼뿐이었다.

“으응..”

내가 살짝 움직이자 키르비르는 이불자락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새벽공기를 거부하는 듯이 마치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웅얼거리며 나에게 엉겨붙어온다. 아주 자연스럽게 내 가슴을 감싸안으며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키르비르. 그녀의 편안하고 가느다란 숨결이 내 귓불을 가볍게 간지럽힌다.

이대로 일어날까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편하게 자고있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나는 어쩔수 없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감싸안아준다.

“으음..”

그러자 키르비르의 얼굴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너무나도 단순한 그녀의 행동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으... 으응..”

그런 웃음소리를 들었던 걸까. 조용히 감겨있던 키르비르의 눈꺼플이 파르르 떨리며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떠간다.

“좋은 아침. 잘잤어 키르비르?”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작게 미소지은채 다정하게 그녀에게 아침인사를 건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아무말없이 바로 코앞에서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뿐이다.

“키르비르?”

내가 다시한번 그녀를 부르자 키르비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퍼뜩 놀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왜 이리 들이대?! 너 무슨...”

하지만 키르비르의 말을 끝마쳐지지 못한다. 뭐라뭐라 떠들던 키르비르는 마치 리모컨으로 정지버튼을 누른듯 기계처럼 몸을 우뚝 멈춘채 바들바들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너가 잠결에 엉겨붙은것... 기억안나냐?”

나는 그녀에게 모든 사실을 설명하려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내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딱딱히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시선을 떨군다.

“뭐야? 왜그래?”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의아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시선을 쫓아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나간다.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 그곳은..

“오.. 맙소사.”

이불자락속. 정확히말하면 내 사타구니부분이었다. 그녀가 침대가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속옷바람으로 침대안에 들어와 자고있었던 덕분일까. 아침의 기운을 잔뜩 받아 힘껏 몸을 일으키고 있던 내 분신이 속옷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키르비르가 내 몸에 엉겨붙어있던 덕분에 그런 내 분신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너.. 너너...”

“오.. 오해야! 이.. 이건 단순한 생리현사...”

“꺄아아아앗!!”

그녀는 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자기방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어행동을 수행한다. 물론 평범한 여자였다면 몸을 가리고 밖으로 도망치겠지만 상대는 키르비르다.

뻐억!

“크헉!!”

남자의 성기에 대한 혐오감이 없는 듯 그대로 있는 힘껏 발길질을 내지르는 키르비르. 안그래도 잔뜩 힘이 들어가있는 분신이 자비없는 그녀의 발에 걷어차이자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속에서 사타구니를 감싼채 굴러떨어지듯이 침대에서 나가떨어져버린다.

“이.. 이 변태새끼!!! 역시 절대로 틈을 주면 안돼!”

“아그... 으허억..”

키르비르는 마치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이불자락을 끌어올려 방어벽처럼 자신의 몸을 두어번 빙빙 감아놓은채 나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그녀가 뭐라 소리를 지르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채 억울하게 내 불쌍한 분신을 붙잡고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그래도 이건 너무한것 아니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간신히 통증이 진정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나는 탁자를 지지대 삼아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너.. 너가 자초한 일일 뿐이야! 그.. 그딴 흉측한 물건을 어디다 들이대?!”

“아우...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비틀비틀 간신히 몸을 일으킨 나는 허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크게 한숨을 돌린다. 그런 나를 빤히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조용히 눈동자만을 굴리다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팩 돌려버리며 말한다.

“빠.. 빨리 옷이나 입어!”

“네네.. 알았습니다. 알았다구요.”

아직도 아련한 통증이 가시지 않은 나는 작게 투덜거리며 침대옆에 널부러져있는 내 옷을 주섬주섬 끌어다가 하나씩 입어나가기 시작한다. 키르비르는 그런 나를 흘끗흘끗 돌아보다 이내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몸을 휙하니 돌려 앉아버린다. 그런 키르비르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은 나는 옷을 간단하게 차려입고 그녀를 부른다.

“자자.. 됐어. 다 입었다구.”

“그럼 빨리 약들고 나가버려.”

“뭐야... 너무 매정한것 아니야?”

나가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볼멘소리로 투덜거리지만 그런 내 말에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우고 나를 팩돌아본 키르비르는 앙칼지게 외친다.

“발정난 너가 뭔짓을 할지 모르니까! 빨리 나가!”

“아.. 발정난게 아니라니깐!! 이건 단순한 생리현상으로 남자는 전부...”

“몰라몰라! 빨리 안나가?!”

내 말을 듣기도 싫다는 듯이 귀를 막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탁자위에 올려놨던 약병을 확인해본다.

“진짜... 붉게 변했네.”

아침햇살을 받아 영롱한 붉은 빛으로 빛나는 물약. 그녀의 말대로 푸른색으로 빛났던 약물은 아침이 되자 기이한 붉은 빛을 내뿜고있었다. 그것하나만으로도 그녀가 만들어준 약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증거가 되었다.

“단순히 마시게하면 돼.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네이의 몸에 흐르던 피가 힘을 잃고 천천히 분해되어 사라질꺼야.”

“....”

내가 약병을 집어들자 키르비르는 뒤에서 친절히 약의 사용법이나 효과까지 상세히 말해줬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녀를 돌아본다.

“뭘 꾸물거려... 나가.”

그녀는 이미 턱끝까지 이불을 돌돌 싸맨채로 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전한다.

“도와줘서 고마워. 키르비르.”

“...별 시답지않은 감사는 하지말고 앞으로 그런 뒤처리 일이나 맡기지 말아.”

내 감사에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작게 웅얼거리며 좀더 낮잠을 즐기려는 듯 이불을 몸에 돌돌 말은채로 침대에 누워버린다. 그런 키르비르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약병을 손에 들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그녀의 방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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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비르가 만들어준 약병을 들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아무도 없는 내 방에서 나를 반겨주는 것은 싸늘한 한기 뿐이었다.

“이 녀석이 어디간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텅빈 방안을 빠져나온다. 지금 키르비르또한 자신의 탑으로 돌아가있는 상황. 이 숙소 내에서 네이가 있을만한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없어진 네이가 갈만한 곳에 대해 고민하며 복도를 걷던중 이리엘과 마주친다.

“아. 이리엘. 네이 못봤어?”

내 물음에 이리엘은 왜 그런 걸 자신에게 물어보냐는 듯한 눈으로 지긋이 나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나가는 것을 봤어.”

“나가? 숙소에서?”

“응.”

그녀의 대답에 내 머릿속에 네이가 갈만한 곳이 퍼뜩 떠오른다.

“아... 그나저나 타메르...”

이리엘은 네이를 찾아가려는 나를 붙잡는다. 하지만 네이를 먼저 만나야한다고 생각한 나는 그런 이리엘에게 잠시만 기달려달라는 제스쳐를 취해보이고 약병을 움켜쥔채 네이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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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타메르가 먼저 나가버리자 홀로남은 이리엘은 살짝 걱정이 서린 눈으로 타메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불길한 붉은 빛으로 반짝이는 자그만 신호기가 쥐어져있었다.

“경고... 검은 마녀 경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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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 여기있지?!”

숙소외부에서 그녀가 갈만한 곳. 이리엘이 네이가 밖에 나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장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은 바로 내가 그녀에게 소개시켜준 꽃밭. 그곳까지 달려온 나는 큰 목소리로 네이를 찾아 부른다.

“타... 메르?”

내 예상이 맞았던 걸까. 꽃밭에서 네이가 응답하는 자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꽃밭 밖에서 네이를 찾아 주변을 둘러본다.

“왜 여기있었어. 찾느라 고생했잖아.”

고생했다는 말과는 다르게 조용히 미소지은 나는 꽃밭 한가운데 서있는 네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약간 피곤한 듯한 얼굴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나와봐. 줄 선물이 있으니까.”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꽃밭에 들어갈 수 없었던 나는 꽃 향기가 나지 않는 외곽에서 그녀를 부른다. 하지만 네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꽃밭 한가운데 서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무슨 선물이야?”

“뭐... 그냥 영양제 같은거야.”

키르비르가 만들어준 약물을 뭐라 말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영양제라 네이에게 말한다. 하지만 네이는 아무런 감정변화없이 무덤덤하게 내 손에 들린 약병을 바라본다.

“이리와.”

지독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던 나는 네이에게 나와달라 요청을 해본다. 그러자 내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네이는 일말의 미동없이 천천히 입을 열어간다.

“그걸 꼭 마셔야해?”

“당연하지. 키르비르가 특별히 만들어준거야. 내가 널 위해 부탁했었다고.”

하지만 내 대답에 네이의 얼굴에 자그마한 그늘이 지어진다. 뭔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네이. 그런 그녀는 잠시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싫어...”

“...뭐?”

예상치 못한 그녀의 거절에 나는 벙찐 얼굴로 네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마치 나를 바라보기도 싫다는 듯이 나로부터 휑하니 등을 돌려버린다.

“네이. 너 왜그래?!”

이런 반항적인 그녀의 대답은 들어본적이 없었던 나는 살짝 당황하며 그녀에게 다가가보려하지만 꽃밭 가득히 자욱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내 걸음을 막아선다.

“미안해...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버렸어.”

“너... 무슨 이야기를...”

내 말을 들은 네이는 슬픔과 분노가 담겨있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차오르는 배신감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약의 정체!! 그 약... 내 몸에 흐르는 너의 피를 없에기 위한 약이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움찔 놀란다. 그리고서는 나는 내 손에 들린 약병을 내려본다. 키르비르가 만들어준 약. 원래는 말그대로 그녀의 몸에 흐르는 광혈의 저주의 피를 없에는 약이었지만 지금의 네이는 다른 뜻으로 오해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야... 그건 오해야 네이! 너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생각에 입술을 잘근 깨문 나는 그녀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네이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듯한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그럼 뭔데?! 내 귀가... 잘못되었다는 거야?! 나는 들었어! 너와 키르비르의 대화를!!”

“하지만... 그건 다른 뜻이야...”

“그럼... 그럼 무슨 뜻인데... 너가 날 버리려는 뜻이 아니면 뭔데?!”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는 듯 자신의 배를 감싸안으며 나로부터 뒷걸음질친다. 나는 그런 그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젖는다.

“내가 왜 널 버려...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

“그럼 뭐야!! 대체 뭐냐고!!”

네이는 절규를 하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이대로 진실을 계속 숨겼다가는 네이가 상처만 받겠다는 생각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녀에게 진실을 말한다.

“사실... 너의 몸에는 내 아이가 없어.”

“그... 그게 무슨소리야?!”

당연히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며 어이없어한다.

“리엔에게 직접들었어. 너의 몸에 피가 흐른다는 것은... 그 말 그대로 내 피가 흐른다는 거야. 광혈의 저주 받은 내 피가...”

당황하는 네이를 바라보며 나는 내 손에 들린 약병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이건 그 때문에 내가 키르비르에게 부탁해서 만들어온 약이야. 너 안에 흐르는 저주받은 피를 없에기 위한 약이라고... 모두 다 널 위해서야.”

“거.. 거짓말이야!!”

하지만 네이는 그런 내 말을 부정한다. 마치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명을 지르는 네이. 나는 아무말없이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내 몸은... 내가 더 잘알아!! 아니야... 나는... 타메르의 아이를...”

“네이...”

그녀는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며 눈물을 흘린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절박하게 만든 것일까... 조용히 네이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를 향한 내 발걸음을 막는 꽃밭을 바라본다.

“젠장...”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은 나는 이를 악문채 조심스럽게 꽃밭사이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환히 핀 꽃들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향이 내 콧가를 간지럽혀간다. 마치 수백개의 바늘로 콧속을 휘젓는 듯한 끔찍한 통증. 하지만 그런 통증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큼성큼 꽃밭사이를 걸어 네이에게 다가간다.

“타... 타메르?!”

그런 나를 바라보던 네이는 깜짝 놀라며 나를 부른다. 그녀또한 내가 가진 지독한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서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이대로 가만히 방치할 수는 없었다. 성큼성큼 꽃밭을 해쳐나가며 나는 한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간다.

“콜록!! 콜록!! 크흡.. 젠장할...”

걸음을 옮길때마다 물씬 피어오르는 지독한 꽃향기와 꽃가루들이 내 코와 눈을 자비없이 후벼나간다. 눈물에다가 콧물. 거기다 계속된 기침떄문에 흘러나오는 침을 신경질적으로 소매로 닦아가며 흐릿한 시야 사이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네이를 찾아 걸음을 옮긴다.

“안돼!! 타메르!!”

멀리서 보이던 네이는 허겁지겁 나를 향해 뛰어온다. 기겁한 그녀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나의 팔을 감싸안은채 어디론가를 향해 이끌어나간다. 그녀의 팔에 이끌려져 간신히 꽃밭에서 벗어나온 나는 아직도 눈물이 철철 흘러나오는 눈가를 소매로 힘껏 비비며 눈을 꿈벅거린다.

“알레르기가 있으면서 대체 왜 그런거야!!”

그런 내 눈앞에 마치 나를 끌어안은채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로 외치는 네이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여전히 나만을 걱정하며 이맛살을 가볍게 찡그리고 있는 네이.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런 네이의 어께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대답한다.

“슬퍼하는 널 혼자 둘 수는 없었어.”

“하.. 하지만 그렇다고 꽃밭까지 들어올 필요는..”

“널 버리지 않을 꺼니까. 그깟 꽃밭이 뭔상관이야. 조금 괴로운 것 때문에 혼자 슬퍼하는 널 혼자 둘 수는 없잖아?”

그녀의 말을 끊으며 나는 별 것아니라는 듯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은 그다지 멋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다행히도 내 품에 안긴 네이는 그런 나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올려다본다.

“너가 내 아이를 임신했든 안했든 상관없어... 너와 결혼한다고 약속했으니까 난 너랑 결혼 할꺼야.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마...”

“으.. 으응..”

그제서야 네이는 간신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런 네이를 바라보며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자... 이제 내 말을 믿어 줄 수 있겠어?”

나는 네이의 눈앞에 내가 들고있던 붉은 약이 담긴 약병을 내보인다. 그러자 잠시 움찔거린 네이는 여전히 거부감이 드는 눈으로 약병을 바라본다.

“꼭... 마셔야해?”

“응. 모두 너를 위해서야...”

내 대답에 네이는 조심스럽게 내가 건내주는 약병을 양손으로 받아드린다. 살짝 걱정이 서린 눈으로 약병을 바라보던 네이는 다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핀다.

“알았어... 믿을게.”

그리고 이내 결심을 마친듯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채 약병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간다. 약병이 천천히 기울어지며 그안에 들어있는 붉은 약물이 그녀의 입안으로 천천히 흘러들어간다. 그녀가 약병의 내용물을 제대로 삼켜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하아...”

약병을 전부 꼼꼼히 비운 네이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런 그녀를 칭찬하든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잘했어.”

“이걸로 된거야?”

네이는 불안한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본다. 그런 그녀의 걱정에 피식 웃은 나는 별것아니라는 그녀를 감싸안은채 가볍게 그녀의 몸을 토닥여준다.

“아긋...!!”

하지만 갑작스레 네이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나온다.

“네이?!”

그런 그녀의 비명에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그녀를 살펴본다. 네이는 내 품안에서 몸을 웅크린채 고통스러운 듯 바들바들 몸을 떨어가기 시작한다.

“왜 그래?! 네이!!”

갑작스런 그녀의 이상에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 그녀는 자신의 배를 감싸안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 안돼.. 아..”

절박한 비명을 흘리며 그녀는 바들바들 몸을 떤다. 그런 그녀를 감싸안고 있는 내 허벅지로 뭔가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 느껴진다.

“뭐야... 이건?”

그 액체를 손으로 만져본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손에 끈적하게 늘어붙는 이것. 그것은 선명한 선홍빛의 붉은 피였다.

“거.. 거짓말...”

나는 당황한 눈으로 네이를 바라본다. 자신의 배를 감싸쥐고 괴로워하는 네이. 그런 그녀의 반바지자락을 붉게 물들이며 선명한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 설마... 진짜로 임신했던거야...?!”

“내가.. 내가 말했었잖아...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고...”

네이는 괴로워하면서도 나를 올려다보며 바라보며 조용하게 중얼거린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네이를 바라본다. 그녀는 나를 욕하거나 저주할 기력도 없었는지 그저 슬픔과 후회감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만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런 그녀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

“네이.. 네이!!”

힘없이 내 품안에 쓰러져내린 네이. 아마도 기력이 다한걸까. 그녀는 내 부름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축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나는 허겁지겁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아 들어올린다.

-타메르. 침입자다!!

그때 타이밍 안좋게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로터스의 사념이 전해진다. 설상가상의 상황속에 입술을 잘근 깨문 나는 네이를 품에 안은채로 우석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숙소를 향해 달려나간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상당히 중요하죠. 에페리아를 막을 최후의 카드인뎅..

누님이조아 / 타메르!

유운처럼 / 아주 멀었죠. 너무 멀어요 ;ㅅ;

abcbbq / 으잌ㅋㅋ? 원작에도 나왔었어요. 막바지에... 용의 입속에 물려서 도착한 꼬꼬마.

Lizad / 그.. 그런건가요;;

실버링나이트 / 사고도 좋은쪽으로 친다면 답이... 나오겠죠?

뭐.. 여튼.. 음.. 네이가 진짜로 임신했다는것은 또다른 반전.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지. 네이는 안될거야...

아... 스맛폰 개통했습니다.

카톡 아이디는 hinim22.

온갖 욕이나 비난 빠른 연재에관한 재촉등 여러방면의 이야기는 전부환영합니다.

의견같은게 있으시면 톡으로 보내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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