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편
<-- Main stroy 타락 -->
“리엔. 다 예상하고 있던거야?”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는 식기를 정리하고 씻기위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는 리엔에게 질문을 던지자 리엔은 자그맣게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키르비르님은 의외로 단순하시거든요.”
“그 말 뜻은... 내 행동또한 단순했다 이거지?”
내 물음에 리엔은 부정하지 않고 쿡쿡거리며 웃음을 터트릴뿐이었다.
“하여튼 다 잘된거잖아요? 타메르씨도 키르비르님과 화해했고... 어찌됬든 다시 오봇한 분위기로 돌아왔으니까요.”
“오봇한 분위기라...”
리엔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나는 소스로 더러워진 접시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닦아간다.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보던 리엔은 나에게 묻는다.
“타메르씨. 키르비르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녀의 물음에 접시를 닦던 내 손이 멈춘다. 그리고는 왜 그런걸 물어보냐는 듯한 눈으로 리엔을 바라본다.
“타메르씨도 알다싶이 저는 미래를 볼 수 있었요. 그리고 좀 더 힘좀쓰고 집중하면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죠.”
“거참 언제 들어도 섬뜩한 능력이구만.”
리엔의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리엔의 성격상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악용할리는 없었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뭔데?”
“고의는 아니었지만 키르비르님이나 네이. 그리고 이리엘씨의 미래를 읽었거든요.”
“그녀들의 미래라... 왜? 그녀들의 미래라 불길하기라도 했나?”
“아니요.”
내 물음에 리엔은 일말의 주저없이 부정의 뜻을 밝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어간다.
”결론적으로 그 사람들의 미래는 행복해요. 끝에가서는 결국에 자신의 행복을 되찾고 그 행복에 빠져살죠.“
“그럼 잘 된거네. 그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잠시 주저하던 리엔은 조용히 내 눈치를 살피다 마지못해 입을 열어간다.
“키르비르님의 미래중에 신경쓰이는 것이 있어요.”
“그게 정확히 뭔데?”
내 물음에 리엔은 갑작스럽게 식기를 닦고있던 내 손목을 붙잡는다. 그리고 억지로 내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뒤 진지한 목소리로 묻는다.
“타메르씨. 키르비르님을 배신하진 않으실거죠?”
“그... 무슨 헛소리야?”
나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그녀의 질문에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려했지만. 그런 리엔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진지하기만 했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결국 나는 마지못해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다.
“뭐... 조금 얄밉거나 짓궃은 장난같은 것을 많이 치지만... 녀석을 배반하거나 뒤통수칠 마음은 하나도 없어.”
“....”
그제서야 리엔은 움켜쥐고있던 내 손목을 천천히 풀어준다. 그리고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모르겠어요.”
“뭐가? 또 미래를 읽는거냐?”
리엔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미래를 읽을 수 없었는지 그녀의 눈은 혼란스럽기만했다.
“타메르씨의 말이 진심인건 알겠는데... 타메르씨에겐 그 순간이 보이지 않아요. 두개의 복잡한 운명이 얽혀서... 너무 혼란스러워서 읽을 수가 없어요.”
그녀의 의미모를 중얼거림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나는 리엔이 붙잡고 있던 내 손목을 매만진다. 그리고는 다시 식기를 닦기위해 몸을 돌리며 애써 무덤덤한 어조로 리엔에게 충고한다.
“일단... 결론은 행복하잖아? 그 행복을 얻기위한 짧은 혼란과 고통일 뿐이야. 너무 심각하게 알고있으려하지마.”
“하.. 하지만...”
“됐어. 그만해.”
내 제지에 리엔은 그제서야 입을 다문다. 하지만 뭔가 꺼림찍한 기분이 남아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 마지못해 천천히 몸을 돌려나간다. 그리고 입구앞에서 그녀는 나보고 잊지 말라는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제가 봤던 키르비르님의 미래에서... 키르비르님은 격렬한 배신감. 그리고 모멸감에 빠져있었어요. 그리고 그건... 모두 타메르씨를 향한 감정이었죠.”
“....”
그말을 끝으로 리엔은 주방밖으로 나간다. 홀로남은 나는 조용히 식기를 닦을 뿐이었다. 그런 내 머릿속으로 키르비르의 모습이 떠오른다.
‘널 죽여버릴꺼야!!’
분노로 자신의 감정조차 컨트롤하지 못하고 나를 보며 울부짖는 키르비르의 모습. 날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살기와 함께 격렬히 요동치는 엄청난 마나. 한동안 살짝 잊었던 기억이 갑작스레 머릿속을 휘저어놓기 시작한다.
“멀지않는... 미래.”
식기를 닦는 내 손이 우뚝 멈춰선다. 봤었다. 그런 키르비르를 앞에 뒀었던 나의 미래를. 리엔을 통해서가 아닌 키르비르의 통해서. 키르비르가 리엔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 마법을 쓴 그 순간. 나는 잠시나마 내 미래를 엿볼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젠장...”
하지만 단순히 단편적인 미래를 봤을뿐. 그 이유나 원인은 알 수가 없었다. 괜히 머릿속이 무거워지고 복잡해지는 기분나쁜 감각아래 짧게 욕을 내뱉은 나는 다시 식기닦기에 집중해나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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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온통 검은빛과 붉은 빛으로 도색되어 섬뜩함까지 느껴지는 커다란 연구실 안에서 요란한 굉음이 울려퍼진다.
“없어... 없다고!!”
콰앙!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다시금 책상이 거칠게 후려쳐지며 그 위에 올려진 온갖 종이쪼가리와 서류가 허공에 흩날린다.
“무.. 무슨 일입니까?! 에페리아님!”
그런 소란에 놀라 연구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늑대귀의 소년. 그는 난장판이 되어있는 책상을 바라보며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에페리아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책상의 주인인 에패리아는 지쳤는지 커다란 마녀모자를 벗고 의자에 몸을 기댄채 있는 힘껏 얼굴을 문지르고 있었다.
“없어.. 아무리 기록을 뒤져봐도 그 망할 총잡이 새끼가 없다고!!”
자신이 알아낼 수 없는 사실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일까. 에페리아의 언성은 평소보다 몇배는 거칠기 그지없었다.
“지.. 진정하세요.”
늑대귀의 소년은 그런 에페리아를 진정시키려 가까이 다가가려하지만 의자에 앉아있는 에페리아로부터 흉흉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늑대귀의 소년은 그런 기운에 익숙한듯 마른침을 살짝 삼킨뒤 에페리아에게 접근을 시도해본다.
콰악!
“아읏..!!”
어느 순간. 천천히 에페리아에게 다가가던 늑대귀의 소년의 몸이 마치 무언가에 끌려가듯 앞으로 잡아당겨지며 녀석의 멱살이 에페리아의 가늘고 긴 손가락 사이에 단단히 붙잡힌다.
“하필이면... 일이 다 되어갔는데 마지막에 틀어버렸어! 그 망할 총잡이 년이!!”
“일이 잘못되신 것은... 으윽.. 안타깝지만 우선 진정하시는 것이...”
“어디서 날 가르치려들어?!”
콰앙!!
늑대소년의 말이 끝나기도 전. 앙칼진 에페리아의 외침과 함께 늑대소년의 몸이 허공에
서 반바퀴돌아 바닥에 거세게 메다꽂힌다.
“아크읏..!!”
그런 늑대소년은 바닥에 매다꽂힌충격으로 어께가 나간듯 자신의 어께를 부여잡고 바닥에 꿈틀거리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런 소년을 바라보는 에페리아의 눈빛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네 까짓 돌연변이가... 주제도 모르고 날 가르치려 그래?!”
퍼억! 퍼억!
에페리아는 자신의 일이 틀어진 것에 대한 화풀이를 하듯 쓰러진 소년의 몸을 발로차거나 밟아버린다. 그런 에페리아의 폭행에 소년은 몸을 둥글게 말아 자신을 최대한 보호할 뿐이었다.
“하아.. 하아..”
몇분정도 지났을까. 소년은 몸을 웅크린채 죽은듯 미동없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런 소년을 내려보던 에페리아는 지친듯 숨을 헐떡거리다 이내 피곤하다는 듯이 자신의 의자에 무너져내린다.
“하... 망할..”
에페리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짧게 욕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억양이 단조로운 것이 그녀의 화가 어느정도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짧게 한숨을 내쉰 에페리아는 책상에 흩으러진 연구서류 몇 개를 집어들어 훑어나가기 시작한다.
“혼돈의 중심. 붉은 피. 이것을 중심으로 4개의 포인트가 있단 말이야. 하나는 신성한자. 하나는 타락한자. 하나는 선한자. 하나는 악한자.”
“으으으..”
조용히 중얼거리는 에페리아의 눈앞으로 죽은 듯 쓰러져있던 늑대소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나간다.
“괜찮냐?”
에페리아는 자신이 들고있는 서류에 눈을 떼지 않은채로 소년에게 묻는다. 그러자 소년은 먼지 투성이가 된 자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털면서 대답한다.
“네... 그럭저럭 괜찮네요.”
어느세 탈골되었던 그의 어께는 깔끔하게 회복된 후였다. 이어서 몇초가 지나자 소년은 에페리아에게 구타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몸이 회복되어 있었다.
“조금 감정이 격해졌어. 미안.”
그런 늑대소년을 흘끗 바라보며 에페리아는 소소한 사과를 건낸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사과조차도 황송하다는 듯이 늑대소년은 몸을 조아리며 대답한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제가 할 일인데요.”
늑대소년의 씁쓸함이 가득한 대답에 에페리아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에페리아는 다시 자신의 손에 들린 연구서류를 향해 눈동자를 굴려나간다. 자신에게 무심한 듯한 에페리아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늑대소년의 꼬리를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에페리아님. 요번엔 무슨일이...”
자신이 화낸 이유에 호기심을 가지는 늑대소년의 모습에 에페리아의 미간이 가볍게 꿈틀거린다. 왠만하면 오라버니를 제외한 타인이 자신의 일을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에페리아였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늑대소년은 약간 예외였다.
“예상외의 변수가 나타났어. 그것도 아주 큰 변수가...”
그러면서 에페리아는 또다른 연구서류를 꺼낸다. 그것은 지금 에페리아가 들고있는 것보다 상당히 낡은 재질의 종이였다.
“4개의 점을 중심으로 각성되는 혼돈의 힘. 나는 혼돈의 힘의 각성을 막을꺼야.”
“그... 예언때문인가요?”
늑대소년의 물음에 에페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한다.
“혼돈의 힘이 완전히 각성되는 순간. 마계는 멸망의 길을 걸을지어다. 개소리지. 행여나 그 말이 사실이라해도 혼돈의 힘이 완전히 각성될리는 없어.”
어디서 나왔는지. 누가했는지 모를 말이지만 언제부턴가 이 말이 마계의 종말을 암시하는 예언으로 두루 퍼져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허황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지만 마계인들은 은연중 이 예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4개의 점은 4명의 인물로 이뤄지고... 그 한가운데에서 혼돈의 힘이 각성되지. 그러니까... 4명의 인물중 하나라도 없엘 수 있으면 혼돈의 힘이 각성될 확률이 극도로 줄어든다 이거야.”
“4명의 인물이라면...”
팔락.
늑대소년의 호기심에 에페리아는 약간 귀찮아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늑대소년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약간의 서류를 뒤적거린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그 서류를 소년에게 보여준다.
“이건...”
그 서류를 본 늑대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서류에는 자신이 알고있는 이름도 있었기 떄문이다.
“네이...”
“아는 사람이야?”
심드렁한 에페리아의 물음에 늑대소년의 몸이 크게 움찔거린다. 그리고 애써 자신의 속내를 숨기려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
하지만 한눈에 미심쩍인 것을 눈치챈 에페리아는 무끄럼히 늑대소년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별 관심이 없는 듯 에페리아는 시선을 거드며 다시금 서류를 훑어보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거기에 써있는데로 혼돈의 힘을 각성시키기 위한 4명의 인물. 각각 선한자. 악한자. 신성한자. 타락한자. 이렇게 4명의 사람이 있지.”
“그렇...군요.”
에페리아의 설명에 대답하는 늑대소년의 목소리에는 힘이없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서류 한쪽에 적힌 네이라는 이름에 고정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네이가 차지하는 성격은...
“선한자는 너도 알다싶이 키르비르. 신성한자는 이름은 잘 모르지만 성녀라는 년이 거기에 있어. 그리고 악한 자는 너가 알고있는 네이야.”
“그.. 그러면... 타락한 자는 누구입니까?”
애써 네이라는 말을 외면하며 늑대소년은 에페리아가 거론하지않는 타락한자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씨익 미소지를 짓는다.
“바로 나야.”
자신이 훑어보던 서류를 책상위에 내려둔 에페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마녀모자를 깊숙이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휴가신청해. 내가 직접 나서야겠어.”
“휴.. 휴가요? 어디로...”
“마계의 죽음의 숲이든... 공허의 바다든 어디든. 마계인의 눈이 닿지않고 오지인 지역으로.”
“그렇지만... 그러러면 정식 서류가...”
난감하다는 늑대소년의 말에 에페리아는 늑대소년을 날카롭게 쏘아본다. 그리고는 옷걸이에 걸쳐진 자신의 검은 로브를 목에 두르며 가당치도 않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가겠다는데 누가 감히 내 앞길을 막겠어? 이건 보고가 아니라 통보야. 망할 마도학회의 늙은이들에게 전하라고. 이 에페리아님이 휴가를 나간다고.”
“아... 알겠습니다.”
에페리아의 박력에 밀려 늑대소년은 울며겨자먹기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늑대소년은 신경쓰지 않은채 목에 검은 로브를 두른 에페리아는 출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리고는 굳게 닫혀있는 문을 거칠게 밀어젖히며 결의가 가득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반드시 뒤틀어주겠어. 멸망한다는 마계의 운명을.”
========== 작품 후기 ==========
BrightBiz / ㅋㅋㅋ 노린거죠. 마음껏 오그라드세요! 이제 없을테니까.
달을쫓는아이 / 엌ㅋㅋㅋ;; 소제목 변경을 깜박했네요.
Solar Eclipse / 뭐... 그런 소문이 들더라구요...
네비로fl / 얀..?! 로터스가 얀?! 하지만 얀은 이미 정해져있는데요?
Lizad / 엌ㅋㅋ 서에서 봅시당!
실버링나이트 / 쏠로! 나또한 쏠로! 하지만 이 망할 소설의 주인공은... 젠장..
폭력만세 / 으잌ㅋㅋㅋ 죄썽요... 으잌;;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볼까요?
가랏! 행복파탄자 에페리아! 모두에게 파멸과 절망과 좌절과 우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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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이번 스토리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던 티에르와 시란이 재등장합니다.
그리고 오리지날과 다르게 또 하나의 히로인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히로인은 귀욤으로 무장한 히로인입니다. 귀욤귀욤. 한번 귀요미케릭터에 도전하고 싶거든요.
리엔이 놀랍게 활약합니다.
타메르가 각성합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는대로 아쥬 강력하게.
또다른 수인족(?)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