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편
<-- 달라진 일상 -->
“자! 완성됬어!”
모두가 둘러앉은 식탁압에서 키르비르는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나와 자신이 만듯 음식접시들을 가져온다. 물론 그녀가 만든 두 개의 스테이크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고 내가 만든 두 개의 스테이크는 내 손에 들려있었다.
“자자. 네이!”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만든 스테이크를 네이의 앞에 내려둔다.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에 걸터앉아 자신의 몫의 스테이크를 자신의 앞에 둔다.
“여기있다.”
키르비르가 네이에게 자신의 스테이크를 건내주자 나는 이리엘을 흘겨보며 그녀의 앞에 내 스테이크를 내려둔다. 이리엘은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쥔채로 별 거부감없이 내가 내려둔 스테이크를 바라본다.
“와... 잘만드셨네요.”
접시안의 스테이크는 맛깔나게 잘익은채 나와 키르비르가 만든 소스에 덮혀져있었다. 하지만 잠시 스테이크를 내려보던 네이의 안색이 살짝 안좋아진다. 아마도 스테이크가 나는 단내가 너무 강했던걸까.
“...으..”
그녀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맞은편에 있는 나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꼐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역시나 그녀의 취향은 그 누구와도 맞지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충복인 네이에게까지..
꼬집..
“앗...”
그때 내 옆구리를 꼬집는 손길.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따끔함에 깜짝 놀란 나는 나를 꼬집은 존재를 바라본다. 그녀는 다름아닌 이리엘. 그녀는 이걸 어떻게 먹냐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놓여진 것은 내가 만든 붉은 소스가 덮혀진 스테이크. 매운 맛의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소스는 맡기만 해도 코가 뻥뚫릴정도로 자극적인 향을 내뿜고있었다.
“자~ 그럼 모두 같이 잘먹겠습니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진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든다. 그런 그녀의 외침에 이리엘과 네이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갈뿐이었다.
“자... 잠시만요.”
그때 식당에 울려퍼지는 작은 외침. 그 외침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리엔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몸을 가누기 힘든지 벽에 몸을 기댄채로 주방까지 걸어왔다.
“아.. 리엔! 몸이 아프다면서... 좀 더 쉬지그래..”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는 리엔을 보다못한 네이는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가 리엔을 부축해준다. 네이의 부축을 받으며 식탁까지 걸어온 리엔은 식탁위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제가..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그럴 필요는...”
리엔의 말에 그녀를 저꼴로 만든 이리엘은 죄책감을 느끼는듯 자그마한 목소리로 웅얼거리지만 리엔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이리엘을 향해 방긋이 미소를 지어보인다.
“키르비르님. 타메르씨와 스테이크 접시를 바꾸세요.”
“에... 왜!!”
리엔의 말에 키르비르는 발악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밝힌다. 척봐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이 매운향을 내뿜는 내 스테이크가 그녀의 취향일 리가 없었다. 물론 나 또한 달콤함에 접시가 녹아버릴 것 같은 키르비르의 스테이크 취향은 아니었다.
“이리엘씨. 바꿔주세요.”
리엔의 말에 이리엘은 아무런 반박없이 신속히 내 접시와 키르비르의 접시를 바꿔버린다.
“웃..!”
“으읏..”
동시에 나와 키르비르는 작은 신음을 흘린다. 키르비르는 짜릿할 정도로 자극적인 향에. 나는 코가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한 소스의 향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식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뜨린다.
“자. 키르비르님. 타메르씨. 각자 앞에 둔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드세요.”
“내... 내가 왜!!”
절대적인 저항의 의사를 밝히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리엔은 별 악의가 없다는 듯이 방긋이 웃으며 비틀비틀 한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뭔가 달그락거리기 시작하고...
“만약 절반이상 드신다면 이걸 디저트로 드리죠.”
타악.
식탁위에 얹혀진 새로운 음식. 그것은 컵안에 들어있는 기이한 음식이었다.
“티라미슈!!!”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 음식의 정체를 아는지 휘둥그레진 눈으로 리엔이 올려둔 음식을 바라본다. 투명한 컵안에는 새하얀 생크림과 치즈케잌이 층층이 쌓여있었고 마지막에는 달콤한 코코아 가루가 화사하게 뿌려져있었다. 척봐도 절정에 다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디저트였다.
“하지만 못드신다면...”
리엔은 티라미슈라는 디저트를 이리엘쪽으로 천천히 밀어낸다. 그러자 이리엘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비록 먹는것에 대해서 그다지 큰 욕망을 보이지 않는 이리엘이었지만 리엔이 만들어주는 맛있는 음식은 예외였다. 그녀또한 처음보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나는 기이한 음식에 상당히 흥미가 있어보이는 눈치였다.
“아.. 앙대!”
키르비르는 기겁하며 황급히 자신의 포크와 나이프를 잡아든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리는 눈으로 내가 만든 스테이크를 내려다본다. 싫어한다는 티를 팍팍 보이지만 티라미슈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는지 바들바들 떨리는 포크 끝을 스테이크를 향해 움직인다.
“먹으면.. 먹으면될 것아니야. 이까짓거.”
그녀는 조심스럽게 나이프로 스테이크에 덮혀있는 매운 소스를 최대한 밀어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나이프를 움직여 한입크기로 썰어낸 스테이크를 입안으로 가져간다.
“합..!”
잠시 주저하던 키르비르는 힘껏 스테이크를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안에 들어간 스테이크를 씹어가기 시작한다.
“으우우으읍!!!”
키르비르는 양손으로 입을 막은채 식탁에 머리를 처박는다.
“매.. 맵냐?”
그런 그녀의 리액션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내 요리의 맛에 대해묻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린다.
“으우우...”
얼마나 매운지 얼굴을 까지 붉게 달아오른채 눈에는 눈물까지 잔뜩고여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내 스테이크를 향해 포크를 가져가기 시작한다.
“이.. 이런걸 어떻게...”
티라미슈라는 디저트에 대한 열망으로 키르비르는 힘겹게 스테이크를 한입크기로 잘라간다. 그리고는 맛을 느끼기보다 거의 기계적으로 자른 스테이크를 눈물을 머금고 입안에 구겨넣는다.
“타메르씨?”
키르비르가 힘겹게라도 스테이크를 썰어먹어가자 리엔은 이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난 안먹어. 디저트같은 것도 필요없고 지금 너에게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리엔은 여전히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채 능숙한 솜씨로 또다른 티라미슈를 하나 더 만들어 식탁위에 올려둔다. 식탁위에 올려진 티라미슈는 총 두 개. 조금 특이한 모양의 음식이었지만 특이하다는 것 하나뿐. 먹고싶다거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절대 없었다.
“이리엘씨. 타메르씨에게 스테이크를 먹이면 하나 드릴께요.”
“알았어.”
리엔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이리엘은 즉각 행동에 착수한다.
철컥. 파치직..!
그리고 꺼내 든것은 리엔을 기절시켰던 전기가 흐르는 강철막대기. 곁눈짓으로 그녀가 하는 것을 바라보니 스위치를 초고압이라고 적힌 곳까지 비틀어버리는 이리엘이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전기막대기에 리엔의 몸이 움찔 떨린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이리엘이 든 전기막대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먹어.”
이리엘은 그런 초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전기막대기를 나를 향해 겨누며 명령조로 말한다. 몸을 움찔 떤 나는 그녀가 들고있는 전기막대기를 바라본다. 그녀가 쥐고있는 손잡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푸른 전류가 감도는 막대기. 억지로 그녀의 손에서 빼앗기 무리가 있어보였다.
“그런 협박으..”
파치치치직!
“끄허억..!!”
내 말이 끝나기도전. 이리엘은 주저없이 막대기로 내 몸을 찔러버린다. 그러자 온몸을 뒤흔드는 강렬한 전기충격. 눈앞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의 강렬한 충격에 심장이 절로 벌렁거리는 끔찍할 정도의 전기충격이었다.
“야.. 야!! 이거면... 평범한 사람은 죽을..”
파치직..
내가 뭐라 말을 하려하지만 이리엘은 대화가 필요없다는 듯이 내 면전에 전기막대기를 들이댄다.
“알았어 알았어!! 먹으면 될꺼아니야!”
손을 휘휘저어 그녀가 들고있는 전기막대기를 밀어낸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키르비르가 만든 스테이크를 바라본다. 후각을 마비시킬정도로 올라오는 달콤한 향. 그런 향에 부들부들떨며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조심스럽게 고기 한점을 썰어낸다.
“달아도.. 얼마나 달겠어.”
작게 투덜거린 나는 한입크기로 썰린 고기를 입안에 툭털어넣는다. 그리고 씹는 순간..
“우우웁!!!”
키르비르와 비슷하게 입을 가로막고 탁자에 얼굴을 처박는다. 달콤함의 극치. 고기에 범벅이 되어있는 정체불명의 달콤한 소스는 단맛을 입안에 남길뿐만아니라 입안 구석구석 깊숙한곳까지 파고들듯이 스며들어 뼈속까지 전이되는 미칠듯한 단맛을 자랑했다. 순식간에 목의 수분이 삽시간에 사라져 갈증으로 바싹 타오를정도의 달콤한 맛에 나는 입안에 남아있는 고기조각을 황급히 목안으로 밀어넣어버린다.
“허억.. 허억.. 이건...”
파츠즉..
감상을 미처 말하기전. 내 눈앞에서 이리엘의 전기막대기가 번쩍인다. 말을 내뱉을 시간도 주지않는 이리엘.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흘겨보지만 무표정한 이리엘은 그저 꿋꿋히 내 앞에서 전기막대기를 흔들어보일뿐이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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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식탁앞에 쓰러지듯이 무너져내린 나는 내 눈앞에서 간신히 절반을 먹은 키르비르의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살짝 눈동자를 굴려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또한 내가 만든 스테이크의 절반을 간신히 먹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우는지 웃는지 모르는 얼굴로 리엔이 만든 티라미슈를 앞에 두고 찬물을 허겁지겁마셔나간다.
“이리엘 너...”
분한듯이 이리엘을 노려보지만 그녀는 이미 리엔이 건내준 자신의 몫의 티라미슈를 이리저리 돌아보며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에 푹 빠져있었다. 그런 이리엘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 나는 그녀의 전기막대기에 수도없이 찔린 내 팔을 주무를 뿐이었다.
“어땠어요?”
“맛.. 없어!!!”
리엔의 물음에 키르비르는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리고는 자신의 티라미슈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이 품에 숨긴채 수저를 움직이며 나를 매섭게 쏘아본다.
“그다지..”
나또한 하나의 가식없이 솔직한 감상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는 키르비르를 마주노려봐줄 뿐이었다. 그런 나와 키르비르를 돌아본 리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갈꺼야!!”
화가 난 듯이 키르비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티라미슈를 우물거리며 주방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키르비르가 사라지자 조용히 있던 네이는 리엔을 돌아보며 묻는다.
“어떻게 하실거에요... 이 상황..”
“다 예상했어요.”
네이의 물음에 리엔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리엔을 뚱한 눈으로 바라본 나는 더 이상 용건이 없는 자리에서 벗어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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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메르가 나간 식당. 이리엘은 리엔이 만들어준 티라미슈에 푹빠진 듯 조심스럽게 수저를 들어 티라미슈를 입안으로 가져가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음식도 먹지 못했던 리엔과 네이는 씁쓸한 얼굴로 식탁위에 올려진 두 개의 스테이크를 내려본다.
“어쩔까요?”
지나치게 달콤한 스테이크. 그리고 지나치게 매운 스테이크. 두 스테이크를 돌아보던 네이는 조심스럽게 리엔에게 묻는다. 그러자 리엔또한 볼을 긁적이며 좋은 해답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다.
“방법이 있어.”
그때 티라미슈를 먹어가던 이리엘은 난감해하는 리엔과 네이를 바라보며 들고있던 티라미슈 잔을 내려둔다. 그리고는 식탁위에 올려진 두 개의 스테이크앞으로 걸어간다.
“어떻게 하실건가요?”
리엔의 물음에 이리엘은 아무런 대답없이 타메르의 스테이크를 집어든다. 그리고..
“으앗?!”
주저없이 키르비르의 스테이크 위에 타메르의 스테이크를 쏟아내는 이리엘. 그러자 두 접시에 담겨있던 매운 소스와 달콤한 소스가 서로 뒤죽박죽으로 석여버린다.
“뭐.. 뭐하는거에요!!”
네이의 비명같은 외침에 이리엘은 아무말없이 나이프로 두 소스를 비벼 완전히 섞여버리게 만들어버린다. 매운 붉은 소스와 푸른 달콤한 소스가 한데 뒤엉켜 기이한 빛을 발하는 소스의 모습에 네이와 리엔은 질색인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내려본다.
“먹어.”
그리고 이리엘은 뻔뻔하게 한 대 뒤섞인 스테이크를 한점 짤라 리엔에게 내민다. 싫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는 리엔이었지만 이리엘이 직접잘라 건내주는 성의를 무시할 수 없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이리엘이 건내는 스테이크를 입에 문다. 그리고 리엔은 지나치게 매운맛과 지나치게 달콤한 맛이 엉켜있는 끔찍한 맛을 기대하며 천천히 스테이크를 씹어보지만.
“...어?”
리엔의 입에서 나온 탄성은 그런 끔찍한 맛과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의외라는 듯 한데 뒤섞인 스테이크를 바라본다.
“왜그래요?”
그런 리엔의 모습에 네이는 그녀의 감상을 묻는다.
“의외로... 맛있는데요? 단맛과 매운맛이 적당히 서로를 중화시켜.. 먹을 만해요. 그것도 아주 맛있게.”
리엔의 말을 못믿겠다는 듯이 네이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범벅이 된 스테이크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직접 도전해봐야겠다는 듯이 스테이크를 한입크기로 잘라 입안으로 가져간다.
“으응?”
그런 그녀의 입에서도 작은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와버린다.
“마.. 맛있네?”
리엔과 이리엘은 휘둥그레진 얼굴로 이리엘을 바라본다. 제자리로 돌아온 이리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티라미슈를 우물거리며 말한다.
“맛있는 스위트 칠리 소스.”
========== 작품 후기 ==========
Lizad / 설탕원앸ㅋㅋㅋ 좋아요. 진짜 달아요. 울집에 있음.
Solar Eclipse / 넷북이 없었다면 로하도 없었겠죠 ;ㅅ;
유운처럼 / 엌ㅋㅋㅋ 만날땐 산이었는데... 모텔에서는 꽃동산. 마법의 브라 으잌ㅋㅋㅋ?!
캐비스 / 로리는 보호해야죠. 덮치는게 아닙니다만 이 소설은 덮치는군요. 으억
BrightBiz / 썸씽이 좀 많잖아요? 으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