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16화 (116/298)

116편

<-- 달라진 일상 -->

결국 욕탕을 수리하는 일은 이른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한 30분이면 끝날일이었지만... 내 품에 안겨있던 이리엘이 깜박 잠들어버렸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또한 얼떨결에 같이 졸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아암..”

결론적으로 욕탕의 수리를 완전히 끝마친 베히모스 산맥사이로 고개를 들이미는 아침햇살에 인상을 찡그리며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런 내 앞에 앞서 걸어가던 이리엘은 직은 입을 살짝벌려 피곤하다는 듯이 하품을 내쉰다.

“조용하군.”

그녀와 다를바 없이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비빈 나는 숙소복도를 돌아본다. 너무나도 이른 시각. 리엔조차 깨어나지 않을 시각이라 복도는 걸어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

하지만 이리엘은 내 말에 별 관심없다는 듯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자신의 방을 찾아 걸어들어가버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볻너 나또한 입을 쩍 벌려 길게 하품을 하며 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 속 편하게 한숨 자볼까..”

방으로 들어선 나는 투박하고 딱딱한 싸구려 내 침대를 바라본다. 쿠션조차 거칠거칠하고 지금 버려도 별 이상없어보이는 매트릭스였지만... 지금은 숙면을 원하는 나에게 거기보다 더 편해보이는 장소는 없었다.

“으하아암..”

힘없이 침대에 몸을 던져넣은 나는 편안하게 누워 길게 한품을 내쉰다. 키르비르가 원하는 일도 다 끝났고... 최근 모험가들의 습격도 없었으니 갑작스런 기습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그 누구의 방해없이 잘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은 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몇 초후...

“타~ 메르!”

“...”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고 생각되던 목소리는 얼마가지 않아 점점 선명해지고 곧이어 내 귀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듯한 크기로 바뀐다.

“타메르!!!”

“...으으..”

누운지 몇초밖에 되지 않은 것같은데... 나는 내 단잠을 방해하는 존재에 인상을 찡그리며 내 불만을 표현한다.

“일어나~! 뭐야! 대낮부터 늦잠이야?!”

꽈아악..

마치 내 얼굴을 찰흙반죽처럼 가지고노는 듯한 작지만 거친 손길이 느껴진다. 볼을 꼬집고 비틀고 눈꺼플을 억지로 띄워보던가 머리카락을 움켜쥐던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성가신 감각에 나는 살짝 실눈을 뜨고 내 잡을 방해하는 존재를 바라본다.

“타메르~! 일어나앗!!”

그건 다름아닌 키르비르. 역시나 그녀였다. 내 가슴에 올라탄 그녀는 어떻게든 나를 꺠우기 위해 내 얼굴에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꺠어나면 두 번다시는 잠잘수 없다는 직감에 나는 억지로 눈을 꽉 감고 깊은 잠을자느라 모르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이씨... 타메르!!”

얼마가지않아 키르비르는 제풀에 지쳐버린다. 마력이 없는 그녀는 그저 평범한 소녀일뿐이다. 그런 소녀의 지구력이 그다지 오래갈 리가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분하다는 듯이 신음을 흘리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씨이...”

얼마가지않아 내 가슴팍에서 느껴지던 그녀의 무게가 사라진다. 아마 지쳐서 포기해버린걸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금 잠을 청하려한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이씨.. 두고봐.. 두고보라구..”

멀어졌던 키르비르의 목소리가 다시가까워진다. 이미 잔뜩 뿔이난 그녀의 목소리.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긴장한 나지만 얼마가지않아 마력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거 없다는 생각에 그녀를 무시하고 잠을 청하려 한다. 그 순간...

촤아아악!!

“으.. 으아앗!!”

갑자기 나를 덮치는 차가운 물벼락. 기겁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 아하하하핫!! 역시. 안자고있었어! 그럴 줄 알았다니깐!”

그런 내 곁에서 안에 들어있는 물을 나에게 쏟아버린 듯한 빈 양동이를 손에 든채 키르비르는 깔깔거리며 웃고있었다. 나는 온몸을 찬물에 푹 젖은채 그녀를 바라본다.

“자는 척하면 모를 줄 알았지!? 벌써 대낮이야 멍충아!!”

“....”

뭐라 말할 수 없는 짜증이 팍 솟아오른다. 내 달콤한 단잠이 방해되었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될 정도로 신경질이 치솟아오른다.

“키르비르!!”

“아.. 뭐... 뭐야..?!”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나도 모르게 바락 소리를 질러버린다. 그러자 움찔 놀란 키르비르는 반걸음 물러서며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주눅들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 억지로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내 외침에 대답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대답은 나를 더 자극할 뿐이었다.

“나가.”

키르비르에게 명령조의 말투로 퉁명스럽게 내뱉어버린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노려보다 축축히 젖어있는 매트릭스에 억지로 몸을 눕혀 잠을 청한다.

“뭐... 뭐야... 뭐야?!”

등 뒤에서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이 섞인 키르비르의 중얼거림이 들려오지만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며 억지로 눈을 감은 나는 짜증날정도로 축축한 매트릭스에 이를 갈며 피곤한 잠을 강제로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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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눈을 다시 떴을때는 해가 중천에 떠있는 점심이었다. 아침에 키르비르가 물을 한바가지 쏟아버려서 그런지 차가운 한기에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후우...”

가볍게 양팔로 몸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나는 아직도 몽롱한 머리를 좌우로 털어 재정신을 차린다.

“....”

그리고 잠시 고민. 곧이어 나는 내가 키르비르에게 한 실수를 깨닫는다. 거의 밤을 새어 피곤함이 절정에 달했을 뿐만아니라 달콤한 단잠을 방해한 키르비르의 행동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치솟아올랐다. 그리고 나는 내 잠을 방해한 키르비르를 윽박지르는 만행을 저질러버린것이다.

“이거... 참...”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긁는다. 뭐라 변명할 수 없는 상황. 지금 키르비르가 자신의 모든 마력을 잃어버려서 그렇지 만약 그녀가 정상이었다면 주저없이 나를 개패듯이 팼을 상황이었다.

“타메르... 일어났어?”

그때 내 귓속을 파고들어오는 조용한 목소리. 그런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거기에는 아직도 내가 자고있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한 발걸음으로 창틀로 기어올라온 플루토가 보였다.

“아... 플루토.”

녀석은 내가 깨어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듯 창틀에서 가볍게 도약하여 내 어께에 사뿐히 착지한다. 그리고 뭔가를 살펴보는 듯 고개를 좌우로 돌아본 플루토는 자세를 낮춰 내 귓가에 속삭인다.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거야?”

“...나도 몰라...”

녀석의 질문의 의도를 어렵지않게 파악한 나는 내 심정을 작은 한숨과 함께 녀석에게 토로한다. 그러자 플루토는 곤란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금 상황을 설명해준다.

“키르비르님... 엄청 화내더라... 자길 무시한다고. 나중에 어떻게 할려고 그래...”

플루토는 내 행동을 탓한다. 하지만 그런 녀석의 목소리에는 나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기에 녀석의 질타에 뭐라 할말이 없었다.

“몰라... 여러 가지로 악재가 겹쳐버렸어...”

말그대로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버린 것이다. 그날 밤은 샌 나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거기다 달콤하게 자오던 잠을 방해받아 짜증이 치솟아올랐다. 마지막으로 마력이 봉인된 약해진 키르비르. 그녀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은연중 알고있던 나는 그녀에게 거침없이 짜증을 내비쳤던 것이다.

“식사 준비됬어...”

“키르비르도 있겠지?”

내 물음에 플루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대답한다. 녀석의 대답에 나는 다시한번 긴 한숨을 내쉰다.

“일단... 가자. 도망다닐 수도 없잖아... 부딪혀봐야지.”

대답을 들은 플루토는 아직도 나를 걱정스러워하며 살짝 도약하여 내 어께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창틀로 다시 올라간뒤 다시한번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는 밖으로 뛰어내려 나보다도 먼저 식당을 향해 걸어가버린다.

“후우..”

또다시 버릇처럼 한숨을 내쉰 나는 내 방문의 문을 연다. 그리고 그다지 멀지 않는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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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각 달각..

식당은 고요했다. 식기를 움직이는 조그만 소리만 들릴뿐. 리엔은 쓴웃음을 지은채 키르비르의 옆에서 자신의 식기를 움직이고 있었고 이리엘은 지금 이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나와 키르비르를 번갈아 돌아보며 야무지게 자신의 식기를 움직여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키르비르.

“.....”

그녀는 마치 자신의 눈빛으로 나를 뚫어버리겠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고정한채로 자신의 식기를 움직여나간다. 그런 그녀의 매서운 눈빛에 나는 왠지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조용히 입안으로 가져갈 뿐이었다.

“잘 먹었어.”

타악.

그저 씹는 소리와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울리는 식탁위에서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잘먹었다는 키르비르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살짝 눈동자를 굴려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이미 그녀는 식탁에서 일어나 휑하니 출구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타메르씨... 아침에 왜그러신거에요?”

키르비르가 떠나자 잠시 눈치를 살피던 리엔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뭐... 너무 피곤해서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내 대답에 리엔은 볼멘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저렇게 지나칠정도로 짜증을 내는 사실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리엔은 셀러드를 하나를 포크로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가며 말한다.

“오늘 아침... 키르비르가 만들었었어요.”

“아침을... 녀석이?”

그녀가 아침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알기로 그녀의 요리실력은 최하였다. 음식 재료를 쓰레기로 만드는 손. 그 손이 바로 키르비르의 손이었다. 하지만 내 물음에 리엔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한다.

“그게... 제 예상과 다르게 요리를 성공해버렸거든요.”

“성공?!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었다는거야?”

“네... 아마도 언제나 마법으로 음식을 만들려해서 실패했던 것 같아요. 마력이 없는 상태로 요리를 하니... 의외로 제대로된 음식이 나오더라구요.”

“....”

그러고보니 그랬다. 키르비르 녀석. 5분동안 구울것은 귀찮다고 고열의 마법으로 10초안에 구워버리고.. 잘 섞어야할 소스를 마법으로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녀석이었다. 요리법에 대해 제대로 잘 알고있는 녀석이었지만 급한 성격 때문에 언제나 요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녀석이 마력을 잃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본래 요리법대로 따라해야할 것. 그 결과 제대로된 음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랑하겠다고 타메르씨 방으로 달려갔던 거거든요. 그런 키르비르님에게 뭐라하셨으니... 삐져도 단단히 삐질만했죠.”

“이런...”

나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감싸쥔다. 최초로 음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키르비르는 한껏 들떠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먹여보겠다고 나를 깨우려는 그녀에게 나는 심하게 소리쳤던 것이다.

“이걸 어쩌나...”

“먼저 사과해야죠.”

내 중얼거림에 리엔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말이야... 녀석도 잘못한게 없지는 않잖아?”

그녀가 화난 것에 어느정도 이해가 가긴 갔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게 내 잘못이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녀석이 원하는대로 거의 밤을 새서 욕탕을 수리했다고. 그리고 좀 자려는데... 거기다가 냉수를 퍼붓는 녀석이 어디있어?”

“그건... 좀 심하긴 심했네요...”

내 대답에 리엔은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악의는 없었잖아요?”

“....”

나는 입을 꽉 다문다. 그래.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그녀 나름대로 아무리 나를 위한거라고 하지만 밤샌 피곤함에 자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방해하다니. 만약 나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푹 자게 놔두는 것이 해답이었을 것이다.

“타메르씨...”

리엔은 내 사과를 원하는 듯한 어투로 자그맣게 내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을뿐이었다. 괜히 억울함이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그녀의 걱정스러운 부름에 응답하지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알아서 할게.”

하지만 나를 거정해준 그녀에게 아무말없이 뒤돌아서는 것은 미안했기에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리엔에게 한마디를 남기며 밖으로 걸어나간다.

========== 작품 후기 ==========

누님이조아 /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누님캐릭은.. 곧 나오겠죠? 으흑;;

캐비스 / 헠헠 연재 빵꾸에 대한 보상..

달을쫓는아이 / 그런 것은 읍씀... 읭?!

Solar Eclipse / 아무것도 몰라 발랑까진 순수녀가 좋은걸까나요... 전 좋습니다.

Lizad / 앜ㅋㅋㅋ 이건 사실 심오한 이유가..(변명..)

유운처럼 / 요즘... 아청법이 무섭더라구요...

타카요 / 앜ㅋㅋ 귀엽다니 저야 말로 영광이죠.

BrightBiz / 그렇죠... 아쉽게도 잿물에 빠져서.. 더 좋은색이 됬습니다. 읭?!

언제나 화기애애할 수는 없죠. 가끔씩은 싸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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