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편
<-- 달라진 일상(이리엘H) -->
“아우... 젠장...”
키르비르에게 얻어맞은 뒷통수를 문지르며 나는 가볍게 투덜거린다.
“괜찮아?”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리엘은 마치 형식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듯이 국어책 읽는 듯한 목소리로 내 상태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이미 그런 이리엘의 성격을 알고있던 나는 피식 웃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흔들어보인다.
“일상이니까 신경쓰지마. 그나저나... 빨리 일을 처리하자고...”
거의 반 강제적으로 냉수샤워를 당한 것에 대해 꽤나 단단히 뿔이난걸까. 키르비르는 이리엘이 만들어놓은 온수펌프를 이용해서 커다란 욕탕의 물을 전부 온수로 바꾸라고 고집을 부렸다.
불행중 다행일까. 이리엘이 만든 조그만 온수펌프의 성능을 내심 의심하는 나였지만 이리엘은 자신만만하게 이 커다란 욕탕의 물을 전부 온수로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은 있다고 호엄장담했었다.
“이 호스를 이쪽에 담그면 되는거냐?”
그 덕분에 밤이 깊어가는 이시간에 나와 이리엘은 둘이서만 남아서 작은 욕탕에 연결된 온수펌프의 호스를 커다란 욕탕쪽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응. 한쪽. 이왕이면 가운데쪽이 좋아.”
그녀의 말대로 호스를 탕 한가운데 옮긴 나는 가볍게 손을 탁탁 털며 욕탕과 온수펌프를 번갈아 돌아본다. 호스설치는 완료되었다. 이제 다 끝난거라 생각하는 나였지만 온수펌프 앞에서 쭈그려 앉은 이리엘은 뭔가를 계속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다 끝난거 아니냐?”
손에 살짝 묻은 먼지를 대충 옷에 문질러 닦은 나는 이리엘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온수펌프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복잡한 기계부품들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직... 욕탕의 크기가 커졌어. 펌프를 약간 개조해야해.”
약간 개조해야된다는 그녀의 말과다르게 이미 그녀의 손에 분해된 부품은 수십개. 바닥에 흩으러진 크고작은 부품들이 절대로 쉽지않은 일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약간 개조? 어떻게?”
“유동 수량이 많아졌어. 그에따른 용적을 넓혀야해.”
그녀는 내가 이해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손에 들고있는 드라이버로 능숙하게 펌프안에 조립된 기계부품들을 하나하나 분해해 빼낸다. 그리고서는 헷갈리지 않도록 바닥에 분류해 늘어놓으면서 또다시 새로운 부품을 빼내려고 드라이버를 움직여나간다.
“내가 듣기로는... 간단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응. 재설개가 필요할 것 같아.”
야무지게 드라이버를 움직여가는 이리엘을 내려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곁에 걸터앉는다. 그리고는 내가 그녀를 위해 뭔가 도와줄것이 없나 눈동자를 굴려나간다.
“남은 일은 내가해야해. 타메르는 가서 자.”
“아냐아냐. 이왕 같이 일을 시작한것. 같이 끝내야 보람있는거지.”
먼저 가서 자라는 이리엘의 말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를 독려하듯 그녀의 어께를 두어번 두드려준다. 그러자 펌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이리엘은 살짝 고개를 돌려 무끄럼히 나를 바로다 다시 펌프로 시선을 돌리고 조그만 손을 야무지게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후우...”
그녀가 부품을 분해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이 보이는 조그만 창문을 바라본다. 이곳을 설계한 사람들의 센스랄까. 비록 지하에 있는 욕탕이었지만 밤에도 어둡지 않게 하늘이 보이는 창문을 천장 여기저기에 설치해뒀다. 그 덕에 흘러들어오는 옅은 달빛은 이 목욕탕의 분위기를 상당히 몽환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기억나냐?”
약간 지루함을 느낀 나는 이리엘에게 말을 건낸다.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지만 기계를 만지는 달그락 소리가 살짝 멈춘 것으로 보아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둘은 이 욕탕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있지?”
“...응.”
내 물음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이리엘은 작은 목소리로 긍정을 표한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피식웃은 나는 흘끗 고개를 돌려 이리엘을 바라본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펌프를 바라보며 손을 움직여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나는 너가 남자인 줄 알았지. 간만에 착실하고 귀여운 동생이 하나 생기나 싶었는데... 쯧.”
그러고보니 그때 나는 이리엘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왠지 순종적이면서도 내 말을 잘 따라왔던 이리엘. 그래서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로터스로부터 숨기려고 했던 나였지만... 뭐 어찌됬든 결과는 좋으니까.
“숙소생활은 익숙해졌어?”
내 물음에 이리엘은 다시금 고개를 살짝 끄덕인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언뜻보면 조용한데다 말수가 적고 누가 다가오기전에 먼저 다가가지 않는 붙임성은 제로인 이리엘. 그런 그녀는 숙소에서 겉도는 분위기를 보이지만 다행히도 리엔이 그녀를 잘 챙겨주는 것 같았다.
“불편 및 애로사항은?”
“...없어.”
또다시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이리엘. 그런 이리엘의 대답에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있던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다. 역시나 그녀다운 대답이라서 별 아쉬움은 없었지만... 단답형으로 더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없었던 그녀의 대답은 나를 심심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럼... 이리엘. 네이와는 무슨 문제없는거야?”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것은 바로 네이와 이리엘의 관계. 오늘 오후 꽃밭에 갔을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리엘은 네이에게 약점을 잡힌 것 같았다.
“....”
내 감이 맞았던 걸까. 펌프를 안에서 꼼지락거리던 이리엘의 손이 멈춘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고요한 침묵뿐. 그러나 멈춰버린 그녀의 손이 그녀가 지금 느끼는 동요를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거야?”
이제는 거의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다시금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이리엘은 주춤주춤 고개를 돌려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슬쩍 고개를 떨구는 이리엘. 그런 그녀의 답답한 모습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말하기 곤란한거냐? 그 정도로 민감한 약점이야?”
“아니... 잘 모르겠어.”
드디어 굳게 닫혀있던 이리엘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하지만 아직도 주저함이 있는지 그런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이해못할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몸을 돌려 이리엘을 마주 바라보며 앉는다.
“후우... 그럼 한번 자세한 속사정을 들어나보자.”
이리엘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조용히 펌프안에 들어가있던 팔을 빼고 다소곳하게 자신의 양 허벅지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내 간을 보듯 조마조마하게 입술을 움찔거린다.
“그... 아... 비밀... 지켜줄꺼야?”
“흐음... 누구의 목숨을 노리거나 끔찍한 일이 아니라면?”
“그런 일은 아니야.”
내 물음에 단호한 목소리로 부정을 표하는 이리엘. 그러면서도 그녀는 초조한 듯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니까.”
“그래그래. 한번 속 시원하게 말해봐. 만약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해결해주테니까.”
그녀에게 믿음을 주려는 심보로 나는 애써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이리엘은 푹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나를 바라본다.
“알았어. 믿을게...”
작게 대답한 그녀는 스스로 긴장을 풀려는 듯이 크게 한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결국 결심을 마친듯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입을 열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문제에 대한 서론을 꺼내간다.
“나... 이상한 일을 하고 있어.”
“....”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투로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가 하는 모든일은 충분히 다 이상한 일이었다. 기계를 만지고 총기류라는 요란한 무기를 사용하는 그녀 존재 자체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차마 입으로 밝힐 수 없었던 나는 그녀에게 그 이상한 일에 대한 것을 구체적으로 묻는다.
“이상한 일? 자의로 하는 일이야? 타의로 하는 일이야?”
내 물음에 이리엘은 잠시 주저한다. 그리고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내... 자의.”
“그럼 안하면되잖아?”
“....”
당연하다는 듯한 내 물음에 그녀는 입을 다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질문을 바꾼다.
“그럼 도데체... 그 이상한 일이라는게 뭐야?”
“말로... 설명하기 애매해.”
“....”
아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리엘은 자의로 무언가 이상한 일이라는 것을 하고있다고한다. 지금 그녀가 네이에게 약점을 잡힌 것은 바로 그 이상한 일.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 이상한 일에 대해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지금 보여줄 수는 있는거야?”
“여...기서?”
그 순간 이리엘의 얼굴에 난감하다는 기색이 언뜻 비친다. 흔치않은 그녀의 감정표현. 그만큼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일이겠지. 그녀가 표현하는 이상한 일이란것에 대해 흥미가 생긴 나는 그녀를 몰아붙힌다.
“말해줄 수 없다. 보여줄 수 없다. 그러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 이상한일이 뭔지는 알아야 내가 도와주던가 말던가할것아니야?”
“......”
그러자 이리엘은 침묵을 지킨다. 하지만 그래도 내 물음에 수긍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단단히 팔짱을 낀 나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알았어.”
결국 이리엘이 꼬리를 내린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이리엘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앉은 자세를 바꾼다. 펌프를 조작하기 위해 불편하게 쪼그려앉았던 이리엘은 엉덩이를 바닥에 데고 주저앉은채 나를 바라본다.
“.....”
그리고 침묵. 잠시 침묵을 지키며 나를 바라보던 이리엘은 주춤주춤 자신의 다리를 좌우로 벌려나간다.
“타메르를... 미... 믿으니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떨림이 느껴진다. 자신의 행동을 여과없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나를 살짝 올려본 이리엘은 수줍게 자신의 손을 천천히 움직여나간다.
스륵..
그녀는 살짝 떨리는 손끝으로 자신의 반바지의 지퍼를 내려 좌우로 벌린다. 그러자 가로로 푸른 줄무늬가 새겨진 그녀의 속옷이 들어난다. 자기 손으로 스스로 반바지를 허벅지 중간까지 밀어내린 이리엘은 다시금 내 눈치를 살핀다.
“....”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그녀의 얇은 속옷자락 아래로 집어넣는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런 그녀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머리 속을 두드려패는 듯한 충격속에 나는 어떤 행동도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만보고 있을뿐이었다.
“아.. 읏..”
거짓이나 연기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얇은 속옷 아래로 기어들어간 그녀의 손이 조그맣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어이... 잠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황급히 그녀를 제지한다. 그러자 이리엘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푹 숙인 채 침묵을 지킨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음순을 매만지던 그녀의 손이 멈춘다.
“너... 지금 너가 뭐하는건지는 알고있는거냐?”
“모르... 겠어.”
내 물음에 이리엘은 작은 목소리로 응답한다.
“이 행동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내 기억에도... 엘에게도...”
“.....”
나는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머리를 벅벅 긁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으니까... 읏...”
이리엘은 그 말과 함께 다시금 멈춰있던 손가락을 움직여나간다.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지 아는걸까. 남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들어낸채로 스스로 자기위로를 하다니.
“아읏...”
그녀는 살짝 홍조가 떠오른 얼굴로 뜨거운 한숨을 내뱉어내며 자신의 손을 움직여나간다. 얇은 그녀의 속옷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꼼지락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선명히 보인다.
“멈춰 이리엘.”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내 말에 이리엘은 얌전히 자신의 치부를 문지르던 손을 멈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쉬움이 맴도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러니까... 그건 말이야...”
뭐라 설명해야할지 곤란했던 나는 작게 한숨을내쉰다. 그리고서는 자세를 낮춰 이리엘과 눈높이를 맞춘다.
“아.. 음.. 뭐라 설명해야하나... 일단 자기위로라고 불리지.”
이런걸 설명하고 있자니... 그것도 이성의 상대에게 설명하고 있자니 내 얼굴도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기위로...?”
“뭐... 성욕해결을 위한 일종의 방법이야.”
내 말에 이리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서는 슬쩍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속옷을 바라본다.
“그럼 문제는... 없는거야?”
“아니아니!! 문제 있고 없고를 떠나서말이지...”
다시금 자신의 손을 움직이려는 이리엘을 황급히 만류하며 나는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니까... 이건 아주 비밀스럽게 행해져야 하는 행동이야. 그 누구도 모르게말이지.”
“비밀스럽게...”
“아 뭐... 일단 너의 그.. 부끄러운 부분을 자극해야하는 일이니까... 나.. 남들에게 보여져 봤자 좋을게 없잖아?”
“아... 이해.”
그제서야 이리엘의 얼굴이 살짝이나마 밝아진다. 그런 녀의 모습에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아... 흐읏..”
“야야야!!!”
이리엘은 내 앞에서 다시금 손을 움직여나간다. 그런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기겁한 나는 그녀가 몸을 움찔 떨며 깜짝놀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행동을 막는다.
“내가 말했잖아! 부끄러운 일이니까... 남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하지만 타메르는 다 봤잖아.”
무덤덤한 얼굴로 내 말에 되치는 이리엘. 마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무덤덤한 얼굴이라 내가 움찔 물러설정도였다.
“타메르는 다 보고... 만지고... 핥아보기도 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너... 엄청 낯뜨거운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구만.”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조은 전개인가요?!
캐비스 / 휴일이라니 무슨 ;ㅅ; 출근시간..
마스터칼솔럼 / 하지만 난 언제나 냉수샤워만하지 ;ㅅ; 온수가 녹물로 뿜어져나와요..
로나프 / 주인공은 굴려야제맛이죠.
달을쫓는아이 / 으허허허헝... 맙소사..
유운처럼 / 으잌ㅋㅋㅋ 그렇게 튼튼한 맨탈은 아니라서...
Lizad / 엌ㅋㅋ 어떻게든 당하는게 타메르.
난 깨달았어.
그동안 이리엘에게 무심했다는것을...
요번엔 이리엘 위주로 갑씌당.
으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