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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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는 괜찮다. 추락직전 실드를 펼쳐서 충격을 완화했다.
“....”
로터스의 말에 이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네이가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리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키르비르의 방안에서 괴로워하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키르비르...”
이리엘은 키르비르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그녀와 별 관계가 없는 키르비르였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누군가 죽어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라.
키르비르의 이름을 걱정스럽게 중얼거리는 이리엘의 목소리에 로터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녀는 괜찮을거다.
“하지만... 죽음이라고...”
-물론. 평범한 마계인이면 벌써 묘비명을 쓰고 있었겠지. 하지만 키르비르는 다르다.
의미심장한 로터스의 말에 이리엘은 조금은 안도한 얼굴로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여전히 숨이 넘어갈듯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알았어. 믿을게.”
-말만이라도 고맙군.
로터스의 말을 믿겠다고 결심한 이리엘은 괴로워하는 키르비르로부터 시선을 거둔다. 그리고 부숴진 그녀의 벽면을 딛고 뛰어 허공에 꿈틀거리는 로터스의 촉수위에 사뿐히 착지한다.
-흐음... 올려준다고는 했지만... 내려준다고는 이야기 안한것같은데?
“애프터 서비스.”
로터스의 투덜거림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한 이리엘은 피곤한 듯이 축축한 로터스의 촉수위에 스스럼없이 걸터앉는다. 그런 그녀의 대범한 행동에 로터스는 아무말없이 천천히 자신의 촉수를 거둬 편하게 이리엘을 지상으로 내려다주기 시작한다.
“의외로..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네.”
꿈틀거리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가는 촉수위에 걸터앉은 이리엘은 멍하니 멀어져가는 키르비르의 탑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런 탑에서는 서서히 푸른 마나의 기운이 사방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뭐... 꽤나 오랫동안 녀석의 곁에 있었으니까...
의미심장한 로터스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린 이리엘은 입을 꾹 다문다. 그런 이리엘을 앉혀준 로터스의 촉수는 이내 어두운 구조물사이로 그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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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쉬지않고 탑의 계단을 밟고 올라온 나는 턱끝을 치고 올라오는 격한 숨을 내뱉으며 키르비르의 방문을 바라본다. 굳건히 닫혀있는 그녀의 방문. 하지만 그 내부로부터 눈에 훤히 보일정도로 비이상정으로 진한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젠장.. 키르비르!!”
콰앙!
그녀의 위기를 직감한 나는 주저없이 커다란 키르비르의 방문을 발로 걷어차 거칠게 열어버린다.
콰아아앙!!
“크윽!!”
그러자 나를 반겨준 것은 어마어마한 폭풍. 좁은 방안을 가득 채운 정체불명의 폭풍은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 엄청난 기세로 방을 휘감으며 몰아치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작은 방안에 일어나는 폭풍이라는 말도안되는 상황속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작게 중얼거린다. 흐릿하지만 푸른 기운을 머금은 폭풍. 그런 폭풍 중앙에는 심장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키르비르가 곧바로 쓰러질듯이 불안한 모습으로 아른거리고 있었다.
“마... 마력 폭주야..”
그때 내 품안에 실신해있던 플루토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지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마력폭주?”
“응...”
나는 플루토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자세히 폭풍 중앙에 있는 키르비르를 관찰한다. 잘 안보이기는 했지만.. 이 폭풍을 휘감은 푸른 기운. 괴로워하는 그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데?”
내 물음에 플루토는 참잡한 말투로 천천히 입을 연다.
“마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로는.. 마법사의 죽음을 의미해.”
“...죽음?”
“응. 마계의 마법사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마나를 몸에 품고있으니까... 그 마력이 마법사의 제어에서 벗어날 때 일어나는 것이 마력폭주야.”
네이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마계의 사람들은 대부분 태어날때부터 이 대륙이라 불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몸에 마나를 품고 태어나며 선천적으로 그 마나를 잘 느낄 수 있다고한다. 마계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몸에 품은 마나의 양을 증폭시키며 그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발현한다고 한다. 키르비르는 그런 분류의 마법사에 속했다.
하지만 마력의 본래 성질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었다. 그런 마력을 몸안에 억지로 품으려면 그 크기에 합당한 제어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제어력이 커질수록. 키르비르와 같은 엄청난 대 마법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종의 이유로 마법사의 제어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당연히 마법사의 몸안에 품고있던 마력은 마법사의 제어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마력을 방치하면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에 마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마법사의 몸은 이성의 제어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마력을 억지로 붙잡아 끌어모은다.
그 결과. 제어력의 부족에서 일어나는 마력손실. 그리고 마력의 부족함을 느낀 신체의 강제적 마력흡수. 이 두가지의 힘으로 인한 무분별한 마력의 출입은 마법사의 몸에 크나큰 부담으로 가져와진다. 그리고 그런 악순환의 반복된 결과. 그런 강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마법사의 정신이 붕괴되며 모든 것이 종결되게 되어버린다.
“아.. 긋....”
나는 네이의 설명을 말없이 들으며 마력폭풍의 중앙에 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쥔채 괴로움에 가득찬 얼굴로 제대로된 신음소리조차 못내고 있었다.
키르비르가 죽는다. 평소에 생각도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강했다. 내가 하인노릇을 하고 있는 괴물 로터스와 버금갈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력과 마법실력을 가진 최강의 존재가 바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죽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는 없었다.
“어째서... 지금 날 부른거야!!”
“....”
내 외침에 플루토는 몸을 움찔 떤다. 하지만 녀석은 내 외침에 대답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인양 그저 조용히 고개를 아래로 떨굴뿐이었다.
“젠장...!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거야?!”
일단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지금은 키르비르를 구해야만했다. 평소에 나를 괴롭히고 장난만 쳐왔던 소악마같은 녀석이었지만 그녀가 죽는다는 사실. 순순히 받아드릴 수는 없었다. 나는 방안에서 휘몰아치는 마나폭풍에 의해 다가가지도 못한채 플루토를 품에 안고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마계인... 들은 불가능해.”
조용히 마력폭풍을 응시하던 플루토는 작게 중얼거린다.
“선천적으로 몸에 마력을 품은 마계인들이... 저 폭풍안에 들어가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균형이 꺠져버려.”
“그렇게 된다면...?”
“균형이 깨지면 엄청난 충격이 마법사의 육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질꺼야. 그리고 그 결과... 마법사는 죽어. 반드시.”
나는 아무말없이 네이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폭풍안에도 들어갈 수 없고... 그렇다고 폭풍 밖에서 뭘 어쩔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 그럼 대체 어쩌라고!! 키르비르가 저렇게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답답함에 나는 되려 네이에게 화를 낸다. 그러자 네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말했잖아. 마계인이라고...”
“...”
얼마가지않아 나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마력폭풍안에 들어가면 안되는 것은 네이와 비슷한 마력을 가진 인물. 결론적으로 몸에 마력이란 것을 품지않으면 저 폭풍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간다치자. 그리고 그 다음은?”
그래. 일단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저 폭풍안으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키르비르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나는 저 폭풍을 멈추는 법을 모른다. 나는 해답을 원하는 눈으로 플루토를 바라본다. 하지만 플루토는 그런 내 시선을 씁쓸히 외면할 뿐이었다.
“하지만...”
잠시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네이.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주 작지만 자그마한 희망이라는 것이 담겨져있었다.
“예전에... 키르비르님이 마계에서 한번 마력폭풍을 일으킨적 있어.”
“뭐..?”
하지만 방금전에 네이는 분명히 말했다. 이런 마력폭풍은 마법사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그런 폭풍을 키르비르는 견뎌냈다는건가?
“하지만 그때는 한 남자덕분에 간신히 마력폭풍을 진정시킬 수 있었어.”
“그러면... 방법이 있는거잖아!”
“그 남자또한 마계인이 아닌 대륙에서 온 이계인이었어. 하지만... 내가 아는 건 그것밖에 없어. 어떤 식으로 키르비르를 구했는지... 아무것도 몰라.”
“....”
“그... 그러니까... 마력폭풍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든 방법이나 기회가 있을꺼야..”
네이는 그녀의 성격답지 않게 무식한 방법을 나에게 말해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어떻게든 키르비르를 구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큿..”
나는 작게 신음을 흘린다. 하여튼... 지금 유일한 방법은 내가 이 폭풍을 뚫고 들어가는 것. 그것하나밖에는 없어보였다.
“위... 위험할 것같으면... 가지.. 않아도 돼...”
자그마한 플루토의 중얼거림.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중얼거림을 외면하며 조심스럽게 상처입은 플루토를 바닥에 내려둔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푼 후. 내 접근을 거부하듯 휘몰아치는 폭풍을 노려본다.
“어떻게든... 되겠지.”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를 거부하는 폭풍을 향해 천천히 다가선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죠. 읭?
유운처럼 / 배드엔딩은 없을덧? 그건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무조건 해피엔딩!
Solar Eclipse / 하핳~ 감사합니다~!
로나프 / 2년이란 시간도 너무길어! 2달이내에 끝낸다 =ㅂ=/
Lizad / 엌ㅋㅋㅋㅋ 전 배드엔딩 실타니까요. 다 해피에요 해피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