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
<-- 네이 키르비르 -->
“후우...”
왠지 모르게 찝찝하지만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아직도 혀에 남아있는 비릿한 맛에 질색하며 터벅터벅 내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겨나간다.
“그래도 좀... 억지로라도 먹어줄걸 그랬나?”
방으로 돌아온 내 머릿속에는 힘이 없어 보였던 키르비르의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최소한 그녀가 마련해준 음식을 다 먹어줬다면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텐데... 뒤늦은 후회가 계속 몰려온다. 그런 후회속에서 나는 힘없이 침대에 들어눕는다.
“무슨 일 있었어?”
침대에 눕자마자 창가에서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아... 플루토.”
창틀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창가에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가 보였다. 녀석은 태평스럽게 자신의 앞발을 핥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키르비르님이 괴롭힌거야?”
플루토는 날렵하게 도약하여 사뿐히 내 무릎위로 착지한다. 녀석은 두어번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돌다 자신이 편한 자세를 찾은뒤 조용히 몸을 웅크려 앉는다.
“뭐... 괴롭힌건 아니야. 그냥 장난이지.”
“흐음... 그래?”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나는 내 무릎위에 웅크려 앉아있는 플루토를 바라본다. 녀석은 내 무릎이 편한듯 갸르릉 거리며 내 허벅지에 머리를 비빈다. 나는 그런 플루토에게 손을 뻗어 녀석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처음 그녀와의 약속. 하루에 5시간만 내 곁에있겠다는 그녀와의 약속은 아직도 유효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와 같이 대련하거나 내가 자신보다 강한다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였지만... 지금은 순전히 같은 공간에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뭐 나 또한 그녀가 지루한 하루에 작을 활력소였기에 그런 그녀의 방문이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캬으...”
그때 내 손길에 따라 머리를 흔들거리던 플루토가 내 무릎사이에 얼굴을 처박은채 얕은 숨을 쉬어가기 시작한다.
“어이어이! 자지마!!”
이대로 플루토가 잠들어버리면 녀석이 깨어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녀석이 잠들려하자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려 좌우로 흔든다.
“아.. 에.. 미.. 미안.”
플루토는 당황하며 졸음에 취해있는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비비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런 플루토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요세 잠을 제대로 못잤나봐?”
“그게... 요즘 방에서 자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아직도 키르비르에게 쫓겨서 밖에서 자는거냐?”
내 물음에 플루토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한다.
“고생이 심하네.”
다른 지역보다 높은 고도에 있는 키르비르의 탑. 그곳의 기온이 지상보다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탑안에서 플루토는 내가 전에 쓰라고 넘겨줬던 대검을 감는 천을 몸에 두르고 잠들곤 했었다.
“뭐... 가끔 잘 곳이 없으면 이리와도 괜찮아.”
어자피 숙소에는 몇십명이 잘 수 있을 정도로 빈방이 많았다. 그녀가 잘만한 방 하나 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 진짜로?!”
“아아... 뭐.. 별 상관은 없는데...?”
하지만 플루토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삐쭉 선 털과 꼬리. 녀석은 상당히 놀랐다는 것을 증명하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그렇게.. 갑작스럽게..”
“....”
플루토는 수줍게 고개를 떨고며 앞발을 내 무릎에 문지른다.
“잠깐. 플루토.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응? 동거... 아니었...”
“....”
그리고 침묵. 서로의 다른 착각 때문에 플루토는 내 시선을 어색하게 피해나간다. 나는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고자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어간다.
“그나저나... 요즘은 그... 날자 이야기는 안하네?”
내 물음에 플루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곳 생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이제 그런거 신경 안쓰는거 알잖아?”
퍼엉!
그녀의 대답이 끝나는 순간 새하얀 연기가 내 시야를 가린다. 그와 동시에 내 무릎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플루토?”
나는 손을 휘저어 내 시야를 가리는 새하얀 연기를 쫓아낸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검은 단발머리카락과 그 사이에서 가볍게 쫑긋거리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귀였다.
“네이.”
어느세 네이로 변한 플루토는 다소곳이 내 무릎위에 앉아 조용히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온다. 나는 내 허리 근처에서 살랑거리는 그녀의 꼬리의 간지러움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아랫배를 끌어안는다.
“캬으..”
네이는 고양이처럼 기분좋은 울음소리를 흘린다. 그녀를 끌어안은채 따듯한 그녀의 체온과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며 눈을 감은 채 슬쩍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볼을 비빈다.
“....”
두근..
그녀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긴장한 듯 박동이 빨라지는 그녀의 심장박동.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내 품이 편안한지 그런 심장박동이 빠르게 진정되어져가기 시작한다.
“저기...”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는 편안한 고요함 속에서 네이가 조용히 입을 연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채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녀의 말을 듣고있다는 모습을 내비친다.
“혹시나해서 묻는건데...”
“뭔데?”
계속되는 네이의 질문에 슬쩍 눈을 뜨고 네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수 없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들어나있었다.
“진짜로... 해줄마음은 있는거지?”
아마도 결혼을 말하는 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해도 그녀도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하게 끌어안아 갔다. 그러자 네이의 얼굴에 작게 미소가 퍼져나간다.
“불안해하지마... 널 잊지는 않을테니까.”
“...응.”
내 대답에 네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랫배를 끌어안은 내 손을 감싸쥔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돌아보는 네이.
“....”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나를 유혹하듯 향긋한 향기가 흘러나온다. 나는 뭐에 홀린듯 그런 향기에 취해 그녀의 입술에 천천히 입을 맞춰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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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베히모스 산맥 사이로 사라져가는 저녁햇살이 흘러들어온다. 침대 맡으로 부숴져 내려오는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려간다. 거기에는 나체로 나랑 같은 이불을 덮고 있는 네이가 내 품에 끌어안겨있었다.
“네이. 늦은 것 같은데?”
나는 곤히 자고 있는 네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다. 그러자 조용히 눈을 뜬 네이는 슬쩍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본다. 이미 어수룩하게 져가는 태양. 그걸 확인한 네이는 졸린 듯 눈을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우으으..”
가는게 싫은 걸까. 그녀는 어께를 축 늘어뜨리며 짧게 한숨을 내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축 늘어뜨려진 네이의 어께를 가볍게 끌어안는다.
“나 그럼... 돌아갈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네이는 주섬주섬 자신의 옷을 차려입어간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에 군침을 삼킨다. 군살하나 없이 매끈한 몸매와 부드러운 살결. 그런 그녀를 마음껏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받은 사실일 것이다.
“그럼.. 잘자.”
“아아...”
자신의 옷을 차려입은 네이는 아쉽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안부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날렵하게 창문을 뛰어넘어 다시 고양이인 플루토로 변해 어두워져가는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달려견다.
“오늘은 좀 춥네...”
그러 플루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오늘 밤날씨가 좀 쌀쌀하다는 것을 느낀다. 점점 해가 산에 가려지며 어두워지는 유적지를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벗었던 옷을 주섬주섬 입어간다.
“어자피 밤에 할 일도 없는데..”
플루토가 찾아올 수 없다면... 내가 찾아가면되는 일이었다. 그동안 녀석에게 빚진 것도 많으니까... 가끔씩은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것도 좋겠지.
“좋아. 그럼 가볼까...”
비록 나를 위협할 존재는 없었지만 버릇처럼 대검을 등에 짊어진 나는 플루토를 쫓아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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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정도로 높은 키르비르의 탑. 어지러울 정도로 빙글빙글 꼬여있는 계단은 힘든 것보다 지루함이 나를 더 괴롭힌다. 어지러울정도로 꼬여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간 나는 키르비르의 방임을 증명하는 커다란 방문 앞에 서서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여긴가... 네이가 자는곳이..”
키르비르의 방문옆에 가지런히 정리된 천덩어리. 둥글게 말려있는 천은 플루토의 작은 몸을 뉘이기에 아주 적당해보였다.
“아직도 가지고 있네...”
그것은 다름아닌 내가 플루토에게 줬던 대검을 감싸고 있던 천이었다.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듯 먼지하나 안쌓여있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어디간거지?”
주변을 둘러보지만 정작 내가 찾던 플루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자리까지 준비해놓은 것을 보면 분명 이 근처에 있는데...
“....설마.”
나는 키르비르의 방에 들어가는 커다란 방문을 바라본다. 플루토가 갈데라면 저기 한곳밖에 없어보였다.
“어디...”
그래도 무턱대고 들이댈 수는 없었다. 일단 상대는 키르비르. 괜히 심기를 건들였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몰랐다. 플루토의 기척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데고 귀를 기울인다.
“...음?”
방안에서 플루토의 말소리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들려오는 것은 조그만 숨소리. 아마도 키르비르의 숨소리로 추정되는 소리는 뭔가 이상했다.
“하읏..”
“....”
뭔가 헐떡임이 섞여있는 숨소리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함을 직감한 나는 주저없이 키르비르의 방문의 문고리를 비틀어 열어젖힌다.
“키르비르!!”
키르비르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방안에 들어서 황급히 키르비르를 찾는다. 그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으... 으아아앗!!!”
침대위에서 다급히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이불자락을 황급히 끌어올리는 키르비르였다.
“키르비르 괜찮아?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사방을 경계하며 천천히 키르비르에게 다가선다.
“아.. 아무일 없어!! 그러니까 나가!”
키르비르는 그녀답지않게 당황하며 나를 향해 저리가라는 듯이 손을 휘휘젓는다. 나는 그런 이상한 그녀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물러서지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다가선다.
“으읏..!!”
그러자 키르비르는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자신이 덮고있는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린다.
“어디 아프냐?”
마치 열이 있는 것처럼 나는 붉게 달아올라 있는 그녀의 얼굴에 이상함을 느끼며 턱끝까지 이불을 올리고 있는 키르비르의 이마를 향해 내 손을 가져간다.
“뭐.. 뭐하려는.. 웃..”
키르비르는 입을 뻥긋거리다 내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자 불안하게 몸을 떨며 눈을 꽉 감는다.
후끈..
그녀의 이마는 마치 불에 타오르는 듯 뜨거웠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닿은 손이 축축히 젖을 정도로 식은 땀이 가득했다.
“너무 뜨거운데..”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녀가 덮고있는 두꺼운 이불을 바라본다. 이렇게 열이 많은 상태에서 저렇게 두꺼운 이불을 덮고있으니 탈이 날랄래야 안날수가 없다.
“이렇게 땀을 흘릴 정도라면 두꺼운 이불따윈 치우라고.”
“자.. 잠깐!! 안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나를 제지하는 키르비르. 하지만 이미 나는 그녀의 이불자락을 붙잡고 옆으로 재껴버린다.
“꺄아아아아앗!!”
그러자 키르비르는 귀가 아플정도로 고음의 비명을 내지른다. 그런 그녀의 비명에 움찔한 나는 뒤로물러선다. 그런 내 눈에 보인 키르비르의 모습은 예상외였다. 이불이 벗겨진 키르비르는 한팔로 자신의 작은 가슴을 가리고 있었고 다른 한팔로는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뭐야... 이건?”
그녀의 잠옷 파자마 바지는 이미 무릎까지 내려간 상태였고 잠옷 상의는 단추가 전부 풀어져 새하얀 그녀의 가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으..으읏..”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아무말도 모르고 어쩔줄을 모른채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자세히 살펴본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는 약간 말랐지만 물기자국이 남아있었고 자그마안 가슴 위에는 살짝 발기된 조그만 유두가 오똑 서있었다. 그 결과 나는 별로 어렵지 않게 지금 이상황에 대한 이유를 꺠달을 수 있었다.
“설마... 또 자위한거냐?”
“....”
직설적인 물음에 키르비르는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로 내 시선을 옆으로 피한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그.. 그건 무리.. 5P면 정신이 읍씀;;
Solar Eclipse / 음...? 그때 뭘했었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타카요 / 꼼틀꼼틀..
유운처럼 / 역시.. 3p가 무난하겠죠?
로나프 / 뭐... 엑스트라의 슬픔이죠.
Lizad / 함락신이... 뭔가요? 사람이름인가? 으윽;; 이해력이 부족해서;;
레리꿀 /알겠스비다 3p갑세다!
으윽;; 연구실을 이전하느라 시간이 없었네요. 금토일 모두 빡시게 일하고 왔습니다;;
이제 100화 찍었으니... 특별화를 준비해야죠. 기념으로... 으으.. 역시 3P가 좋겠죠?
그나저나 누구로하나..
무난하게 키르비르,네이로 갈까나?
뭐.. 좋은 의견있으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