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89화 (89/298)

89편

<-- 이리엘 -->

어두운 안개가 깔린 숲. 그런 숲 속에 나는 나무 둥치에 걸터앉아 멍하니 내 눈앞에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중 나는 눈가를 간질이는 액체에 천천히 눈을 비빈다.

“....”

내 손에 묻어나오는 것은 짙은 핏물.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흥건히 뒤짚어쓴 핏물은 천천히 머리카락을 타고 끝에 물방울져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저 떄문에 또...”

그런 내 앞에는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이미 흙투성이가 된 새까만 로브를 몸에 두른채 양손을 꼭 모아주고 불안한 눈으로 양손을 가슴에 모은채 나를 바라보는 흑발머리카락의 소녀. 그런 그녀의 머리에 씌여진 커다란 마녀모자는 크기에 맞지않아 옆으로 비스듬이 기울어져 그녀의 모습을 얼빵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신경쓰지마.”

그런 그녀의 걱정에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험악한 말투.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진득한 살기와 독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하지만 소녀는 그런 내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한걸음 다가선다. 그런 그녀를 흘끗본 나는 별관심없이 다시 모닥불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연다.

“괴물이 될 몸이었어. 이런 내 정신의 생명줄을 이어준 네 어미의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그렇다. 내 몸은 이미 광혈의 저주가 갉아먹어들어가고 있었다. 원래는 광폭한 살기와 광기에 미쳐 이성이 날라가도 충분히 날라갈 상황. 하지만 나는 기적적으로 정상적인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

“어자피 보람차거나 뿌듯한 인생은 아니었다. 피의 길이었지. 실험을 위해 너의 어미가 놓아둔 덫에 걸렸다지만... 그녀 덕분에 얻은 짧은 삶. 마지막이나마 보람찬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

그래. 간신히 기억났다. 이건 일종의 변덕이었다. 살육과 살생밖에 모르는 포악한 괴물이 되기 직전. 내 앞에 있는 겁 없는 소녀의 어미가 일시적이나마 나를 광기에서부터 구해내줬다. 당사자는 실험을 위해서라지만.. 어찌됬든 좋았다. 결과는 그녀가 나를 구했으니.

뭐... 불행히도 얼마가지않아 그 어미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화형을 당했지. 이미 광혈의 저주로 괴물취급받는 나를 보호하고 숨겨준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괴물을 다루는 마녀로 취급된 그녀는 잠시 마을로 간 사이 기다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우리가 있었던 집앞에서 보란듯이 화형을 당했었다.

그 이후 나는 이 소녀와 도망을 다녔다. 마녀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추적하는 사람을 피할 수 있는 곳까지. 그녀의 어미가 없는 이상 내 이성도 오래유지 못한다.

“....”

그 증거로 우리를 쫓아오는 추적자를 상대하는 내 손길이 점점 포악해져가기 시작한다. 마치 그동안 억눌러둔 옛날의 나쁜 버른이 깨어나는 것처럼...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간 이 소녀도 내 손으로 죽이게 되겠지.

“떠나라.”

결국 결심을 굳힌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소녀에게 말한다.

“미안하다. 너를 끝까지 못지켜줘서.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다.”

쿠웅.

나는 있는 힘껏 대검을 들어 내 옆의 땅에 박아넣는다. 그런 섬찟한 땅울림에 소녀는 움찔거리지만 울거나 도망치지는 않는다.

“이 길은 내가 지키마. 넌 떠나라. 이 길로 쭉 가면... 좀 험하기는 하지만 너가 스스로 자립할 곳이 생길꺼야. 넌...”

잠시 입을 다문 나는 크게 침을 삼킨뒤 입을 연다.

“똑똑한 녀석이니까.”

“오.. 오라버니를 혼자두고는 안갈꺼에요!”

하지만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숲을 울린다.

“살아도 같이 살아요. 이대로 저 혼자 살수는 없다구요!”

“불가능해. 내 몸은 광혈의 저주에 오염되었다.”

나는 천천히 내 오른팔을 걷어 그녀에게 보여준다. 붉은 근육이 뒤틀리며 살갗을 찢고 튀어나올 것 같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점점 몸안에 담긴 광혈의 저주의 발작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광혈의 저주를 억누르는 내 정신이 견뎌내지 못한다.

“광혈의 저주는... 대상의 정신을 침식하죠. 그렇죠?”

그떄 소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한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광혈의 저주. 죽지않는 불사의 몸에 어마어마한 괴력. 강인한 신체까지. 어찌보면 최고의 축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광혈의 저주는 대상자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점점 광기에 미치고 포악해지며 잔인해진다. 그리고 그런 광기가 모여 사람의 몸을 괴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이 바로 광혈의 저주였다.

“그.. 그러면... 방법이 있어요.”

“....무슨?”

내 물음에 소녀는 침을 꼴딱 삼킨뒤 천천히 입을 연다.

“오라버니의 정신을 잠시 대체할 다른 것을 넣으면되요. 오라버니의 정신이 광혈의 저주로부터 회복될 때까지.”

그리고 소녀가 꺼내는 작은 유리병. 반투명한 액체가 가득찬 그 유리병안에는 내 새끼손톱만한 무언가가 떠있었다. 언뜻보면 그냥 고무덩어리 같아보였지만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무언가.

“이건 뭐냐?”

“호문클로스. 우리 엄마의 작품이에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인공 의식체이죠. 하지만 아직 불안정해요.”

“....”

나는 말도안되는 그녀의 말에 멍하니 유리병안에 들어있는 생물체를 바라본다. 자세히보니 손과 발로 추정되는 자그마한 뭔가를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생물체는 작은 움직임을 보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콰직!!

그 순간. 커다란 균열이 내 시야를 가득채운다. 그리고 마치 연기처럼 허공속에 산산히 흩어져버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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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마치 추억같은 기억. 하지만 내가 겪은 추억이 아닌 것같은 기억이 지나가고 나는 짧은 헛바람과 함께 눈을 부릎뜬다. 그리고 내 시야에 비치는 것은 상당히 낯이 익은 거대한 공동.

-일어났는가. 늦잠이군.

“내가... 어떻게 된거지?”

나는 아직도 욱씬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주변을 돌아본다. 내가 있던 곳은 중앙탑이었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않았다.

-뭐... 제정신이 아닌상태로 날뛰었지. 그 와중에 침입자는 잘 격퇴했더군.

로터스는 성가시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재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면 또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는 건가? 하지만 뭔가 느낌이 매우 찝찝했다. 이성이 날아갈 이유도 없었고.. 그만큼 분노를 느끼거나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었다.

“크으..”

아무리 골을 굴려봐도 제대로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나저나.. 그 여자들은 어떻게 했지?”

-뭐... 정신 나간상태여도 임무는 잘 수행했더군. 내가 알아서 처리했다. 신경쓸 필요는 없어.

로터스가 알아서 처리했다라. 그러면 뻔한 거겠지. 아마 내가 모르는 어두운 골방에서 텐타클을 산란하기 위한 모태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해도 그 끔찍한 촉수와 끈적거리는 점액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으음...”

그나저나 마음속 한 구석에서 뭔가 꺼림찍한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잊고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상기시키려하던 나는 넓은 공동에 나있는 환기용 창문을 바라본다.

“아...”

좁디 좁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중앙탑에 박혀있는 은백색 전함의 모습. 그제서야 머릿속이 환해지며 내가 잊고있던 존재를 깨우치게 해준다.

“이봐 로터스! 혹시 전함이 충돌한 곳에 텐타클을 보냈나?”

-지금 남아있는 텐타클을 수습하기도 바쁘다. 파손된 탑을 복구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야.

“아아.. 그런가..”

일단 로터스는 전함이 충돌한 부분에 텐타클을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텐타클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수집해오는 로터스의 특성상 아직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일단... 내가 먼저 피해 규모를 좀 알아와보지.”

-흐음... 토목학쪽에 자신이 있는건가? 그렇게 지적여 보이지는 않는데?

“토목학은 개뿔. 얼마나 박살나고 꺠졌는지 확인하는게 학문과 관련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시답지 않은 로터스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채 중앙탑으로 향하는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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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처음보다 더 처참하게 부서진 방. 나는 반쯤 박살나 열리지 않는 석문을 억지로 발로 걷어차 강제로 열어버린다. 부숴진 석문은 뽀얀 먼지들을 흩날리며 바닥에 쓰러져내린다. 시야를 가리는 먼지 넘어로 보이는 방의 풍경.

철컥.

그것은 폐허가 된 방 한가운데. 내가 구해줬던 그 자리에 그대로 다소곳이 앉아 나를 향해 저격총을 겨누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오호라...”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겁을 먹기는 커녕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어떻게 보면 하찮은 발악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날카롭게 벼뤄진 눈빛이 그녀의 사격솜씨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처음에 싸움조차 모르는 연약해보이는 소년의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아...”

그러나 나를 확인한 소년은 천천히 나를 겨눴던 저격총의 총구를 아래로 내린다.

“기다렸던 거냐?”

나는 녀석을 구해준 그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소년의 모습에 혹시나 하며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그런 내 질문의 대답은 조용한 끄덕임. 어떻게보면 순진하달까? 아니면 멍청해야하다고 할까나. 하지만 내 말을 아주 잘듣는 녀석의 태도가 그다지 싫지는 않앗다.

“그나저나.. 별일 없었냐?”

소년에게 안부를 물으며 다가간 나는 뒤늦게 녀석의 몸에 새겨진 크고작은 생채기와 먼지로 더러워진 그의 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기에 의한 상처라기보다 이리저리 뒹굴고 넘어져서 생긴 상처들. 내 물음에 소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켈레브라의 부대의... 공격이 있었어.”

“...아.”

소년의 대답에 의하면 녀석은 켈레브라의 부대와 정면으로 대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비해 상처가 자잘한 것이... 아마도 낙오된 부대와 싸웠던 걸까?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켈레브라의 부대와 상대로 싸우고 녀석들을 제거했다고 한다면 적게나마 로터스에게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몇 명이나 들이닥쳤던거지?”

내 질문에 소년은 자신의 손가락 7개를 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7명이라... 많지는 않지만 소년 혼자서 감당하기에 적은 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소년이 살아남아 이 자리에 다시 앉아있다는 것은 녀석이 모든 적들을 제거했다는 뜻. 보기보다 상당히 수준급의 사격실력을 가지고 있음에 분명했다.

“후우... 그러고보니 통성명도 안했네. 내 이름은 타메르. 너의 이름은?”

“이리엘.”

내 물음에 짦막하게 대답한다. 소년의 이름은 이리엘. 뭐... 소년이라기보다 소녀에게 어울릴법한 이름이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 소년의 부모를 탓할뿐이지. 녀석의 이름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앙탑에 처박힌 은빛 비공정을 바라본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샘이냐? 비공정이 저꼴이 되어서... 너를 보내주고 싶어도 로터스 몰래 보내주는건 불가능하겠는데..”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꼬마였다. 만약 내 능력이 된다면 밖으로 내보내주고 싶을 정도.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나에게 그런 능력도... 방법도 없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방법은 로터스의 선처를 바라는건데... 이때까지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장담할 수 없었다.

“...돌아가지 않아.”

잠시 주저하던 소년은 자그맣지만 의지가 담긴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뭐...?”

나는 잘못들었을거라는 생각에 다시금 녀석의 의사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이리엘은 침착하며 흔들림없는 눈으로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시금 자신의 의지를 밝힌다.

“이 배를 놔두고.. 절대 돌아가지 않아.”

“.....”

그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은빛 비공정을 바라본다. 한눈에 척봐도 범상치않은 비공정이었다. 일반적으로 가볍고 단단한 나무대신 완벽한 강철로 감싸진 비공정. 이런 비공정을 띄우려면 그만큼 강력하고 고가의 마법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배를 버리고 간다는것은.. 말도안될 일이겠지.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꺼냐?”

“여기에 남을..”

콰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요란한 굉음이 방안을 뒤흔든다.

“큿.. 뭐야!! 아직 패잔병이 남아있나?!”

기겁한 나는 반사적으로 내 앞에 있는 소년의 옷자락을 붙잡아 내쪽으로 잡아당기며 대검을 움켜쥔다. 그리고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파편으로부터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내 품에 꽉 끌어안으며 폭음이 들린 방향으로 내 대검을 겨눈다.

“아? 타메르?”

그리고 등장한 인물은 다름아닌 키르비르. 그녀는 스템에 걸터앉은채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너가 여기엔 어째서?”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대답하지 않고 눈짓으로 자신의 아래에 박혀있는 거대한 은빛 비공정을 가리킨다.

“좀 뒤늦게나마 조사좀 해보려고.”

사뿐하게 바닥에 내려선 키르비르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자신의 눈앞에 침묵해있는 거대한 은빛 비공정을 둘러본다.

“흐음... 역시나... 평범한 비공정이 아니었네?”

뭔가를 아는듯한 눈빛. 나또한 그녀가 조사하는 비공정에 관심을 가지며 그녀에게 물어본다.

“뭐 알고있는 사실이라도 있는거야?”

“으음~ 이건 일반적인 금속이 아니야. 거기다 차원의 틈새에 견딜수 있게 특수제작된 압축 다크에테르로 코팅되어있어. 자세히 살펴보니까 장갑표면에 숨겨진 회로... 이건 한두개의 회로가 있는게 아닌데? 공간 왜곡에서부터 시작하여 온갖 실드에 이온 반응 장갑까지... 뭐.. 이렇게 씨부려 봤자 너는 한 단어도 이해못하잖아?”

비공정의 표면을 만지며 중얼거리던 키르비르는 나를 돌아보며 생긋이 웃으며 나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취급에 익숙했던 나는 가볍게 어께를 으쓱거리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시대 문명이 아니야. 그보다 더 상위차원... 아마도 이건... 아리.. 응?”

그떄 나를 돌아본 키르비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내 품안에 억지로 꽉 끌어안겨있는 이리엘에게 겨눠져있었다.

“....누구?”

“아... 이 녀석은 말이지... 저 배의 선장. 어쩌다가... 인연이 닿아서 말이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떻게든 이리엘을 위해 변호해주기 위해 떠듬떠듬 이리엘의 정체와 나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내 말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저 배의 선장이라는 사실 하나에 눈을 가늘게 뜨고 이리엘을 노려볼뿐이었다.

“너...!!!!”

그리고 어느 순간. 키르비르의 눈이 번뜩인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리엘의 멱살을 잡아 내 품에서 강제로 빼내는 키르비르.

“어.. 자... 잠깐!! 키르비르!!”

나는 기겁하며 그녀의 행동을 막으려한다. 하지만 이리엘의 행동이 더 빨랐다.

철컥!!

“...!!!”

이리엘은 키르비르가 적이라 판단했는지 허리춤에서 검은 리볼버를 섬광같이 뽑아낸다.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다. 그런 이리엘의 리볼버는 바로 지근거리에서 키르비르의 미간을 노린다.

찰칵.

하지만 발포는 되지않는다.

“리볼버는 실린더를 잡고 있으면 발사가 불가능하지.”

키르비르또한 예상했다는 듯이 이리엘이 리볼버를 겨누는 순간 리볼버의 실린더라 불리는 부분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런 키르비르의 행동에 이리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내가... 너를 데리고 갈 곳이 있거든?”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은 키르비르는 자신의 스템에 걸터앉는다.

“키르비르!! 뭔가 오해가 있는거 같은데?! 기다려봐!!”

나는 그런 키르비르의 행동을 막으려하지만 그런 나보다도 빨리 키르비르는 자신의 스텝을 허공에 띄워 자신이 박살낸 벽을 통해서 그녀의 탑으로 날아올라간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허망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는다.

“젠장...”

키르비르가 녀석을 데리고 무슨짓을 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숙적인 로터스에게 녀석을 넘겨줄리는 없었다. 키르비르의 성격상 무턱대고 생명을 해할정도로 잔인하지는 않지만...

“왜 끌려가면서... 나를 바라본거냐고...”

키르비르에게 이리엘이 끌려가며 그는 순간적이나마 나를 돌아봤다. 워낙 순식간이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바라봤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대충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눈빛이었다.

“하아...”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쉰 나는 지독하게 무거운 대검을 질질 끌며 높디 높은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

랑고 / 저주에 먹히면... 주인공이 아니겠죠. 언젠간 쥐구멍에도 햇빛이 들어올 날이 있겠죠?

abcbbq / 헐ㅋ. 이건 본편에서도 거론 안한건데. 아직 밑천이 전부 들어난것은 아님. 역대 사상 최강의 마녀가 될텐데.

리주 / 윽... 약하긴 하죠. 하지만 아직 강해질때가 아님. 이 다음 메인스토리에서 모든게 변합니다. 으허허헛.

Lizad / 엌ㅋㅋ.. 타메르가 뭔 죄가 있다고.. 으흐흐흑..

유운처럼 / 왜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썼던 소설에서 주인공은 거의다 약했죠 ;ㅅ;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강해지는게 주인공.

로나프 / 난 고생하는 여자가 좋긔. 그래야 나중에 행복해지면 몇 십배는 더 행복해보이긔.

어디보자... 이제 메인스토리 하나가 지났으니까... 알콩달콩한 일상이야기 몇편 올리고... 그 다음 가장 끔찍한 메인스토리가 나오겠즤. 으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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