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편
<-- 공습 -->
“크아아아악!!”
머리가 부숴진다는게 어떤 고통일까.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충분히 느끼기도전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머리가 부숴진다는 고통을 생생히 느끼고있었다. 산산조각난 두개골. 사방으로 흩어진 파편에서부터도 끔찍한 통증이 나에게 전혀재온다. 끔찍한 고통속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크하... 으하아아악!!!”
“걱정하지마. 죽을만큼 괴로워도 죽지않아. 영혼은 천천히 회복되거든. 너무 느린게 흠이지만.”
그녀의 말대로 박살난 두개골은 천천히 재생되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느린 재생속도는 내가 느낀 고통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기 충분했다. 거기다 키르비르가 이런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그 녀석을 돌려줘.”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내 앞으로 다가온 키르비르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내 가슴을 짓밟으며 명령조의 목소리로 말한다.
“그.. 그만 키르비르! 나.. 나야 나! 타메르!!”
생전 느껴볼 수도. 죽기전에 절대 느낄 수 없는 끔찍한 고통속에서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회유하기 위해 억지로 타메르인척 그녀를 속이려고 한다.
우드득..
하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그녀의 표정은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되려 천천히 내 가슴을 짓누르며 점점 깊게 파고드는 키르비르의 발. 가슴뼈가 우그러지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통증이 가슴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를... 돌려줘.”
“망할!!! 크으으으으!! 이.. 이대로 내가.. 물러설것 같아?!”
“....”
나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본다. 간만에 다시얻은 내 몸. 다시 그 어둠과 고독이 가득한 세계로 되돌아가기 싫었다. 괴물이 되어 방황하는게 싫어서 죽음을 찾아다녔던 몸이다. 하지만 그런 죽음보다도 괴로운 것은 어둠과 고독이 가득한 세계에 기약없이 홀로 내던져진다는 것. 그런 공간에 두 번다시 되돌아가기 싫었다.
“끄아아아아!! 힘을.. 더 강한 힘을!! 나를 좀먹던 망할 저주야!!! 이 딴식으로 끝날 샘이냐!!”
두근!!
“...!!”
그 순간. 나의 바램이 닿은 걸까. 나의 의식세계가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다. 그 마치 이 공간 자체가 커다란 심장이 된듯 한 고동. 그런 흔들림에 키르비르의 안색이 변한다.
“이건..”
바닥에 고여있던 핏물들이 천천히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 통증이 느껴져왔지만 핏물이 내 몸을 감싸갈 수록 나는 전에 느껴본적 없는 활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만둬!!”
콰드득!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키르비르는 앙칼지게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크흐흐흣..”
하지만 나는 되려 그녀에게 조용한 비웃음을 선사해줄뿐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힘이 끓어올라오기 시작한다는 것. 이 바닥에 고여있던 핏물이 나에게 흘러들어오며 새롭고 강한힘을 선사해준다.
“그만 두라니..”
퍼억!!
그녀는 다시금 나를 향해 소리지르려 하지만 내 행동이 더 빨랐다. 붉은 핏물에 휘감긴 내 손은 섬광처럼 휘둘러져 그녀의 자그마한 가슴을 꿰둟고 관통해버린다. 역시나 영혼이라서 그런걸까. 뜨거운 핏물이나 박동하는 생명의 울림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손끝으로 그녀의 여린살을 꿰둟은 감각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크크큿.. 너도 나와 비슷하겠지. 죽지는 않지만... 고통스러울꺼다.”
“크... 하읏...”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내 팔을 감싸쥐고 몸을 바들바들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은채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팔을 회수한다.
“캬흣...!”
그러자 힘을 잃고 무너져내리는 키르비르.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져 몸을 둥굴게 웅크린채 괴로워하는 키르비르를 내려다본다.
“크크크큿.. 이거.. 상황이 역전됬구만?”
이미 내 몸에 생긴 상처는 바닥에 고여있던 핏물에 휘감겨져 완벽히 재생된 후였다. 그에 비해 내 팔에 의해 관통된 키르비르의 가슴은 너무나도 느린속도로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그 상처가 전부 회복될떄까지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쳐야할 것이다.
콰악!
“아.. 아으읏!!”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채를 억지로 붙잡아 그녀의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괴로운듯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트는 키르비르. 나는 내 손에 붙잡히채 괴로워하는 키르비르의 몸을 여유롭게 감상해나간다.
아직 앳된 티를 못 뺀 미성숙한 몸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녀가 여성으로써 성숙해진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몸매가 될것이 분명한 몸이었다. 비록 조금 납작한 가슴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너.. 대체... 무슨 짓을 한것인지 아는거야?”
그녀는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아들린 내 손목을 붙잡은채 고통에 괴로워하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사라지지 않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새로운 힘을 깨달은 거겠지.”
“미친... 꺄아아앗!!!”
그녀의 입에서 거친말이 튀어나오자 발끈한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은 손에 힘을 준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고음의 비명이 튀어나온다.
“예의를 갖추라고. 이제 상하관계가 바뀌었으니까...”
“개소리.. 으읏.. 집어쳐!!”
그녀는 머리채를 붙잡힌채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할말을 결국 다 뱉어낸다. 그런 그녀의 의지에 감탄하면서도 필요도 없는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가볍게 혀를 찬다.
“넌.. 큰 실수를 했어.. 스스로 저주에 영혼을 넘기다니...”
“큭.. 그래서?”
그녀의 비난에 조소를 흘리며 나는 키르비르의 몸을 바닥에 매다 꽂아버린다.
콰앙!!
“크흣!!”
바닥에 엎드려서 괴로워하는 키르비르의 추태를 비웃으며 나는 발끝으로 그녀의 몸을 밀어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눕게 만든다. 그리고 지긋이 그녀의 아랫배를 짓밟은채 오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상관없잖아? 어자피 시한부 인생. 한순간이나마 네 년을 짓누를 힘을 얻게되는 것. 나쁘지 않는 거래인것같은데?”
“크흣... 날...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
내 발에 밟힌채 끝까지 오만함을 숨기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콧웃음친다.
“아으으윽!!”
그리고 지금 우리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위해 누가 더 위인지 증명한다. 아무말없이 나는 그녀의 아랫배를 밟고있는 발에 더욱더 강한 힘을 주어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얼굴이 고통에 뒤틀리는 것을 흠족하게 바라보던 나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천천히 누르던 힘을 줄인다.
“하아.. 하아.. 하읏..”
그러자 격하게 숨을 들이키며 괴로워하는 키르비르. 나약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복감을 느낀다.
“모두.. 모두 널 위한거였어.”
“...뭔 개소리냐?”
고통에 정신이 나간걸까? 아니면 이번엔 달콤한 말로 나를 회유하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말에 집중한다.
“최소한 너의 영혼만은 구제해주고 싶었는데...”
“하핫.. 뭐야.. 꼭 나를 이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 꼴로?”
나는 그녀와 나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내 왼팔을 들어올려보인다. 붉은 핏물에 휩싸인 내 왼팔은 어느세 인간의 신체 일부라고 표현하기 거북한 괴상한 모습으로 변이되어있었다. 피부가 벗겨진 야수의 발톱처럼 붉은 근육이 섬찟하게 꿈틀거리는 기괴한 발톱. 하지만 어찌되든 좋았다. 이 것이 바로 나의 힘이 될 수 있다면야.
촤악!!
“....?”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마치 물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왼팔이 허전해진다. 나는 그런 비이상적인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왼팔을 바라본다.
“뭐... 뭐야?!”
내 왼팔은 마치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괴물은... 너 하나만이 아니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의 눈이 어느세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너.. 넌...”
그런 그녀의 왼팔을 휘감고 있는 붉은 기운. 자세히 바라보면 내 팔을 휘감은 붉은 기운과 비슷했지만... 뭐랄까... 좀더 섬세하다고나 할까. 내 것과 달리 수준차이가 느껴지는 힘이었다.
“그.. 그거 뭐야.. 그 힘은..”
“너와 비슷해. 광혈의 저주.”
“마.. 말도 안돼!!!”
콰악!!
“크.. 크흣!!”
그 순간 내 머리가 커다란 붉은 손에 의해 붙잡힌다. 그녀의 어께에서부터 튀어나온 붉은 기운. 그것은 거대한 손의 형상으로 변해 내 머리를 부여잡는다.
“그건 직접 체험해보면 알꺼야.”
콰득.. 콰드드득..
“으.. 으아.. 으아아...”
온몸이 박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력하게 비명만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맹수앞에 서있는 초식동물처럼.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전혀달랐다. 나보다 더 상위의 존재. 거역할 수 없는 그녀의 존재앞에 나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린다.
-------------------------------
“하아... 하아...”
-....무리했군.
마치 넋이 나간듯 동공이 풀린채 주저앉아있는 타메르. 그런 그 앞에 거친 숨소리와 함께 키르비르의 신체가 무너져내린다.
“그.. 그다지..”
-너 답지 않은... 위험한 선택을 했었다.
거대한 기둥속. 로터스는 샛노란 7개의 눈동자를 빛내며 힘겨워하는 키르비르를 내려본다. 그런 그의 조언에 키르비르는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선 눈꼬리로 로터스를 쏘아보며 말한다.
“너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뭐.. 하튼 고비는 넘겼군. 아슬아슬했다. 광혈의 저주로 인해 변이가 일어날뻔했어.
“그 망할... 정신나간 놈이 자기 스스로 저주를 수용해버렸어. 저주에 힘에 의해 변이된 영혼을 뜯어내기는 했지만...”
-흠. 영혼을 뜯어낸다라... 평범한 힘으로는 불가능하지. 영혼 자체에 손을 데는 것은 신의 영역아닌가?
“...큿..”
로터스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못하고 키르비르는 몸을 웅크리며 괴로움을 숨기려는 듯 작게 신음을 흘린다.
-너가... 부담했군. 영혼의 잠식을... 너가 삼켜버렸어.
“시.. 끄러...”
자신의 숙적앞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최대한 숨기면서 키르비르는 힘겨운듯 조그만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을 로터스는 아무말없이 무덤덤하게 바라볼뿐이었다.
-요즘 꽤나 무리하는군. 시공간 왜곡을 통한 시간 역행, 거기다 자신의 영혼을 잠식시키면서까지 녀석의 몸에 스며든 저주를 밀어내다니.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는 미쳤다.
“네 놈이...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로터스의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키르비르는 바락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로터스 앞에서는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이 한낯 치기어린 투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한마디만 하지. 계속 그 딴식으로 행동했다가는.. 너의 영혼이 견뎌내지 못한다. 너의 내면으로부터... 너는 무너져내릴꺼야. 너의 상태는 아주 불안해.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유리처럼 말이지...
“흥... 문어 녀석 따위에게 걱정받을 정도로 폐물이 되지 않았어!!!”
콰아아앙!!
마치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듯. 키르비르는 고통스러운 몸을 끌어안은채 로터스를 향해 자신의 팔을 휘두른다. 그러자 예고없이 허공에서 터져버리는 거대한 폭발. 로터스를 노렸지만 그녀의 마법보다도 더 빠르게 로터스는 촉수로 자신의 몸을 가려버린다.
쿠구구궁!!
조각조각난 거대한 로터스의 촉수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굉음을 일으킨다. 로터스는 샛노란 눈동자를 굴리며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촉수를 바라보지만 이내 관심없다는 듯 다시 키르비르를 향해 눈동자를 굴린다.
-흥. 지 애미랑 똑같군. 황소 고집이야.
몸은 괴롭지만 아직 식지않은 투지로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로터스를 노려보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의 모습에 로터스는 싸울 의향이 없다는 듯 자신의 촉수를 집어넣는다. 그제서야 키르비르는 날카롭게 세워진 눈꼬리에 힘을 풀고 길게 한숨을 내쉰다.
“일단... 제대로 처리했으니까... 얼마가지않아 타메르가 깨어날꺼야. 그럼 뒷일을 부탁해.”
그녀는 피곤한 듯한 얼굴로 자신의 스텝을 지팡이삼아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쉰뒤 힘겹게 허공에 띄운 자신의 스텝에 걸터앉는다.
-너... 진짜 괜찮은건가?
그런 키르비르를 걱정하는 로터스의 물음. 그런 로터스의 물음에 키르비르는 뚱한 얼굴로 로터스의 심중을 파악하려는 듯 조용히 그의 샛노란 눈동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저 징그럽게 번들거리는 로터스의 눈동자. 거의 야수나 다름없는 그의 눈을 바라본다고 인간이 아닌 그의 심중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좀 쉬면 괜찮아 질꺼야. 쓸데없는 걱정해줄필요는 없어.”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은 키르비르는 자신의 스텝을 조종해 자신의 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언뜻 언뜻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이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거 참.
그런 키르비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터스는 살짝 걱정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자 로터스는 다른 표적을 향해 눈을 돌린다. 그것은 바로 타메르가 데려온 4명의 여성. 타메르가 의식을 잃자 그의 힘에 의해 강제로 봉해졌던 상처가 벌어져 붉은 핏물을 바닥에 고여가고 있었다.
-이대로가다가는 쇼크사군.
로터스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촉수를 펼쳐나간다. 이질적이면서 거부감이 드는 촉수가 자신의 몸을 감싸가기 시작하자 그녀들은 자그맣게 신음을 흘리며 작게나마 반항을 한다. 하지만 이미 죽기 일보직전까지 기력이 쇠한 그녀들이 로터스의 촉수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일단 살려두는게 좋겠군.
조용히 그녀들을 훑어보던 로터스는 결심을 내린다. 우선적으로 그녀들을 치료하기로 결정한 그는 촉수 몇가닥을 이용해 억지로 그녀들의 상처를 봉한뒤 그녀들을 치료해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상처로는... 모태로도 못쓰겠군.. 흐음.. 그렇다면...
자신의 촉수에 붙잡혀 축늘어져있는 4명의 여성을 바라보는 로터스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으잌ㅋ; 피해망상증... 으허허헛;;
로나프 / 상대방 머리를 날려버리는 패기... 그렇게 표현하니 섬찟해지네요;;
zzzdnlsdnlszzz / 기억에 남는다면... 뒷이야기는 재미없겠죠? 으하하하핫.
유운처럼 / 엌;; 그렇게 표현이 가능하네요. 조교조교!
Lizad / 으히히힛..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알게될꺼긔. 내 손속에 자비가 읍다는 것을! 차라리 NTR이 더 좋았을께야. 그렇게 느낄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