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편
<-- 공습 -->
“좋아. 이걸로 준비는 됬지? 이제 퇴각하는거다.”
켈레브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뒤에 서있는 4명의 여성들을 돌아본다.
“죄송해요..”
얼굴에 에스멜라다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빌려 눈의 출혈을 막고있는 올리비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괜찮다는 듯이 조용히 그녀의 어께를 두드려줄 뿐이었다.
“잘못한 사람은 없어. 상대가 괴물이었을뿐. 지금은 추하게 도망친다는 사실에 분해하지말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애써 올리비아를 향해 미소지어보이는 켈레브라였지만 이미 두눈을 잃은 올리비아는 그런 그의 미소를 보지못하고 그저 핏물이 섞인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그럼... 최단 루트는 어디지?”
양쪽 무릎이 처참히 박살나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던 로잔나는 올리비아에게 부축을 받은채로 호주머니에 꼬깃꼬깃접혀있는 지도를 꺼낸다.
“여기서.. 약 12분 거리입니다.”
“그런가... 그 망할 비공정이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그의 목적은 다름아닌 이 곳에 처박힌 거대한 은빛 비공정. 다른 비공정과 다르게 강철로 만들어진 그 비공정은 방금전 충돌에도 큰 피해가 없을 거라는 것이 그의 추측이었다.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비공정을 다시 가동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후우...”
하지만 비공정이 다시 움직인다해도 비공정을 감싸쥔 커다란 촉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모든게 불확실한 상황. 그런 상황속에서 켈레브라는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의 한숨이 그를 믿고 따르는 부하들에게 어마어마한 중압감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써 미소지으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누시카. 무겁지 않아?”
로잔나와 비슷하게 총격에 의해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에스멜라다는 이누시카의 등에 업혀있었다. 아직 막내였던 에스멜라다에겐 큰 충격이었을까. 그녀는 아무말도 못하고 이누시카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런 에스멜라다가 걱정스러웠는지 이누시카는 슬쩍 등에 업힌 에스멜라다를 돌아본다.
“그럼...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문어자식들이 달려들면... 조금 피곤해질테니까.”
켈레브라는 자신의 손에 움켜쥐어진 한정의 리볼버를 바라본다. 지금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하나. 이떄까지 그를 지켜주던 여성들을 이제 그가 지켜줘야할 시간이었다. 피로때문일까... 다른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자신의 검은 리볼버를 바라보며 켈레브라는 마른침을 삼킨다.
콰직.
“...!!”
하지만 그 순간. 타메르를 꽝꽝 얼려둔 얼음덩어리로부터 괴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어허.. 좀 쌀쌀하군. 안그래?”
얼음을 부수고 나온 타메르는 새하얀 입김을 뿜으며 씨익 미소짓는다. 그런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그는 마치 먼지털어내듯 자신의 몸에 엉겨붙어있는 얼음덩어리들을 탈탈 털어낸다.
“먼저 가라!”
철컥.
켈레브라는 주저없이 자신의 부하들 앞에 서며 자신의 리볼버에 남아있는 탄환을 확인한다.
“칫.”
리볼버의 원형 실린더에 남아있는 실탄은 고작 3발. 너무나도 적은 탄환에 작게 혀를 찬 켈레브라는 가볍게 손목스넵을 이용해 원형실린더를 다시 리볼버안으로 집어넣는다.
“하... 하지만..”
그런 그의 지시에 로잔나는 조용히 입을 연다. 하지만 로잔나의 말이 나오기도전 켈레브라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소리친다.
“어자피 너희들은 여기 있어봤자 도움 안돼! 그러니까 먼저 가있어!”
“.....”
그녀들또한 잘 알고있었다. 지금 자신들은 총알 막이로써도 이용가치가 없다는 것을. 켈레브라의 지시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던 로잔나는 입술을 잘근 꺠문다. 안봐도 뻔한 싸움이었다. 상대는 자신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상처하나 줄수 없는 괴물. 그런 괴물은 켈레브라 혼자가 상대할 수 있으리가 만무했다.
“돌아가 있어. 돌아가서 마음껏 귀여워해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켈레브라는 나름 여유를 부리며 하나남은 왼팔로 어색하게 가슴주머니에서 피에 젖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담뱃불을 붙이려하지만 불행히도 라이터는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다. 왼팔밖에 없는 켈레브라는 그런 라이터를 꺼내지 못하고 결국 생 담배를 입에 문채로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찰뿐이었다.
치익..
그때 켈레브라는 자신의 담배끝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불꽃에 살짝 놀란다.
“돌아와 줄꺼지?”
그녀는 다름아닌 이누시카. 그녀는 부상을 입어 움직이기 힘든 한팔로 그의 주머니에 담겨진 라이터를 꺼내 담배 끝에 불을 붙여준다.
“....”
부하나 상사의 관계가 아닌 마치 과거 친구를 대하는 듯한 친근한 이누시카의 말투에 켈레브라는 아무말없이 바들바들 떨리는 라이터 불을 바라본다. 그런 라이터 불에 담배끝을 가져다가며 담배향과 섞여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한모금 크게 흡입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연기가 가지않도록 고개를 들어 허공을 향해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한다.
“그래. 돌아갈꺼야.”
그리고 씨익 웃으며 이누시카와 다른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돌아가서... 밤새도록 괴롭혀줄테니까. 각오하라고.”
“저희들은 환자에요. 충분한 요양이 필요합니다만?”
켈레브라의 짓꿏은 농담에 로잔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그의 농담을 받아준다. 답답한 분위기를 작게나마 환기시켜주는 로잔나에게 감사하며 그는 그녀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타메르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번엔... 너도 예외가 아니야 이누시카.”
“...마음대로.”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마디에 냉담하게 대답하는 이누시카는 에스멜라다를 업은채 천천히 켈레브라로부터 멀어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대답에 켈레브라는 작게 미소짓는다.
“맨날 싫다고만 하더니... 이제 와서야 마음대로라고? 거참... 죽기에 너무 억울하잖아?”
어느세 절반이나 타들어간 담배를 씁쓸하게 내려다보던 켈레브라는 미련이 남았는지 살짝 뒤를 돌아본다. 먼저 이곳을 떠나가는 그녀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그와 마음이 맞았던 걸까. 맨 뒤에서 걸음을 옮기던 이누시카또한 흘긋 그를 돌아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같은 슬픈 얼굴. 평소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녀에게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웃어. 웃으라고. 누가 죽는것도 아니잖아?”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켈레브라는 마지막 호기를 부려본다.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털어 눈물을 지운 이누시카는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힘이없으면서도 왠지 슬픔이 담겨있는 미소. 그런 미소를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입술을 악물며 타메르를 돌아본다.
“가자. 이기고 돌아가자.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 옛날과 다르다고. 돌아가야만해.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단말이야.”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리볼버에 이마에 맞댄체 누구를 향하지 모를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그는 날카롭게 세워진 눈꼬리로 타메르를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다짐한다.
“나는 죽지않아. 절대로!”
모든 결의를 마친 켈레브라는 눈을 번뜩이며 타메르를 노려본다.
“트아아아앗!!”
그리고 마치 자신의 생명을 태우는 듯한 기합과 함께 겁 없이 타메르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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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붉은 눈의 남자는 방금전 동결에서 풀려났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분명 그 후유증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후읍!!”
녀석이 여유를 부리며 얼음덩어리에서 걸어나올때 단숨에 거리를 좁힌 나는 온 체중을 실어 그의 복부를 향해 발차기를 날린다.
“으웃?!”
그러자 예상치 못한 내 공격에 붉은 눈의 남자는 어이없어하며 내 발차기를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기울이지만 아직 동결의 후유증이 남아있던 걸까. 그의 몸놀림이 상당히 느리다.
뻐억!!
나의 발차기는 정확히 그의 복부에 깊숙이 꽂혀들어간다. 그도 예상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사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몸을 움직인다.
타악. 퍽!
발차기의 충격에 뒤로 물러서는 남자. 그런 남자를 쫓아 다리를 한걸음 먼저 내딛은 나는 그 다리로 남자의 발목을 걸며 어께로 그의 몸을 밀친다.
콰앙!
“큿!!”
그러자 제대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했던 남자는 볼썽 사납게 바닥에 넘어진다. 그런 남자가 못 일어나게 가슴을 짓밟은 나는 신속히 장전된 리볼버를 겨눈다.
“뒈져라!!”
타앙! 타앙! 타앙!!
일말의 틈도 허용하지 않으며 나는 녀석의 미간을 목표로 3발의 탄환을 연속으로 꽂아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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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딛으며 바닥에 그려진 그녀들의 흔적을 뒤쫓아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나간다. 오른팔을 휘감고 있던 차가운 얼음들이 녹아내리며 출혈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피에 젖은 천을 다시한번 이빨로 강하게 잡아당겨 더욱 단단히 팔을 죄이며 비틀비틀 걸음을 옮긴다.
“여긴가...?”
굳건히 닫혀있는 석문을 어께로 밀어 열며 방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위이잉..
방안에 들어선 내 귀에 들리는 것은 고요한 엔진음. 그리고 폐허라고 말해도 다름없는 방안에서 천천히 그 육중한 몸을 들어올려 움직이는 거대한 은빛 비공정이 보였다.
“아. 켈레브라.”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본다. 돌들을 대충 쌓아 놓아 급조한 듯한 엄폐물 뒤에서 움직이기 힘든 왼팔로 리벌보를 움켜쥐고 이쪽을 겨누고 있는 이누시카가 있었다.
“이누시카..”
다시 그녀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힘이 풀린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그러자 이누시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켜쥐고 있던 리볼버를 던져버리며 나에게 달려온다.
“괜찮은거야?!”
“크흡.. 뭐.. 운이 참 좋게도 말이지.”
비틀거리는 내 몸을 부축해주는 이누시카. 하지만 온몸 구석구석에 새겨진 상처 때문에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을 살짝 삼키며 나는 애써 힘찬 미소를 짓는다.
“켈레브라님!!”
그때 방 한쪽에서 몸을 거동하기 힘들정도의 부상으로 주저앉아 쉬고있던 에스멜라다가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가운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케.. 켈레브라님?”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는 눈가에 붕대를 칭칭매고 나를 찾아 허공에 손을 더듬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로잔나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로잔나의 모습에 이누시카에게 그녀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이누시카는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비공정을 슬쩍 바라본다.
“설마... 그녀가 저걸 조종하는건가?”
“응. 로잔나는 똑똑하니까.”
나는 이누시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안그래도 우리 부대에서 최고의 엘리트나 다름없는 로잔나. 내가 아는 그녀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인재였다.
“케.. 켈레브라님.. 어디에.. 어디에..”
눈이 보이지 않아 그저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있는 방향으로 손을 휘저으며 걸어오는 올리비아. 아기처럼 불안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아무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남아있는 한팔으로남아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듭어준다.
“아... 켈레브라님!!”
간신히 내 위치를 파악한 올리비아는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내 품에 얼굴을 비빈다.
“이걸로... 돌아갈 수 있는건가..”
나는 천천히 떠오르는 비공정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런 내 모습에 이누시카는 의아해하며 나에게 묻는다.
“돌아가는거야. 다같이. 뭐가... 이상해?”
“아니.. 그냥..”
이누시카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이렇게 일이 잘풀리는게... 마치 꿈같잖아?”
========== 작품 후기 ==========
Lizad / 엌ㅋㅋ;; 켈레브라자?! 켈레브라는... 원래 나쁜개라는 뜻이 있는 단어라던데.. 갑자기 브라자가 되어버리네?!
실버링나이트 / 죽을리가 있나요. 네. 주인공 버프. 으허허헛;;
로나프 / 주인공은 각성해야 제맛.
우끼이 / 엌ㅋㅋㅋ 주먹질은 보통 오른손. 그러니 오른팔은 절망.
BOOWAK / 고로 악당짓을 할땐 완벽한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사실.
유운처럼 / 좋은게 좋은거죠. 으히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