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편
<-- 공습 -->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내 여자를 건들이는 녀석은...”
서있는 것 자체가 의문일 정도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눈깔의 초점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켈레브라의 위협에 나는 가당치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한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 다 죽어가는 놈이 뭘 할 수 있으려나?”
노골적으로 그를 향한 비웃음을 흘리며 그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가가려한다. 하지만 그 순간.
“으아아아아!!”
“음?!”
마치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기합.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란 나는 기합이 들린 곳을 돌아본다.
콰앙!!
“헛?!”
그 순간 내 귀에 들려오는 요란한 총성. 그런 총성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빼낸다.
쉬익!
그러자 내 머리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탄환이 허공을 꿰뚫고 지나간다.
“중저격총..? 하지만 그 녀석 팔은 뜯어버렸을텐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총탄이 날라온 곳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다름아닌 이누시카가 있었다.
“크으읏..”
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하나 남은 자신의 왼팔로 두손으로 들기도 벅찬 커다란 중저격총을 들어 나를 겨누고 사격했던 것이다.
“어이. 그러다 진짜 불구가 된다?”
무거운 중저격총을 단 한팔로 들어올린 이누시카. 그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증명하듯 그녀의 왼팔에는 한계에 임박한 무게를 억지로 견뎌내기 위해 자잘한 핏줄이 솟아올라있었다. 불가능에 근접한 일을 오직 근성만으로 실현시킨 이누시카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작게 탄성을 삼킨다.
쿠웅!
회심의 일격이 빗나간 것을 확인하자 이누시카는 작게 혀를 차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중저격총을 옆으로 집어던진다. 그리고 힘겨운듯 바들바들 경련을 일으키는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근성은 인정해 주겠는데. 불가능한건 불가능한거야. 아무리 발악해도..”
“으아아아아!!!”
이누시카는 내 말을 듣기 싫다는 듯 요란한 괴성으로 내 목소리를 파묻어버린다.
철컥.
그리고 허리 뒷춤에서 날이 바짝 서있는 단도를 꺼낸 그녀는 나를 향해 무모하게 달려든다.
푸욱!
“흐음..”
그녀의 검이 날카롭게 내 가슴속에 파고들어온다. 그 와중에도 용케 급소를 노린 일격. 하지만 불행히도 한팔로 너무 무리를 했는지 충분한 힘이 실려있지 않았다. 나는 작게 콧웃음을 터트리며 내 앞에서 거친 숨을 흘리는 이누시카를 내려본다.
“상당한 정신력이야... 도데체 뭐 때문에 희망도 없는 일에 그렇게 불타오르는거지? 이미 모두 끝났다는 것을 넌 알고 있잖아?”
이누시카의 필사적인 태도를 마치 관람하듯 구경하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나는 그녀를 조롱한다. 하지만 그런 나를 날카롭게 쏘아본 이누시카는 다시금 단도를 내 복부에 쑤셔넣는다.
푹!
“좀 따끔하구만...”
불행하게도 그녀의 마지막 발악은 말 그대로 쓸모없었다. 그녀가 가슴에서 단도를 빼낸 순간 단도에 의해 가슴에 새겨진 약간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된 뒤였다. 총알이나 폭탄으로도 쓰러지지 않는 이 몸을 단순한 단도로 이기는건 불가능했다.
“거기까지.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고.”
나는 굴하지 않고 다시금 단도를 휘두르려는 이누시카의 몸을 가볍게 발로 걷어찬다. 그러자 제대로 몸의 균형도 잡지 못한 그녀는 볼썽사납게 바닥에 쓰러진다.
“하아.. 하아..”
아직 지지 않았다는 듯이 단검을 꽉 움켜쥔 그녀의 모습이 이제는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애시당초 아수라같은 길을 걸어온 나에겐 그런 그녀보다도 처절하고 처참한 광경을 수없이 봐왔기 떄문에 별 감흥없이 그녀에게 다가선다.
“이거 좀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군.”
이를 악문채 분한듯이 나를 노려보는 이누시카의 시선을 만끽하며 난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올린다.
“양 팔이 전부 없어진다면... 더 이상 이런 하찮은 반항따윈 하지 않곘지. 안그래?”
살짝 핏기가 가시는 이누시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터트린 나는 주저없이 그녀의 어께를 향해 강하게 발을 구른다.
콰드드득!!
“아으윽!!”
굵직한 뼈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이누시카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각오하라고... 처음처럼 쉽게 뜯겨지진 않을꺼야.”
잔인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는 이누시카의 어께를 짓누르는 내 발을 좌우로 강하게 비벼나간다.
찌지직..
그러자 그녀가 입고 있던 가죽 슈츠는 강한 마찰력에 견디지 못하 찢어져나가기 시작하고 곧이어 외부로 노출된 그녀의 새하얀 피부조차도 붉게 달아올라가기 시작한다.
“아.. 아흑!!”
“아프냐? 그러면 애시당초 반항할 생각을 말았어야지.”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고통속에서 이누시카는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나남은 팔로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피로가 쌓인 그녀의 팔은 그녀의 의지를 제대로 따라주지 못한다.
찌직.. 찌지직..
살갗이 찢어지고 그안에 보호되어있던 붉은 근육들이 약간의 핏물과 함꼐 노출된다. 비교적 질긴 근육조직들은 피부보다 더 느리게 찢어지며 더욱 강렬한 고통을 그녀에게 선사해준다.
“어디보자.. 한 3분이면 찢겨지겠군. 느긋하게 즐겨달라고.”
“아아아악!!”
근육을 이어주는 섬유가 하나하나씩 끊어진다. 그럴 수록 그녀의 왼팔에 실리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한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천천히 자신의 의지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에 이누시카는 전에 없던 공포와 두려움에 섞인 얼굴로 비명을 지른다.
“크아아!! 이 빌어먹을 새끼야!!”
그 순간.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나를 욕하는 외침에 나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욕설이 들려온 곳을 돌아본다. 거기에는 나를 향해 마치 좀비처럼 흐느적흐느적 힘없이 걸어오는 켈레브라가 있었다. 엉망이 된 그의 몸상태와 다르게 그의 눈은 나를 향한 증오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야? 덤비겠다는 거야?”
그런 꼴사나운 그의 모습에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나는 그를 무시하려 한다.
“크아아앗!!”
하지만 그 순간. 피가 끓는 듯한 비명과 함께 그는 마치 쓰러지듯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그의 비실비실한 주먹.
타악.
“하핫..?!”
나는 내 얼굴을 친다기보다 가볍게 두드린다는 표현이 걸맞은 그의 주먹에 어이었다는 웃음을 흘린다.
“이게 너의 분노의 정권이냐? 이럴바에 차라리 바닥을 기어서 네 총을 주워 쏘는게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나는 가볍게 어꼐를 으쓱이며 진짜 주먹이 뭔지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 주먹을 말아쥐고 뒤로 크게 당긴다. 하지만 그 순간 처참하게 박살난 켈레브라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진다.
“방심한게... 너의 패인이다. 개새끼.”
찰칵.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눈앞으로 튕겨져나간 조그만 쇳조각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갑작스레 시야에 등장한 쇳조각의 존재에 어이없어하며 그 쇳조각이 튕겨날라온 곳을 향해 눈동자를 굴린다. 그곳은 다름아닌 켈레브라의 주먹. 그런 그의 주먹에는 푸른색의 작은 원통형 물체가 움켜쥐어져있었다.
“이건..?”
그가 움켜쥔 원통형 물체의 옆면에는 그 물건의 위험성을 알리는 듯 굵직한 글자가 써져있었다.
‘G-18C 급속빙결류탄’
“뒈져버려.”
파앙!
켈레브라의 중얼거림과 함께 들려오는 파열음. 그와 동시에 조그만 쇠막대로부터 터져나온 엄청난 냉기는 나와 켈레브라의 몸을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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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군.”
켈레브라는 자신의 바로앞에 생긴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얼음덩어리와 이어진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본다. 빙결류탄의 강력한 냉기에 그의 팔뚝까지 단단한 얼음이 감싸여있었다.
“....”
자신의 완력으로 팔을 뒤로 두어번 당기지만 단단히 얼어버린 팔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잠시 고민하던 켈레브라는 자신의 코트자락을 찢어 얼지않는 팔뚝 윗부분을 강하게 동여맨다.
콰드득!!
그리고 다른 팔의 팔꿈치로 자신의 팔뚝을 내려찍어 팔뚝과 같이 얼음덩어리를 부숴버린다. 바닥에 단단히 얼어 박살난 그의 팔의 파편이 후두둑 떨어져내리지만 켈레브라는 별 감흥없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이누시카를 돌아본다.
“괜찮아?”
아직 성한 왼팔을 뻗어 이누시카를 일으켜주는 켈레브라. 용케도 이누시카는 빙결류탄이 터지기 직전 몸을 비틀어 타메르로부터 벗어났기떄문에 그 지독한 냉기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아읏..”
켈레브라가 뻗은 손을 붙잡으려하던 이누시카는 작게 신음을 흘린다. 타메르에게 무차별하게 짓밟혀 너덜너덜해진 어께. 그런 어께로 팔을 움직이는 것은 큰 고통이 뒤따라왔다. 그런 이누시카의 신음을 들은 켈레브라는 주저없이 자리에 주저앉아 이누시카의 허리를 감싸안고 그녀를 일으켜준다.
“켈레브라님... 오른팔이..”
간신히 몸을 일으킨 이누시카는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기보다 산산조각난 켈레브라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그를 걱정한다. 켈레브라는 산산조각난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보며 별것아니라는 투로 말한다.
“저런 괴물을 잡는데 내 왼팔을 재물로 바치면... 싸게 먹힌거지.”
그리고 마치 별 일 없는 처럼 씨익 웃으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누시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도... 너보다는 괜찮은 편이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
찌익!
그는 주저없이 자신의 코트자락을 찢어낸다. 그리고 한쪽 팔만 남아서 그런지 약간은 어색하지만 정성스럽게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이누시카의 왼쪽어께를 지혈해준다.
“다행이다. 이정도면 돌아가서 치료하면 다시 쓸 수 있을꺼야.”
억지로 뜯겨진 오른팔을 재생하기 무리였다. 하지만 단순히 짓밟힌 그녀의 왼팔은 어떻게든 치료가 가능해보인다는 사실에 이누시카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있었다. 그런 이누시카를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그 이유를 단번에 포착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걱정마라. 너를 버리거나 하진 않아.”
이미 이누시카는 그녀의 전투력을 대거 상실한 상태였다. 한팔이 완전히 절단된 이상 그녀는 과거와 같은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이미 전투원으로써 효용이 사라진 그녀는 전투원으로써 부대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윗선에는 내가 잘 말해줄테니까. 걱정마.”
켈레브라는 평소와 다르게 이누시카를 친근하게 대해주며 흙먼지로 엉망이 된 그녀의 거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준다. 그런 켈레브라의 말에 조용히 그를 바라보는 이누시카는 어쩔 수 없다는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들을 버리진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켈레브라는 마치 스스로에게 약속하듯이 다부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켈레브라를 쫓아 이누시카또한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대원들을 수습해. 돌아가자. 임무는... 실패야.”
“알겠습니다.”
이때까지 한번도 없었던 실패라는 말을 힘겹게 뱉어낸 켈레브라는 자신의 부하들을 돌아본다. 얼마나 잔혹하게 손을 썼는지 몸이 성한 녀석들은 하나 없었다. 그런 부하들을 씁쓸한 눈으로 훑어본 켈레브라는 자기가 직접 그의 부하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Jihad1096/ 요즘 고어가 땡기더라구요.
로나프 / 흐음.. 좀더 오래갈듯하네요. 그리고 복수는 무슨. 입장자유 퇴장불가.
실버링나이트 / 요즘 고어가 땡기더라구요(2).
abcbbq / 엌ㅋ.. 좋았던 옛추억이죠.
잿빛나래 / 좋아하신다니 저야 기쁠뿐이죠.
유운처럼 / 노블인데 수위가 낮으면 쓰나요?
zzzdnlsdnlszzz / 뭐.. 덕분에 네이 씐하나 추가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