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편
<-- 공습(공지) -->
“흐읍..!!”
느긋하게 걸어가던 나를 경계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며... 나는 우선적으로 나를 불리하게 하는 그들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기습적으로 그녀들을 향해 뛰어든다. 목표는 우선 겁 없이 가장 앞에 나서있는 금발머리의 올리비아.
“으.. 으앗! 빨라!”
올리비아는 갑작스런 나의 돌진에 기겁하며 얼굴에 웃음기를 지운채 황급히 자신의 자동소총을 들어올린다.
투두두두!!
올리비아는 쇠로된 가늠쇠를 통해 내 몸이 조준되자마자 신속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올리비아의 총격을 피하지 않는다. 한팔로는 급소인 얼굴을 가린채. 다른 한팔로는 대검의 손잡이를 억세게 움켜쥐고 그녀를 향해 휘두른다.
“후앗!”
그녀의 포획을 위해 대검의 뭉툭한 면으로 그녀를 공격하지만. 얄밉게도 올리비아는 날렵하게 뒤로 덤블링을 한다.
“칫..!”
단순히 내 공격을 피한것 뿐만아니라 덤블링을 하는 도중에서도 나를 향해서 자동소총의 총구를 겨눈 올리비아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혀를 찬다. 그리고 서둘러 휘둘렀던 대검을 회수해 검면으로 전방을 방어한다.
티딩! 티딩!!
그녀의 총격은 내 대검을 두드리며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런 쇳소리는 오래가지않았다.
“읏..!”
철컥..
총알이 다 떨어졌던 것일까. 황급히 자신의 자동소총에서 탄창을 빼내는 올리비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파앙!
하지만 그 순간. 선명히 들리는 파공음. 나는 그 소음의 진원지를 향해 눈을 돌린다. 그곳에는 막내로 보인 병사가 유탄발사기를 하늘을 향해 들고있었고 그 유탄발사기의 총구끝에는 새하얀 연기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크읏?!”
그런 연기의 흔적을 쫓던 나는 허공에서 새하얀 궤적을 만들어내며 나를 향해 떨어지는 은빛 원통형 유탄을 뒤늦게 발견한다. 피하기는 너무 늦어버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날려봤자 저 유탄의 폭발범위에서 벗어나는 건 무리였다.
카앙!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대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허공에 휘둘러진 대검에 걸리며 샛노란 불똥읠 튀기는 유탄. 대검에 실린 힘을 이기지 못한 유탄의 궤도가 휘어지며 내 곁을 스쳐지나가 뒤에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타앙!!
하지만 안도감에 한숨조차도 돌리기전. 자동소총과는 다른 깊고 묵직한 총성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귀를 자극하는 또다른 파공음.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퍼엉!!
“...!!”
그러자 섬찟한 파육음과 함께 내 팔뚝의 살점이 뭉텅 떨어져나가며 궤도가 휘어진 저격총탄이 아슬아슬하게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간다.
“읏..!”
팔뚝이 터져나가며 내 얼굴에 흩뿌려져 시야를 가리는 핏물을 황급히 닦아낸다.
쉬익!
그리고 다시금 눈을 뜬 내 눈앞에 보이는것은 새까만 가죽 하이힐.
빠악!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내 관자놀이를 강타한 충격에 순간 시야가 흐릿해진다.
콰아앙!!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다시금 머리를 뒤흔드는 강한 충격속. 흐릿한 시야가 선명해져온다.
“뭐... 뭐야...”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던 걸까. 선명해진 시야속 나는 지면에 머리를 처박은채 누워있었다.
철컥.
쓰러진 내 가슴을 짓밟은채 나를 오만하게 내려보며 허리춤에서 꺼낸 한 정의 리볼버의 총구로 나를 겨누는 여성. 남자 곁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여성이었다.
“잘가세요.”
“큿..!!”
타앙!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총성. 나는 그런 총성에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감는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통증은 느껴지지않았다. 아직 내 온몸의 감각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떠본다.
카가가각..
“...!”
그런 내 미간앞에 놓여진 뭉툭한 강철봉. 그런 강철봉을 뚫지못한 한발의 총알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돌며 찌그러져가고 있었다.
“도와주러왔어.”
“네이?!”
그 봉의 주인은 다름아닌 네이.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내 가슴을 밟고있는 여성을 노려본다. 그녀는 갑작스런 네이의 난입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또한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우며 네이를 노려본다.
쉬익!!
그 순간. 내 가슴을 밟고있던 여성의 다리가 흐릿해진다. 분명 이 여자의 특기인 섬광과도 같은 발차기.
빠악!!
“.....”
하지만 다행히도 네이또한 평범한 능력을 가진 녀석은 아니었다. 허공에 교차되는 그녀들의 새하얀 다리. 무표정한 네이와는 다르게 로잔나의 눈은 경악으로 휘둥그레진다.
“뒤로 빠져요! 로잔나언니!”
그 순간 타이밍좋게 올리비아가 끼어든다. 재장전을 마친 듯한 그녀는 당황한 로잔나의 몸을 뒤로 잡아당기며 그녀 대신 네이와 대치하며 근거리에서 자동소총으로 그녀를 겨눈다.
쉭!
하지만 먼저 움직인 것은 네이쪽이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올리비아의 존재가 달갑지않았던걸까. 그녀는 로잔나와 비슷하게 매서운 속도로 올리비아를 향해 발차기를 휘두른다.
“꺄앗!!”
카앙!!
올리비아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자신의 자동소총을 들어올려 우연히 네이의 발차기를 막아낸다. 하지만 그 충격을 분산시키지 못했는지 뒤로 주춤주춤물러선다.
“....”
하지만 네이는 그런 올리비아를 몰아붙히지 않고 내 앞에 서서 적들을 조용히 돌아볼뿐이었다. 그런 네이 덕분에 별 어려움없이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괜찮아?”
내가 일어서자 네이는 돌아보지않고 적들을 노려보며 내 상태에 대해묻는다. 나는 몸에 묻은 흙은 대충 털어내며 대답한다.
“덕분에.”
움찔.
내 대답에 그녀의 귀가 가볍게 쫑긋거린다. 내 대답에 힘을 얻었는지 네이는 가볍게 자신의 봉을 허공에 휘두르며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4명의 여성들을 노려본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계속 발생하네요.”
그런 네이를 노려보며 로잔나는 가볍게 발목을 회전시켜 천천히 몸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단 한번의 격돌로 네이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녀는 움직이기 불편한 하이힐을 벗는다.
“그래서. 처리하기 힘들나?”
지금 이 싸움과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듯이 후방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로잔나에게 되묻는 남자. 그런 그의 질문에 로잔나는 가당치 않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냥... 조금 당혹스러운 정도일 뿐이에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로잔나는 눈을 날카롭게 빛낸다. 아마도 그녀의 지위는 바로 후방에 있는 남자 바로 아래인걸까. 로잔나는 앞서 걸으며 다른 3명의 여성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상대는 몸이 날렵하다! 이누시카! 남자를 견제해! 올리비아! 에스멜라다 앞에서 그녀를 지켜주며 여성을 목표로 쏴갈겨!”
“으에에.. 난 사격은 잼병인데!!”
올리비아의 짧막한 불평이 터져나오지만... 그저 입으로만 불만을 떠들뿐 올리비아는 로잔나의 지시대로 신속하게 에스멜라다 앞으로 자신의 자리를 옮긴다.
“네이!”
적들은 네이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었다. 서로간의 팀워크가 완벽히 맞는 이 낯선무기를 가진 상대앞에서 내가 힘을 못쓰는 것처럼 네이도 다를바가 없을것이다. 그녀는 광혈의 저주가 깃든 나와 다른 평범한 생물. 총알 하나하나가 그녀의 목숨을 위혐할 것이 분명했다.
“걱정마.”
파악!
“엇..!!”
네이는 내 부름에 짦막하게 대답하며 예고없이 내 몸을 옆으로 밀친다.
피잉!!
그러자 내가 있던 위치를 꿰뚫는 한발의 총알. 총성조차 없었던 한발에 내 가슴이 섬찟해짐을 느낀다.
“상대를 잘못만난건 우리가 아니라... 저 녀석들이니까.”
네이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린다.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몸을 꿰뚫고 살점을 분리해내는 저 무지막지한 무기앞에서 네이는 두려워하기는 커녕 마치 과거의 추억을 상기하는 듯한 눈으로 적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무기조차 필요없다는 듯이 자신이 들고있던 강철봉을 조그만 은방울로 만들어 보란듯이 자신의 꼬리 끝에 매단다.
“간다!”
로잔나의 신호와 함께 그녀의 신형이 네이쪽으로 빠른속도로 접근해간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신형보다 후방에서 쏴대는 올리비아의 총탄이 더 빠른 속도로 네이를 향해 쇄도해간다.
카가가강!!
하지만 올리비아가 쏴댄 소총탄환은 네이의 몸에 적중하지 못하고 그녀가 앞으로 내민 손바닥을 중심으로 펼쳐진 푸른 막에 의해 막혀버린다.
“실드...”
잊고있었다. 네이는 뛰어난 체술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녀석.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지만 저 총탄이 가진 힘은 단순한 물리력.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튼튼한 실드를 단순한 물리력을 꿰뚫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흐읍..!!”
하지만 로잔나는 그런 네이의 능력에 전혀 기죽지 않고 달려온 속도 그대로 가볍게 도약 한다. 그리고 실드를 만든 네이의 앞에서 실드를 목표로 온몸의 체중과 함께 원심력이 더해진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린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이 단 한점에 집중되며 단숨에 실드가 박살난다. 실드를 박살내고도 그 속도가 거의 줄지않는 로잔나의 발차기는 이어서 네이의 관자놀이를 향해 쇄도해간다.
뻐억!!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팔을 들어올린 네이는 로잔나의 날카로운 발차기를 정면에서 막아낸다. 커다란 충격속에 네이의 몸이 움찔 떨리지만 그 충격을 전부 감내해낸듯 네이는 여전히 죽지않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발차기를 날린 로잔나를 노려본다.
철컥!
네이의 팔에 발차기가 막혀 허공에서 정지된 상황. 그런 상황속에서 로잔나는 허리 뒷춤에서 신속히 한 정의 리볼버를 꺼내 네이를 겨눈다.
타앙!!
지근거리에서 정확히 네이의 미간을 노린 사격. 하지만 그런 로잔나의 총탄은 네이의 미간을 꿰뚫지 못하고 표적에서 한참 벗어난 맨바닥에 처박혀버린다.
“누가 그러더라. 마하 3의 속도로 총알을 후려치면 빗겨나가게 할 수 있다고.”
네이는 언제휘둘렀는지 보이지 않은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싱긋이 미소짓는다.
“근데 진짜 되네.”
“이 무슨..!!”
네이의 모습에 기겁한 로잔나는 재차 방아쇠를 당기려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타악!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쳐 리볼버를 옆으로 떨어뜨려낸 네이는 그녀의 발차기를 막을 팔을 허공에 강하게 털어버린다. 그러자 무방비의 상태로 기울어지는 로잔나의 신형.
“백뢰장.”
콰앙!!
짧막한 네이의 말과 함께 네이와 로잔나사이에 새하얀 섬광이 번뜩인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간 백색 전류와 함께 로잔나의 몸이 힘없이 뒤로 튕겨져나간다. 실제로 키르비르에게 많이 당해왔던 장법. 하지만 이렇게 실전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맞아온 백뢰장은 그저 장난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니!!”
올리비아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가득채워진다.
“네이! 위!!”
이 빈틈을 노린 에스멜라다의 회심의 일격. 허공에서는 세 개의 원통이 네이가 도망칠 모든 방향을 점한채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타악!
하지만 네이는 주저없이 그런 원통들 사이를 향해 도약한다. 3개의 원통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었지만 그것은 인간이 통과할 수 없는 공간. 조금이라도 원통을 건들이면 그대로 허공에서 산화할만한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퍼엉!
가벼운 연기를 흩뿌리며 자그마한 고양이로 변한 네이는 별 어려움 없이 원통들 사이의 공간을 통과하게 되고... 날렵하게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땅에 착지한 플루토는 여유롭게 자신의 앞발에 묻은 흙을 털어낸다.
콰과광!!
그리고 이미 네이가 사라진 지역에 뒤늦게 떨어진 3발의 유탄이 그 주변을 초토화시켜버린다.
퍼엉!
다시금 새하얀 연기를 흩뿌리며 네이의 모습으로 돌아온 플루토. 그녀는 꼬리에 매달린 방울을 다시 변이시켜 기다란 강철봉으로 만든채 여성들을 돌아본다.
“크읏..”
단 일격에 큰 충격을 입었는지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로잔나. 올리비아는 허겁지겁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해주고 있었고 에스멜라다와 이누시카는 나를 향한 관심을 끄고 오직 네이를 조용히 견제하고 있을 뿐이었다.
“휘유... 놀라운데?”
그 사이. 뒤에 있던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여전히 재수없는 미소를 입에 머금은채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바닥에 뱉어낸다.
“맨손으로 내 병사들을 이길줄이야. 심하게 놀랐어.”
그의 여유만만한 태도가 맘에 안든건 네이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이야아.. 그렇게 인상쓰지마. 고운얼굴이 다 찌푸려지잖아.”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네요.”
네이의 차가운 한마디에 남자는 무안한듯 머리를 벅벅 긁는다. 그리고 슬쩍 부상당한 로잔나를 돌아본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네이를 바라보고 잎을 연다.
“우선 통성명이나 하자고. 내 이름은 켈레브라. 이쁘장하고 강한 너의 이름은 뭘까?”
“네이.”
저런 능글맞은 성격은 싫어한 걸까. 네이는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얼굴로 아주 짤막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후에 입을 꾹 다문다. 켈레브라. 이름까지도 맘에 안드는 기분나쁜 남자였다.
“그래그래. 네이. 처음만난 만큼 좋은 인상이 필요하겠지? 자. 이건 선물이다.”
휙.
그때. 천천히 다가오던 켈레브라는 갑작스레 예고없이 무언가를 네이쪽으로 휙 던진다. 느긋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오는 물건들. 날카로운 암기같은 것이 아니었다. 단순한 뭉툭한 쇳덩어리.
타악!
그 순간 네이는 그 쇳덩어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재빠르게 발을 놀려 뒤로 몸을 빼낸다. 그리고 쇳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콰과광!!
요란한 폭발과 함께 진동이 방 전체를 뒤흔든다.
“포.. 폭탄?!”
철컥.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커멓게 솟아오른 검은 연기사이로 섬찟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투다다다다!!
그리고 쏘아지는 샛노란 빛덩어리들. 올리비아와는 다르게 정확히 네이가 있었던 장소를 노리는 날카로운 사격이었다.
“큿!!”
자신을 향해 촘촘하게 쏘아진 탄막에 네이는 신음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정면으로 내민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펼쳐지는 반투명한 푸른 벽.
콰지지직..!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푸른 벽에 박힌 총알은 튕겨나가지 않고 실드에 깊숙이 박혀들어가며 크고작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런 총알이 수십발. 순식간에 날카로운 균열로 가득새겨진 네이의 실드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콰앙!!
“네이!!”
실드가 산산조각 나면서 섬찟한 샛노란 총탄이 방패를 잃은 네이를 향해 쇄도해온다. 그 순간. 나는 나도모르게 거의 반사적으로 네이를 햫애 몸을 던진다.
퍼버벅!!
“큿...!”
등을 격하게 두드리며 파고드는 총탄들. 그런 총탄들은 피부와 근육을 관통하며 파고들어와 내장을 베베꼬아버린다. 하지만 광혈의 저주가 깃든 내 몸은 그런 끔찍한 상처들을 빠른속도로 회복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야아... 실드로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검은 연기를 헤치며 걸어나오는 켈레브라. 그의 손에는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작은 기관단총이 쥐어져있었다.
“설마 마법에 대한 대비를 안했던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한발당 1골드나 하는 값비싼 디스펠 탄이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군”
켈레브라는 보란듯이 총구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입으로 후 불어낸뒤에 날렵하게 자신의 총을 허리춤에 걸친다.
“이거 원.. 미녀와 야수구만. 미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야수. 동화속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소설에서는 처참하게 죽어버리지. 딱 그꼴이구만.”
키득키득 웃으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켈레브라. 아마도 그가 보기엔 등짝이 걸레조각이 되어서 내가 죽어버린 것으로 알겠지. 하지만 이정도는 그다지 큰 치명상은 아니었다. 머리만 박살나지 않으면.. 심장이 쪼개져도.. 팔이 절단된다해도 다시 재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것이 바로 빌어먹을 광혈의 저주였다.
“네이. 괜찮아?”
나는 우선적으로 내 품에 안겨있는 네이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흣.. 으읏..”
그녀는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고이는 붉은 피웅덩이.
“....”
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옆구리를 가리고 있는 그녀의 팔을 치워낸다. 그러자 그곳에 보이는 것은 옷의 본래 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붉은 피가 샘솟고 있는 커다란 상처였다. 켈레브라가 쏴댄 총알중 하나가 정확히 옆구리를 꿰뚫어 버린 것이었다.
“괘... 괜찮아 타메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애써 괜찮다는 듯이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런 그녀를 내려보며 나는 이를 악문다.
“조금만... 참아.”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처를 압박해준다. 그리고 힘껏 옷자락을 동여매어 최대한 출혈을 줄인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나갔다.
“얼씨구. 살아있었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켈레브라는 놀랍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그 놀라움은 비웃음으로 변한다.
“용케도 살아남았네? 그래서. 이제 뭘 어쩌려고 그러지?”
그또한 바닥에 쓰러진 네이의 상태가 안좋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의 눈에는 나는 자신의 부하들조차 상대할 수 없는 나약하고 재생력만 강한 괴물이라고 알 것이다.
“.....”
나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린채 괴로워하는 네이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가슴이 찢어진듯한 괴로움이 느껴져왔다.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숨이 막힐듯 감당못할 분노가 벅차오른다. 켈레브라. 녀석을 단순히 죽인다는 것으로 분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와 같은 감정. 이 찢어지는 고통을 그에게도 선사해주어야만 할 것같았다.
“켈레브라라고 했나? 너... 네 주변에 있는 여자들. 너에게 소중한가?”
“.....”
갑작스레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내 모습에 켈레브라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장난끼서린 미소를 지우고 슬쩍 자신의 부하인 여성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나를 돌아보는 켈레브라.
“물론이지.”
“뭐... 그래? 그럼 정말 재미있어지겠군.”
그런 켈레브라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지어진다.
“보여주지. 네가 그렇게 소중히 하는 4명의 여성이 추잡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말이야.”
내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한 말. 하지만 나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씨익 미소짓는다. 간만에 끓어오르는 격한 복수심, 증오, 분노. 그 모든 감정이 나에게 새로운 힘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제것 잊고 있었던 것같은 힘. 그리고 이제 것 억눌려진 새로운 본능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포악한 본능의 힘을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드린다. 네이의 복수를 위해서...
========== 작품 후기 ==========
후아... 80화까지 왔네요. 뭐... 아직 갈길은 더 많지만요.
공지라고 써놨지만...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뭐 난데없이 연중이라느니.. 좀 쉬겠다는 뜻이아니에요.
그냥 뭐... 잠시 이렇게 후기 칸을 빌려서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달까?
어느센가 이 로터스의 하인을 연재시작한지 반년이나 지났어요. 엉엉엉. 뭐. 전 오리지날 로하는 1년 반정도 연재했지만요.
하지만 과거 로하를 기억해주시고 오셔서 봐주신분들. 처음봐주시는 분들. 그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지금부터!
77~78화는 제가 글쓰는 스타일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거에요. 시점전환이 좀 많죠.
예. 물론이죠. 키노의 여행에서 차용해왔으니까요. 고3시절 오리지날 로터스의 하인을 쓸때 총격씬에 관해 무지했던 저는 그시절 읽고있던 키노의 여행에서 나왔던 총격씬을 모티브로 그 화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로터스의 하인도 과거 오리지날 로터스의 하인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라 약간 수정을 가했지만 큰 뼈대는 비슷하네요.
아아... 제 실수입니다. 이건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과거 로터스의 하인은 수익성이 없는 팬픽으로 독자들과 즐기려 썼지만... 노블레스에 와서는 수익을 창출해내니까 이런식의 차용은 위험하네요.
77~78화는 빠른 시일내에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주까진 힘들것 같군요.
지금 제 꼴이 5년차 연구 최종보고서때문에 연구실에 봉인되어있는 상황이라서요. 지금 올라가는 것도 전부 비축분일뿐... 근 2주가량 소설을 써보지 못했습니다.
다음주에 모든 보고서가 끝나면 그때부터 차근차근 수정을 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