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74화 (74/298)

7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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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이런... 젠장..”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거센 폭음 소리. 그런 폭음과 같이 울려오는 거센 진동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그들의 전투력은 예상을 상회했다. 마치 한 사람처럼 손발이 착착 잘맞는 인간 무리들을 텐타클로 제거하기는 커녕 상처입히기도 버거워보였다.

콰과광!!

다시금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래층에서 커다란 진동이 느껴진다. 말도안되는 괴상한 무기들. 마법과 버금가는 커다란 폭발을 별 어려움 없이 쉴세없이 만들어내는 그들의 힘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후우... 진짜 난감하군.”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내가 서있는 이 방이 바로 비공정이 처박혀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콰앙!!

이제는 지근거리에서 폭발음이 들려온다. 상당히 가까이 접근했다는 증거. 나는 대검을 어께에 짊어지고 무너진 커다란 유적 파편 뒤로 몸을 숨긴다. 저런 말도안되는 적을 상대로 정면에서 싸운다는 것은 미친짓이다. 일단 이곳이 그들의 목표지점. 이곳까지 당도한 그들은 방심할 것이 분명했다. 비겁하기는 했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방심한 틈을 노려야만했다.

콰아앙!

다시금 터져나오는 폭음과 함께 벽 한쪽이 무너진다. 그리고 들어오는 인간들.

“후우... 우리가 1등인가?”

입에 커다란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며 걸어오는 한 남자. 그는 방금사용한 듯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다란 원통형 쇳덩어리를 어께에 짊어지고 있었다.

“제군들. 일단 이곳에 진지를 구축한다.”

그런 남자를 옆으로 밀치며 걸어들어오는 흑갈색 모자를 푹 눌러쓴 또다른 남자. 아마도 이들을 이끄는 대장일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인간 무리들을 이끌고 중앙탑에 박혀있는 비공정 앞으로 다가간다.

“상태가 좋지않군. 뭐.. 일단 켈레브라님의 지시니까. 모두들! 이 앞에 진지를 구축한다.

이제 곧 들어올 느려터진 우리 동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알겠습니다!”

그의 지시에 경계를 담당하는 몇 명의 병사를 제외한 병사들은 무거운 자신의 무기를 한쪽에 모아두고 주변에 유적파편들을 끌어모아 바리케이트 비슷한 것을 세워가기 시작한다. 비록 소수의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이 넓은 방안을 전부 감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7명.. 정도인가?”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는 병사는 고작 7명. 그다지 위협적인 인원은 아니었다. 어자피 이대로 시간을 끌다 진지가 완성되면 유리할 것이 없다 생각한 나는 곧바로 튀어나갈듯 자세를 낮추고 대검을 거세게 움켜쥔다.

“음?”

그때 인간들 무리에서 작은 변화가 생긴다. 아마도 비공정의 문을 연것일까. 몇 명의 병사들이 비공정안으로 들어가 의식을 잃은듯 축 늘어진 작은 인영을 짊어지고 나온다.

“저건...”

비공정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 그 사람은 분명 비공정을 조종하는 함장일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이 끌고나온 작은 인영은 멀리서도 보기에도 앳된 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렇게 어린 아이가 비공정을 조종하다니..

“...노예같은건가..”

병사들과는 전혀다른 복장. 녀석을 끌고나온 병사들또한 아이를 걱정하기보다 아이를 둘러싼채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주변을 경계하던 병사의 시선이 비공정에서 끌고나온 아이에게 집중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포착한다.

“흐읍...!!”

그리고 리더로 추정되는 남자를 향해 주저없이 있는 힘껏 대검을 집어던진다. 허공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위협적으로 회전하며 남자에게 날라가는 대검.

“어?”

병사들은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 던져진 거대한 대검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한 탄성을 내지른다.

콰앙!!

그리고 거센 충격음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고 돌을 옮기는 병사에게 지시를 내리던 리더로 추정되는 남자는 집어 던진 대검에 부딪혀 피떡이 된채 대검과 같이 바닥에 처박혀버린다.

“저.. 적이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병사는 대검이 날라온 방향. 즉 내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나는 비명을 지르는 병사를 상대하기보다 어께로 밀쳐내며 무기를 들고있는 병사들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해나간다.

“쏴.. 쏴라!!”

지휘관을 잃어 우왕좌왕하는 병사들. 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내가 위협인물이라 판단했는지 자신들의 병기를 들어 나를 겨눈다. 그들의 신속한 대처에 짧게 혀를 찬 나는 공격을 피하기보다 양팔을 교차시켜 치명적인 급소인 머리를 가린다.

투다다다!!

활과는 전혀다른 요란한 소음. 그와함께 나를 향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쏟아지는 쇳조각들을 느낄 수 있었다.

퍼버벅!

강한 충격과 함께 온몸에 들어박히는 쇳조각들. 하지만 예상외로 강력하지는 않았다. 비록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몇방만으로 치명상을 입을만한 공격이었지만 광혈의 저주로 인해 강화된 몸. 그리고 무한한 재생력까지. 그런 내 힘앞에서 이런 콩알같은 쇳조각은 그다지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괴물이군! 비켜!”

그떄 앞의 병사를 밀치며 등장한 거한의 사내. 그는 벽을 무너뜨렸던 정체불명의 쇠기둥을 어께에 짊어진채 나타난다.

“큿..!”

본능적으로 그가 들고있는 무기는 앞에서 그들이 보여준 무기와는 차원이 다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콰앙!

앞의 총성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묵직하고 요란한 굉음과 함꼐 그가 짊어지고 있는 쇠기둥으로부터 거대한 쇳덩어릭 발사되어 나에게 날아온다. 맨몸으로 견뎌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한순간 땅을 강하게 딛여 나오는 순간적인 가속력으로 바닥에 미끄러진다.

쉬이잉..!

그런 내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거대한 쇳덩어리. 표적을 잃은 쇳덩어리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처박히게 되고..

콰아앙!!

곧이어 거대한 폭발과 화염의 폭풍이 쇳덩어리가 처박힌 자리를 중심으로 몰아친다.

“큿...”

등뒤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작게 침음성을 삼킨 나는 그다지 멀지않는 거리에 있는 병사들을 노려보며 단숨에 땅을 박차 그들을 향해 도약한다.

“이 자식이..!!”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자 거구의 남자는 어꼐에 짊어지고 있던 쇠기둥을 옆으로 집어던지며 자신을 향해 뛰어든 나를 향해 내 얼굴만한 커다란 주먹을 휘두른다. 힘으로 나를 상대하려는 그의 행동에 나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다.

“흐읍!!”

나는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그의 주먹을 목표로 팔꿈치를 내려찍는다.

콰드득!!

녀석의 손가락을 으깬채 반쯤 파고들어간 내 팔꿈치. 크기가 큰만큼 주먹에서 울려퍼지는 뼈울림또한 우렁찼다. 애시당초 신장차이가 좀 있었지만 나름대로 힘에는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하는 나였다. 그런 나를 상대로 주먹을 휘두른 녀석의 객기를 비웃으며 나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부드러운 목젓을 목표로 발끝을 꽂아넣는다.

뻐억!

오독.

발끝에서 녀석의 목뼈 일부가 탈골되는 작은 뼈울림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단숨에 몸을 제어하는 신경계가 끊어진 녀석은 아무런 비명없이 실이 풀린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내린다.

쿠웅..

“고통스럽지는 않을꺼다.”

쓰러진 녀석을 비웃으며 나는 나를 포위하고 자신의 병기를 나에게 겨눈 남은 병사들을 돌아본다. 이미 그들의 무기는 나에게 큰 위협이 되지않았다.

“쏴.. 쏘..”

콰악!

시끄럽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려는 병사의 머리를 움켜쥔 나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병사들을 돌아본다. 1 대 다수의 전투. 확실히 내가 유리할 것이 하나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을 수없이 겪으면서 하나의 노하우를 깨우칠 수 있었다.

“으.. 아 사.. 살려줘..! 살려줘!!”

우득.. 우드득..

그것은 바로 다수의 사기를 꺽을만한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 그런 모습이 잔인하고 포악할 수록 그들의 전의는 손쉽게 무너져내렸다. 나는 남자의 머리를 움켜쥔 손에 점점더 강한 힘을 주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내 손가락이 뼈를 부수고 그의 얼굴 속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한다.

“으아.. 으아아아!!”

재수없게도 지독한 공포속에서도 의식을 잃지않은 남자는 자신의 머리가 으깨지는 그다지 좋지않는 경험을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를 억죄이는 커다란 압력속에서 이제 거의 미쳐버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모두가 보란듯이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콰득.

그리고 내 악력에 못이긴 그의 머리가 터져버린다. 내 손에 움켜쥐어진 것은 붉은 살점과 으깨진 뼛조각. 그리고 흘러내리는 새하얀 덩어리의 일부분이었다.

촤악.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손에 묻은 이물질을 바닥을 향해 털어버린다. 바닥에 수놓아진 흉한 얼룩들. 그런 내 작은 행동에 병사들은 저도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살짝 물러선다.

“으.. 으아아아!!”

그떄 타이밍 좋게 로터스의 지휘하에 있는 텐타클들이 비무장되어있는 병사들을 습격한다. 비무장된 병사들은 지금 중앙에서 벌어진 말도안되는 싸움에 넋이 빠져있는 상황. 천장과 층의 작은 틈으로 기어다니는 텐타클들에게 그들은 아주 맛좋은 먹이였다.

“으.. 으읏..”

“흥.”

이겼다. 동료들이 무력하게 텐타클에게 당하는데도 나를 향한 총구를 텐타클을 향해 돌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5명의 병사들. 이미 전세는 기운 것이다. 아마 총구를 돌리면 곧바로 내가 습격할 거라는 공포에 휩싸인 거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의 동료들은 허무하게 텐타클의 먹이가 될 뿐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무력하게 바들바들 떨고있는 무장된 5명의 병사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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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콰앙!!

단숨에 얼굴을 낚아챈 병사의 머리를 바닥에 깊게 처박아버린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는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이미 뒤통수가 으깨진 그에게 생명의 숨결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으.. 으아아!!”

패닉상태에 빠져 나를 향한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병사. 제대로 조준조차 하지못해 내 몸을 맞추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빗나가는 녀석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단숨에 절명한 병사의 시체를 그를 향해 내던진다.

“우.. 우왓!”

내가 집어던진 시체와 엉켜 기겁하는 병사. 나는 바닥에 박혀있던 내 대검을 뽑아들어 있는 힘껏 그 녀석을 내려찍는다.

콰아앙!

동시에 커다란 물풍선이 터지듯 사방에 난자되는 선홍빛 핏물들. 워낙 커다랗고 무거운 내 대검은 상대를 베어넘기기보다 완전히 짓뭉개버린 것이다. 대검에 묻은 살점과 핏물을 허공에 털어내며 나는 남은 병사들을 돌아본다.

“으... 으으..”

동료의 피로 피범벅이 된 병사들. 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네 놈...”

다른 병사들에 비해 약간은 나이가 많아보이는 병사. 그는 나를 향한 공포보다 동료를 죽인 분노가 더 컸는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불행히도 무기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나약한 병사가 나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극한의 분노에 이성이 마비된 것일까. 그는 병풍같이 서있는 겁먹은 다른 병사들을 밀쳐내며 나에게 달려든다. 자신이 가진 무기조차 사용하지 않으려는 녀석을 비웃으며 나는 녀석을 베어넘기기 위해 대검을 느긋하게 횡으로 휘두른다.

퍼억!!

아무런 방어도 하지않고 무작정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내 대검은 일말의 오차없이 정확히 녀석의 허리에 처박힌다.

“크하악!!”

내 대검에 허리를 반쯤 베어진채 진한 핏물을 토해내는 병사. 나는 그런 무모한 병사의 행동을 비웃으며 녀석을 마무리 짓기 위해 대검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려한다. 하지만 그 순간. 남자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지익!!

“음?!”

갑작스레 내 옷자락을 붙잡으며 자신이 등에 짊어지고 있는 배낭으로부터 나온 하나의 얇은 줄을 힘껏 잡아당기는 병사. 그와 동시에 그가 짊어진 배낭안에서 기이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큿!!”

순간 뭔가 강렬한 위기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나는 주저없이 녀석의 몸을 발로 걷어차 내 몸에서 떨어뜨려놓는다. 허리가 절반쯤 베이고도 쓰러지지 않는 병사. 내 발에 밀쳐진 병사는 움찔거리다 앞으로 쓰러지면서 내 발목을 양팔로 감싸안는다.

“크크큿..! 잘가라 괴물새끼!!”

남자의 독기어린 중얼거림과 함꼐. 그가 짊어진 배낭이 빠른속도로 부풀어오른다. 반사적으로 이것이 주변에 적지않을 피해를 줄 폭탄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젠장..!!”

나는 다급하게 내 발을 감싸안은 녀석의 팔을 억지로 떨쳐내며 녀석으로부터 거리를 벌린다.

“으.. 으읏..”

하지만 그순간. 뒤로 도망치려는 내 눈에 비공정에 타고있던 어린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깨어났는지 작은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소년. 이 병사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는 소년의 모습에 나는 무심코 녀석을 향해 몸을 던진다.

콰앙!!

배낭을 진 남자를 향해 폭팔의 폭풍을 막기위해 대검을 땅에 깊게 박아넣으며 나는 이제 막 몸을 일으킨 소년의 몸을 억지로 바닥에 눕히며 녀석의 몸을 감싸안는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얼마가지않아 거대한 폭발이 방안을 뒤덮어 치명적인 고온의 열기로 방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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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잉..

거대한 화염의 폭풍이 지나가고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뜨겁게 달궈진 내 등을 따갑게 훑고 지나간다.

후두둑..

거센 폭팔의 여파로 부숴진 작은 유적 부스러기들이 천정에서 떨어져나오며 내 몸을 두드린다.

“크으..”

후끈..

등짝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비록 폭심지를 향해 대검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직접적인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강력한 화염의 폭풍은 내 등짝을 반쯤 녹여놓기 충분했다.

“젠장..”

하지만 고통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광혈의 저주로 인한 괴물같은 회복능력. 이미 녹아버린 내 등에서는 새살이 돋아 녹아내린 살껍질을 밖으로 밀어내며 간지러움을 유발하고 있었다.

“큿..”

그러나 화상의 상처가 얕지는 않았던 걸까. 몸을 일으켜나가며 나는 등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최악이군...”

높은 고온에 의해서 내 피부뿐만 아니라 입고있던 옷도 녹아 피부에 눌러붙었다. 나는 서슴없이 녹아내린 옷자락을 거칠게 뜯어낸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뜯겨진 옷자락 끝에는 붉은 살점이 묻어져있지만 그정도는 큰 상처가 아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뜯겨진 옷자락을 바닥에 집어던진다.

“괜찮나?”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진 소년을 향해 뒤늦은 관심을 보인다. 짧은 갈색 단발머리와 아직 젓살이 살짝 남아있는 얼굴. 가는 속눈썹과 부드러운 피부덕에 꽤나 이쁘장하다는 느낌이 강한 미소년이었다.

“....”

그는 갑작스런 폭발의 굉음떄문인지 약간은 얼이 빠진 얼굴로 눈을 꿈벅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주저없이 그런 소녀의 뺨을 좌우로 가볍게 두어번 후려친다.

“이봐. 정신차려.”

“...아.”

그제서야 소년은 작은 탄성과 함께 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뺨을 매만지며 제대로 초점이 맞춰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누구?”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 나이에 맞지않도록 차분한 녀석의 목소리에 살짝 당황하며 소년의 물음에 대답한다.

“그건 알 필요없어. 일단... 너가 저 배의 함장이냐?”

끄덕.

내 물음에 소녀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인다. 아마도 나를 향한 경계심 때문일까. 소년은 최소한은 몸짓과 단어로만 내 질문에 대답한다. 그런 소년의 대답에 잠시 고민한 나는 또다시 소년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배에서 뛰어내린 병사들. 너랑 같은편은 아니지?”

“....”

끄덕..

마치 고민하듯 잠시 침묵을 지키던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병사들이 이 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절대 동료로써 대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낯선 소년을 앞에 두고 나는 지금 이 난감한 상황에 머리를 긁적인다. 상대는 어린 소년. 이곳에 온 병사들처럼 위협적인 전투능력은 없었고 녀석의 가장 큰 무기이자 힘이라는 비공정또한 중앙탑에 박혀 고물덩어리. 결국 지금의 소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아이일뿐이었다. 만약 여자였다면 로터스에게 넘기겠지만... 남자라면 내 손에서 처리를 해야만했다. 하지만 소년은 너무 어려보였고... 악의 없는 이런 소년의 모습은 내가 검을 휘두르는데 망설이게 만든다.

“.....”

결국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소년은 내가 아무말없이 가만히 있자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확인해본다. 다행히도 방금전 거대한 폭발로 인해 왠만한 시체나 핏자국은 미세한 흔적만을 남긴채 전부 증발하거나 녹아내려있었다.

“어이 로터스.”

소년이 낯선 방안의 풍경에 관심을 가질때. 나는 녀석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살짝 등을 돌려 로터스를 부른다.

-지금은 바쁘다. 나중에.

하지만 로터스또한 텐타클을 조종하며 군인들을 상대하느라 바쁜것일까. 내 부름에 짧막한 응답을 남긴채 다시 침묵할 뿐이었다. 결국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건가..

“하아...”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소년을 돌아본다. 내 한숨소리에 살짝 놀란 소년은 내 바로앞에 다소곳이 앉아 나를 살짝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미간사이로 붉은 핏줄기가 천천히 흘러내린다.

“어이. 노려만보고 있지말고... 최소한 응급조치는 하라고..”

아마도 폭발의 여파로 녀석또한 작은 상처를 입은 것일까... 나는 남은 내 옷자락중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옷조각을 찢어 자리에 쭈그려앉아 그의 이마에 흐르는 핏물을 닦아낸다.

“.....”

상처부위를 닦아내느라 아플만도 한데 소년은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하아... 눈좀 풀라니까.”

녀석의 호감을 얻기 위해 나름 미소랍시고 억지로 입꼬리를 뒤틀어보지만... 피투성이가 된 내 모습은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에게 절대로 호감이라는 것을 얻어낼 수 없는 외모였다.

“당신은... 누구?”

소년은 억지로 애쓰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내 정체에 대해묻는다.

“뭐... 지나가는 탐험가라고 생각해.”

피로 눌러붙기 시작하는 내 뒷머리를 긁으며 뻔히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녀석의 질문을 얼버무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여기서 기다릴 수 있겠어?”

지금은 나 혼자서 저 소년에 대한 처분을 내릴 수가 없었다. 물론 로터스의 기본적인 방침은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최대한 생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년은 죽이기에 너무 나이가 어렸고... 뿐만아니라 나와 싸웠던 병사들과 다르게 적의를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아무런 죄가 없고 싸우려고도 하지 않는 소년을 죽이려한다면 왠지 기분나쁜 찜찜함에 시달릴 것 같았다. 최소한 로터스의 명령 하에 녀석을 죽인다면... 그런 감정이 조금은 덜하겠지.

“....”

내 물음에 소년은 아무것도 모른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는 이만..”

나는 그 소년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이곳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방금전 폭발로 텐타클들이 전부 증발했기는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또 이곳에 들이닥칠 병사들을 막기위해 텐타클이 배치될 것이 뻔하다. 텐타클을 통해 로터스가 이 소년을 발견한다면...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지.

소년이 당하는 끔찍한 광경을 피하기 위해. 이기적인 나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다음 무리가 올만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abcbbq / 후에 마계의 자세한 설정이 나오겠지만... 마계는 과학과 마법이 극도로 발전된 신세계. 도서관의 힘으로 무한한 지식을 얻은 키르비르는 거의 모든 기술과 마법을 아는 현자급이죠. 그러므로 키르비르는 최강. 으잉?!

실버링나이트 / 으잌ㅋㅋ 그러므로 광전사다운 싸움. 쥭어라!

타카요 / 헛. 오타.. 오타타;;

류현영기 / 일단 수정된 세계관에 의거하자면.. 나이트 할로우가 아닌 소형 차원 균열로 멋들어지게 표현하자면 디멘션 블랙홀?! 으앙.. 이런 설정잡는건 피곤해.

Lizad / 1히트 45데스. 으잉? 노킬. 으허허헝..

자... 타메르와 이리엘의 최초 만남. 남자로 오해한 덕분에 이리엘은 목숨을 부지하고... 이 사실은 후에 가서 흐히헤헤흐헹?!

담화는 아무런 힘도없지만 말도안되는 전투력을 보여주는 이리엘의 전투씐.

어떤 소설이든 총잡이는 거의 괴물급이었쯰.. 이리엘도 다르지 않을꼬야. 으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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