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73화 (73/298)

73편

<-- Main Story. 공습 -->

한치의 흐림없이 커다란 뭉개구름이 여유롭게 떠다니는 푸른하늘. 춥지않고 적당한 온도의 시원한 바람. 아무런 침입자나 소란없이 평화로운 일상.

쪼르르르..

“아. 땡큐.”

역시나 리엔이 있어서일까. 전과 다르게 삶의 질이 몇단계는 더 상승된 기분이었다. 단순히 먹는 음식의 질이 좋아졌을뿐인데.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차려준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마치고. 나와 리엔. 그리고 플루토와 같이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평화롭지?”

“네. 진짜 말도 안되게 평화롭네요.”

내 질문에 리엔은 싱긋이 웃으며 자신의 입가로 가져간 찻잔을 기울인다. 평화.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을 감싸안은 평화는 진짜 말도 되지않았다. 누가보면 거품을 물고 기절할정도로 거대한 촉수가 빼곡이 들어선 유적. 그런 유적 한복판에서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와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다니.

“그나저나 키르비르는 뭐가 그리 바쁜거야?”

나는 내 몫의 차를 가볍게 홀짝이며 네이에게 키르비르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뭐가 그리 바쁜건지 제대로 식사조차 같이하지 않고 간단한 샌드위치만 리엔에게 부탁해 쏜살같이 샌드위치를 채고 사라져버렸다.

“몰라. 키르비르님이 하시는 일은 알기 힘드니까.”

고양이의 모습의 플루토는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라는 상식에 어울리지 않게 조그만 앞발로 자신의 찻잔을 끌어안은채 여유롭게 차를 한모금 마신다. 따듯한 차를 입에 물고 잠시간 차맛을 음미하던 녀석은 차를 조용히 삼키며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나저나 타메르. 날자는.. 읍!!”

그런 플루토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나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플루토의 입을 막아버린다.

“날..자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를 압박하는 걸까. 최근 플루토는 단 둘이 있을때만이 아니라 이렇게 남들이 보는 앞에서까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고 있었다. 피곤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빨리 수락하라는 듯이...

“아무것도... 아닌건가요?”

“으.. 으응! 일단은...”

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와 플루토를 돌아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별 관심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자신의 찻잔을 기울인다. 그녀의 무관심에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천천히 플루토의 입을 막았던 손을 뗀다. 그러자 플루토는 뾰로뚱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 이내 다시금 자신의 찻잔을 조용히 기울여갈 뿐이었다.

“이.. 일단.. 적당한 날을 알아봐서.. 알려줄테니까 조용히해.”

리엔을 흘끗 바라본 나는 바닥에 뭔가를 떨어뜨렸다는 듯이 몸을 숙이며 태평하게 찻잔을 기울이는 플루토의 귀에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내 속삭임에 대한 대답은 신용할 수 없다는 눈빛.

“괜히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다가... 키르비르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하잖아?”

마지막 방법으로 키르비르를 이용한 협박을 시도해보지만..

“흥.”

들려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콧방귀소리. 그런 냉담한 플루토의 반응에 나는 식은땀을 뻘뻘흘리며 리엔의 눈치를 살핀다.

“재미있네요. 두 사람은...”

그런 내 모습에 나와 플루토를 번갈아 돌아보던 리엔은 살며시 미소지으며 여유롭게 찻잔을 기울인다.

“참. 잘 어울려요.”

“어.. 어울리지 않아! 이... 이런 괴물의 노예랑은.. 읍!!”

어울린다는 말에 오히려 플루토가 깜짝놀라며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런 지나친 플루토의 반응은 되려 리엔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허겁지겁 그녀의 입을 가로막아버린다.

“후훗. 두 사람의 그런 행동이... 엄청 자연스러워 보이는거 아세요?”

“....”

“...읏..”

리엔의 한마디에 나와 플루토는 아무말도 못하고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린다. 아마도 플루토또한 타인에게 나와 자신의 관계를 알려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 어디까지 알고있는거야?”

리엔의 능력. 그것은 가벼운 신체적 접촉하나만으로 단편적으로나마 상대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찻잔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플루토와 신체적 접촉이 닿았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미래를 읽을 수 있을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 알까요?”

하지만 리엔은 확실한 대답대신 오히려 나에게 되려 질문을 던져버린다.

“.....”

“.....”

그런 그녀의 여유로운 모습속에 나는 왠지모를 불안감에 그녀를 바라본다. 리엔. 설마 모든 것을 전부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리엔의 성격상 남에게 이런 중요한 사실을 떠벌리거나 우리를 협박해올 위인은 아니었다.

“걱정마세요. 키르비르님에게는 말하지 않을테니까요.”

“....”

불안해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그녀는 가볍게 키득거리며 자신의 찻잔을 기울여 살짝 식은 차를 한모금 마신다.

“이왕이면... 이런 평화가 계속되기를 믿고 싶거든요.”

그녀는 투박한 창문넘어로 보이는 한없이 평화롭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나와 플루토는 그녀의 시선을 쫓아 푸른 하늘을 돌아본다.

“정말... 평화롭죠?”

리엔의 질문에 나와 플루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평화. 상당히 이질적인 단어였다. 모든 혼란과 갈등의 중심지인 베히모스에서 평화라니.. 나는 천천히 리엔을 돌아본다. 마치 이 순간을 만끽하려는 듯이 창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리엔.

“....”

하지만 그런 그녀의 미소 속에는 작은 슬픔이 보였다. 그저 평화로운 미소속에 파묻혀있어 그 슬픔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숨기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평화롭다는 단편적인 생각아래..

피잉!

“...!?”

그 순간. 귀를 찣는 듯한 날카로운 소움이 들려온다. 그런 소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새하얀 섬광이었다.

콰아아앙!

뒤를 이어 들려오는 것은 요란한 폭음.

“뭐.. 뭐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허겁지겁 창문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섬광이 쏘아진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섬광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베히모스 유적지 정 중앙에 있는 거대한 탑.

“무슨.. 일..”

섬광의 진원지를 확인한 나는 이어서 섬광의 목적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저건... 대체 뭐야?!”

그것은 거대한 은백색의 비공정. 거대한 몸체를 가진 비공정은 나무가 아닌 튼튼한 쇠로 둘러싸인채 허공에 떠있었다.

-공습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비공정의 모습에 넋이 나가있는 내 머릿속으로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이거. 간만에 무기고에 있는 고대 무기들을 사용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겠군.

“무기고? 그런게 존재했어?!”

-여기는 고대인들의 마지막 천연 요세인 베히모스다. 요세인만큼 탑 중앙에는 수많은 고대무기들이 저장되어있지.

베히모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중앙탑의 창문. 아니 이제 포문이라해야하나? 하여튼 밖을 볼 수 있도록 뚤려진 구멍을 통해 녹이 잔뜩 쓴 포신을 내민다.

-그나저나... 저런 괴물같은 강철 비공정이 이 세계에 존재할 리가 없는데... 뭐 일단 떨어뜨려보고 확인해보지.

키이잉..

단순한 대포와는 다른 걸까. 중앙탑의 포문을 통해 배치된 포신들은 기이한 푸른 빛을 머금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콰아앙!!

은빛 비공정또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샛노란 섬광과 함께 빛의 덩어리가 중앙탑을 향해 쏘아진다. 한발 한발이 정확히 포문을 노리고 있는 공격속에서 베히모스가 배치한 대포들은 제대로된 공격조차 하지못하고 허무하게 격파당하기 시작한다.

콰앙!!

-뭐.. 이딴..

이런 말도 안되는 공격속에서 순식간에 박살나는 대포들의 모습에 욕설이 담긴 로터스의 사념이 울려퍼진다. 일방적인 공격속에서 순식간에 초토화되어가는 중앙탑. 커다란 충격에 탑이 파손되면서 사방으로 유적파편들이 위협적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리엔! 숙소로 들어가! 네이! 이 상황을 빨리 키르비르에게 알려!!”

지금 저런 괴물 비공정을 상대할 사람은 키르비르 하나밖에 없었다. 우선적으로 전투요원이 아닌 리엔을 안전한 숙소로 보내고 재빠른 네이에게 이 상황을 키르비르에게 알리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는 방 한쪽에 기대어놨던 내 대검을 움켜쥔다.

“그럼.. 움직여볼까..”

일단 키르비르또한 이런 소란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녀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비공정을 지상으로 떨어뜨릴 것이 분명했다. 그 과정에서 기회를 노려 나는 비공정에 올라타 비공정을 조종하는 사람들을 생포 혹은 제거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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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콰앙!!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은빛 비공정과 베히모스 중앙탑 사이에서 새하얀 빛과 포탄이 오고간다.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대부분의 공격은 비공정쪽에서 가해지고 중앙탑은 그저 얻어맞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더러운 자식. 최소한 한발정도는 쏘게 해달라고!

머릿속으로 답답함에 독기가 잔뜩 오른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대단하군...”

별 무리없이 비공정 근처까지 당도한 나는 멍하니 거대한 비공정을 올려다바라본다. 말 그대로 대단했다. 비공정은 중앙탑에서 병기가 배치되자마자 정확히 배치된 장소를 포격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 비공정의 포병은 참으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했다.

콰앙!!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중앙탑의 수많은 포문을 제압할 수는 없었던 걸까. 한발의 빛줄기가 정확히 비공정에 꽂혀버린다. 내 주변이 들썩거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파. 그런 충격속에서 은빛 비공정은 분명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개같은!!

그러나 우리의 바램과 다르게 비공정의 표면에는 작은 흠집조차도 나지 않았다. 강력한 포격을 정면으로 허용하고도 끄떡없는 선체. 말 그대로 최강의 비공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그리고 어느 순간. 비공정의 함포가 조용해진다. 갑작스런 공격중단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 이유를 꺠달을 수 있었다. 이미 처참하게 망신창이가 된 중앙탑. 더 이상 무기를 꺼낼 포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크으... 젠장..

분에찬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뭐야..? 어쩌라는거야 로터스?!”

로터스든 키르비르든 누군가가 저 비공정을 떨어뜨려야 내가 뭔가 할 일이 생긴다. 하지만 키르비르 쪽은 아무런 반응이 없고... 로터스의 자랑스러운 고대병기들은 허무하게 대패당했다.

-나도 모르곘다. 어자피 중앙탑 한쪽면만 박살난거고.. 피해도 그다지 크지않고.. 저 비공정이 성가시기는 하지만 저쪽에서도 더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뭐.. 이제 신경끄면 되겠지.

“너무 무책임 한거 아니야?”

-뭐.. 솔직히 말하면 대공전도 하나의 유희거리일 뿐이야. 이기면 손쉽게 포로가 생겨서 좋고.. 져도 뭐.. 보다싶이 별 손해는 없어.

나는 애써 느긋한 척하는 로터스의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뀐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도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오. 저 얼간이들. 내려오는군.

바로 제발로 비공정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검은 그림자들. 얇은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며 지상으로 신속히 내려오는 그림자들은 분명 인간들이었다.

“그래도 할 일은 주는 착한 놈이군.”

나는 커다란 대검을 어께에 짊어지고 지상으로 내려온 인간들을 사냥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건 또 뭐야? 이 말도안되는 시대착오적인 물건은?!”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키르비르?”

짜증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스텝에 걸터앉아있는 키르비르. 부스스한 머리를 보니 실컷 낮잠을 즐기고 있다가 비공정이 중앙탑을 두드리는 충격에 깨어난것 같았다.

“귀찮아..”

그녀는 살짝 헝크러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며 자신의 양손을 좌우로 펼친다.

키이잉.

그러자 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하는 것같이 공허한 어둠을 머금은 덩어리가 그녀의 양손에 맺혀가기 시작한다.

“사라져버려.”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녀는 검은 빛이 머금어진 자신의 양손을 허공에 맞부딪힌다. 그러자 두 개의 빛은 강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서로를 거부하지만 키르비르는 억지로 그 두 개의 빛을 하나로 응축시켜버린다. 그러자 불안정하게 꿈틀거리는 검은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키르비르는 그런 검은 덩어리를 비공정을 향해 집어던진다.

콰드득..

허공으로 던져진 검은 덩어리는 흉측하게 뒤틀리며 주변의 공간에 섬뜩한 균열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키르비르의 손안에 들어갈정도로 자그마한 덩어리는 급작스럽게 그 몸을 거대하게 부풀린다.

콰과과과곽!!

“우.. 우앗!!”

그리고 이어지는 엄청난 흡입력.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폭풍이 검은 덩어리를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상당히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는 나조차도 몸이 흔들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풍. 그런 폭풍 근처에 있는 비공정의 거대한 선체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카가가각..

검은 덩어리가 만든 폭풍에 휘말려 천천히 검은 덩어리쪽으로 끌려가는 비공정. 선체의 표면이 검은 덩어리에 접촉하자 섬뜩한 소음과 함께 표면이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한다. 비공정은 어떻게든 폭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지만..

“흥..”

키르비르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풍의 정도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끝이군...”

여유로운 키르비르의 모습으로보아 그녀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아마 저 특이한 강철 비공정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궁금해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아마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순식간에 비공정을 검은 덩어리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만들 힘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응..?”

그때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비공정 후미에서 아직도 지상을 향해 내려오는 다수의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비공정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그그극..

하지만 아직도 필사적으로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비공정. 꽤 많은 사람이 유적지를 향해 내려왔지만 아직도 누군가 비공정을 조종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선장인건가...”

아마도 배와 운명을 같이하려는 듯 비공정의 선장은 아직 비공정 내부에 남아 비공정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덧에 걸린 불쌍한 산짐승처럼 어떻게든 폭풍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비공정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차는 순간..

기이잉..

갑작스레 비공정에서 기이한 소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이 요란한 폭풍소리 사이에서도 선명히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음.

“반물질 엔진?!”

그런 소음을 들은 키르비르는 창백한 얼굴로 내가 이해못할 단어를 소리친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 시선을 돌지만..

“엎드려 타메르!!!”

“큿?!”

비명과도 같은 그녀의 외침과 함꼐 나는 마치 거대한 쇳덩어리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압력에 굴복해 바닥에 납작 엎드려버린다. 그리고 힘겹게 고개를 들어 비공정을 바라보는 순간.

파앙!!

짦막한 폭음과 함께 비공정이 납작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착시였을 뿐. 폭음이 터져나온 순간 그 모습자체가 사라진 비공정은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앞의 폭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한 굉음이 유적지를 뒤흔든다. 하늘로 비산하는 크고작은 바위덩어리들. 시야를 가릴 정도로 자욱한 흙먼지가 잔뜩 피어올라 베히모스 전역을 순식간에 덮어버린다.

“이건... 대체..”

“괜찮아 타메르?!”

타악.

내 옆에 가벼운 뭔가가 착지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내 몸을 짓누르던 압력또한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다.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몸을 일으킨 나는 내 옆에서 어이없다는 얼굴로 흙먼지가 자욱히 피어오르는 중앙탑을 바라보고 있는 키르비르를 돌아보며 상황 설명을 요구한다.

“들이박았어.”

“...들이 박았다고?”

키르비르의 한마디에 나 또한 그녀와 다름없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중앙탑을 바라본다. 얼마가지않아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하며 망신창이가 된 중앙탑의 모습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다.

“....”

그런 중앙탑 한가운데에 거대한 은빛 비공정이 박혀있었다. 다행히도 거대한 중앙탑은 그 큰 충격에 무너지지 않고 간신히 버텨낸 듯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뭐야.. 저 말도안되는 오버테크놀로지는... 이 시대에 반물질 엔진? 말도 돼잖아?!"

키르비르는 자신이 사는 탑아래 박혀버린 비공정의 모습에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자신의 스텝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내가 미처 그녀를 붙잡을 틈도 없이 스텝을 타고 중앙탑에 박혀있는 비공정을 향해 날아가버린다.

-이게 웬 떡이냐.

하지만 열받은 키르비르와는 다르게 이런 베히모스 유적지에 별 관심이 없었던 로터스는 난대없이 중앙탑에 처박힌 비공정을 환영한다. 녀석은 유적지 곳곳에 뻗어있는 촉수중 굵직한 촉수를 꺼내 중앙탑에 박혀있는 비공정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천천히 비공정을 휘감아가기 시작한다.

부스럭...

거대한 붉은 촉수에 휘감겨가는 비공정을 바라보던 나는 귓가에 들려오는 낯선 소음에 반사적으로 유적 한쪽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다.

“크으... 저 망할 함장. 샛파란 애송이가 조종할때부터 뭔가 불안했어.”

“하여튼. 집에 잘 돌아가고 싶으면 저 비공정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해. 술도 없을 이곳에서 평생 살것도 아니잖아?”

부서진 유적조각을 발로 툭툭차며 걸어나오는 한 무리의 인간들. 아마도 방금전 비공정에서 내려온 사람들같았다. 그들은 검은 가죽이나 천으로 된 가벼운 옷차림에 허리나 등에 처음보는 낯선 쇠로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마치 지팡이처럼 뭉툭하고 날도없는 것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모습으로 보아 아마도 자신들이 가진 무기에 대한 믿음이 상당해보였다.

-타메르. 지침을 변경한다.

그때 내 머릿속으로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인간들은 일정한 무리로 나눠져 행동하고 있다. 그들이 움직임으로 보아 아마도 중앙탑에 박힌 비공정의 안전부터 확보하려는 것같아. 그러니까 너도 중앙탑으로 돌아와라. 그곳보다 중앙탑쪽이 싸우기 더 편할 것이다.

“...알았어.”

로터스의 지시에 나는 군말없이 그의 지시를 수락한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런 평지에서 싸우는 것보다 중앙탑에서 싸우는 것이 나에게 훨씬 유리했다. 로터스가 봉인된 방 바로 위에 세워져있는 것이 중앙탑이다. 로터스와 거리가 가까운만큼 텐타클의 반응속도와 움직임은 가히 위협적으로 변한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층으로 구성된 중앙탑 안에서 텐타클은 위나 아래에서 적을 기습할 수 있기에 그 효율은 더욱 극대화된다.

-아. 타메르. 너 혹시 총기류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총기류?”

처음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로터스의 대답이 들려온다.

-저들이 가진 무기다.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하 작은 쇳조각따위를 표적을 향해 날리는 기술이지. 나도 전문지식은 거의 없어서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하여튼 그런 무기다.

“결론적으로 원거리 무기라는 거잖아? 그러면 해결책은 나와있지.”

그의 말대로라면 그들이 가진 화기류라는 무기는 활과 같은 투사체 무기. 그런 무기는 적들과 거리가 있어도 충분히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근접한 상대에게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으익!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사실. 으히히힛

abcbbq / 엌ㅋㅋ;; 애도요. 애도.. 하지만 고전 폴더폰인 나는 폰으로 소설을 읽는다는 건 꿈같은 일일뿐.

Lizad / 이리엘이? 오오.. 백합가는건가요?1 나쁘진 않군요!

유운처럼 / 아아.. 그 뜻이었군요; 전또 뭔가 이상이 있는 줄 알고..

실버링나이트 /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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