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72화 (72/298)

72편

<-- 함장 이리엘 -->

“뭐.. 뭐야?!”

예상치 못한 강한 충격에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던 켈레브라는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져버린다. 올리비아또한 커다란 충격에 당황하는 사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나는 있는 힘껏 내 팔을 붙잡고있는 올리비아의 손을 떨쳐낸다.

“앗..!”

내 팔을 놓친 올리비아는 짧은 비명과 함께 다시금 내 팔을 붙잡아 나를 제압하려하지만 나는 신속히 옆으로 몸을 굴려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올리비아와 켈레브라를 경계한다.

“이게... 도데체 무슨 충격이지?”

하지만 켈레브라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없는지 지금 선체를 강타한 충격에 관심을 두고있을 뿐이었다. 그런 켈레브라를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노려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허벅지에 걸려져있는 내 속옷과 바지를 끌어올린다.

“....”

아직 매마르지 않은 애액 때문일까. 팬티를 끌어올리자 사타구니 가득히 기분나쁜 질척거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것 하나하나에 불평을 토로할 시간은 없었다. 신속히 옷매무세를 정돈한 나는 여전히 켈레브라를 경계하며 곁눈짓으로 지금 비공정의 위치를 알려주는 화면을 살펴본다.

“...?!”

그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눈을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어이. 선장.. 저거.. 웅장한 크기로 보나... 징그러운 괴물에 정복되어있는 유적지로 보나... 베히모스가 확실한 거 아니야?”

벌써 디에그 데그는 베히모스 상공에 도착한 것이다. 방금전의 충격은 예상보다 높게 솟아오른 산 봉오리에 선체의 하단부분이 충돌해 일어났던 충격. 하지만 말도 안되었다.

“도착까지... 한시간은 남았었는데..”

마지막에 단말기를 확인했을때 베히모스까지 예상 도착 시간은 1시간 뒤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간은 고작 30분이 흐른 것뿐. 속도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으리가 없었다.

“올리비아! 병사들을 무장시켜! 신속히 전투 준비를 시켜라!”

예상외로 상황판단이 빠른 켈레브라은 한치의 미련없이 자신의 바지자락을 끌어올리며 올리비아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올리비아는 쏜살같이 병사들이 있는 선실로 향해 달려갔다. 함장실엔 켈레브라와 나. 단둘이 남은 상황.

“남은 일은... 돌아가면서 하자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지.”

그는 마지막까지 기분나쁜 한마디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주머니에 걸어놨던 갈색 선글라스를 꺼내 자신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린다. 그리고는 올리비아가 뛰어나간 복도를 통해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 천천히 사라질뿐이었다.

“.....”

그런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노려보던 나는 조용히 등을 돌려 함선을 조종하기 위한 조종간 앞에 걸터앉는다.

“함선의 비행기록.”

그리고 주저없이 방금 30분동안 함선의 비행기록을 살펴본다. 내 명령에 따라 스크린에 떠오르는 함선의 비행기록들. 시간에 따라 함선의 위치와 이동 속도를 상세히 표시된 표를 천천히 훑어 내려가던 내 얼굴이 천천히 굳어진다.

켈레브라와 올리비아 때문에 내가 조종간을 놓은지 5분 후. 함선의 속도가 가속되었다. 지금의 두 배의 속도로. 그 결과 예상보다 배는 빠르게 베히모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함선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애시당초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비공정이라는 것들과 디에그 데그의 운용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떄문이다.

“...아냐.”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나는 내 생각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디에그 데그. 이 함선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나 하나가 아니었다.

“.....”

긴장된 마른침을 삼키며... 나는 천천히 의자를 돌린다.

위이이잉.

“....”

그런 내 눈앞에. 꿈에서만 봐왔던 내 목숨을 노리는 섬뜩한 붉은 눈동자. 아니 붉은 렌즈를 번들거리는 인공지능 컴퓨터 엘. 작동이 정지되었다고 생각한 녀석이 다시 재가동이 되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너의 이름은 엘. 맞지?”

-맞습니다. 이리엘 함장님.

함장실에 울려퍼지는 낯선 목소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저 목소리의 높낮이가 없고 일정한 어조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순순히 자신을 밝히는 엘의 대답에 나는 긴장된 눈으로 입술을 잘근 깨문다.

“나를... 죽이려는거지?”

녀석을 노려보며 나는 단도진입적으로 다시 깨어난 엘에게 묻는다. 종종 꾸는 악목속에서 언제나 엘은 가는 기계팔로 내 목을 졸라 나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 사실을 상기한 나는 최악의 경우 여기서 도망치기 위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켜나간다.

-아닙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엘의 말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하기 충분했다.

-그때 당신의 제거 이유는 함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함장으로써 그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함장으로써... 역량이?”

내 질문에 엘은 렌즈의 초점을 맞춰가는 기이한 기계음을 울려퍼트리며 성심성의껏 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실패한 정보전달 시스템의 결과로 함장님에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함장님의 행동을 조사한 결과. 정보전달 시스템은 85%이상 완료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내 행동을 조사했다고? 너는 이때까지 잠들어있었어.”

-아닙니다. 디에그 데그가 움직이는 이상 함선의 일부인 저는 언제나 깨어있습니다. 단지 이런식으로 직접적인 대화는 시도하지 않았기 떄문입니다.

“....”

엘의 말은 녀석은 언제나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이상했다. 분명 모든 시스템은 97%이상 회복되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장실의 엘이 깨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내 실책이었다. 아마... 꺠어나지 않길 바라는 내 바램때문이었을까...

-함장님을 관찰한 결과. 함선의 운용, 위기상황의 대처, 전투력, 기타 등등 모든 수치로 볼때 함장으로써의 최소 자격요건이 되는 정보는 전송이 완료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단지 불완전한 정보전달의 부작용으로 대부분의 기억들은 아직 의식의 심연속에 묻혀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야. 다시 기억을 재전송하려는거야?”

-그것은 불가합니다. 깨어난 인간을 상대로 기억전송을 재실행할 경우 두 개의 기억간에 혼란으로 자아붕괴나 이성상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지금의 이리엘을 함장님으로 인정하겠습니다.

“......”

난데없는 변화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아보였다. 디에그 데그의 모든 시설과 기능을 담당하는 엘이 내 편으로 변하다니. 왠지 뭔가 꺼림찍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엘은 컴퓨터이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존재. 녀석이 나를 함장으로 인정한 이상. 녀석이 예고없이 내 목숨을 노리거나 반란같은 것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었다.

-목적지. 베히모스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함장님.

“저.. 정지비행.”

엘의 말에 나는 나도모르게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복잡하게 두드리거나 조종해야했던 단말기의 정보가 빠르게 갱신되며 함선의 속도가 천천히 느려진다.

-베히모스 상공에 정지비행 중. 선체의 갑판위에서 켈레브라의 부대가 강하준비중에 있습니다.

“....”

순식간에 빠르고 확실하게 모든 전산처리를 끝마치고 나에게 보고하는 엘의 능력에 나는 속으로 감탄을 삼킨다. 그런 엘의 능력에 놀라는 것도 잠시.

위이잉!

-베히모스 중앙. 거대한 타워로부터 열원포착. 공격입니다.

귀를 꿰뚫는 날카로운 경보음. 처음 들어보는 경보음에 화들짝 놀란 나는 스크린을 올려다본다. 베히모스 중앙에 있는 거대하고 두꺼운 탑. 그런 탑의 기둥부분 한쪽이 선명한 푸른 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었다.

-디에그 데그. 회피기동을...

“움직이지마! 방어시스템 전면 가동!”

그런 빛을 멍하게 보는 것도 잠시. 회피기동을 시도하겠다는 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재빠르게 엘에게 지시를 내린다.

-지침 수정. 회피기동 취소. 방어시스템 전면가동 실시. 왜곡장 사용 불가, 역장 실드 사용불가, 중력자 실드 사용불가, 이온 반응 장갑 사용가능. 반응 장갑 전개.

순간 밖을 보여주는 스크린에 푸른빛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거대한 기둥에서 밝게 빛나던 빛이 진해짐과 동시에..

콰앙!!

한줄기의 빛의 기둥이 함선을 강타한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할뿐 함체 자체에는 조금의 충격도 가해지지 않는다.

“켈레브라의 부대가 모두 강하할때까지 자리를 고수. 반격할만한 무장을 전부꺼내!”

이제 복잡하게 단말기를 두드려 함체의 기능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엘에게 명령을 내리면..

-함선 내 사용 가능한 무장 확인. 레일 포 및 다련장 기관총을 전면에 이동 배치 개시. 반격준비 완료.

모든 일은 엘이 처리해준다. 순식간에 그런 상황에 적응 한 나는 스크린과 지금 함선의 상황 및 주변상황을 알려주는 단말기를 돌아보며 재빠르고 확실한 지시를 엘에게 내린다.

“포대와 정지비행을 위한 전력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이온 반응 장갑으로 집중! 타워로부터 공격이 예상되는 지점에 집중포격을 실시해!”

-알겠습니다. 자동조준모드 활성화. 최우선 사격목표는 광원 및 열원지점. 사격 개시.

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크린을 통해 환한 빛무리들이 타워를 향해 쏘아져나간다. 섬뜩하리만큼 정확한 사격. 엘의 사격은 빛이 발하는 지점을 두발, 혹은 세발의 사격으로 완전히 침묵시켜버린다. 놀라운 엘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위이이이잉!!

지금까지와 전혀다른 고음의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함장실 전체가 붉은 색으로 변한다.

-차원왜곡급 마나운용 포착. 패턴 분석. 위험 패턴과 일치율 87%이상. 백색 마녀입니다.

“백색... 마녀?”

이해못할 엘의 말에 나는 스크린을 돌아본다. 그리고 줌인 되어지는 스크린. 엘의 모든 광학센서가 집중된 그곳에는 한 백발머리카락의 소녀가 허공에 떠있는 지팡이에 걸터앉아있었다. 그런 그녀의 양손에는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빛을 짐어삼킬 듯한 지독한 검은 빛의 덩어리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abcbbq / 넵. 본편에서도 안뚤렸습니다. 본편에서는 끝까지 안뚤렸습니다.(끵?!)

Solar Eclipse / 재미있으시다니... 저에겐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ㅅ;

유운처럼 / 에? 오타같은게 있나요?

매화일미 / 으잌ㅋㅋ 히로인은 작가꺼임. 아무도 못줘. 내끄야! 으흐흐흣!

Lizad / 아아~~ 그런가요? 그래도 뭐.. 히로인이 타인에게 당하는건 이리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요~

실버링나이트 / 엌. 그랬다간 독자들에게 돌맞을듯..?!

시~ 험기간! 빠밤! 연재확률 대폭하락! 으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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