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편
<-- 함장 이리엘 -->
베히모스를 향한 항로의 절반정도를 지나쳐왔을때. 짧지않는 여행시간과 변함없이 푸르른 하늘 풍경에 흥미를 잃은 듯 함장실을 지키던 켈레브라의 부관들은 하나 둘씩 개인적인 휴식을 위해 자리를 피한다. 켈레브라또한 가져온 술이 다 떨어졌던 걸까. 빈 술잔과 술병을 바라보며 쩝쩝 입맛만을 다실뿐이었다.
“뭐... 핸돈마이어에서 최고로 비싼 술이라해도 별 거없군.”
땡그랑.
얼마나 고가였으면 술병자체에도 호화로운 금장식이 되어있는 술병을 아무렇지 않게 함장실 바닥에 던져 버려버리는 켈레브라. 그는 지겨운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닦아낸다.
“.....”
그런 그의 행동을 의식한 나는 내심 긴장하며 조종간을 강하게 움켜쥔다. 할 짓이 없어 지루한 그가 다시 나에게 손을 뻗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월등한 신장차이와 남자로써 나보다 몇배는 강한 완력. 그런 그의 힘에 내가 저항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했다.
“어이. 올리비아.”
다행히도 그가 관심을 보인것은 내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고 매다린채 꾸벅꾸벅 졸고있는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켈레브라가 부르자 살짝 놀라며 흐리멍텅한 눈으로 켈레브라를 올려보며 베시시 미소짓는다.
“네에~ 켈레브라님?”
그녀또한 켈레브라 못지않게 심하게 취한듯 지나치게 애교가 흐르는 목소리로 켈레브라의 부름에 응답한다. 그런 올리비아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지은 켈레브라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춘다.
“....”
처음은 가벼운 입맞춤 뿐이었다. 하지만 잔뜩 달아오른 술기운 떄문이없을까. 간단히 입술만 마주대고 있던 그들의 입맞춤이 점점 뜨거운 열기를 띄워가기 시작한다.
“흐으음..”
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지나친 취기에 아예 신경조차 가지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등뒤에서 달아오른 올리비아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지이익..
스륵..
그때 단순히 뜨거운 키스로만 끝날 것 같았던 그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뭔가 옷가지가 벗겨지는 소리. 언제나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낮은 엔진음덕분에 한없이 고요한 함장실에서 그런 낯선 소음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 잠깐만요. 저.. 저기 서.. 선장이...”
그래도 켈레브라와 다르게 올리비아는 아직 제대로된 이성이 박혀있었던 걸까.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켈레브라의 행동을 제지한다.
“상관하지마. 저 어린 꼬마놈은 우리들이 뭘하는지도 잘 모를테니까.”
나를 우습게보는 듯한 켈레브라의 목소리. 그런 그의 말투에는 나를 비웃는 듯한 가벼웃 코웃음이 섞여있었다.
“흐.. 흐앗! 거.. 거기는..”
“올리비아는.. 이곳이 약했지? 너는 솔직해서 좋더군.”
기분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올리비아의 가벼운 비명. 단순한 괴로움에 내는 비명이 아닌 미세한 열기가 스며든 쾌락에 찬 신음소리였다.
“.....”
조종간을 움켜쥔 손에서 왠지모르게 축축한 물기가 느껴진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이 하는 행위가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교미. 뭐.. 이건 좀 짐승같으니까 조금 인간적이게 표현하면 성관계. 남들이 그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하게 아는 것은 타인이 보는 앞에서 저렇게 보란듯이 할만한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흐.. 흐읏! 케.. 켈레브라님! 그렇게 몰아붙이시면.. 꺄흣!!”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외면할 수 없었다. 방금전 일은 내가 조종을 못해서라는 말도안되는 이유가 있었지만 이건 전혀달랐다. 이건 분명 100%켈레브라의 잘못. 그가 주도해서 벌인 행위이다. 고로 이런 일에 참견하는 내 행동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나는 땀에 젖어 축축해진 내 손을 반바지에 문질러 닦아낸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켈레브라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뒤로 돌아서 입을 연다.
"저기... 그런 개인적인 행동은..“
하지만 내 말은 제대로 끝마쳐지지 못했다.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 한단어로 표현하자면 교미. 즉 성관계. 그런 낯부끄러운 행위가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니 머릿속의 사고가 우뚝 정지됨을 느낀다.
“흐.. 흐꺗!!”
“예상외로... 다른 사람이 하는일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군.”
켈레브라는 옷이 흩으러진채 급하게 풀어져 반쯤 나체가 되어있는 올리비아를 뒤에서 끌어안은채 나와 비교되지 않게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부풀어 올라있는 올리비아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비아또한 평소와 다르게 귀엽고 애교스러운 얼굴이 아닌 왠지모를 색기가 차있는 얼굴을 짧은 비명과 함께 자신의 손으로 허겁지겁 가려나간다.
찌꺽..
“아앙! 케.. 켈레브라님!! 저렇게 보고있는데..”
그런 올리비아의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켈레브라의 하복부 아래에서 나온 낯선 붉고 흉측한 물체가 이어져있었다. 하지만 흉해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올리비아의 몸또한 그런 흉측한 물체를 원하는지 그녀와 그의 물건 사이의 접합부에서는 끈적한 액체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흐음.. 선장. 고맙군.”
갑작스레 켈레브라는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나타낸다.
“덕분에 조임이 더 좋아졌어. 상당히... 기분이 좋군.”
“흐.. 흐앙!”
켈레브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채 천천히 자신의 허리를 털어간다. 그러자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움직임에 맞춰 올리비아또한 리듬감있게 허리를 부드럽게 흔들어나가기 시작한다.
“보.. 보지 말아주세요..”
올리비아는 극도의 부끄러움에 자신의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는 눈앞에서 켈레브라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들의 행위가 계속될수록 새하얀 함장실 바닥에는 투명한 액채가 하나둘씩 방울져 떨어져 자그마한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욱씬..
그런 그들의 행위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있던 내 머릿속을 날카로운 통증이 훑고 지나간다.
“아...”
그리고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낯선 정보들. 대부분 성에 관한 정보들이었다. 마치 내 머릿속에 있었던 기억들이 그 기억을 가리고 있던 불투명한 유리를 깨끗이 닦아내는 듯 마치 방금전에 읽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대부분 기본적인 성지식들. 남성기와 여성기의 구조, 발기의 원인과 이유, 남자와 여자의 성감대등. 다양하고 복잡하며 어떤 의미로는 심오한 지식들이 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 하읏.. 케.. 켈레브라님!!”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기억의 홍수속에서 헤메일때 날카로운 올리비아의 신음소리가 내 귀를 꿰뚫는다. 그와 동시에 밝아진 시야속에는 올리비아와 밀착한채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고있는 켈레브라. 그리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채 번개를 맞은듯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투둑.. 투두둑..
그녀의 음부와 켈레브라의 남성기 사이의 접합부에서 탁한 회백색의 액체가 주루륵 흘러내리다 말고 덩어리져 바닥에 툭 떨어진다.
애액과 혼합이된 정액.
그 액체를 발견하자마자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정보였다. 생명의 씨앗이라는 조금 품위있어 보이는 표현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점성이 강한 새하약 회백색 액체 덩어리는 단순한 쾌락추구의 결과물로 보일뿐이었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켈레브라는 천천히 자신의 허리를 당겨 올리비아의 몸에 삽입되었던 자신의 성기를 빼낸다. 그리자 올리비아또한 늘어지는 듯한 한숨소리와 함께 실이 풀린 인형처럼 힘없이 차가운 함장실 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올리비아. 그대로 쓰러지면 곤란하지.”
“아... 죄송해요.”
켈레브라의 질책에 올리비아는 지친 목소리로 그에게 사과를 건낸뒤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켈레브라에게 다가간다.
“....!!”
마치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거부감없이 켈레브라의 성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올리비아. 애액과 정액이 범벅이 된 그의 물건을 올리비아는 역겨워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정성스럽게 자신의 입으로 부드럽게 핥아가기 시작한다.
“그래그래. 사후처리는 깔끔해야지.”
켈레브라는 그런 올리비아가 기특하다는 듯이 자신의 물건을 정성스레 빨고있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도저히 일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입에 물고있는 것은 성기. 성관계, 혹은 몸에서 생성된 노폐물을 배출해내는 출구이다. 그런 것을 저렇게 스스럼없이 입에 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올리비아의 행동을 바라볼뿐이었다.
“츄릅.. 츱..”
듣기싫은 물소리가 함장실안에 고요히 울려퍼진다. 그런 추잡한 소리와 함께 내 눈에 선명히 보여지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 하지만 왠지모르게 시선을 뗼 수 없는 그들의 행위에 나는 작게 마른침을 삼켜나갈 뿐이었다.
“올리비아. 선장이 너에게 관심이 많나봐? 매너 없이 시선을 뗄줄 모르네.”
“으웁!!”
장난끼가 잔뜩 서린 켈레브라의 말에 올리비아는 한순간 망각했던 내 존재를 다시 꺠달은 듯 눈을 휘둥그레뜬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에 힘을 주어 그녀가 몸을 일으키지 못하게 한 채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하핫.. 어이 선장. 이리와봐.”
“...무슨... 일입니까?”
무자비한 그의 폭행을 상기하며... 그의 부름에 거역할 수 없었던 나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그의 부름에 대답하며 주춤주춤 그에게 다가간다. 그와의 거리가 좁혀질 수록 올리비아의 거친 숨소리와 그녀의 입안에서 울려퍼지는 질척한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흐음.. 너. 올리비아에게 관심있지?”
“없습니다.”
켈레브라의 물음에 나는 딱 잘라 거부의 뜻을 밝힌다. 그들의 행위에 시선을 떼지 못한 것은 단순히 이때까지 보지못해왔던 상당히 충격적이고 낯선 상황을 직면했었기 때문에다. 지금 그들이 행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그 이상의 관심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큭.. 허락해주지.”
하지만 그는 내 대답따위는 전혀 관심없는듯 입꼬리를 뒤틀며 기분나쁜 미소를 짓는다.
“무엇을... 말입니까?”
내 물음에 켈레브라는 말로 대답하는 대신 자신의 성기를 정성스레 빨고있는 올리비아의 새하얀 엉덩이를 가볍게 탁탁쳐보인다.
“남자라면 말이지. 이런 기회를 놓치면 쓰나?”
“우으으읍!!”
켈레브라의 말을 이해한 올리비아는 거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켈레브라에게 거부의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낄낄거리던 켈레브라는 손짓으로 괜찮다는 뜻을 밝히며 나를 자신의 쪽으로 부른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일말의 주저없이 조용히 내 뜻을 밝힌다. 종종 있었다. 나를 남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함선내에서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짧은 단발머리로 짜른 머리카락. 거기다 얇은 티와 반바지를 입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가슴. 여자의 증거이며 가장 눈에 띄어야할 가슴이.. 납작했다. 존재 자체가 걱정될 정도로.. 하여튼. 외모는 이러지만 나는 일단 분명한 여성이다. 즉 그의 뜻대로 지금 올리비아를 범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뭐...?”
하지만 내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혈질의 켈레브라는 곧바로 인상을 팍 찡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방금전 일도 사과할겸... 내가 간만에 커다란 호의를 배풀어주려는데... 그걸..”
점점더 격해지는 켈레브라의 언성. 이대로 놔뒀다가는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무덤덤하게 내가 올리비아를 범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그에게 말한다.
“왜냐면... 저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허허허.. 그래도 마지막은 멋있게 처리할 예정. 나름 매력적인 악당으로.. 읭?
Lizad / 알겠습니다 빨리처리하죠. 하지만 그 전에 우선 할일이.. 으흣~
실버링나이트 / 때리기만하나요? 좀더 좋은것도 해야죠. 네? 해야하잖아요~ 이대로 이리엘 스토리가 끝나면 허전하잖아요? 네? 제 소설은 야설이잖아요. 그쵸?
과연 저 상황에서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는 이리엘은...
그냥 멍청이. 온갖 똑똑한 척 다해도 나사하나 빠진 멍청이.
그것은 컨셉.